네, 상대의 얼굴도 모르고 이름과 그 상대 집안의 명성만 익히 들어 알 뿐인 마음 없는 정략 결혼 말입니다.
이 지진한 시대의 결혼은 대체로 그런 식으로 이루어집니다.
그걸 유지하기 위해 감정을 팔아서… 그러나 당신이 어떻게 생각하든 상관없이 저택의 모든 이들은 결혼식을 준비하느라 바쁩니다.
당신을 위한 예복과 함께 저녁에는 결혼을 축하하는 파티까지 예정되어 있습니다.
모두 이 결혼과 축하연을 기뻐하고 있습니다… 아니.
문간에서부터 당신을 응시하는 시선이 느껴집니다.
정략 결혼이라는 소식을 접할 때부터 늘 어두운 낯이던 레슬리입니다.
아주 조금도 기쁘지 않은 얼굴로 당신을 바라보고 있잖아요.
레슬리:(삐뚤어진 네 넥타이를 여느 때처럼 고쳐주었다. 조용한 낯이다.)
베르너 M. 하몬:... (조용히 널 응시하면서 닿는 손길을 가만 받아냈다. )
레슬리:... 오늘은 특별한 날이에요. (넥타이를 만지던 끝에 그리 말했다. 시선은 너와 마주하지 못하고 다음 말을 이었다.) ... 그러니 모든 이들에게 근사하게 보여야죠.
베르너 M. 하몬:(특별한 날, 네 입에서 나온 그 말이 어찌나 생경한지. 웃음기를 흘렸다. ) 그래? 별로 상관없을 것 같은데. 얼굴도 모르는 사람과의, 내가 아니라 내 위치가 필요하고 그걸 축복하기 위해 모인 사람들에게라면.
... 그것보다 네가 보기엔 어때, 충분히 근사해? (눈빛에 은근한 감정을 담아 널 응시했다. )
레슬리:(네 목소리에 그제서야 고개를 들어 너를 바라보았다. 네 표정에 떠오른 웃음이, 즐거움이나 기쁨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내가 어떻게 모를 수가 있겠는가... 물음은 던져 졌고 그 물음을 던진 네 눈동자가 네가 이보다 전에 했던 고백 때와 비슷해보여서 숨을 들이켰다. 넥타이에서 손을 떼어냈다. 한숨같은 목소리로 말했다.) ... 그럼요, 근사하시죠. (그리 말하고 물러서고는 네게 물었다.) ... 이런 정략 결혼이라도 정말 괜찮아?
베르너 M. 하몬:(물러선 채 바라보는 물음에 짓고 있던 표정을 굳혔다. 물음이 늦었다고 생각하지는 않아? 너를 다시 돌아보지 않고 그저 거울 너머의 저를 응시했다. ) 글쎄, 괜찮을지 말지를 고민할 시간은 이미 지났다고 생각해. 지나간 일은 지나간 일이고, 나는... 맡은 일을 해야겠지.
레슬리:(너의 말을 듣자 겨우 내쉬었던 숨이 막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래, 그랬다. 내가 도망쳤지. 시선을 아래로 내려 네 발끝을 바라봤다. 장갑낀 손을 불안하게 꼼지락거렸다. 다음 말을 뱉는 목소리가 떨렸다.) ... 결혼... 하지 않으면 안 돼?
베르너 M. 하몬:(버릇정도야 꿰고 있다. 불안한 시선이나 행동이 모든 것을 말해주고 있었지만 굳이 헤집고 싶어지는 까닭을 누군가 물어본다면 자신은 이것을 심술이라고 답할 것이다. 결코 네 잘못은 아니지만 나는 네게 자유를 주고 싶었고, 널 사랑하고 싶었으니까. 그럴 의지를 묻고 제 마음을 비쳤다. 그러나 이제는 기다려 줄 수 없었기 때문에, 네가 자유로워져도 자신은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에. 이제는 아주 싹을 끊어야겠지. 제 자신마저 제 속을 파악할 수 없을 정도로 그냥 웃었다. ) 응, 이미 늦었어.
(비추던 거울에서 시선을 뗐다. ) 정돈 완벽하네. 고마워, 이제... 뭘 더 준비해야 하지?
레슬리:(아, 울고 싶어진다. 하지만 울면 안 돼. 그럴 자격이 내겐 없다. 발버둥쳐서 얻을 수 있는 자격이 있는가하면 결코 다시 되찾을 수 없는 자격이란 것도 있을 것이다. 네 말에 아무런 대답도 할 수 없어 그저 자리에 서 있었다.)
어느 정도 대화가 이어지니 바깥에서 사용인들이 부르는 소리가 들립니다.
베르너 M. 하몬:(들리는 사용인의 목소리에, 자리에 있던 널 지나치고 문을 나섰다. )
문을 나서는 당신의 뒤로 지독하리만치 힘이 없는 레슬리의 목소리가 들립니다.
너무 작고, 사그라질 듯 가벼워서 곁을 스치지 않았다면 들리지 않았을 목소리입니다.
레슬리:... 만약 아직도 날 조금이라도 사랑한다면, 내가 뭘 해도 계속 그 마음을 가지고 있어줄 거야?
당신이 그 물음에 답을 하기도 전에 레슬리는 당신을 찾아온 고용인들 곁에 섭니다.
저택의 홀과 거대한 앞 정원에는 사람들이 벌써 모여 웃으며 당신의 결혼을 축하합니다.
당신의 곁을 당연하게 지키고 선 레슬리가 유지하는 침묵만이 이 상황에서 유일하게 안기는 고요입니다.
몇몇 귀족들이 다가와 왁자하게 무어라 무어라 떠들어댑니다.
당신을 향해 인사를 건네며 큰 소리로 말합니다.
귀족B:오랜만일세, 당신! 자네가 어렸을 때부터 영특하다는 사실은 알았지만 린튼 가와 결혼을 하다니, 이건 정말 경사로군! 그 집안은 예로부터 아주 유명하지 않았나. 부와 명예를 모두 거머쥐었다고 말이야. 남은 건 만사형통이겠어!
있는대로 아는 척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이 양반들, 본 기억이 없습니다.
잘 나가는 것 같으니 일부러 친하게 구는 거겠죠.
베르너 M. 하몬:
듣기
기준치: |
80/40/16 |
굴림: |
29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 그러고보니 린튼 가에서 근래에 실종자들이 늘어났다며?
??: 결혼식 날짜가 발표된 이후에 계속 그렇다더라고. 무슨 마가 껴서, 이 경사스러울 때에…
???: 다들 쉬쉬하는 분위기지. 그도 그럴게 결혼이잖나.
대화를 듣고 있노라면 당신을 알아본 몇 사람이 웃으며 다가옵니다.
결혼식의 주인공인 당신을 놔줄 생각인 이가 단 한 명도 없나봅니다.
베르너 M. 하몬:(껄끄러운 기색없이, 이 순간이 지나면 얼굴도 목소리도 기억에 남지 않을 이들에게 매끄러운 미소를 지으며 귀에 들려왔던 것을 곱씹었다. )
(모든 것이 지겹다, 지겹기 그지 없는 소란이다. 레슬리는 뭘 하고 있지? 시선을 돌려서 관찰 판정이 가능할까요. )
베르너 M. 하몬:
관찰력
기준치: |
65/32/13 |
굴림: |
12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레슬리는 당신의 곁에 서서 조용히 바닥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무언가를 생각하는 건지, 아니면 참고 있는건지... 고개를 숙인 탓에 표정이 잘 보이지 않습니다.
그때, 당신 시야에 먼 발치에 있는 결혼 대상 집안 사람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린튼 가.
문득 베르너는 린튼 가에 관한 소문을 떠올립니다.
가장 명예로운 집안! 왕족과도 줄이 이어져있다 했던가요.
그러나 희한하게도 저들에 대한 정보는 많이 개방되어 있지 않다고 합니다.
가문 구성원조차 전부 공개하지 않으니 말 다했죠.
다만 조금 미친 이들이 많다 했던가? 불미스러운 소문은 그 정도입니다.
곁에 선 레슬리는 린튼 가를 보자마자 노골적으로 적대감을 드러냅니다.
베르너의 친척이 다가와 웃으며 잔을 건네는 순간에도요.
귀족A:어머, 베르너. 가서 인사해야지. 이제 사돈인데 말이야.
친척이 사라진 이후 레슬리를 보면 꽤 놀랄지도 몰라요.
대놓고 사라진 친척의 뒷모습을 노려보고 있으니까요.
레슬리:(멀리 사라져 가는 친척을 바라보다 네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날카롭던 시선이 네게 와닿자 초조하게 흔들렸다. 잠시 말을 고르다 오늘로서 몇 번 째일 모를 투정을 말했다.) ... 인사하지 말고 나가요. 그냥 저랑...
베르너 M. 하몬:(아주 모른 척을 할까 하다가 주인됨으로서 네게 주의를 주려 너를 부르려던 것이 네 투정에 막혔다. ) ... 너랑 그냥?
레슬리:... 네, 저랑. (자신이 억지를 말하고 있다는 자각이 있는 것인지 끝내 네게 시선을 맞추지는 못했다. 속삭이는듯한 목소리는 여전히 작았다.)
베르너 M. 하몬:나중에 얘기해. (네 어깨를 두드리곤 웃어보이면서 친척을 따라섰다. 미친 자가 많다는, 그놈의 린튼 가. 구설수에 불과한 것일 지 혼약 때문이 아니어도 호기심이 일었기 때문에. )
떠나는 당신을 레슬리는 끝내 잡지 못하고 고개를 끄덕입니다.
그리 말하고 레슬리는 사람들 사이로 사라집니다.
그래도 장인 어른 될 분도 계시고, 린튼 가는 왕족과 연관된 집안이고… 잘 보여야하지 않겠어요.
린튼 가 사람들이 모인 곳에 다가가면 그들은 반갑게 베르너를 맞이합니다.
린튼:이게 누구야, 우리 새가족 될 사람 아니야! 만나서 정말 반갑네. 익히 들어 알고는 있었지만 실제로 보니 더 총명하고 영특하게 생겼군.
베르너 M. 하몬:반갑습니다, 백작님. 린튼 가에서 제게 혼약자의 자리를 내어줘 감사할 따름이죠. (입에 발린 말에 웃음기를 흘렸다. 다짜고짜 가문의 소문에 대해서 묻는 것은 실례겠지만, 이 곳에서 그나만 흥미가 일었던 것의 진실에 가까워지고자 입을 열었다. ) 아까보니, 린튼 가에 대해 떠드는 이들이 있더라고요. 가문이 워낙 비밀에 쌓여있어서 그런지는 몰라도... 이리 저리 아무렇게나 떠드는 이들을 가만 두면 안 될 것 같은데요. 저 역시 린튼가의 사람이 될 사람이라 그런지 신경이 쓰이더랍니다. 혹시 떠도는 소문에 대해 알고 계신가요? (제법 불쾌하다는 듯 눈가를 찌푸리면서 조용히 속삭였다. )
린튼:(네 물음에 잠시 느릿하게 눈을 깜빡이다 곧 익숙한듯 웃어보였다.) 심려를 끼쳐 미안하군. 소문이라 하면... 실종에 관련된 것일까. 워낙 이런저런 소문에 시달리니... (사람 좋은 웃음을 흘리고는) 원래 높은 곳에 있고, 남들이 탐을 내기 좋을 법한 것을 손에 들고 있을 수록 이상한 것들도 따라오지 않나. 이것도 그중 하나이지. 그러니 너무 걱정할 것 없네. 비밀에 쌓여 있다 하지만 말한 그대로 자네도 곧 린튼가의 사람이 될테니 차근차근 알게 되겠지.
베르너 M. 하몬:
관찰력
기준치: |
65/32/13 |
굴림: |
66 |
판정결과: |
실패 |
베르너가 린튼을 바라보면 그의 눈동자가 어째 흐릿한 것 같다는 느낌이 듭니다.
그뿐만 아니라 린튼 가 사람들 대부분 눈밑이 거뭇하고 대다수 낯빛이 창백합니다. 햇빛을 오래 보지 않은 사람처럼. 혹은 잠을 오래 자지 못한 사람들처럼.
린튼:내가 너무 자네를 오래 잡아둔 것 같군. 사실 나보다 더 신경 쓰이는 사람이 있을텐데. (잠시 주위를 살피다 누군가를 발견한 듯 짙게 웃으며 말했다.) 하퍼, 하퍼 린튼!
그의 부름에 따라 멀지 않은 곳에 서있던 하퍼 린튼이. 그래요, 당신의 배우자 될 사람이 당신 쪽으로 다가옵니다.
린튼:곧 부부 될 사람끼리 춤 한 번 춰야지 않겠어.
그렇게 나타난, 처음 마주하는 결혼 대상자는 썩 말끔하고 멀쩡한 생김새입니다.
다정하고 차분한 얼굴에 몸에 새겨진듯한 매너 또한 귀족 답네요.
하퍼 린튼:만나서 반갑습니다. 오늘 이렇게 마주하게 되어 큰 영광이에요. (부드럽게 웃어보이며 말을 이어나갔다.) 괜찮으시다면 한 곡 추실까요. 말씀하셨던 것처럼... 곧 부부가 될텐데요.
베르너 M. 하몬:(부드러운 낯으로 낯선 여인, 그러니까 제 결혼 상대를 바라보았다. ) 한 곡, 좋죠. 오시는 길은 편안하셨나요? (손은 들어서 에스코트하며 유심히, 예의에 어긋나지는 않을 정도로 바라봤다. 그녀 또한 창백한 편인가. )
하퍼 린튼:네, 배려해주신 덕에 편안히 올 수 있었답니다. (네 걸음에 따라 익숙한 걸음으로 나아갔다. 흰 피부지만 다른 이들처럼 창백하지는 않다. 부드러운 인상에 귀족으로서의 모든 행동이 자연스러워 보인다.)
모든 이들의 주목 속에서 배우자 될 사람과 춤을 춥니다.
미끄러지듯, 물 흐르듯 부드러운 몸짓은 그가 오랫동안 교양을 배워온 사람임을 증명합니다.
모두가 이 순간을 기뻐하고 자랑스러워하고 있습니다.
하퍼 린튼의 어깨 너머 정원으로 통하는 입구에서 고요하게 당신을 응시하는 레슬리의 얼굴은… 무슨 표정인가요?
알 수 없으나 적어도 입매가 굳은 상태임은 확실합니다.
원하지 않음을, 이 순간을 바란 적이 단 한 번도 없음을 극렬히 드러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신과 하퍼 린튼을 빤히 응시하고 있습니다.
아까 그 다정하고 상냥했던 어조와는 다른 투로, 어딘가 비꼬는 듯한 말투로.
하퍼 린튼:당신의 친구가 굉장히 당신을 아끼나봐요.
베르너 M. 하몬:친구가 아닙니다, 제가 아끼는 사람입니다.
(음악이 멈춘 틈에 스텝을 멈추고 웃었다. ) 아래에 둔 사람이거든요, 춤은 이쯤이면 될까요.
하퍼... 린튼. (여전히 낯선 이름을 떠올리듯이 불렀다. ) 린튼, 오시느라 피곤했을텐데, 모쪼록 편히 쉬시길 바라요. 그럼.
당신이 자신을 떠나기전, 주위 시선을 의식한 것인지 다시 옅게 웃은 하퍼가 말합니다.
하퍼 린튼:... 관리는 좀 해두시지요. 저게 사심이 섞인 거라면 저희 쪽은 썩 달갑지 못하니까요. ... 필요에 따라서 쓸데없는 싹은 잘라두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렇게 드러내는 웃음은 어딘가 석연찮은 구석이 있습니다.
춤은 끝나고, 형식적인 미소를 주고 받은 채 둘은 헤어집니다.
당신은 레슬리가 기다리는 정원으로 갈 수도, 혹은 그냥 돌아가거나 이 파티를 더 즐길 수도 있습니다.
베르너 M. 하몬:(멀어진 하퍼 린튼에게 시선을 두다가 돌아서서 곧장 정원으로 향한다. 어떻게 보이던 간에 레슬리를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
시끌벅적하던 파티홀 내부와는 상반되는 분위기입니다.
레슬리의 분위기는 아까보다 더 온화해진 것 같습니다.
... 아마도. 어쩌면 지쳐있는 걸지도 모릅니다.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깨끗해 별이 쏟아질 듯 무수히 많습니다.
마침 홀에서 들려오는 음악도 바뀌는 것 같네요.
레슬리:(널 바라보다 잠시 입술을 달싹였다.) ... 오셨어요?
베르너 M. 하몬:응, 왔어. (네 존대에 주변을 둘러봤다. ) ...아무도 없는데.
레슬리:(네 말에 잠시 자신도 주위를 들러보며 말했다. 쓴웃음이 걸린다.) ... 그러네. 긴장해서 그랬나봐. ... 이야기는, 잘하고 왔어?
베르너 M. 하몬:좀 살펴봤지, 잘이라... 잘 하고 온 거겠지. 모두가 바라는대로 얼굴도, 웃음도 내비쳤으니까. (너를 제외한 전부가 바라는 대로, 마땅히 해야하는 예의를 차려서. 어둠이 내려앉은 정원을 바라봤다. 있기에 춥지는 않았는지. 어둡지는 않은지, 이곳이라면 달빛이 비추어 괜찮은가. ) 여긴 조용해서 좋네.
레슬리:(피곤하지, 그리 물으려다 입을 다문다. 네가 피로하다는 걸 알고 대답한다고 해도 자신이 해줄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무슨 말을 더 건네야 할까. 말을 한참을 골라내어도 마땅한 것을 찾지 못했다. 잠시 가만히 자리에 서 있다 네게 손을 내밀었다.)
달빛을 등지고 문득 레슬리가 당신을 향해 손을 내밉니다.
베르너 M. 하몬:(별 말 없이 손을 맞잡았다. 허리를 잡고, 스텝을 밟고 돌아 달빛에 등진 네 얼굴이 보고 싶으니까. 성큼 다가서 네 허리 근처에 손을 댔다. )
레슬리:(네 손을 잡고 어깨 위로 손을 올렸다. 몇 번이고 눈으로만 지켜봐왔던 춤, 그렇게도 화려한 파티에서 자신의 역할은 멀리 떨어져서 지켜보는 것 밖에 없다. 바로, 오늘까지도. 멀리서 그녀가 네게 했듯 그 모습을 되짚어가듯 움직였다. 그 사람은 네 어깨를 어떻게 잡고, 어디를 보고 있었지. 어차피 덧칠할 수도 없다는 걸 알면서도 고집을 부렸다. ) ... 수고많았어.
베르너 M. 하몬:(네 손과 허리를 붙잡고 발 끝을 먼저 움직였다. 느릿하게, 세 박자의 왈츠. 움직임이 맞을 필요도, 스텝이 맞을 필요도 없었다. 고집을 부리는 것 같은 모양새에는 표정을 보지 않아도 네가 무얼 떠올리는지 알 것 같았다. 수고많았다니까 고맙다고 해야하나. 그렇게 말하면, 그 다음에는 무슨 말을 할 건데. 함축해서 굳이 말을 더 꺼내지는 않았다. ) 응, 너도.
레슬리:(간결히 떨어지는 말에 느릿하게 눈을 깜빡였다. 멀리서 들려오는 노래 소리가 유일히 그 적막함을 채웠다. 조심스레 고개를 들어 네 눈을 마주했다.) ... 예전에 춤 연습할 때 생각난다. 우리 지금보다 어렸을 떄... 너, 춤 가르쳐주시는 선생님 별로 안 좋아했잖아. 연습할 거면 차라리 나랑하겠다고 했던 거 기억나? (이제는 부질없는 추억을 꺼내는 건 일종의 도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래도, 그런 말 밖에 할 수 없었다.)
베르너 M. 하몬:(달빛이 내려앉은 네 속눈썹을 바라보다가 네가 꺼낸 말에 호젓히 웃었다. 제법 떠올릴 만한 추억이었다. ) 그래, 그 스텝을 중시하는 깐깐한 할머니 선생님. 호통만 잘 치시지, 춤 추기엔 관절도 별로 안 좋으셨을 걸. 네가 영특하니까, 나보다 널 더 먼저 가르치곤 했지. ...다른 선생님들도 비슷했던 것 같은데. (원 투 스텝, 원 투 스텝하고, 여기서 턴. 붙잡은 손을 들어올렸다. )
레슬리:깐깐한 할머니... (네 말에 쓰게 웃음을 흘렸다.) 마담 에버린은 사교계에서 유명인사야. 귀족집 자제들이 못 데려와서 안달인 선생님인걸... (하지만 호통은 무섭긴 했어. 널 대신해 배우다 몇 번이고 들은 적 있었던지라 표정이 미묘해졌다.) ... 덕분에 내가 이런저런 걸 많이 배울 수 있었지. (네 손에 이끌려 자리에서 빙글 돌았다.) .... 몸종으로 쓰이는 사람 중에 나보다 더 많은 기회를 얻은 사람은 없을거야. ... 그래서 항상 고맙게 생각해.
베르너 M. 하몬:이름이 에버린이었나, 아직 정정하신지 몰라. (이름만 입에 올려도, 호통이 생생하게 들려오는 것 같아 얼굴을 찌푸렸다가 표정을 풀었다. ) ... ... 내게 고마워 할 필요는 없지. 알고 있겠지만 전부 내 덕분이 아니야. 우리가 평안하게 지낼 수 있던 것도 전부 어느정도 입지를 확보한 내 아버지나, 가문 덕분이었고. (그러나 이제 어린 시절은 전부 지났다. 넌 더 몸종으로 이곳에서 지낼 필요도 없다. 네 자유대로 살아갈 수 있어. ) 그렇게 계속 하인으로 사는 거, 괜찮아? 뭐든 간에 넌 다 잘 배워왔으니까, ... 넌 다른 일도 잘 할 수 있을 거잖아.
레슬리:하지만 그렇다고 네가 내 곁에 있어주지 않았다면 이렇게 살아갈 수 없었을 거야. ... 나는 너를 만났을 때, 내가 가진 운을 전부 써버린 걸지도 몰라. 그정도로 너는 내게 있어서 큰 행운이고 다시 오지 않을 축복이야. (그리 말하다 네 물음에 떨리는 눈동자를 감추듯 어렵게 웃어보였다.) 나는 괜찮아. 여기가 내가 있을 곳인걸.
베르너 M. 하몬:아니, 네게는 더 큰 행운이 따랐을 거야. 이곳에 오지 않았더라도 넌 충분히 큰 사랑을 받을 수 있었을 거야. (스텝을 멈추고 네 허리 가까이에 있던 손을 올려 네 뺨을 매만졌다. ) 너는 사랑스러우니까, 레슬리. 너는 너무 사랑스러우니까... ... (내가 아니어도, 내 연습상대 말고도. 넌 다른 누구의 행복이 될 수 있을 거고, 다른 누구라도 네 행복이 될 수 있겠지. 그래서 차라리 떠나보내고 싶어. )
레슬리:(힘겹게 지은 웃음이 네가 손을 뺨에 올리자 무저니고 말았다.울고 싶어진다. 그럴 자격이 없음을 알면서도. 울음을 참느라 도저히 말을 꺼낼 수 없어서 입을 다물었다.)
베르너 M. 하몬:
관찰력
기준치: |
65/32/13 |
굴림: |
87 |
판정결과: |
실패 |
레슬리를 바라보던 베르너는 레슬리의 목덜미에 희미한 자국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립니다.
이 밤이 지나면 당신은 정말 결혼식에 참여하게 되겠지요.
이 사실은 당신도, 이 파티에 참석한 사람들도, 그리고 심지어 레슬리마저 모두 알고 있습니다.
이제 그만 발걸음을 옮기려 하는 찰나에 레슬리가 당신을 붙잡는 건.
한숨마저 흔들리고 있는 레슬리가 너무나 간절하게 말합니다.
레슬리:... (떠나려는 네 손목을 두 손을 붙잡고 간절하게 말했다.) 결혼하지 마. ... 결혼하지 마 제발... 그냥... 내 옆에 있어주면 안 돼? 내 곁에 있으면 안 돼?
베르너 M. 하몬:(눈썹을 들어올린 채, 웃음을 보였다. 간절하게 붙잡은 두 손은 천천히 내릴 수밖에 없었다. 네가 떠날 수 없다고 한다면, 이제는 내가 먼저 떠나야 한다. ) 파티는 끝났어, 레슬리. 내게도... 이제는 더 연습상대가 필요없어.
... 당신의 말이 끝나자 레슬리의 손에 힘이 풀립니다. 하지만 여전히 레슬리는 말합니다.
레슬리:내 곁에 있으면 되잖아... 한 번만이라도. 단 한 순간이라도...
그가 떠날 수 없다면, 당신이라도 떠나야할까요.
베르너 M. 하몬:미안해, 한 순간만으로는 싫어. (그렇게 된다면 나는 널 다시 욕심내게 될 테니. 나부끼는 바람에 날아갈 말을 하고, 뒤돌아 정원을 벗어난다. )
그래요, 떠나는 법을 알지 못하는 듯한 이가 있다면 당신이 떠나야할 것입니다.
당신은 파티가 열리는 곳으로 돌아가기 위해 어두운 정원 그늘로 향합니다.
당신을 채 붙잡지 못하고 놓아준 레슬리의 목소리가 아닙니다.
그래, 쥐새끼 같은 것이 우리 집안의 비밀을 캐내려 할 때부터 알아봤어…
감히 다음 숙주가 될 자를 데려가려 하다니!
조금 떨어진 곳에 달빛을 등진 채 서있는 레슬리가 있고
레슬리의 시선 끝에 무엇이 있는지 살피기도 전에 레슬리의 머리를 총알이 관통합니다.
그가 달빛 아래 서 있기에 그 모습은 너무도 또렷하게 시야에 들어옵니다.
레슬리는 조금의 반항도 해보지 못한 채 바닥에 쓰러집니다.
그를 쏜 자가 사라지는 소리만 들려올 뿐, 주위는 더없이 적막해집니다.
이제 이곳에서 들려오는 숨소리는 하나 뿐입니다.
용서하는 것도, 그 두 눈을 보는 것도, 그리 그 여윈 손을 만지는 것도 괴로운 일이야.
네, 상대의 얼굴도 모르고 이름과 그 상대 집안의 명성만 익히 들어 알 뿐인 마음 없는 정략 결혼 말입니다.
이 지진한 시대의 결혼은 대체로 그런 식으로 이루어집니다.
그걸 유지하기 위해 감정을 팔아서… 그러나 당신이 어떻게 생각하든 상관없이 저택의 모든 이들은 결혼식을 준비하느라 바쁩니다.
당신을 위한 예복과 함께 저녁에는 결혼을 축하하는 파티까지 예정되어 있습니다.
모두 이 결혼과 축하연을 기뻐하고 있습니다… 아니.
문간에서부터 당신을 응시하는 시선이 느껴집니다.
정략 결혼이라는 소식을 접할 때부터 늘 어두운 낯이던 레슬리입니다.
아주 조금도 기쁘지 않은 얼굴로 당신을 바라보고 있잖아요.
레슬리:(삐뚤어진 네 넥타이를 여느 때처럼 고쳐주었다. 조용한 낯이다.)
베르너 M. 하몬:... (조용히 널 응시하면서 닿는 손길을 가만 받아냈다. 거울에 비치는 제 얼굴빛은 어떻지, 제 표정을 들여다봤다. )
당신의 얼굴에 떠오르는 피로만 아니라면 평소와 비슷한 모습입니다.
레슬리:... 오늘은 특별한 날이에요. (넥타이를 만지던 끝에 그리 말했다. 시선은 너와 마주하지 못하고 다음 말을 이었다.) ... 그러니 모든 이들에게 근사하게 보여야죠.
베르너 M. 하몬:(특별한 날, 네 입에서 나온 그 말이 생경할텐데... 어째선지 낯익었다. 입에서는 제 생각이 곧장 흘러나왔다. ) 그래? 별로 상관없을 것 같은데. 얼굴도 모르는 사람과의, 내가 아니라 내 위치가 필요하고 그걸 축복하기 위해 모인 사람들에게라면.
... 그것보다 네가 보기엔 어때, 충분히 근사해? (눈빛에 은근한 감정을 담아 널 응시했다. )
레슬리:(네 말이 끝맺자 마자 어쩐지 웃어보였다. 옅은, 어쩐지 지쳐보이는 웃음이다.) 근사해. 언제나 그랬지. (이미 골라둔 대답처럼 말이 흘러나왔다. 하지만 곧 이어지는 말을 꺼낼 때에는 겨우 지은 미소가 흩어지고 말았다.) ... 베르너. 결혼하지 않으면 안 돼?
베르너 M. 하몬:(물러선 채 바라보는 물음에 짓고 있던 표정을 굳혔다. ) ... 물음이 늦었다고는 생각하지 않아? (거울 너머로 옅게 웃는, 지친듯한 네 표정이 보였다. 지나간 일은 지나간 일인 걸. 나는 맡은 일을 해야할 거고. 다만, 그 표정이 너무 신경 쓰여 거울 뒤, 네게 곧장 다가가 네 뺨에 손을 댔다. ) 왜 그래, 레슬리. 피곤해? 피곤하면 쉬어도 괜찮아.
레슬리:(내칠거면 다정하지나 말지. 그런 생각을 하고는 스스로 놀라 멈칫했다. 애초에 밀어낸 것도 자신이 아니었던가. 네 손이 뺨에 와닿자 욕심이 난다. 딱 이정도만으로 만족해야지 그래야만 해. 몇번이고 되뇌여도 참을 수 없는 것이 있다. 어리광을 부리듯 네가 댄 손에 괜히 뺨을 부볐다.) ... 아냐. 나도 있어야지.
베르너 M. 하몬:...굳이 있을 필요는 없어. (온기가 닿았던 손을, 시선을 떼어냈다. 복잡해진 마음을 애써 추스렸다. 한 박자 늦게 손을 떼었으니, 네게 들켰을 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 준비는 다 끝났으니까... 정말이야. 피곤하면, 들어가서 쉬어.
어느 정도 대화가 이어지니 바깥에서 사용인들이 부르는 소리가 들립니다.
베르너 M. 하몬:(들리는 사용인의 목소리에, 널 바라보다가 시선을 회피하듯 문을 나섰다. )
문을 나서는 당신의 뒤로 레슬리의 시선이 느껴집니다.
하지만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은채 당신을 따라나설 생각인지 사용인들 곁에 섭니다.
저택의 홀과 거대한 앞 정원에는 사람들이 벌써 모여 웃으며 당신의 결혼을 축하합니다.
당신의 곁을 당연하게 지키고 선 레슬리가 유지하는 침묵만이 이 상황에서 유일하게 안기는 고요입니다.
몇몇 귀족들이 다가와 왁자하게 무어라 무어라 떠들어댑니다.
당신을 향해 인사를 건네며 큰 소리로 말합니다.
처음 보는 이들이 아는 척을 하고, 원치 않은 친근함을 보이고...
결혼식의 주인공인 당신을 놔줄 생각인 이가 단 한 명도 없나봅니다.
레슬리는 당신의 곁에 서서 조용히 바닥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무언가를 생각하는 건지, 아니면 참고 있는건지... 고개를 숙인 탓에 표정이 잘 보이지 않습니다.
베르너 M. 하몬:아, 응. (친근함을 보이는 귀족들 사이에서 그저 웃음을 흘리다가 들려온 말에, 무의식적으로 대답을 했다가 널 붙잡았다. 고요를 원했다. ) 왜, 여기 있어주면 안 돼?
레슬리:(네 대답을 듣고 걸음을 옮기려던 찰나, 네가 다시 불러세우자 자리에 멈췄다. 널 바라보다가 조심스레 손을 잡았다.) ... 나랑 같이 나갈래?
베르너 M. 하몬:(닿아온 손을 맞잡았다. ) 응. 나갈래. 밖으로.
레슬리:(예상하지 못한 대답이었는지 조금 놀란 눈으로 널 바라봤다. 곧 기쁜지, 아니면 당황한것인지 알 수 없는 표정으로 네 손을 고쳐 잡고 정원으로 이끌었다.)
시끌벅적하던 파티홀 내부와는 상반되는 분위기입니다.
레슬리의 분위기는 아까보다 더 온화해진 것 같습니다.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깨끗해 별이 쏟아질 듯 무수히 많습니다.
마침 홀에서 들려오는 음악도 바뀌는 것 같네요.
레슬리:(네 손을 잡고 정원으로 이끌었다. 사람들에 눈을 피해 적당한 그늘에 서 있다가 이 손을 놓어야할지. 고민하는듯 흘긋 손을 바라보다가 말했다.) ... 많이 피곤했어?
베르너 M. 하몬:(따라나서서는 멀뚱히 널 바라보다가 손을 꼭 붙잡은 채 물었다. ) ...응. 조금. 네 표정도 신경쓰이고. 저기 있는 사람들, 전부 날 아는 기색이던데 아무도 모르겠고...
(무도회장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 린튼 가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아까 저곳에서 인사를 나눌 때도 분명 인파 안에 섞여 있었겠지.
레슬리:... (제 표정을 신경쓰는 네게 별다른 대답을 돌려주지 못한채 잡은 손을 다른 한손으로 느리게 토닥였다.) ... 유명하신 분들이지. 부와 명예를 모두 거머쥔 가문... .... 하퍼 린튼양 하고는 인사 했어?
베르너 M. 하몬:아니, 바로 너를 뒤따라 나왔잖아. (토닥이는 손길에 네 어깨에 자연스럽게 턱을 기대 안겼다. 그 정도는 너도 허락해줄 것 같아서. ) 그럴 틈도 없었지. 분명 파티에 오긴 했을텐데... 어디서 지나쳐도 누군지 못 알아보겠네, 내 혼약자는.
레슬리:(네가 안기자 놀란 듯 몸이 굳었다. 하지만 그간 밀어내려 했던 것이 거짓말이라도 된다는듯 조심스레, 하지만 확실한 힘으로 널 마주 안았다.) ... 있지 베르너. 너는 정말 이런 식으로 결혼해도 괜찮아?
베르너 M. 하몬:(마주 안긴 채로 웃음을 흘렸다. 이런 상황에 가슴이 벅차기에는 너무도 지난 광경 같았기 때문이다. 허상같다고 느끼기에는 너무도 확실한 온기였으며, 기쁘기에는 상황이 늦었다. 나는 네게 분명 거짓없는 마음을 고백했다. 네게 답을 받지 못할 상황이었음을 이해한다. 어쩌면 거절로써 현실을 보기 위해 무작정 마음을 털었을 지도 모르지. 네가 그렇게 치부한다면 나 또한 너를 이용한 셈이 될 테다. 친구도, 사랑하는 사람도 아닌 다른 무언가로... 바란 것은 단 하나. 꿈꾸는 것에 죄는 없다. 그렇기에 나는 공상한다. 언젠가의 먼 미래를, 사람들이 저마다 허례허식 없이 어우러지고, 사랑하는 순간을. 그러나 실현되지 않는 꿈은 꿈일 뿐으로... ) 모르겠어, 넌 괜찮아?
레슬리:... 괜찮지 않다고하면 결혼, 안할 수 있어? (난 무엇으로서 널 안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 친구도, 연인도 그렇다고 단순한 종으로서도 될 수 없었다. 그저 이 유예기간을 어떻게든 늘려보고자 아무것도 될 수 없었던 나는 너를 필사적으로 끌어안았다. 언젠가 연인으로서 안겨보고 싶었던 품은 더이상 무엇으로도 서로를 지켜줄 수 없음을 알았다. 네게서 떨어졌다. 어리광은 지금까지 부린 것으로 충분하다 여기기로 한다. 네품에서 떨어져 나와 조금 흐트러진 네 옷차림을 정리해주었다.) ... 괜찮지 않아도 나는 네 곁에 있을거야. 네 곁에서 내가 할 수 있고, 해야하는 일을 할 거야. ... 네 숨통을 트여주는 일 말이야. (그리 말하고는 다시 옅게 웃었다.)
베르너 M. 하몬:(흐트러진 옷차림을 정리하는 모습을 가만 지켜보았다. 옅게 웃는 것이 흐려지는 것과 같아 한 걸음 가까이 다가섰다. ) ... ... 모르겠어, 네가 왜 그걸 바라는지. (내가 싫다고 한다면. 차라리 네가 도망갈 줄 알았는데. 네가 말하기 전까지는 단언할 수 없을 것 같았다. 나는 이전에 숨이 막혀올 것 같이 잠겨들어 네게 사랑한다고 했다. 그렇게 잊어주길 바라면서도 네가 붙잡기를 바랐다. 오늘이 닥치기 전까지는. 그러나 바라고 있어도, 아무런 상황도 진전되지 않음을 이제는 안다. 그래서 네가 내게 원하는 바를 모르겠어. 너는 괜찮지 않아도 내 곁에 있겠다고 하는데. 그걸 왜 나는 괜찮게 여길 거라고 생각해... 눈을 바로 보았다. 어두운 밤임에도 네 두 눈이 마치 별빛처럼, 아주 밝았다. 옅게 웃는 표정을 구기고 싶었다. 이제는 차라리 네가 나를 미워하길 바라게 된다. 미워해서 나를 떠나길 바랐다. ) ... 내가 싫다고 하면. 내 곁에 있지 말라고, 떠나라고 한다면?
레슬리:(네 옷을 정리해준던 손을 뗴어내려는 찰나 네가 한 걸음 가까이 다가왔다. 끌어안은 것처럼 가까운 거리다. 깊고 깊은 바다속에서 겨우 얼굴만 내밀고 숨을 쉬는 것처럼 말한 내 말이 네게 마음에 들지 않았던 걸까, 아니면 이미 제게 고백했던 그 순간 마음이 식기라도 한 걸까. 아니면 내가 밀어내려던 그 순간 내게 실망해서... 어찌되었든 이제 나에게 질려서.. 온갖 말들이 머리속을 잠식해갔다. 네게 완전히 떨어지지도, 그렇다고 붙지도 못한 손이 넥타이에 닿아있었다.) ... 왜? ... 내, 내가 뭔가 잘 못 했어? 마음에 안드는게 있으면 고칠게. ... 나 고치는 거 잘하잖아. 응?
베르너 M. 하몬:왜 네가 잘못했다고 생각해... (제 턱 아래에 멈추있던 손을 떼어냈다. 그만두고 싶었다. 모든 것이 잘못된 것 같았다. 이런 상황에 처하게 만든 내가 네게 잘못한 일이 많은 것 같아서. 너를 잃게 되고 그것을 깨닫는 날, 그 날부터 영영 후회할 것을 아는데 나는 나의 죄를 그만 지을 수 없었다. 나의 친구, 시종, 사랑하는... ) 레슬리, 레슬리... (세 음절도 되지 않는 네 이름을 영원할 것처럼 부르다, 널 끌어안았다. ) 너는 왜 날 미워하지 않아? 네게 부담을 져놓고, 네게 책임을 묻는 내가 밉지도 않아? 네게 상처만 주는 내가 싫지 않아?
(쓰게만 느껴지는 숨을 삼키고 네 어깨에 제 얼굴을 파묻었다. ) 단 하나도, 하나도 마음에 안 드는 구석이 없어. 설령 내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해도 레슬리, 널 힘들게 하는 것이 그 무엇이라고 해도. 너를 영원히 아프게 할 수는 없어... 그래야만 해. (널 안고서 다짐하듯, 단단한 어조로 말했다. 파묻었던 얼굴을 들어올리고, 웃음을 지으면서 너를 밀치듯이 멀어졌다. ) 그렇다면 레슬리... 날 미워해봐.
레슬리:(가장 처음조차 선택받지 못한 나는 선택받지 못한 제 유약함을 원망하는 것으로 생을 시작했다. 그런 나를 받아준 것이 너였다. 너밖에 없었다. 나라는 존재가 아니라 제 편의를 위해 내가 필요한 것이라 해도 상관없었다. 누군가에게 선택받아, 필요로 받는다는 것은 얼마나 벅찬 일인지. 네가 끌어안자 나는 차마 널 밀어내지 못하고 그 품에 안겼다. 그동안 이런 식이었다. 너는 다정하고 나는 그 다정함에 기생하듯 살아갔다. 그렇게라도 사랑받아보고 싶었다. 넌 어째서 너를 미워하지 않냐는 물음에 나는 어떻게 신자가 신을 미워할 수 있냐고 묻고 싶었다. 너는 나에게 있어서 절대적이다. 원망할 지언정 어떻게 미워할 수 있겠는가. 내가 할 수 있는 거라고는 네가 마지막으로 보이는 다정이영원할 거라 착각하고 매달리는 것밖에 없다. 하지만 이제는 시간이 다 되었다는 듯 네가 나를 밀쳐내었다.) ... 못 해... 불가능해, 베르너. 나는 네가 무슨 선택을 하든, 널 미워하지 않아. ... 네가 가르쳐주지 않은 걸 나에게 요구하지마. 난 들어줄 수 없어.
(네게 뒷걸음질 치듯 물러섰다. 그리고, 사용인이 그러하듯이. 단정한 태도로 입을 열었다.) ... 이제 돌아가야 되겠네요. 사람들이 기다릴 겁니다.
베르너 M. 하몬:(자신을 미워하지 않겠다는 이에게, 괜찮지 않아도 괜찮다고 하는 이에게. 사랑, 너는 사랑받을 자격이 충분히 있으니까. 앞으로도 그럴 것이고, 지금도 그러니까. 다만 그것으로 하여금 너를 갉아먹게 하지 말고, 갈구하지 말라는 내 부탁에 너는 불가능을 선언했다.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말보다 더 절망적일 수 없었다. 다정을 바라는 것에 네 잘못은 없어. 여전히. 문제가 있었다면, 상황의 탓이며 제 잘못인 것 같았기에 더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표정을 굳힌 것도 마찬가지의 이유였다. )
당신을 이끌고 레슬리는 파티장으로 돌아갑니다.
당신을 향유로 씻기고 몸단장을 해주는 사용인들 사이 이상하게도 레슬리는 전혀 보이지 않습니다.
가족들은 연달아 베르너의 방을 방문해 결혼을 축하한다 말하고, 인사를 합니다.
본인의 의사가 조금도 담기지 않은 정략혼인데도 말인가요? 귀족들이란.
식장으로 향하는 길목은 그리 멀지 않았습니다.
다만 마음에 걸리는 게 있다면 여전히 레슬리는 어디에도 등장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도대체 어디로 간 걸까요? 전날 밤 그런 말을 했대도 인사는 해야할 거 아니에요? 그런데 이상한 일입니다.
도착한 식장, 그러니까 린튼 가의 대저택의 분위기가 입구에서부터 심상치 않습니다.
어디선가 나는 미미한 시큼한 냄새에 기시감이 듭니다.
이상할 정도로 차가운 분위기 속, 누군가의 시선을 느낀 것도 같습니다.
결혼식을 할 곳인데 이렇게 장례식 같을 일일까요? 알 수 없습니다.
조용히 발을 들여 내부를 살펴보면 홀 쪽이 소란스러움을 깨닫습니다.
유난히 사람들의 말이 뒤섞이는 가운데, 묘한 한 단어가 반복되고 있습니다.
베르너 M. 하몬:
듣기
기준치: |
80/40/16 |
굴림: |
67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지나가는 사용인들이 경찰이 왔어! 라고 연신 속삭이는 걸 듣습니다.
소란스러운 장소로 다가가면 린튼 가의 부인이 무릎을 꿇고 울고 있는 것이 보입니다.
상황을 파악하기도 전 당신의 눈에 들어오는 것은, 어제 마주한 당신의 예비 배우자.
베르너 M. 하몬:
SAN Roll
기준치: |
65/32/13 |
굴림: |
27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분주하게 현장을 돌아다니던 경찰 중 한 명이 당신을 알아보고 다가섭니다.
동정 어린 시선을 건네던 경찰이 경찰모를 살짝 들어올리며 힘이 들어간 문장을 내뱉습니다.
경찰: 사인은 총살입니다. 두 시간 전, 부엌에서 일하던 사용인들이 총 소리를 듣고 뛰어왔을 때 이미 목숨이 끊어진 상태였다더군요.
총살이니 빼도 박도 못하고 살인 사건이라 할 수밖에요. ... 경사로운 결혼식 날 이런 일을 겪게 되심에 진심으로 유감을 표합니다.
베르너 M. 하몬:(마주한 시체의 몰골은 참혹했다. 그러나 어제까지만 해도 모르는 얼굴이었다는 점이 자신을 더 유감으로 만들 뿐이었다. 넋이 나간 표정들을 바라봤다. 하퍼에게 있어 결혼 예정자라는 말 이외에는 아무것도 아니었던, 낯선 이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
비록 경찰과 린튼 가의 사람들이 있지만 갑자기 배우자를 잃은 새 가족이 충격에 점철된 낯으로 조금 살핀다 하여도 그 누구도 뭐라 하지 않을 겁니다.
현장은 1층 응접실로, 카펫 위에는 쓰러진 하퍼 린튼-당신의 배우자 될 사람-의 시체가 있습니다.
살펴볼 수 있는 것은 린튼의 시체, 카펫, 열려있는 창문과 장식장 정도입니다.
베르너 M. 하몬:(사용인들 사이를 지나쳐 부인과 남편을 지나, 시체 가까이 다가갔다. 제게는 비록 낯선 이에 가까운 인상이었지만 그들에게는 딸이며, 주인이었을 것이 유감스러웠다. )
총살 당한 흔적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채입니다.
확실히 죽이려는 셈이었던 듯 머리 쪽에 피가 흐르는 것이 정확히 머리를 쏜 모양입니다.
린튼의 시체를 자세히 살펴보면 그가 손에 무언가를 쥐고 있음을 알아차립니다.
베르너 M. 하몬:... 안식이 깃들기를. (조심스럽게 사후경직도 되지 않았을 손을 펴본다. )
베르너 M. 하몬:
은밀행동
기준치: |
20/10/4 |
굴림: |
70 |
판정결과: |
실패 |
손에 쥐고 있는 것을 빼보면 찢어진 쪽지입니다.
그때, 당신의 행동을 지켜보던 경찰이 다가옵니다.
베르너 M. 하몬:아, 죄송합니다. 그 이가 마지막까지 쥐고 있던 것이 궁금해서... 확인만 하게 해주시면 안될까요.
베르너 M. 하몬:
설득
기준치: |
30/15/6 |
굴림: |
67 |
판정결과: |
실패 |
경찰: 그건 증거물로 가져가겠습니다. 돌려주시죠.
베르너 M. 하몬:(빠르게 펴보고선 돌려줄까 싶습니다. )
베르너 M. 하몬:
민첩
기준치: |
50/25/10 |
굴림: |
54 |
판정결과: |
실패 |
넘기기전 살짝 보인 쪽지 내용은 글이라기보다는 그림 같습니다.
베르너 M. 하몬:... (쪽지를 증거품으로 가져간 경찰에게 가볍게 목을 숙이곤 카펫 쪽을 바라봅니다. )
그 위에는 여러 사람들의 발자국이 어지럽게 흐트러져 있습니다.
관리도 어려울 것이 피로 적셔지다니 이 방면에서도 난감한 일이군요.
베르너 M. 하몬:
관찰력
기준치: |
65/32/13 |
굴림: |
67 |
판정결과: |
실패 |
(무릎을 굽혀 카펫을 다시 살펴봅니다... )
베르너 M. 하몬:
관찰력
기준치: |
65/32/13 |
굴림: |
16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베르너는 떨어진 탄피를 발견합니다. 매그넘 계열. 리볼버에 사용되는 것 같습니다. 딱 봐도 이게 불쌍한 피해자를 죽인 무기겠죠.
베르너 M. 하몬:(탄피를 바라보다가 열린 창문 쪽으로 걸음을 옮깁니다. 증거품이 분명하니까요. )
들키지 않게 조심해서 살피면, 창가에 신발 자국이 남아있는 것이 보입니다.
베르너 M. 하몬:(창가에 있는 경찰에게 말을 걸었다. ) 안녕하세요, 수사는 어떻게 되고 있나요.
경찰: (당신을 알아본 것인지 모자를 들어 인사하고는) 현재는 증거물 수집중입니다. 고용인들을 대상으로 증언을 받고 있고요. ... 일이 이렇게 되어 안타깝습니다.
베르너 M. 하몬:아, 수사에 모쪼록 힘써주시길 바라겠습니다. (가볍게 눈인사를 하곤 지나쳐 장식장 쪽으로 향했다. )
문득 바라본 장식장은 한쪽 문이 미미하게 열린 채입니다.
열린 틈 바로 앞에 존재하는 것은 린튼 가의 가족 사진들이 모인 액자, 입니다만… 뭘까요? 유독 큰 액자 안 사진이 빠져 있습니다.
베르너 M. 하몬:(완전히 비어있는 건가? 누군가 물어볼만한 여유가 되는 사람은 없을지 주변을 둘러봅니다. )
바쁜 걸음으로 걸어가는 고용인이 보입니다. 불러세울까요?
베르너 M. 하몬:(가볍게 말을 걸어 멈춰 세워봅니다. ) 저기, 바쁘신 중에 죄송하지만. 이쪽의 액자는...
고용인: 아, 베르너님. 액자요? (고개를 돌려 네가 가리키는 곳을 바라보다 대답했다.) 그건 린튼 가문의 사진이에요. 이곳에 없는 사촌분들까지 모두 모여 찍은 사진이고요.
당신에게 대답한 고용인은 급한 일이라도 있는 것인지 꾸벅, 고개를 숙이고 다시 걸음을 옮깁니다.
베르너 M. 하몬:... ... 그래서 저건 왜 비어있는 건지. (조용히 혼잣말을 하다가 주변을 다시 살핍니다. 응접실에 사람이 많이 모여있나요? )
모든 조사를 마치고 응접실로 향하면 경찰이 베르너에게 다가옵니다.
이 망한 결혼식날 당신을 집에 귀가시키기 위해 하인들이 분주해지는 가운데 코앞에 도달한 경찰이 신중하게 묻습니다.
그 집의 고용인이라 들었는데요. 어린 시절부터 알고 지낸 사이라고 사용인들이 말하는군요. 그런데 오늘 하루종일 보이지 않았다면서요? 결혼식을... 대놓고 못마땅하게 여겼고.
정원사가 1층 응접실을 빠져나가는 인영에 대한 인상착의를 묻고 다니니 모두 레슬리와 비슷하다 증언하길래 말입니다. 혹 오늘 레슬리가 이 시각에 어디에 있었는지 아십니까?
베르너 M. 하몬:... 아뇨, 그 시각 즈음부터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것보다 아까 경찰 쪽에서 증거품으로 가져가신 쪽지가 있는데요, 혹시 좀 확인해 볼 수는 없을까요? 석연치 않은 점이 있어서요.
경찰: (잠시 고민하다가 주변 경찰에게 시켜 네가 말한 쪽지를 가져오게 시켰다. 네게 넘기지는 않고 들어 보여주었다.)
경찰: 레슬리의 행적은 모르신다는 거군요. ... 알겠습니다.
경찰은 심히 미심쩍은 표정으로 일단 수긍하고 돌아섭니다.
아무래도 베르너의 집까지 함께할 예정인 모양이네요.
그러나 어쨌든 확실한 사실은 이 결혼은 이제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는 사실입니다.
살인 현장에 오늘의 주인공이 더 머무를 이유는 없습니다.
행복하고 아름다워야 할 날이 바닥으로 추락함에 모든 이들이 슬퍼합니다.
귀가하는 마차가 준비되는 가운데, 하퍼 린튼의 부모님 되는 사람들이 망연히 앉아있다 당신을 응시하는 게 느껴집니다.
베르너 M. 하몬:... 일이 유감스럽게 되었습니다. 저희 가문과 가문의 일원으로 위로를 전하겠습니다. (한층 무거운 얼굴로 고개를 숙였다. )
하지만 당신이 무어라 말을 해도 그들은 당신만을 빤히 바라보며 입을 열지 않습니다.
어쩐지 그 태도가 다소 기형적이라 느껴질 지경입니다.
베르너 M. 하몬:우선 돌아가보겠습니다. (인사를 전하고 돌아섰다. )
이만 자리를 뜨고자 하여 린튼 가의 저택을 나설 경우, 어디선가 강한 시선이 느껴집니다.
시선이 느껴지는 장소는 린튼 가 저택 한구석에 있는 풀숲 속.
베르너 M. 하몬:
관찰력
기준치: |
65/32/13 |
굴림: |
5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 하얗고 벌레처럼 생긴 무언가가 당신을 응시하다 사라짐을 발견합니다.
베르너 M. 하몬:(풀숲을 응시하다 눈을 깜박였다. ) 거미...? 아니, 그럴리가.
잘못 본 걸까요? 오늘 일을 생각하면 어려울 것도 없지만...
당신은 어떤가요? 괜찮나요? 괜찮든, 괜찮지 않든, 지금 이 상황에서 레슬리가 미심쩍은 것은 명백한 사실입니다.
레슬리와 닮은 사람이겠거니 하려 해도 여러모로 찝찝한 구석이 많은 사건입니다.
하지만 설마, 레슬리가? 그렇게 극단적인 성격이었나? 일단 두 사람은 아주 오래 알아온 사이잖아요?
방에 들어가 잠시 쉬고 있는 가운데 창밖으로부터 레슬리의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하인과 제 가족이 뛰어나가 도대체 여태까지 어디 있었냐며 소란을 떨고 있습니다.
레슬리가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이 심부름을 다녀왔노라 답하는 게 시야에 잡힙니다.
베르너 M. 하몬:
관찰력
기준치: |
65/32/13 |
굴림: |
84 |
판정결과: |
실패 |
창문과 거리가 너무 먼 탓인지, 흐릿한 얼굴에서 무언가를 읽어내기가 어렵습니다.
문득 창문 너머로 레슬리와 눈이 마주친 듯합니다.
당신을 보고 희미한 미소를 띠었던가요. 속을 알 수 없는 저 분위기…….
베르너 M. 하몬:... (너를 알아보고서도 어떤 표정도 지을 수 없었다. 어쩌면 린튼가의 저택에서부터. 명백히 무언가가 잘못된 것은 분명했다.)
레슬리가 있는 1층으로 내려가면 사람들에게 자신의 알리바이를 증명하는 레슬리의 모습이 보입니다.
시내에 주문 받은 물건을 사러 나갔고, 그 위치는 린튼 가 저택과 정반대에 있습니다.
물건을 산 영수증과 구매한 상인까지 증인으로 내세우자 의심스러운 낯을 하고 입구를 지키던 경찰 몇이 결국 수긍하곤 철수합니다.
그것도 단지 당신이 결혼을 한다는 이유만으로…….
그저 당신만 물끄러미 바라보는 레슬리는 고요하기만 합니다.
레슬리는 가진 짐을 잠시 두고 보다 확실히 자신에 대해 변호하기 위해 자리를 뜹니다.
베르너 M. 하몬:(짐 가까이 다가섰다. 믿지 못해서가 아니라, 믿고 싶기 때문에. )
짐가방 안에는 심부름과 무관해보이는 신문이 한 장 들어있습니다.
신문을 꺼내보면 1면부터 린튼 가와 당신의 집안의 결혼 소식으로 떠들썩합니다.
이제 내일 신문에는 하퍼 린튼의 부고 사실이 실리겠죠.
베르너 M. 하몬:
자료조사
기준치: |
40/20/8 |
굴림: |
94 |
판정결과: |
실패 |
부고 기사를 떠올리니 머리가 아파오는 것 같습니다.
당신이 신문을 내려놓으면 잠시 자리를 떠났던 레슬리가 돌아옵니다.
레슬리:(네 안색을 살피듯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 괜찮아?
베르너 M. 하몬:무슨 일이 일어났는 지 모르겠어. 머리가 좀 아픈 것 같기도 하고... ( 제 머리를 쓸어넘기며 네 기색을 살폈다.
심리학 판정이 가능할까요. )
베르너 M. 하몬:
심리학
기준치: |
30/15/6 |
굴림: |
55 |
판정결과: |
실패 |
레슬리는 여느 때와 똑같은 낯으로 당신을 살피고 있습니다.
레슬리:... 좀 쉬는게 어때? (그리 말하며 네게 가까이 다가왔다.) 오늘... 정말 큰일이 있었잖아. 떠올리지 않는 것은 힘들겠지만... 그래도 아무런 생각하지 말고 일단은 쉬는게 좋겠어.
베르너 M. 하몬:아, 응, (한 박자쯤 늦은 대답을 하곤, 어제. 헤어질 때와 다르게 평상시처럼 돌아온 네 태도에 안도감과 동시에 불안을 느꼈다. ) 당장은 쉬는 게 좋겠지.
레슬리:... 방으로 가자. 도와줄게. (네 손을 잡고 이끌었다. 네 방으로 올라가 익숙하게 네 자켓과 넥타이 따위에 옷들을 받아 네가 쉬기 편하게 가벼운 옷차림으로 만들었다. 능숙한 손길이 지나가고 한결 가벼워진 네 모습을 바라보고는 여전히 다정한 투로 말했다.) ... 옆에 있어줄까? 아니면 혼자 쉴래?
베르너 M. 하몬:조사도 받았을 텐데... 소식듣고 놀라기도 했을 거고 레슬리, 너도 좀 쉬는 게 좋지 않아? (주변을 의식하듯 바라보다가) 아냐, 혼자 쉴게, 방에 있을테니 찾아와도 괜찮아.
레슬리:(네 말에 조금 아쉬운 표정을 하다 이내 말끔히 지워내고는 뒤로 물러서서 고개를 끄덕였다. 잠시 너를 조용히 바라보다 말했다.) 내일 린튼 가 사람들이 방문한다는 소식을 들었어. 취소된 결혼에 대한 이야기를 하러 오는 것 같아.
... 잘 된 일이지.
혼잣말 끝에 당신이 무어라 말할 기회도 주지 않고 인사를 한 뒤 나갑니다.
닫힌 문 너머 레슬리가 무슨 표정이었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새벽이 가까워지고, 잠을 잘 수 없는 밤입니다.
... 문득 문틈으로 빛이 비춰졌다 사라지는 것을 밤잠 설치던 당신은 발견합니다.
베르너 M. 하몬:(이불을 들추고, 잠자리에서 벗어납니다. )
복도로 나가면 끝에 위치한 레슬리의 방이 불이 켜진 채 열려 있습니다.
베르너 M. 하몬:... (홀린 듯 문 앞으로 다가섰다. )
안 자고 여태 뭘 하는 걸까요? 레슬리의 방으로 다가가면 내부엔 아무도 없습니다.
다만 흐트러진 물품이 바닥에 떨어져 있을 뿐입니다.
이 늦은 밤까지 뭘 하고 있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정리는 하고 살라 잔소리를 해야 할 대목인가 싶습니다.
가장 눈에 띄는 건 레슬리의 자필로 무어라 적힌 수첩입니다.
전부 모르는 사람들의 이름임에도 불구하고 너무나 익숙합니다.
베르너 M. 하몬:
지능
기준치: |
55/27/11 |
굴림: |
79 |
판정결과: |
실패 |
(눈을 부비고 한 치례 다시 떠올려 봅니다. )
베르너 M. 하몬:
지능
기준치: |
55/27/11 |
굴림: |
52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이것이 아까봤던 신문에 적힌 실종, 사망자들의 이름과 일치함을 깨닫습니다.
수첩을 넘기면 가장 마지막 부분에 굳이 떠올리지 않아도 익숙한 이름을 발견합니다.
베르너 M. 하몬:...하퍼 린튼. (제게는 여전히 낯선, 이젠 눈을 감은 사람의 이름이다. 주변을 더 둘러볼 수 있을까. )
수첩을 보고 자리에서 일어나는 찰나 발치에 무언가 걸립니다.
리볼버의 탄피, 쓰지 않은 탄피가 굴러왔습니다.
레슬리가 없는데 멋대로 살펴도 되는 걸까요? 그러나 찝찝함이 가시질 않습니다.
베르너 M. 하몬:(침대 아래로 고개를 숙인다. )
베르너 M. 하몬:
관찰력
기준치: |
65/32/13 |
굴림: |
96 |
판정결과: |
실패 |
어두운 탓에 안쪽이 제대로 보이지 않습니다. 손을 뻗어볼까요?
베르너 M. 하몬:(손을 침대 아래로 뻗는다.)
침대 밑으로 손을 뻗으면 따끔한 감각이 손가락 끝에서 느껴집니다.
베르너 M. 하몬:(노트, 침대 아래에 숨겨둔 노트라니. 어쩌다 들어가기라도 한 건가. 잠시 고민하다가 노트를 펼쳐본다. )
내부를 펼쳐보면 6이라는 글자가 적혀 있습니다.
이건 분명 하퍼 린튼의 시체가 쥐고 있는 쪽지 속 그림과 동일한 것입니다.
... 문득 문밖에서 발걸음 소리가 들립니다.
베르너 M. 하몬:(돌아가기에는 이미 늦었을까요, 어디 숨는 게 좋을까.)
베르너가 어디로 숨어야 하나 고민하던차 결국 발걸음 소리가 코앞까지 다가옵니다.
레슬리가 방으로 들어오다 당신을 보고 놀란 낯을 합니다.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건가 싶을 만큼 깊은 흉터들입니다.
당신의 시선이 어디로 향하는지 눈치 챈 레슬리가 빠르게 겉옷을 챙겨 입겠지만 이미 늦었죠.
베르너 M. 하몬:아, 레슬리. (겉옷을 챙겨입는 네게서 눈을 돌렸다. ) 함부로 들어와서 미안해. 잠이 안 와서 잠시 나왔다가. 네 방에 불이 켜져있길래.
레슬리:... 아무리 그래도 남의 방에 멋대로 들어오면 안 돼. (당혹감을 지워내려는듯 그리 말하고는 시선을 잠시 옆으로 돌렸다가 다시 너를 바라봤다.) ... 시간이 늦었어. 어서 쉬어야지.
베르너 M. 하몬:(물끄럼 바라보다가 발끝을 문쪽으로 돌렸다. ) 아까부터 계속 쉬고 있긴 했는데, 너는 어디 나섰던 길이야? 그러고보면 어제부터도... 잠깐 계속 안 보였던 것 같아서.
레슬리:... 주문 받은 물건을 사러 시내에게 나갔어. 그래서 안 보였던 거야. 네 결혼식이 끝나기 전까지 돌아오라고 하셔서 아침 일찍 나섰거든. (네 속을 짐작이라도 해보려는듯 살피다 말했다.)
베르너 M. 하몬:그것 말고도... (다른 말을 꺼내려다 입을 다물었다. 레슬리에게 저런 상처가 있었나, 본 적이 있었던가도 한 번 떠올려봅니다. )
레슬리와 함께한 시간 동안 저런 상처는 본 적이 없습니다.
저렇게 깊은 상처는 분명 큰 사고가 있어야지만 생길 수 있고, 당신 곁에 있으며 생채기가 아닌 큰 상처를 만든 적은 없었습니다.
베르너 M. 하몬:(보이는 다른 곳이나 기색 또한 살펴본다. 쫓으면 그야 쫓겨나겠지만... ) 팔은 또 왜 그렇고...
레슬리:(팔을 이야기하자 제 팔을 감쌌다. 잠시 말을 고르다 웃어보이며 말했다.) 다쳤어. 실수로 좀 굴러서...
베르너 M. 하몬:(아무렇게나 내뱉은 것 같은 말에는 그저 눈을 깜박이다가 네 쪽으로 손을 들고 다가갔다. ) 어디 봐, 치료는 좀 했고?
레슬리:(네가 다가오자 뒤로 물러섰다.) 괜찮아, 혼자할 수 있어. (그리 말하고 네가 혹여 상처 받았을까 서둘러 말을 덧붙였다.) ... 나한테 신경 쓸 필요 없어.
베르너 M. 하몬:응, 방에 들어온 건... 미안해. (문 가까이에 손을 짚고는 복도 쪽으로 나갔다. ) 늦었는데 잘 자고.
베르너가 완전히 나가기 직전, 문득 자리에서 떠나는 당신을 바라보던 레슬리가 묻습니다.
레슬리:마지막 순간, 만약 마지막 순간이 온다면 그 때 내 곁에 있어줄 수 있어?
베르너 M. 하몬:(어떤 순간에, 누구에게? 마지막이라는 말에, 불현듯 오늘 있었던 이의 죽음을 떠올렸다. 그 마지막 순간을 떠올리게 되었다. 네가 하는 말이 잘 와닿지 않았지만, 그래도 어제와 같이 널 뿌리칠 수는 없었다. ) ...응, 네가 바란다면.
레슬리가 근래에 유난히 자주 언급하는 말입니다.
아침부터 집안이 분주하면서도 침잠한 이유는 어제의 살인 사건 때문일 겁니다.
가문의 위상을 위해 잡은 정략 결혼인데 하필이면 이런 식으로…….
물론 자식의 혼사가 망쳐졌다는 사실이 더해 더더욱 초상 난 분위기일 겁니다.
린튼 가 사람들이 오기 전까지 베르너는 부엌, 휴게실, 뒷마당에 갈 수 있습니다.
베르너 M. 하몬:(분위기를 살피다가 뒷마당 쪽으로 걸음을 향했다. )
뒷마당에는 마당 정원을 가꾸는 레슬리가 있습니다.
베르너 M. 하몬:(네 물음에 작게 끄덕였다. ) 아침부터 부지런하네. 응, 너야말로.
레슬리:나야 이게 당연한 일이니까. (옅게 웃으며 다시 꽃밭으로 시선을 옮겼다.) ... 꽃이 예뻐. 그렇지?
베르너 M. 하몬:(너를 따라 옅게 입가를 올리고서 꽃밭을 바라봤다. ) 응, 그래도. 정원사는 따로 있잖아.
레슬리:예전부터 꽃은 좋아했는걸. 옛날에 정원 구석에 작게 화단을 만들고 놀았는데... 들킬까봐 엄청 조마조마해서 새벽에 나가서 보고오고... (작게 웃다가 말을 이었다.) ... 이 꽃 이름은 에리카인데, 히스라고도 불려. 혹시 꽃말에 대해 알고 있어?
베르너 M. 하몬:(네 말에 눈을 두어번 깜박이곤 웃음을 흘렸다. ) 그럼, 농담이야. 네가 알려준 꽃 이름이나 꽃말들은 다 기억하고 있는 걸. 디기탈리스, 라벤더, 아네모네... 그 꽃의 이름은 에리카, 에리카구나. ...전혀, 네가 알려줘.
레슬리:고독이라고 해. (널 바라보며 웃는 채로 그리 대답했다.) 이렇게도 예쁜 꽃이 그런 꽃말을 담고 있는 건 이상하게 느껴져.... 곧 손님이 올테니 꽃을 선물해볼까. (꽃밭 앞에 몸을 숙여 앉아 꽃잎을 살짝 건드리고는 말했다.) 자식을 잃었으니, 꽃이 위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베르너 M. 하몬:꽃말은 누가 담아서 전해지는 걸까. 정 그러면 네가 새로지어줘도 괜찮겠다. 네 말대로 그렇게 예쁜 꽃을 보고도 전해지는 꽃말의 뜻이 고독인 건 안타깝잖아. (꽃잎을 건드리는 모습을 지켜보다가 가볍게 웃음을 흘리곤) 그래, 바란다면 일러둘게.
레슬리:내가 붙여도 기억해줄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어.나는 고작... (버릇이 된 자기비하가 쏟아져나오려는 것을 겨우 막아세웠다. 네가 그것을 달갑게 여기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고개를 들어 너를 올려다보고 말했다.) ... 그럼 고민해봐야겠네. ... 그래, 부탁할게.
베르너 M. 하몬:(네 표정을 바라보다, 그저 어릴 적에 어른들이 너와 제게 몇 번 주던 손길처럼 손을 들어 머리칼을 가벼이 쓸었다. ) 네가 날 기억해줄 것처럼, 너는 내가 기억하겠지. 응, 그럼 일러두고 올게. 나중에 봐. (가볍게 인사를 남기고 널 멀리서까지 지켜보다가 휴게실로 걸음을 옮겼다. )
손님을 맞이하기 위한 준비만 되어 있을 뿐입니다.
베르너 M. 하몬:(조용히 다가가 탁자 위를 살폈다. )
신문을 살필 경우, 1면에 하퍼 린튼 살인 사건이 보도되어 있습니다.
용의자가 몇 추려졌으나 모두 알리바이가 있어 사건은 미궁 속에 빠져드는 중이다…….
베르너 M. 하몬:... (눈을 감았다 떴다, 신문을 별로 더 살피고 싶은 기분이 들지 않았다. 그거야 당연히... 당연하지 않겠는가. 여태까지는 눈을 감고 있었지만... 벽난로에 다가간다. )
방금 막 장작을 넣었는지 타닥타닥, 잘도 탑니다.
…응? 문득 벽난로 안쪽에 타다 만 종이조각이 존재함을 깨닫습니다.
베르너 M. 하몬:(불쏘시개 따위가 주변에 있을까, 그것을 사용해서 꺼내보도록 한다. )
종이 조각을 꺼내면 기묘한 글자들이 일부 적혀있습니다.
베르너 M. 하몬:
SAN Roll
기준치: |
65/32/13 |
굴림: |
86 |
판정결과: |
실패 |
, 몇 가지 띄엄띄엄 적힌 단어만 겨우 읽습니다.
…그리고 그 아래에 그려진 소름끼치는 거미 그림…….
베르너 M. 하몬:(눈을 찌푸렸다, 거미. 계속해서 따라붙는 그림자같다. 무시할 수 없는 소름끼치는 그림이 그려진 것을 신문과 함께 태우고, 조용한 휴게실 안을 빠져 나왔다. )
벽난로를 보고 지나칠 때 카펫 아래에서 삐죽 튀어나온 종이를 발견합니다.
꺼내 내용을 살피면 암호처럼 무어라 적혀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가장 마지막에 적힌 글자는 명백한 암호라, 확실하게 읽기 어렵습니다.
베르너 M. 하몬:
교육
기준치: |
60/30/12 |
굴림: |
96 |
판정결과: |
실패 |
암호라 그런지 쉽게 알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다만...
베르너 M. 하몬:(집어든 종이를 들고 다시 뒷마당으로 향할까. 아직 전하지 않았으니 다른 곳을 마저 둘러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어 휴게실을 지나 부엌으로 향한다. )
그런 일이 있음에도 산 자들은 음식을 먹고 살아가기에 맛있는 냄새가 만연합니다.
하인들은 당신이 온 줄도 모르고 저들끼리 무어라 떠들고 있습니다.
베르너 M. 하몬:
듣기
기준치: |
80/40/16 |
굴림: |
46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사용인A: 린튼 가 사람들이 가문 구성원도 공개하지 않는댔잖아? 그런데 소문에 따르면 이번에 죽은 하퍼 린튼 씨가 마지막 후계자였다더라.
사용인B: 그럼 뭐야? 그 부부만 남은 거야?
사용인A: 글쎄, 아직 일가 친척이 몇 살아있긴 했다는데 전부 죽으면 대가 끊기는 거겠지……
바깥에서부터 손님을 맞이하는 소리가 들립니다.
부엌을 지나치던 집사가 당신을 발견하고 다가와 가족분들이 먼저 응대할 테니 잠시 방에 가 있으셔도 된다고 이릅니다.
베르너 M. 하몬:(그렇게 하겠다고 하고 우선 뒷마당 쪽으로 가본다. )
(음, 손님들에게 위안용 꽃도 전해드리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고 같이 이른다. )
당신이 뒷마당쪽으로 향하니 마침 당신 쪽으로 걸어오는 레슬리가 보입니다.
베르너 M. 하몬:아, 레슬리. (한 손에 종이를 쥔 채 다가섰다. )
레슬리:(꽃다발을 든 채로 걷다 너를 발견하고 고개를 들었다.) 베르너? 왜, 무슨 일 있어?
베르너 M. 하몬:어디서 흘린 것 같은데, 네 필체의 종이를 발견해서. (종이를 들어보였다. ) 이게 뭐야, 암호인가...?
레슬리:(네가 종이를 보이자 곧바로 대답하지 못했다. 무어라 말할까 고민하는 듯한 입술이 천천히 말을 뱉었다.) ... 지금, 린튼 가에서 사람이 왔어. 가야해. ... 내가 나중에 설명해줄게. 우선 방으로 돌아가 있어.
베르너 M. 하몬:(눈을 깜박이다가) 아, 알겠어.
빠르게 끊어진 대화 끝에 레슬리는 문득 당신을 응시합니다.
그 눈에 깊게 박힌 애정은 깊이를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먼저 당신을 스쳐지나간 레슬리가 입을 엽니다.
레슬리:... 침대 밑에 여분의 권총이 있어.
내가, 내가 이곳을 떠나게 된다면 그걸 들고 날 만나러 와.
... 꼭 방아쇠를 당겨줘야 해.
뭘 의미하는 이야기인가요? 레슬리는 꽃다발을 들고 자리를 떠납니다.
베르너 M. 하몬:(홀연히 자리를 뜨는 네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꽃말을 곱씹는다. 꽃말은 고독, 그 꽃말을 네가 다시 짓게 된다면 과연 무엇에 어울릴까. 너는 어떤 꽃에 가까운 사람인가. 나는 너와 여태 줄곧 함께 지내고 자라왔음에도 네가 하는 말의 의미를 알 수 없게 된 것에 큰 허무를 느꼈다. 그것이 어떤 애정을 담고 있어도 내가 끝까지 이해할 수 있을까 두려워져서. 너를 위하는 마음에는 변함이 없었지만 종이를 곧 구길듯이 쥐고, 제 방으로향했다. )
현관으로 향하면 그곳에는 피가 묻은 에리카 꽃다발을 든 레슬리가 서 있습니다.
주변에 존재하는 모든 이들이 이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고 경악에 물든 낯으로 레슬리를 응시합니다.
바닥에는 린튼 부부의 시체가 쓰러진 상태입니다.
베르너 M. 하몬:
SAN Roll
기준치: |
64/32/12 |
굴림: |
71 |
판정결과: |
실패 |
피가 튄 뺨을 든 레슬리가 당신을 응시합니다.
베르너 M. 하몬:(쓰러진 린튼 부부, 네가 손에 든 것. 그대로 시선을 올려 네 표정을 보았다. 제 얼굴에 담긴 표정을 알 수 없었다. )
숨을 뱉은 그가 소리 없이 발음한 건 당신의 이름입니다.
살인자! 살인자야! 사용인들이 뛰쳐나가 레슬리를 제압하고 총을 뺏어듭니다.
경찰에 신고하는 분주한 인간들의 틈바구니에서 레슬리는 단 한 번의 반항도 없이 순순히 무릎이 꿇렸습니다.
그 상태에서도 오로지 당신만을 바라보는 그 눈은 여전히 간절하던가요.
추락한 꽃다발이 무참히 지나가는 사람들의 발에 의해 짓밟힙니다.
망가지고 뭉개진 꽃이 지금의 레슬리 같습니다.
마침내 고개를 떨군 레슬리의 어깨 너머 경찰이 들이닥칩니다.
레슬리를 구속하고 끌고 나가는 과정이 슬로우 모션처럼 펼쳐집니다…….
그 가운데 문득 마주친 레슬리가 입을 벙긋댑니다.
침대 밑에 여분의 권총이 있어. 내가 떠나게 된다면 그걸 들고 나를 만나러 와.
마침내 연행되는 레슬리가 완전히 시야에서 벗어납니다.
충격은 여전히 당신을 강타한 채 여파를 남겼습니다.
지금부터 당신의 선택이 오롯이 모든 걸 결정할 텐데.
베르너 M. 하몬:(눈을 감았다. 총탄이 발사되는 소리를 들었고, 네가 연행되는 모습을 지켜보았으며. 이전에 네 방에서 탄피를 보기도 했다. 지금의 내가 알고 있는 것이 많지 않다는 사실을 안다. 나는 네가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그날 어째서 내게 그리 절박하게 물었는지. 왜 내 결혼식을 중지시킨 건지. 너는 내가 발견한 것에 대해 묻자 설명해주겠다고 했다. 네가 내게 거짓을 고한 적이 있던가? 나를 미워하지 않겠다고 했던 너는, 분명 제게 약속했던 것의 답 또한 순순히 털어놓겠지. 그것이 마지막 순간이 되더라도. 권총을 찾아 방으로 향한다. )
레슬리의 방으로 돌아가 침대 밑을 살피면 정말 그가 말한대로 여분의 권총과… 상자를 발견합니다.
자세히 살피지 않으면 발견도 하지 못할 정도로.
꺼내 뚜껑을 열려 하면 비밀번호가 걸려 있습니다.
베르너 M. 하몬:(6이겠지. 언젠가 보았던 숫자, 다이얼을 돌렸다. )
6을 돌리면 딸깍, 하는 소리와 함께 내부에 돌돌 말린 양피지가 놓여 있습니다.
꽤나 낡았고, …예사 종이가 아닌 것 같습니다.
귀퉁이에는 린튼의 성을 단 몇 명의 이름이 동그라미 표시되어 있네요.
베르너 M. 하몬:
SAN Roll
기준치: |
64/32/12 |
굴림: |
28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베르너 M. 하몬:
지능
기준치: |
55/27/11 |
굴림: |
90 |
판정결과: |
실패 |
레슬리는 분명 지금 경찰서에 구금되어 있을 겁니다.
베르너 M. 하몬:(주소지에는 마차를 타고 가야할까요. 서둘러 나설 준비를 합니다. )
나설 준비를 하자 마부는 당혹스러운 표정을 하면서도 마차를 내어줍니다.
적혀진 장소는 린튼 본가에서 멀리 떨어진 한 지역의 고급 호텔이었습니다.
베르너 M. 하몬:(호텔, 레슬리는 왜 이장소지를 남겨둔 걸까 생각해봅니다. )
베르너 M. 하몬:
지능
기준치: |
55/27/11 |
굴림: |
52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베르너는 문득 벽난로 앞 카펫에서 발견한 종이를 떠올립니다.
어느 지역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글이 적힌 쪽지... 최종적으로 머물렀다고 했던 지역이 바로 이 호텔이 있는 곳이었죠.
누가 이동 했다는 것인지 알 수는 없지만, 레슬리가 찾던 이가 이곳에 머무르고 있다는 걸 깨닫습니다.
베르너 M. 하몬:(호텔 데스크에 기록이라도 물어볼 수 있을까, 알고 있는 것이 너무 한정적이다. )
당신이 데스크에 기록을 요청하자 개인정보기 때문에 알려줄 수 없다는 사무적인 대답이 돌아옵니다.
베르너 M. 하몬:(
대인기능 판정으로 안 된다면 로비에 죽치고 있기라도 해야할까, 조금만 기다려보자.)
베르너 M. 하몬:
매혹
기준치: |
45/22/9 |
굴림: |
4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미소를 띤 채 다시 다가가 프런트 직원에게 물었다. ) 아는 사람인데, 약속 시간이 엇갈린 것 같아서요. 만남이 늦어지면 조금 곤란해서요.
직원은 당신의 물음에 잠시 망설이는 듯하다 결국 어색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입니다.
직원: 상세한 건... 알려드리기 곤란하고요... 어떤 게 궁금하신가요?
베르너 M. 하몬:(
지능 판정
을 시도해봅니다. )
베르너 M. 하몬:
지능
기준치: |
55/27/11 |
굴림: |
28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레슬리의 목적이 당신의 결혼을 막는 것이었다면 하퍼 린튼이 죽은 것만으로도 충분했을 겁니다.
하지만 그는 그것에 멈추지 않고 그들의 부모까지 죽였죠. 거기다 레슬리 방에 있던 이름들, 전부 린튼가였습니다. 그렇다면 어쩌면... 레슬리가 쫓고 있던 건 린튼 가 자체였을까요.
베르너 M. 하몬:린튼이라는 성씨로 알 수 있을까요.
직원: 어... 린튼 가 사람들이라면 이곳 호텔에 머물고 있습니다.
베르너 M. 하몬:혹시 어느 호실에서 머물고 있나요?
베르너 M. 하몬:(곤란하다는 듯 한숨을 짓다가) 그럼 호실은 얼마나 차있나요?
베르너 M. 하몬:
듣기
기준치: |
80/40/16 |
굴림: |
79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제법 소란스러운 로비 내부에서 어느 직원의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 방금 전화 린튼 가 사람들이야! 또 룸서비스를 시켰대. 901호실 맞지?
??: 그쪽만 시켰대? 다른쪽은 연락 없었고?
베르너 M. 하몬:(인사하곤 9층으로 올라갑니다. )
베르너 M. 하몬:(룸 서비스가 아직 오려면 멀었겠지, 901호의 문앞으로 가 문에 귀를 대봅니다. )
베르너 M. 하몬:
듣기
기준치: |
80/40/16 |
굴림: |
2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소리를 들어보면... 몇몇 남자, 여자들의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싸우고 있는 건지, 아니면 논의를 하는 건지 꽤 큰소리입니다.
구체적인 내용은 알 수 없지만 띄엄띄엄 들리는 소리로 숙주, 하몬 가 그리고... 레슬리의 이름이 들려옵니다.
베르너 M. 하몬:(총탄은 얼마나 남아있지? 개수를 세아려본다. )
베르너 M. 하몬:(룸서비스가 나올 때까지만 기다려보는 걸로 합니다. 린튼 가 사람들의 특징은 알고 있지만, 그 가문 사람들이 레슬리의 적이라면. 얼굴 정도는 파악해두는 게 좋겠지.)
얼마간의 시간이 흐르고 룸서비스가 도착합니다.
문이 여는 그 틈 사이로 창백한 얼굴을 한 남자가 보입니다.
룸서비스를 받은 남자는 빠르게 문 안쪽으로 사라집니다.
베르너 M. 하몬:(얼굴은 확인했나... 레슬리가 있는 곳으로 가자. )
레슬리가 구금되어 있는 곳으로 조용히 향합니다.
베르너가 피해자와 결혼할 예정이었던 관계임을 아는 경찰들은 면회를 허락합니다.
철창 너머로 자리에 앉아 있는 레슬리가 보입니다. 기척을 느낀 레슬리가 자리에 일어서 당신을 바라봅니다.
베르너 M. 하몬:응, 그렇게까지 강조하는데.
레슬리:... 네가 꼭 해줘야 하는 일이야. (조용한 목소리가 텅 빈 공간을 울렸다.) ... 네가 그 방아쇠를 당겨줘야 하니까.
베르너 M. 하몬:(방아쇠를 당기라는 말에, 아까도 총탄의 수를 확인했지만 심호흡을 내쉬었다. ) ... 알겠어, 설명도 해주고 말도 해줘.
레슬리:(설명을 원하는 너의 말에 더이상 감추고 있을 수 없는 이야기를 꺼내기 위해 입을 열었다.) ... 나는 너를 위해서라면 뭐든지 할 수 있어. ... 내 마음을 전하지 못하고, 네게 답하지 못한 채로 무시 당하고 경멸 받아도... 그래도, 견딜 수 있어. 내 마음이 없던 것처럼 무시하고 네 결혼식을 지켜보는 것도... 그래, 할 수 있었어. 내 곁에 머물 수만 있으면... ... 네가 결혼하기 전에 린튼 가에 대해서 홀로 알아보고 있었어. ... 네 곁에 누군가가 있어야 한다면 적어도 좋은 사람이길 바랐으니까.
... 그런데 이상했어. 유난히 거미가 많이 돌아다니고 제정신이 아닌 자식이 자주 죽는 집안이라니... ... 그러다 알게 된 거야. 그들은 아이호트의 일족이라고 불리고 널 자신들의 숙주로 이용해 전염병처럼 번식할 예정이라는 걸... (목소리 끝이 떨려왔다.) ... 그럴 수는 없어. 그건... 그것들이 이이상으로 퍼져나가게 되면... .... 널 희생 시킬 수는 없었어. 그것들이 퍼져나가게 될 세상을 두고 볼 수 없었어. ... 그 악순환을 끊어내기 위한 방법은 저 숙주들을 모조리 없애버리는 수 밖에 없었고... 방법은 살인 밖에 없었어. (불안정하게 떨리는 눈동자에는 신념에 가까운 무언가가 들어차있었다.) 하지만 그 많은 사람들을 한꺼번에 죽일 수 없어서... 나도 주문을 쓰기로 한 거야.
... 너도 봤지? 시간을 돌리는 주문. 죽이고, 죽었어. 몇 번이고 반복 했어. 그들은 점점 사라져 갔고... 어쩔 수 없이 내 몸에도 죽일 때마다 생긴 흉터가 남았어. ... 네가 봤던 그 흉터들이 내가 죽었을 때 생긴 흉터들이야.
시간을 몇 번이나 돌려 모조리 죽였노라고. 그렇게 말하는 레슬리는 고개를 숙인 상태입니다.
표정을 볼 수는 없지만 그 목소리에 깃든 건… 죄책감? 고통? 혹은 후련함? 시원한 복수심? 혹은 그 모든 것?
끌려가면서 중얼거린 그 한 마디를 연신 반복합니다.
이제... 드디어 마지막이야. ... 나를 죽여줘. 부탁해.
베르너 M. 하몬:(네가 내뱉었던 말이, 눈동자가 그것들이 전부 거짓이 아님을 일러주었다. 네 말에 그저 속이 쓰렸다. 한 눈에도 다 담을 수 없던 그 수많은 상처들... 그것들이 전부 네가 주술을 사용하기까지 얼마나 고심했고, 얼마나 고통을 받았는지를 일러주는 족적이었겠구나. 내 도움은 필요없다고. 그래, 내 도움없이 거기까지 갔으니까 내 도움 따위야 필요없다고 생각했겠지. 그런 대답을 했던 네가 얼마나 망가져있는 지 알 수 없었다. 전부 고칠 수 있다며, 너는 고쳐서 사용하는 존재도 아닌데. ) ... 그들이 숙주로 만드는 법은 뭔데, 전염병이라는 게 어떤 건데... 그것이 그렇게 괴로운 거였을까. 네가 계속해서 고통받을 만큼... 레슬리, 넌 이걸로 만족해? 나는 다시 아무것도 모른 채 네게 다시 상처주고... ... 네가 내 곁을 떠나기만을 바라고... (고개를 위로 든 채 흐르는 눈물을 삼켰다. ) 레슬리, 여태까지 내가 몇 번이나 알아차렸어? 너를 보고 몇 번이나 슬퍼했어? 내가... 말리지는 않았어? 그냥, 차라리 내게 도망가자고 한 적은 없었어? 레슬리, 나는 이런 걸 바라지 않았을 거고 바라지도 않아. 내가 고맙다고 해야해? 넌 무얼 바란 거야... (들어올린 총을 네게 겨누었다가 조준되지 않고, 떨리는 손을 내렸다. ) 이번에는, 돌아가면 어떻게 되는데. 이미 네가 없앨 아이호트 일족의 결혼 예정자도 없을텐데... 너, 마지막에는 아무에게도 알려주지 않은 채로 그냥 살인자 취급을 받을 생각이야? (아까 순순히 무릎을 꿇었던 네 모습과 구금된 채 있는 네 모습을 보았다. ) 정말 그걸로 괜찮아?
레슬리:(철창에 다가갔다. 네게 손을 뻗으려다 닿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고 손을 내렸다.) ... 너는 언제나 다정했지. 너는 언제나 근사했고... 너는 한 번도 알지 못했어. 당연한 이야기야 네게 말해주지 않았고. 나는 네가 원하는 대로 밀려나줬으니까... 그래도 내가 또, 욕심이 나서... 날 알아봐줬으면 해서... (시선을 네 발끝에 옮겼다.) ... 나는 네 미래를 원해. 자유로운 삶말이야. 네가 가고 싶은 곳을 가고, 살고 싶은 곳에서 살고... 물론 쉽지 않을거야. 하지만... 이제 기회가 있잖아. 넌 어디든 갈 수 있고, 사랑하고 싶은 걸 사랑할 수 있을거야. 내가 그렇게 해줄게. 내가 유일하게... 너를 위해 해줄 수 있는 일이야. ... (웃었다. 다정하게.) ... 내가 널... 많이 사랑해. ... 그래서 항상 미안해. 내가 네게 짐이 될 것 같았어. ... 사실, 지금도 그렇게 된 것 같아서 미안해....
베르너 M. 하몬:바라지도 않을 나를 위해? ( 네게 묻던 목소리는 어느새 잠겨있었다. 목소리가 떨리고 있음이 느껴졌고, 눈가가 뜨거워졌다. 낭패다. 낭패되었다. 결국 네 사랑이 가장 올곧았으며... ... 나의 사랑이 네 순애의 발끝에도 미치지 못했겠더라는 생각과 함께 무력감이 자신을 삼키려 들었다. 턱 아래로 눈물이 흘렀다. 그동안 했던 것은, 네가 몇 번이고 시간을 돌려도 제가 했던 사랑은 결국 이기였나. 가만히 너의 사랑한다는 고백을 듣고, 네가 말끝을 흐리고서 얼마간의 시간이 흘렀을까, 턱에 힘을 주고 입을 열었다. )
... ... 네가 날 사랑해주는 것 만큼이나... 내가 사랑하는 건 다른 누구도 아닌 너야, 레슬리. 알려줬잖아. 너와 함께 자유를 꿈꾸고 싶었어. ... 너와 사랑하고 싶었어. 그것도 안 어렵다면, 자유로운 널 보고 싶었어. 그저 네가 한 사람으로서 자유롭게 사랑하길 바라고, 사랑받기를, 내가 날개를 빼앗은 채 네 눈을 멀게 했다면. 네가 내게서 벗어나 자유로워지기만을 바랐는데... 그런데 네 꼴을 봐. 철창 안에 갇혀서. 나를 미워하라고 강요받고, 계속... 그렇게 계속... (겨누었던 총을 내리고, 철창 안에 갇힌 저의 사랑을 보면서 아래로, 흐느꼈다. 흐느낀 채 사랑을 속삭였다. ) 사랑해, 레슬리. 하지만 내게 맹목적인 널 바라지 않아. 사랑해. 근사한 네 사랑에 못다할 만큼이지만 너를 사랑해, 사랑하니까. 더 바라지 않아. 네 끝은 내가 될 거야, 그러니까... 너는 지금 죽어서는 안돼. 내가 널 위할 거야. 네 눈을 감길 거고, 네 눈을 다시 뜨게 할 거야. (주문을 외우듯 속삭이고 다정한 미소를 짓고, 웃었다. ) 알고 있어. 린튼 가 사람들이 호텔에 머물고 있는 것. 그들을 전부 죽이면 돼? 너를 대신해서 내가 그렇게 하면... 되는 거야?
레슬리:(함께 사랑하고 싶었다 말하는 네 말이 그저 좋았다. 좋은 만큼 괴롭고 심장을 짓이겼다. 차라리 육체에 새겨진 흉터들로 비롯된 상처가 이보다 덜 고통스러웠으리라. 나는 다정에 기생하듯 살아가는게 아니라 네 말 위에서 살아가고 싶었다. 사랑한다 말하면 마주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는 자유를 원했다. 하지만 두 손에 쥐여진 것 없이 태어나 살아가야 했던 나는 제 손에 빈곤을 보이며 구걸해야 겨우 네 곁에 있을 수 있었다. 그래서 그것으로 만족하기 위해 안간힘 썼는데... 그런 네가 내게 사랑을 고백한다. 그것이 고통 끝에 쏟아져 나온 울분이라 해도 좋았다. 날 미워하라고, 너의 곁에 있을 수 없다고 몇 번이고 밀어내던 그 때 느꼈던 고통도 견뎌냈으니, 이것또한 견딜 수 있으리라.) ... 나는 이런 식으로 사랑하는 방법 밖에 몰라. 너를 사랑하고, 매순간 마다 네게 안겨 있고 싶었는데 그러면 안된다는 것을 알아. ... 내가 해줄 수 있는 것은 네가 질릴 지도 모르는 맹목으로 네가 내일을 살 수 있게 돕는 것 밖에 없어. ... 네 마음에 드는 사람이 되지 못해서 미안해. (그러다 네 웃음 끝에 걸린 말에 두 눈동자가 흔들렸다. 철창을 강하게 잡았다.) ... 무슨 소리야. 안 돼. ... 아니, 그럴 필요 없어. 그러다 네가 위험해져. ... 베르너, 그냥... 내가 했던 일을 또 한 번 반복하는 것 뿐이야. ... 널 위험에 던지지마.
베르너 M. 하몬:알려줄게, 내가 다시금 알려줄게. 배운 적이 없다면 같이 알아가면 되잖아. 너는 위험하지 않아서 날 위했었나. 나도 널 위할 거야. 질린 적은 없어, 언제나. 이렇게 계속 너를 계속 사랑하는 걸. 나도 너만큼이나 널 사링힌디거 증명하고, 이뤄내고 싶으니까. 늦었다고 해도 널 지키고 싶으니까.
매혹
기준치: |
45/22/9 |
굴림: |
22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철창 사이로 손을 뻗었다. 네게 닿을 수 있기를 바라면서, 너를 구할 수 있길 바라면서. ) 그러니 너를 지킬 방법, 내게 알려줄 수 있어?
레슬리:그들을... 다 죽여야 해... (떨궜던 고개를 들고 빠르게 말을 뱉었다.) ... 그럼... 나도 함께 가. 나도 같이 가게 해줘. (철창 사이로 손을 내밀었다.) 네... 네가 .... 주문을 사용하면... 시간이 다시 돌아갈거야. (끔찍한 것을 말하는 듯이 얼굴이 일그러졌다.) 나는... 주문을 알고 있으니까 기억이 지워지지 않아. ... 같이 가자. 제발...
베르너 M. 하몬:그 편이 안심이 돼. (작게 미소지다가 네가 주문을 괴로이 생각하는 태도에 다시 표정을 굳혔다.) 알려줘, 너를 구할 주문 말이야.
레슬리:... 내가 너를 죽이면 시간이 돌아갈 거야. (손이 떨려왔다.) ... 그럼 우리는 다시 결혼식 전에 눈을 뜰 거고, 그들을 만나러 가면 돼. ... 그런 곳에 널 혼자 보낼 수 없어. 더군다나 그들은 너를 희생양으로 삼기로 했는데...
레슬리:... 으... (총을 잡아 들어올리는 모든 순간 고통스러워 보이는 표정을 한 채로 널 조준했다.) .... 미안해... 미안해.... 미안해 베르너.... (몇 번이고 사과를 하고, 끝내는 울음을 터트리며 결국에는...)
가까운 곳에서 절규와 같은 울음소리가 들립니다.
소리는 끊어지고, 당신은 적막함 속에 놓입니다.
... 어디선가 시계초침 소리가 들리는 듯 합니다.
정신을 차리면, 햇살이 들어오는 방 침대에서 눈을 뜹니다.
달력을 살피니 정략 결혼에 관한 통보를 듣던 날입니다.
베르너 M. 하몬:(보통 이 시각에 레슬리는 어디에 있었지. 널 가장 먼저 만나고 싶어. )
이른 아침이니 우선 레슬리의 방으로 향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레슬리의 흔적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습니다.
책상 위 놓인 메모장에 필기체로 휘갈겨진 한 문장은 레슬리의 글씨체입니다.
채 치우고 가지 못한 사소한 조각들만 그 방에 남아 있습니다.
지금 당장 어디론가 사라진 그를 찾아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베르너 M. 하몬:(찾아야지, 무슨 수를 써서든. 네게는 더 지켜지지 않을 거야. 네 흔적이 사라진 주변을 둘러보다가 그 호텔을 떠올렸다. 그곳에 계속 머물고 있는 게 맞을까.)
그가 사라진 곳을 떠올리며 방을 나가면 사용인이 지나갑니다.
베르너 M. 하몬:(급하게 불러세웠다. ) 혹시 레슬리 못 봤어?
사용인:레슬리...마지막으로 남은 일처리가 있다고 했어요. 그것만 말하고 아침 일찍 짐을 챙겨서 저택을 나갔습니다.
베르너 M. 하몬:... 알겠어, 고마워. (고개를 까딱이고 급하게 나갈 준비를 한다. 마차를 준비하는 게 좋겠지. )
그 수많은 살인을 거듭해야만 했던 이유는 당신이었습니다. 손에 피를 그렇게 묻히고, 그렇게 죽어갈 가치가 있는 존재였단 말인가요, 그에게 당신은? 몸에 난 무수한 흉터들.
망가져가면서도 지켜야 했던 건가요? 당신을? 사용인이 문득 당신에게 편지를 내밉니다.
편지를 펼치면 간결한 문장이 몇 개 남겨져 있습니다.
마지막 순간! 도대체 그 마지막 순간이 뭐길래.
그는 당신을 위해 정말 뭐든지 할 수 있었나봅니다.
몇 번이고 고쳐 죽어가면서도 이 모든 일을 감내해야 할 정도로 당신을 사랑했나봅니다.
그를 위해 목숨을 바칠 수 있나요? 그를 위해 무엇이든 할 수 있나요? 못한대도 상관 없을 겁니다.
여기서 베르너는 레슬리를 기다리거나, 직접 찾아갈 수 있습니다.
베르너 M. 하몬:(찾아가야 한다. 널 너무 사랑하니까, 네게 내 사랑 또한 증명하고 싶으니까. )
이번에는 당신이 그를 도울 차례일지도 모릅니다.
한 번 방문했기에 호텔 내부는 눈에 익습니다.
베르너 M. 하몬:(프런트에 인사를 하고 9층으로 올라서기 위해 로비를 지나 들어갔다. )
얼마가지 않아 엘리베이터는 9층에서 멈춰섭니다.
베르너 M. 하몬:(멈춘 엘리베이터의 6층 버튼을 누릅니다. )
엘리베이터에서 내리기 무섭게 그 앞을 스쳐 지나가는 레슬리와 마주칩니다.
...레슬리!
레슬리:베르너? (놀란 듯 자리에 우뚝 서다가 이내 총성에 사람들이 몰릴 조짐이 보이자 네 손을 잡고 비상구 쪽으로 향했다. 비상구 문을 닫고 숨을 고르다가 말했다.) ... 기어코 여기에 왔구나.
베르너 M. 하몬:네가, 가버린 거지. (그저 네 얼굴을 보기만 했음에도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왜 이런 상황에도 웃음이 나올까. 정신이라도 나간 게 아닐까 싶어 흘리던 웃음을 꾹 참았다. )
레슬리:... 위험하다고 했잖아. ... 나혼자 끝낼 수 있다고... (입술을 꾹 물다 손을 뻗어 조심스레 네 뺨을 감싸고 머리를 살피듯 바라보았다.) ... 다행이다, 흉터가 크진 않구나. (그리 확인하고 손을 떼어냈다. 이후 어떤 말을 꺼내야할지 고민하는듯 하다가 입을 열었다.) ... 내가 해야하는 일을 하겠다는 생각. 꺾지 않을 거야?
베르너 M. 하몬:네가 멈추지 않겠다면 내가 할 거야. (네가 들고있을 총을 바라봤다. ) ... 네게 더 상처주고 싶지 않으니까.
레슬리:... 윗층에 세 명이 있을 거야. 나머지는 다른 방에 있어서 그쪽으로는 내가 가려고 해. (네 손에 총을 쥐여주는 손이 떨린다.) ... 가지고 가서, 죽여. ... 전부다 죽여야 해. 이제 그들만 사라지면 전부 다 끝나.
베르너 M. 하몬:(끄덕이고 총을 받아든 채 바라봤다. ) 알겠어, 전부 끝을 내자.
레슬리:... 제발, 무사해야해. 알겠지? (간절해보이는 눈으로 너를 바라보다 더이상 지체할 시간이 없는지 몸을 돌려 아래 층으로 내려갔다.)
베르너 M. 하몬:(내려가는 모습을 확인하고 9층으로 올라갑니다. )
총소리에 조금 소란스러워진 아래층과 달리 이곳 복도는 고요합니다.
베르너 M. 하몬:(망설임없이 901호의 앞으로 향했다. 주저할 시간도, 주저도 없었다. )
당신이 901호 문앞에 서서 두드리면 문이 열리고 하얗게 질린 낯의 동공이 흐리멍텅한 세 명의 사람을 마주합니다.
그들은 당신를 보자마자 분위기를 파악하며 인사를 하려 들더니, 당신의 허리춤에 있는 무기를 발견하자마자 분위기가 돌변합니다.
베르너 M. 하몬:반갑습니다, 저희 어디선가... 보지 않았어요? (총을 치켜든다. )
베르너 M. 하몬:(방아쇠를 가볍게 당겼다. )
가까이 있는 상대임으로 별도에 판정을 시도하지 않습니다. 데미지 판정 또한 하지 않습니다.
베르너가 방아쇠를 당기자 총알은 바로 앞에 서있던 남자의 머리를 꿰뚫습니다.
그것을 지켜보던 남은 숙주들이 당신을 향해 달려듭니다.
근접전(격투)
기준치: |
25/12/5 |
굴림: |
95 |
판정결과: |
실패 |
비무장
기준치: |
25/12/5 |
굴림: |
12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피해: |
1 |
베르너 M. 하몬:윽...! (잡힌 팔 그대로 벽에 숙주를 밀쳤다. )
베르너 M. 하몬:
근력
기준치: |
70/35/14 |
굴림: |
78 |
판정결과: |
실패 |
베르너 M. 하몬:(밀쳐졌다가 달려들어 명치를 주먹으로 내리치려고 시도한다. )
베르너 M. 하몬:
비무장
기준치: |
45/22/9 |
굴림: |
85 |
판정결과: |
실패 |
피해: |
4 |
비무장
기준치: |
25/12/5 |
굴림: |
18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피해: |
1 |
비무장
기준치: |
25/12/5 |
굴림: |
79 |
판정결과: |
실패 |
피해: |
0 |
베르너 M. 하몬:(총탄이 가까이서 발사되는 거리를 확보할 수 있나요?)
베르너 M. 하몬:
민첩
기준치: |
50/25/10 |
굴림: |
33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베르너 M. 하몬:(총을 관자놀이 가까이 조준합니다. )
그와 동시에 숙주 중 한 사람이 당신을 향해 달려듭니다.
숙주B:
민첩
기준치: |
40/20/8 |
굴림: |
32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총이 발사되고 동시에 당신은 바닥을 구릅니다.
베르너 M. 하몬:(총을 여전히 쥐고있나요? 머리 위로 가까이 치켜들어 숙주의 목 근처로 발사를 시도합니다. )
베르너 M. 하몬:
근력
기준치: |
70/35/14 |
굴림: |
95 |
판정결과: |
실패 |
숨이 쉬어지지 않아 몸을 비틀어봐도 숙주의 억센 힘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베르너 M. 하몬:(숨통을 확보하려고 힘을 쓰다가, 뒷발길질을 시도합니다. )
베르너 M. 하몬:
근력
기준치: |
70/35/14 |
굴림: |
81 |
판정결과: |
실패 |
베르너 M. 하몬:
건강
기준치: |
60/30/12 |
굴림: |
20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정신을 겨우 붙잡자 멀리서 다급한 걸음 소리가 들려옵니다.
그리고 둔탁한 소리와 함께 목을 감싸던 손이 떨어집니다.
흐릿한 시야를 겨우 들어 살펴보면 숙주를 밀쳐낸 레슬리가 숙주를 공격하는 모습이 보입니다.
레슬리의 몸은 그간 죽음을 반복해 생긴상처뿐만 아니라 오늘 싸웠던 상처까지 온 몸이 너덜해져있습니다.
힘에 부친 것인지 공격하던 레슬리가 숙주의 공격에 바닥에 쓰러집니다.
베르너 M. 하몬:...레슬리!! (벽을 부여잡고 몸을 일으켜 숙주에게 달려들었다. )
베르너 M. 하몬:
비무장
기준치: |
45/22/9 |
굴림: |
13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피해: |
6 |
당신의 공격을 받은 숙주는 다시 당신에게 달려들기 위해 발버둥 칩니다.
레슬리:
민첩
기준치: |
60/30/12 |
굴림: |
23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하지만 레슬리가 휘두른 칼이 조금더 빨랐습니다.
칼은 그대로 숙주의 복부를 찌르고, 숙주는 자리에서 쓰러집니다.
레슬리는 자리에 주저 앉아 숨을 고릅니다. ... 온몸은 상처투성이에 누군가의 것일지도 모를 피들이 바닥으로 뚝뚝 떨어집니다.
레슬리:... 다 끝났어... 다 끝났어 베르너.... (움직일 힘도 없는지 주저 앉은 채로 말을 이었다. 겨우 고개만 들어 너를 향해 웃어보였다.) ... 이제... 걱정할 것 하나 없어....
베르너 M. 하몬:(속상한 기운을 숨기지 못하고 네게 다가갔다. ) 아프지, 미안해. 내가... 일단 지혈부터 하는 게 좋을까. (어떻게 말을 꺼냈지만 네 모습을 보고 당황한 통에 손만 벌벌 떨다가 욕실에서 타올을 챙겨왔다. ) 응, 걱정없어... 괜찮아... 다 끝난 거지. 그렇지.
레슬리:(네가 타올을 챙겨오는 것을 바라보다가 천천히 손을 뻗어 네 팔을 잡았다.) ... 베르너... 이제 돌아가면 돼. 이제...다 없어졌으니까... 처음으로 되돌리면 돼... (호흡이 가라앉지 않고 점차 끊어지고 있었다.) ... 이제 되돌아갈 거야... 돌아갈 수 있게... 도와줄래? (떨리는 손으로 네가 떨어트린 총을 주워 제 머리를 겨냥했다. 네 손을 이끌고 총을 잡게 하고는) ... 어, 어차피 나는 이대로 못 가. 몸이 이래서... 걸을 수도 없고... 이대로 가면 우리 둘다 살인범이 되잖아... 그러니까, 우리 처음으로 돌아가자.
베르너 M. 하몬:그런... 거지? (마지막까지도 홀로 짐을 지려고 했던 것을 떠올린다. 힘겨워하는 널 한 시라도 빠르게 쉬게 해주고 싶었지만. 네가 제 자신을 살인자라고 부르는 형태를 벗어나게 해주고 싶었지만 그 말의 진의가 알고 싶어져서 네 표정을 유심히 들여다봤다. )
베르너 M. 하몬:
심리학
기준치: |
30/15/6 |
굴림: |
66 |
판정결과: |
실패 |
레슬리는 지쳐있고, 이따금 고통스러운지 인상을 찌푸립니다. 다행히 상처가 당장 죽음을 부를 정도로 치명상은 아닌 듯 싶지만...
그래도 이대로 빠져나가기 쉽지 않은 것은 확실합니다.
베르너 M. 하몬:...응, 그래. 돌아가자. 전부 처음으로. 원래대로. (네가 쥐여들게 한 총을 끌어당겨, 제 쪽으로 느릿하게 총구를 돌리고 웃어보였다. 제 심장 정위치 부근을 겨누고서 네 손을 올렸다. )
레슬리:... 왜... (너를 올려다보며 그리 물었다.) ... 그 끔찍한 경험은 한 번으로도 족했는데... ... 내가 너한테 같은 선택을 하게 해서 심술이라도 부리는거야? (울 것 같은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 이번에도, 양보 안 할거야?
베르너 M. 하몬:몇 번이고 반복했잖아. 더는 양보 안 할 거야. 널 사랑하니까... (핏자국으로 더러워진 네 뺨을 매만져 닦아내곤 장난기섞인 투로 말을 이었다. ) 그러니까. 이번에는 울지마, 네 울음소리, 다 들렸어. 대신 마지막 순간까지 사랑한다고 해줄게. 그러니까 웃어. 행복하게 웃어줘, 레슬리...
레슬리:... (눈물이 뺨을 타고 흘렀다. 바닥으로 떨어졌다. 네가 쥐여준 총을 고쳐 잡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 눈을 뜨면, 히스 꽃밭이 있는 정원에서 기다릴게. ... 사랑해. (울음소리를 감추려는듯 입술을 꾹 다물고 방아쇠를 당겼다.)
이번에는 울음소리가 들리지 않습니다. 대신 당신의 손을 붙잡는 누군가의 온기만이 느껴집니다.
햇살이 커튼 사이로 들어오는 아침은 적막합니다.
분명 이때는 준비를 해야한다며 고용인들이 분주했을 텐데, 복도는 고요하기만 합니다.
어쩌면 당연한 이야기 입니다. 상대가 없으니 결혼 자체도 없어진 것 뿐입니다.
베르너 M. 하몬:(사라진 상대, 사라진 결혼, 우리의 적. 홀가분함에 그저 웃음을 흘리고 밖으로 나섰다. ) 히스 꽃밭으로 가야지, 네가 말한 대로... 그곳에서 네가 날 기다릴테니까.
저택 뒤쪽에 난 정원으로 따라나가면 레슬리가 그곳에 서 있습니다.
아침햇살 아래 에리카 꽃무리에 섞인 레슬리의 모습은 그 어느 때보다 지치고 상처가 가득합니다.
꽃무더기 사이에 주저앉듯 앉는 모습은 일어설 기운조차 없음을 알립니다.
베르너 M. 하몬:레슬리...! (예상했던 모습과 크게 다른 모습에 놀라 네게 다가서서 너를 부축했다. 그저 걱정만 될 따름이었다. )
레슬리:... 왔구나. (네가 부축을 하자 비틀거리지만 자리에서 일어섰다. 겨우 자리를 잡고 서서 너를 바라봤다. 그리고 웃었다.) ... 대가를 받는 거야. 괜찮아... 죽인 만큼 그 상처가 남아서 그래... ... 사실 너한테 아직 말하지 못한게 있는데... 대가는 이것뿐만이 아니야. ... 원래 시간을 돌리는 존재를 대가로 해. 그리고 이번이 마지막 회차야.
... 네가 죽지 않았다면 나는... 그대로 소멸했을 거야. 그런데 네가 죽고... 나는 여기에 있어. ... 네 존재가 조금이라도 사라질 가능성이 싫어서 억지부리려고 했어. ... 나는 네가 죽을 가능성을 조금이라도 생각하고 싶지 않았거든. (네 가슴에 머리를 기댔다. 서있는 것만으로도 온몸에 상처들이 욱신거렸다.) ... 마지막 순간에 네가 내 곁에 있어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 시작이란 없을 거라고 생각했어. .... 널 위해 그들을 죽이면서 나는... 사실... 너를 지키기 위해서란 생각과 동시에... 네가 나를 사랑할 수 있는 명분을 만들 수 있다는 것에 안도하고 있었나봐. ... 내가 널 지키고 구했으니 딱 그만큼 내가 사랑받을 자격이 있다고 생각할 수 있었어...
.... 무언가를 내어주어야 사랑 받을 수 있을 것 같았어. 그 사랑을 의심하지 않을 수 있을 것 같았어.... (숨을 몰아쉬었다.) ... 사라질 거라 생각해서 그렇게 어리석은 선택만을 해왔어. ... 이런 나라도 아직 사랑해? ... 사랑해줄 수 있어? .... 나는 네가 필요해. ... 나는 너만 필요했어...
베르너 M. 하몬:...네가 대가를 바라지 않았다고 생각해서 그게 날 아프게 했어. 그런데. 그것보다 더 마음이 아파. (제게 남은 상처들을 떠올렸다. 두어 개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네게 남은 상처는 수십의 것들... ) 널 사랑해. 너무 사랑해서 아파. 그것조차 너보다 아프지 않겠지. 그런데, 그런데도 이렇게 아픈데. 레슬리... ... (너무도 상처입은, 사랑하는 상대의 앞에서 그저 눈물만이 흘러 나왔다. 히스 꽃의 꽃말은 고독. 네가 내게 알려준 푸르고 지독한 고독의 꽃밭, 이곳에 내가 같이 서있게 된 것만으로 나는 안도할 수 있을까. ) 나도 네가 필요해. 네가 내 곁에 없으면 안 될 것 같아. 널 놓을 수 없어. 여태까지 아무것도 몰랐던 내가 바보같기만 하고... 또 억지를 부리는 것 같기도 해.
(서글픈 어조로, 입에 담기도 텁텁한 말을 가까스로 담았다. ) 내일이 내 원래 결혼식이야, 결혼하기로 한 날짜... 그러나 모든 건 사라졌고, 너는 너를 대가로 날 살렸어. 사랑해, 레슬리. 사랑해... (몇 번을 다해도 못할 말을 내뱉었다. 네가 가진 상처를 제가 대신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바라면서, 괴롭게. 비통하게, 영원할 것 같은 마음을 고백했다. ) ... 죽는 날까지, 평생. 앞으로도 날 필요로 해주고, 내 고백을 받아줄 거야?
레슬리:... (꿈결 같은 고백에 고개를 들었다. 네가 받을 모든 고통을 자신이 다 끌어 안고 이 히스꽃들과 함께 사라지려고 했었다. 하지만 너는 새장 속에 갇힌 새가 아니고, 꽃병에 꽂아진 꽃이 아니다. 스스로 생각하고 선택할 수 있는 사람이다. 제 사랑에 눈이 멀어 사랑 받을 구실을 만든 날 위해 고통스러워 하는 네게 미안했다. 하지만 비로소 지금이 되었기에 몇 번이고 사랑한다 속삭이는 그 말에 이제는 대답할 수 있을 것이다. 자처한 가시밭길 걸어 상처투성이가 된 손을 들어 네 두 손을 감쌌다.) ... 네 잘못은 무엇 하나도 없어. ... 하지만 네 고통은 내가 괜찮다고 할 수록 깊어질 거란 걸 알아. ... 그래서 미안해... .... 날 놓지마. 네 곁 말고는 있을 곳이 없다고 믿게 해줘. 너의 곁만이 내가 있을 곳이라 확신하게 해 줘. 죽는 날까지 나는 너를 사랑할 거야. 널 필요로 할거야. (널 올려다보며 웃었다.) 너의 고백에 너무 늦게 받아서 미안해... 나도 널 사랑해... (그리 말하고 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 힘으로 끌어당겨 가까이 다가온 네 입에 그제야 입을 맞추었다.)
지고하고 위대한 당신, 누군가가 자신의 존재를 걸어서라도 지켜내고자 한 가치를 부여받은 당신.
당신은 해냈습니다. 레슬리를 구원하고 숙주를 물리치는 데에 성공 해냈다는 의미입니다.
이로써 두 사람은 동시에 같은 피를 손에 묻히고 같은 목적으로 자신이 소원한 구원을 이루어낸 공범자가 됩니다.
히스의 꽃말은 고독이라지만 고독을 고독 그 자체로 내버려두고 싶지 않았을 수도 있죠.
당신에게 입맞춘 레슬리는 피로하고 창백한 낯이지만 여기 이렇게 살아 숨쉬고 있습니다.
레슬리:... 히스꽃의 꽃말은, 사랑으로 할래. ... 혼자서는 결코할 수 없는 것. 함께여야지만 가능한 사랑으로 할래.
베르너 M. 하몬:(널 제 품에 그러안았고 웃었다. 그래, 사랑. 완벽하고 온전한 사랑. ) 그렇게 하자. 꽃말은 사랑으로 하자.
아침 햇살은 온화하고 불어오는 바람은 꽃향기를 몰고 옵니다.
이제 돌이킬 수 없는 시간을 걸으며 행복해지기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