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214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이 폭설이 얼마나 지속되었는지 기억나지 않습니다.
확실한 사실은 당신이 이 겨울을 헤매는 중이라는 거고, 동행인은 없으며, 세상이 옛적에 멸망했다는 것이지요.
꿈을 꾸면 나오는 지긋지긋한 세계 멸망에 관한 신파극.
놀랍게도 멸망의 주체는 당신이었으나, 지금의 당신은 그 시절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존재라 봄이 무방합니다.
그러나 무슨 일에서인지 기억은 계승되었고… 확실한 것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기억이 계승된다는 건 기억에서 비롯된 감정 또한 계승됨을 의미할까요.
칼을 들어 당신의 심장을 찌르라는 계시를 받은 거짓된 신의 사자.
이제는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난 과거의 일입니다.
갑자기 사색이 드는 이유는 푹푹 밟히는 눈을 건너 마주한 건물이 버려진 성당이어서일지도 모릅니다
아, 아마 오늘은 이곳에서 하룻밤을 보내야 할 모양입니다.
아델:( 버려진 성당 주위를 쭉 돌러보다, 마음을 먹은 듯 담담하게 성당 안으로 들어간다.)
성당 스테인드 글라스를 통해 들어오는 무수히 많은 색의 빛들.
어쩐지 아주 아득한 과거, 이전의 삶의 기억이 흘러들어오면서도 기분이 그리 좋지만은 않습니다.
아름다움의 현신이라 부름이 옳을 듯한 풍경 아래, 아, 인기척이.
제단 뒤 어둠이 깔린 곳에서부터 누군가의 발이 빛 가운데로 드러납니다.
천천히, 천천히 뒤섞인, 흐트러진 색을 온몸으로 받아내는 검은색 수도복.
과거 당신의 심판자로 등장했던 바로 그 사람.
아델:( 알 수 없는 소리에 잠시 주춤거렸다. 표정, 옷, 그리고 네 목소리를 듣자 꿈에서 보던 그 사람임을 깨닫는다. 꿈이 아니었어? 예상치 못한 상황에 널 가만히 지켜본다.)
루이사:아델... 날 기억하지. 너도 날 기억할 거야 그치. (두 볼은 상기되어 있다. 기쁜 듯, 떨리는 음성으로 말을 건네며 네 앞에 무릎을 꿇고 기도를 올리듯 널 올려다봤다.) 어떻게 잊겠어. 찬란했던 그 시간을.
아델:( 숨이 턱까지 막힌다. 이 사람도 기억하고 있어, 우리가 보내왔던 시간들, 그 사건들. 하지만 이 세계에서 그런 것이 가당키나 할까. 어차피 다른 세계의 일일뿐인데. 긴장이라도 한 듯 몸이 뻣뻣하게 움직인다. ) ... 기억해요. 하지만 그런 게 지금 중요한가요? 세상은 멸망하고 있어요. 중요한 건 하루하루를 살아가기 위한 식량과 잘 곳뿐이라고요. ( 입을 잠시 다물다, 널 다그친다. ) 절 찾아오신 건가요?
루이사:네게 무엇이 중요한지 상관 없어. (부드럽게 미소 지어 보였다. 폭풍우가 치는 바깥을 볼 수 없는 이 성당 안이기에 미소만 본다면 멸망 따위 아무런 상관 없는 세계이라 착각할 정도였다.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귀뒤로 넘겼다.) 너는 날 사랑하기만 하면 돼. 증오해도, 그리 중요하지 않은 일이라 비난해도, 날 사랑하면 돼. ... 네가 날 찾아 왔지. 그러니 운명이 아니겠니. (자리에서 일어나 네 손을 잡았다.) 여기서 머물도록 해. 밖은 날씨가 험하잖아.
아델:( 네 손의 따뜻한 체온이 네가 진짜임을 실감하게 했다. 이상했다. ) 난 단지.. 자러 온 거예요. 오늘은 더 이상 움직이지 못할 것 같아서. ( 손을 떼고는 네 눈동자를 흘깃 쳐다봤다. 넌 꿈에서나 지금이나 다를 게 없어 보였다. 그래서 더더욱 이상했다. 왜 여기 있는 거지? ) ... 오늘은 머물겠지만, 내일은 상황을 봐서 떠날 거예요. ( 기억을 천천히 더듬다, 네 이름을 떠올린다. ) 루이.. 루이사 맞죠. ... ( 어색한 듯 시선을 옆으로 돌렸다. ) 왜 여기 있어요?
루이사:그래, 오늘은 더이상 움직이기 힘들거야. (네가 손을 떼어내어도 별다른 말없이 웃어보였다. 떠난다는 말에 잠시 표정이 굳다가 네가 제 이름을 불러주자 표정이 삽시간에 밝아진다. 네가 시선을 피했어도 여전히 바라보며 말했다.) 움직이기 힘드니까, 여기에 머무르기로 한 거야. 여기보다 익숙한 곳이 없더라. 그리고... 여기 있으면 어쩐지 너와 함께 있는 기분이라서... 아델, 기억이 흐릿한 거야?
아델:( 원하는 답을 해줘야 할까, 고민하듯 입을 다물었다. 하지만 나는 내일 떠날 것이다. 보아하니 넌 과거의 나를 그리워하는 것 같았어. 정을 쉽게 주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에 다소 불친절한 어투로 입을 열었다. ).... 아뇨. 기억이 없는 건 아니에요. 하지만 중요한 일이 아니라... 점점 잊고 있었죠. 당신을 만나기 전까지는요.
루이사:... (중요한 일이 아니다. 그 말에 애정과 다정을 담은 표정이 어쩐지 텅빈 것으로 바뀌다가 이내 다시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 네게 사랑을 고백하기 전에 사람들에게 짓던 그런 미소) 나는 파편일 지도 모르겠구나. 눈의 여왕에서 나오는 파편 말이야.
버려진 성당 내부를 둘러보면 사람은 자신과 루이사밖에 없는 듯합니다.
썰렁한 성당 안은 아주 오래 전 루이사와 자신이 도망친 바로 그 성당과 비슷한 구조 같으나 조금 더 넓습니다.
스테인드 글라스와 신도석, 고해방을 조사할 수 있습니다,
한 때 당신이 들락거렸던 고해실을 떠올리게끔 만드는 장소입니다.
고해방에 도착하면 루이사가 당신을 보고 복잡한 표정을 짓습니다.
루이사:... 네 짐, 휴게실에 두고 올게. 물건들은 다 거기다 정리해놨거든. (네 짐을 챙겨 들고는 먼저 걸음을 옮겨 휴게실로 들어갔다.)
어쩌면 지긋지긋할수도 있겠습니다. 그는 언제나 당신에 대해 복잡하게 굽니다.
고해방 안쪽의 벽면과 의자는 거의 허물어진 상태입니다.
탁자처럼 튀어나온 나무 판자 위에는 아슬하게 성경책이 놓여 있습니다.
성경책을 살피면 군데군데 듬성듬성 빠진 페이지들이 있습니다.
아델:
관찰력
기준치: |
65/32/13 |
굴림: |
33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도대체 그놈의 사랑이 무엇이라고.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들입니다.
이 문장에 체크해둔 이는 루이사일까요? 왜 그랬을까요. 그는 진짜 수녀도 아니거늘…….
아델:( 성경책을 닫고 제자리에 둡니다. 그리고 신도석으로 발걸음을 옮깁니다.)
장의자들은 이미 망가지거나 쿠션이 파지거나 한 것들이 대부분입니다.
한 때는 이곳에서 많은 이들이 앉아 미사를 올렸겠지요. 그들은 세계의 존속을 기도했을까요.
기도했다면 세상은 어째서 이렇게 됐을까요. 물론 당신은 어렴풋한 이유를 압니다.
당신이 바로 세계를 멸망시키는 주체 그 자체였으니까요.
아델:
관찰력
기준치: |
65/32/13 |
굴림: |
63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의자 위에 널부러진 종이 조각들을 발견합니다.
종이들은 모두 알 수 없는 언어들로 이루어져 있어 이해가 불가하나 똑똑하게, 당신이 읽을 수 있는 한 가지 단어가 또박또박 적혀 있습니다.
아델:
교육
기준치: |
60/30/12 |
굴림: |
57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과거 배운 지식을 토대로 이 글씨체가 꽤나 사무적이면서도 끝부분이 살짝 떨려있음을 깨닫습니다.
이유가 무엇일까요? 뭘 위해 루이사는 사랑을 논하게 된 것인가요?
당신은 성당의 이 익숙한 전경이 무엇을 연상시키는지 압니다.
아델:( 종이 조각에 관심 없다는 듯 옆에 두고, 스테인드글라스 쪽으로 향합니다. )
스테인드 글라스는 프랑스 노트르담 성당의 장미창을 떠올리게끔 만드는 화려한 형식입니다.
비록 일부 바람에 의해 깨진 흔적이 있지만 테이프로 막힌 걸 보면 누군가의 관리가 있었던 모양입니다.
아델:
관찰력
기준치: |
65/32/13 |
굴림: |
55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눈부신 스테인드 글라스의 색색깔의 유리조각이 형태를 띠고 있음을 깨닫습니다.
다만 안겨 있는 이가 성모처럼 생긴 것은 착각일까요.
아델:( 유리 조각을 더 들여다 볼 수 있나요? )
깨진 유리 조각 사이 반짝이는 무언가를 발견합니다.
아델:
SAN Roll
기준치: |
57/28/11 |
굴림: |
98 |
판정결과: |
실패 |
루이사는 설마 사람을 죽였던 건가요? 불쾌함과 공포감 언저리가 어쩌면 당신을 음습할 수도 있겠습니다.
폭풍우를 동반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바깥에 나가기는 글렀죠.
루이사:아델. (조금 떨어진 곳에서 너를 불렀다.) 이제 여기도 더 추워질 거야. 휴게실에 난로가 있어. 그쪽으로 가자.
아델:( 전에 발견한 단도 일을 떠올리다, 너에게 등을 보이지 않으려 조심스럽게 걷는다. 입은 열지 않았다.)
그렇게 향한 휴게실 안은 조악하지만 나름 사람이 살 만한 모양새가 구축된 상태입니다.
오랫동안 쓴 듯한 매트리스 위에는 허름한 이불과 베개가 놓여 있습니다.
루이사:여기서 자. 마냥 깨끗하진 못하지만... 그래도 바닥보다는 나을 거야. (그리 말하고는 구석에서 달그락거리는 소리를 내더니 간단한 캔스프와 통조림을 가져오며 말했다.) 여기까지 오는 길에 마땅한 쉼터 하나 없었을텐데... 제대로 끼니도 못 챙겼지. 먹도록 해.
아델:( 굶주린 건 사실이었다, 침을 너 모르게 꼴깍 삼켰지만, 먹고 싶진 않았다. ) 괜찮아요. 제가 여기서 자면 루이사는요. ( 가만히 매트리스를 바라보다 너에게로 고개를 돌린다. )
루이사:내 걱정은 하지마. 너한테 내어주는 건데 어떤 것도 아깝지 않아. (네가 먹을 생각이 없어보이자 매트리스 옆 작게 마련해둔 탁자에 올리고는 매트리스에 앉았다.) 배고프지 않아?
아델:( 애써 음식들에게서 고개를 돌린다. 매트리스 옆벽에 기대고는 눈동자를 느리게 굴렸다.) .... 나에게 왜 잘 해줘요? 다 지나간 일인데.
루이사:나한테는 현재니까. (말은 조금도 고민없이 흘러나왔다. 무한한 애정과 다정함. 그것이 흐르는 눈동자로 너를 바라보았다.) ... 날 이제는 사랑하지 않니?
아델:( 고민하듯 한 쪽 다리를 까딱이다, 팔짱을 끼고 바라본다 네 눈동자를 흘깃 보다 이내 시선을 돌렸다. ) 사랑은 했지만, 지금은 모르겠어요. 식었는지, 아니면 이제 당신을 싫어하게 된 건지도 잘 모르겠고요. 그냥 .. 바쁘게 살다 보니, 자연스럽게 잊었었죠. 사랑도 중요하지만, 먹고사는 것도 중요하니까.
루이사:... 그래도 좋아. 다시 시작하면 되니까. (널 바라보던 시선을 조금 아래로 내리고는 웃었다.) 이곳에는 모든게 있어. 먹을 것도, 따뜻한 온기도, 쉴 곳도... 그러니까 다시 사랑할 수 있을 거야. 나를, 다시 사랑할 수 있어. 너는 세상이 무너져가는 그 순간에서도 나를 선택했어. 나를 사랑했고. 그러니까... 그래, 이건 추운 날씨 탓에 잠시 꺼져가던 불씨였던 거야. 다시 살릴 수 있어.
아델:( 네 맹목적인 말투에 어쩐지 꺼림칙한 느낌마저 들었다. 이게 순수한 사랑인지, 아니면 다른 의도가 있는 건 아닌지 생각해 보았지만, 의문은 여전했다. 매트리스 위에서 날 바라보는 네가 처연해 보이는 건 착각일까. 입을 다문지 꽤 시간이 지났음을 느끼고는 헛기침을 했다. 그리고 어깨를 으쓱거렸다. ) ... 얼른 자요. 시간이 늦었으니까.
루이사:(네 말에 작게 웃음을 흘렸다.) ... 그래, 내가 너무 오래 붙잡았구나.
마치 루이사는 당신에게 사랑받고 싶어 미친 인간 같습니다.
다만 이 성당의, 이 휴게실의 온도가 너무 따뜻합니다.
아델:
정신
기준치: |
60/30/12 |
굴림: |
89 |
판정결과: |
실패 |
과거, 무한한 과거 속 루이사의 일기장이 떠오릅니다.
루이사:... 있지, 아델. (자리에서 일어나 조금 떨어진 제 자리로 가기전 몸을 돌려 너를 바라보고 물었다.) 세상을 구할 기회가 온다면 넌 어떡할거야?
아델:...세상을요? ( 가벼운 웃음과 함께 널 바라본다.) 저 주제에 구할 수나 있을까요? 만약에 구한다면, ... 뭐, 구하는 게 낫지 않을까요. 아무도 생존을 위해서 살아가지 않아도 되잖아요.
루이사:(그 말에 곧 흩어질 듯한 비어버린 표정을 하다가 입을 열었다.) .... 대체로 나는 세상을 구하는 쪽이었어. .... 언제나, 언제나 그랬어......
... 눈이, 너무 많이 내리네.
중얼거림 끝에는 마치 이 재앙을 종결시키겠다는 의지가 보이는 듯도 합니다.
어쩐지 공포가 미미하게 당신을 음습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델에게 매트리스를 양보한 루이사는 휴게실을 떠나 어디론가 사라집니다.
아델:
관찰력
기준치: |
65/32/13 |
굴림: |
66 |
판정결과: |
실패 |
까무룩 잠들기 직전 아델의 시야에 무언가 잡힙니다. 매트리스 밑에 깔린...
오늘이야말로 쉘터로 출발하기에 적합한 날씨네요.
가야 옳지 않을까요. 성당은 이 재앙을 더는 버티지 못할 겁니다.
내일 당장 움직이지 못하는 상황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모든 건 온전히 당신의 선택이죠. 떠나느냐, 남느냐.
아델:( 떠나기 전에 루이사를 찾아다닐 수 있나요?)
아델이 루이사를 찾으러 바깥으로 향하면 성당 안이 너무도 고요하다는 사실을 눈치 챕니다.
고해방은 텅 비었습니다. 한기만이 느껴집니다.
당신이 깨어나기 바로 직전까지 눈이 내린 모양입니다. 온통 눈이 아릴 정도로 흰 것 투성이입니다.
아델:( 스테인드 글라스 쪽을 다시 가봅니다. )
햇살을 받아 스테인드 글라스는 반짝입니다. 어제 봤던 풍경과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아델:( 루이사를 발견하지 못하자, 성당을 떠날 차비를 합니다. 휴게실에 있던 짐을 챙겨, 쉘터로 떠납니다.)
루이사가 당신을 위해 꺼내놓은 물자를 챙겼을 수도 있겠어요.
마지막으로 루이사는 어디에 있는가 살피면 그 어느 곳에서도 보이지 않습니다.
... 그렇다면 어쩔 수 없죠. 그냥 출발하는 수밖에.
눈이 한가득 쌓인 길을 푹푹 밟으며 걷다보면 어느 순간 성당에서는 한참 떨어져 있습니다.
그나마 눈보라가 휘몰아치지 않으니 이동이 편한 것입니다.
역시 오늘 이동하길 잘했어요. 이런 날씨는 자주 오지 않으니까요.
이상하다. 이 땅에 살아있는 생명은 거의 남지 않았을 텐데.
아델:
듣기
기준치: |
70/35/14 |
굴림: |
44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소리에 잠시 발걸음을 지체하면 자신을 향해 뛰어오는 인영이 보입니다.
그는 어느 새 당신을 쫓아와 당신의 앞에 무릎을 꿇습니다.
고개를 숙인 채 숨을 몰아쉬는 모습에서, 표정은 알아보기 힘듭니다.
루이사:아, 아, 아델.... 우리 돌아가자. 응? 제발... 제발 돌아가자. (손이 덜덜 떨렸지만 네 옷을 놓치지 않겠다는듯 꽉 움켜잡았다.)
아델:( 당황한 듯 네 손을 냅다 잡았다. 그리고 짐을 옆에 놓고는 다리를 구부려 너에게 시선을 맞춘다. ) .. 네? 어제 말씀드렸잖아요. 전 떠난다고요. 성당에서 머물러 있을 순 없어요.
루이사:알고 있어, 다 알고 있어...그래도 조금만. 응? 돌아가자. 제발 돌아가자... 이렇게 가지마... 제발 아델. 우, 우리 이제야 만났잖아. 이렇게 가면 안돼. 응? (네가 몸을 낮추자 손을 뻗어 팔을 붙잡았다.)
아델:( 너에 눈동자에서 간절함이 느껴졌다. 여길 떠나야 하는데. 고개를 돌려 눈이 내리지 않는, 그저 평범한 풍경을 응시한다. 다시 널 바라본 후, 여전히 모르겠다는 듯 경직된 태도를 보였다.) ...제가 여기 있어야 할 이유가 있어요? 전 이방인이에요.
루이사:... 내, 내가 알려줄 수 있으니까. (팔을 잡은 손에 힘이 풀리고 곧 내려온 손이 네 손을 잡았다.) 네가 그랬잖아. 세상을 구할 수 있다면 구하고 싶다고... 내가 그 방법을 알고 있어. ... 네 도움이 필요해. 돌아가면... 다 이야기해줄게. ... 그러니까 제발 나와 돌아가자.
아델:.. ... ( 믿기 어려운 말들이었다. 세상을 구할 수 있다고? 눈을 연신 깜빡였다. 말이 한동안 없다가, 너를 일으켜 세우고 고개를 가볍게 끄덕인다. ) .... 며칠만 머물게요. 알겠죠? 다음은 없어요.
결국 그를 뿌리치지 못하고 당신은 성당으로 돌아옵니다.
성당으로 돌아온 루이사는 어쩐지 당신을 잡을 때보다 더 복잡한 낯입니다.
어제 밤보다도 혼란스럽고 갈피를 잡지 못하는 분위기는 더더욱 의문을 자아내기에 충분했습니다.
바깥의 찬 바람을 맞았기 때문일까, 어느 새 빨개진 당신의 뺨과 손을 본 루이사가 따뜻한 차를 내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다정하고 헌신적인 모습의 이유를 알아차리기 어려움은 어쩌면 당연합니다.
굳게 닫힌 성당의 입구에서 분명히, 똑똑하게 들린 것은 노크였습니다.
그러나 루이사를 보면, 그는 마치 자동으로 몸을 딱 굳히고 있습니다.
아델:( 네 반응을 살피다, 성당 문으로 다가가 문고리를 잡고 입을 연다.) 누구세요?
루이사가 만류하기도 전에 바깥에서 음성이 들려옵니다.
???: 아무도 없으신가요? 문이 잠겨 있어서요. 발자국이 여기 나 있는데…….
앳된 음성은 그리 장성한 사람 같진 않습니다.
???: 먹을 게 없어요. 혹시 저희 좀 도와줄 수 없으신가요?
루이사는 더더욱 고통스러운 낯을 짓습니다. 그러나...
아델:( 고개를 기울이고는 목소리를 죽인다.) ... 왜요?
루이사:... (그저 입을 꾹 다물고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델:( 미간을 좁히고는 문고리를 강하게 붙잡았다.) 정말요? 목소리를 들어보니 애들인 것 같아요. 뭐라도 나눠주는게..
문을 열어 아이에게 음식을 주려면 설득해야할 것 같아요.
아델:
설득
기준치: |
60/30/12 |
굴림: |
84 |
판정결과: |
실패 |
.... ( 여전히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여기 살던 사람은 내가 아니라 루이사였다. 여전히 루이사를 작게 노려보았지만, 고개를 끄덕이고 제 자리로 돌아온다.)
루이사는 무언가를 참는듯 꽉 제 손을 잡습니다.
루이사:... 아델, 물자 창고에 다녀와줄래? 할 일이 있어서 네가 대신 오늘 식사할 식량을 가져와줬으면 해.
아델:..알겠어요. ( 고개를 작게 끄덕이고 네가 가리킨 방향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
물자 창고로 향하면 아직까진 충분한 물자들이 몇 남아있습니다.
아델:
자료조사
기준치: |
70/35/14 |
굴림: |
55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마치 금방이라도 떠날 사람이 모아두었을 법한 물건들이 알차게 담겨 있습니다.
……혹시 루이사 스스로가 떠나기 위해 채워둔 걸까요? 이게 왜 여기 있을까요?
그러나 확실한 것은 이 가방이야말로 바깥에 있는 사람에게 전달하기 딱 좋은 물건이라는 것입니다.
아델:( 한숨을 짧게 쉬었다. 어제부터 일어난 기이한 일들. 루이사가 무엇을 위해 날 머물게 했는지, 아직도 모르겠지만. ... 루이사는 나쁜 사람은 아니었다. 언젠가 사정을 들을 날이 오겠지. 그녀가 과거에 했던 것처럼. 루이사의 말을 듣기로 하고 식량만을 챙긴다. 그리고 물자 창고를 떠난다. )
문득 물자 창고 내부 이질감이 든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특정 벽면이 이상하리만치 상자로 쌓여 가려져 있네요.
아델:( 창고를 떠나려고 발걸음을 돌리다, 상자로 쌓인 벽면으로 다가간다.)
아델:
근력
기준치: |
65/32/13 |
굴림: |
46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그렇게 드러난 벽면에는 기이한 광경이 담긴 상태입니다.
1, 2, 3, 4, 5, 6, 7, 8, 9, 10. 실패, 실패, 실패, 실패, 실패.
아델:
SAN Roll
기준치: |
56/28/11 |
굴림: |
71 |
판정결과: |
실패 |
아델:
지능
기준치: |
90/45/18 |
굴림: |
46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숫자들이 어쩐지 날짜를 의미하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듭니다.
이 빼곡한 숫자들은 일 년, 이 년, 아니 십 년 그 이상을 의미하는 듯도 싶습니다.
그렇다면 실패는? 실패는 도대체 뭘 뜻하는 걸까요?
문득 가장 진하고도 깊게 적힌 문장이 보입니다.
아델:...( 또 다시 발견한 사랑이란 단어에 질린 듯 미간을 구겼다. 발걸음을 다시 밖으로 옮겼다. )
물건을 들고 돌아가면 이상하게도, 루이사는 그 어디에서도 보이지 않습니다.
바깥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는 어느 새 사라진 상태입니다. 혹여 자리를 뜨기라도 했을까요?
문을 열면 바깥에는 작은 발자국이 길게 연결되어 있다 흐려진 것이 보입니다. 떠난 모양입니다.
그렇다면 루이사는 도대체 어디로 사라진 걸까요?
당최 알 수가 없습니다. 이유를 알려주겠다 해놓고는 제멋대로 실종되기라니.
아델:
지능
기준치: |
90/45/18 |
굴림: |
45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문득 이 성당이 2층으로 되어있음을 깨닫습니다.
그리고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현재 개방되어 있음도요.
아델:(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을 밟고, 2층으로 갑니다. )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예배당 2층으로 연결되어야 하는 통로 쪽에 작은 문이 하나 덩그러니 놓여있습니다.
문이 아주 살짝 열린 상태, 빛이 미미하게 흘러나옵니다.
내부로 들어가면 빼곡하게 쌓인 책들이 존재합니다.
몇 년, 몇 십 년동안 쌓였다고 말하지 않고서는 납득이 안 될 개수.
아델:( 신비한 듯 고개를 이리저리 돌려 책장을 천천히 살펴본다.)
아무 책이나 살펴보면, 대체로 라틴어로 적혀있음을 깨닫습니다.
아델:
외국어 Roll
기준치: |
1/0/0 |
굴림: |
90 |
판정결과: |
실패 |
그렇게 책을 덮기 직전, 유일하게 알아볼 만한 마지막 모국어로 된 문장은 다음과 같습니다.
원인이 사라지기 전까지는 그 무엇도 끝나지 않음을
문득 책상을 보면 닫힌 서랍장에서 양피지 귀퉁이가 삐죽 튀어나와 있습니다.
아델:( 서랍장 밖으로 튀어나온 양피지를 집어 읽어본다.)
아델:
근력
기준치: |
65/32/13 |
굴림: |
73 |
판정결과: |
실패 |
찢어진양피지 일부를 획득합니다. 다음과 같이 적혀 있습니다.
때로는 죽음이 칼이 아닌 다른 것에서부터 비롯되길 마련이다.
아델:( 이상한 내용이네. 서랍장 위에 찢어진 양피지를 두고 작은 방에서 나온다.)
( 그리고, 2층 예배당으로 이동한다. )
방에서 나오면 드는 생각은, 이 세상의 재앙의 실질적 원인은 결국 당신이었다는 것과.
그리고 스테인드 글라스 아래 떨어져 있던 칼.
죽음이 칼이 아닌 다른 것에서부터 비롯되길 마련이다…….
문득 저 바깥에서부터 발자국 소리가 들립니다.
아델:( ? 시선을 빼앗겨 복도 끝으로 천천히 다가간다.)
이 방에 있던 걸 들키면 조금 곤란해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그 풍경을 보며 무슨 생각을 하는지 영 모를 만한 뒷모습입니다.
아주 고요하게 침잠하여, 다시는 나오지 못할 심해 속에 혼자 갇힌 것처럼.
가만 당신이 지켜보고 있노라면 시선을 느낀 것인지 고개를 돌리지 않은 루이사가 묻습니다.
어둠 가운데 스테인드 글라스를 통과하는 오색의 찬란한 빛이 반사된 얼굴.
마치 악마 같기도, 어떻게는 천사 같기도 한 풍경.
아델:( 멸망을 끝낸다. 그리고, 사랑. 여태껏 성당 안에서 찾은 문구를 떠올린다. 사랑을 하면 이 모든 게 끝날까? 지금까지의 고생은 모두 내가 사랑을 하지 않은 탓이었나? 허황된 소리일지도 모르나, 꿈에서, 그러니까.. 과거 일을 생각해 보면 가능할지도 몰랐다. 되든 안 되든, 루이사를 다시 사랑한다면 멸망이 끝날지도 몰라. 고개를 잠시 끄덕이면서, 천천히 다가간다. ) 사랑으로 이 멸망이 끝난다면, 사랑. 그런 건 얼마든지 할 수 있어요. 마치, 예전처럼.
루이사:(네 말에 눈동자가 떨렸다. 손끝도. 하지만 그걸 감추듯 제 손을 잡고는 부드럽게 웃었다. 마치 평화롭던 시절. 기도를 드리러 왔다는 너를 마주할 때 웃어보였던 것처럼. ) ... 휴게실로 돌아가도록 해. 다시 눈이 내리기 시작했어. 여기도 곧 추워질 거야. 식사 준비를 해놨으니 오늘은 먹도록 해. ... 사랑도, 네가 준비가 되어야 하지 않겠니.
아델:( 말을 하긴 했지만, 사랑이라는 말이 네 입에서 나오자 어쩐지 기분이 묘했다. 사랑. 사랑을 한다고 했지만. ... 고개를 작게 끄덕이고 말없이 휴게실로 돌아간다. )
휴게실에는 아델의 몫의 음식만이 놓여 있을 뿐이며 루이사는 그사이 어디로 간 건지 모습이 보이지 않습니다.
밤이 깊어 매트리스에 누울 그때까지도 아무런 소리도 성당에 들리지 않습니다.
그저 고요한, 정적만이 가득한 성당에서 당신은 다시 눈을 감습니다.
휴게실에서 하룻밤을 자고 일어나니 성당 내부에 오르간 소리가 울려퍼집니다.
이곳에는 당신과 루이사밖에 없으니 누가 연주 중인지는 너무나 분명합니다.
아델:( 머리를 대충 다듬고는 매트리스에서 일어난다. 그리고 오르간 소리에 홀린 듯이 소리를 따라 걸어간다. )
아델:
관찰력
기준치: |
65/32/13 |
굴림: |
7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일어나 휴게실을 나가기 전, 테이블 위에 반으로 접힌 종이를 발견합니다.
종이를 펼치면 그곳엔 빼곡하게 적힌 ‘멸망을 끝내는 법’이 나와 있습니다.
글씨체는 너무나 분명하게도 루이사의 것입니다.
일 년 내지 십 년 그 이상의 시간이 기록되어 있던 벽.
무수히 많은 죽음의 방법은 본인에게 행한 일이었던 걸까요?
그래, 루이사에게 부여된 것은 어쩌면 영생일까…….
아델:
SAN Roll
기준치: |
54/27/10 |
굴림: |
25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이어 눈에 들어온 것은 가장 마지막 부분에 적힌 한 문장입니다.
가장 큰 죄를 짓고 만 대상자에게 받는 사랑이 영생을 끝내리라
예배당으로 나가면 역시나 오르간을 연주하는 루이사가 있습니다.
필경 이 모든 사태를 고하고자 하는 루이사의 고의였을 것입니다.
아델:( 오르간을 연주하고 있는 너에게 다가간다. 하나, 둘 걸으며 네가 했던 행동들을 곱씹었다. 영생을 살았을까. 그래서 나에게 이렇게 간절한 걸까. 옆에 다가가 네 눈동자를 보니, 어쩐지 사랑이라는 감정보다는 연민이 크게 느껴졌다. 숨을 고르고, 부드럽게 미소를 지었다.) ... 루이사. 날 기다렸나요? 종이 읽었어요. .... ( 잠시 말을 멈추고 주춤거리다, 다시 말을 잇는다. ) 내가 추리한 게 사실이라면, 날 쭉 기다린 게 맞나요?
당신이 그에게 다가가면 루이사는 그제야 당신을 돌아봅니다.
이젠 나를 사랑해줄 수 있어?
사랑한다고 말해줄 수 있어?
아델:... 좋아요. 당신을 사랑해서 모든 게 정상으로 돌아간다면. ( 눈을 느릿하게 깜빡였다. ) 옛날처럼 당신을 사랑할게요. 얼마든지요.
루이사:.... 하... 하하하.... (그대로 몸을 웅크리고 제 얼굴을 가렸다.한참을 미친사람처럼 웃다가 말했다.) ... 나는 여전히 이 세상이 싫어. ... 내 사랑을 위해 그저 대가를 지불한 것 뿐이야... 이 세상을 대가로 내놓은 것 뿐이야.... 하지만 너는 아니었잖아. 너는 결코 나를 세상보다 사랑해주진 않을 거야. 그렇지. 그때 나를 선택했지만 결국에는 나를 먼저 놓을 거란 걸 알았어. ... 내가 세상에게 맹목적이어야 했던 것과 달리 너 스스로 세상에 맹목적이게 될 줄 알았어... 그래도 사랑한 거야! (자리에서 일어나 너를 바라보는 눈동자는 울분에 찬듯 떨리고, 죽어가는 듯한 얼굴은 수척했다.) ... 나는 반성 안 해. 절대로 반성 같은 거 안할 거야. 나도 사랑하고 싶은 걸 사랑할 자격 있잖아?
... 그러니까... 사랑한다고 말해. 내가 깜빡 속을 정도로 다정하게 말해줘. 내가 이어온 모든 생은 나라는 사람보다 세상을 우선시 해야했어. 그러니까.... 이번만큼은 내가 우선이라고 속아 넘어갈 수 있게 사랑해줘. ... 나는 구하는 쪽으로 태어나고 싶지 않았어. 구해지는 쪽이 되고 싶었지. ... 루이사로서 살고 싶었어.... (일그러진 얼굴은 웃는 것으로도, 우는 것으로도 보이지 않았다.) .... 자, 아델. 어서 말해보렴. ... 날 사랑하니.
아델:...( 네 반응을 보고는 너에게 한 걸음 물러났다. ) ... 루이사. 내가 당신의 모든 것을 알 순 없어요. 제가 아는 단면조차 그 일부에 불과하겠죠. ( 갑작스럽게 찾아온 제 선택과, 그동안 겪어왔던 지옥 같은 나날들이 떠올라 울음이 나올 것 같았다. 떨리는 목소리를 애써 참으며,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 하지만 사랑할게요. 전에도, 이 전에 말한 것처럼요. 당신은 반성 같은 거 안 해도 돼요. 당신은 어디까지나 인간이에요. 지금까지 잘 해왔다고 생각해요. 이제 짐을 버릴 때가 되었잖아요? ( 웅크린 몸을 일으키고, 네 양손을 부드럽게 다잡았다. ) 걱정 말아요. 당신을 사랑하는 건 과거에도, 지금도 내 몫일 테니까. 지금 제가 느끼는 연민도 사랑일 거라 전 믿어요. ( 손을 잡은 채로 네 귓가에 다가가 작게 속삭인다.) 사랑해요.
그 안에 담긴 것이 진정 ‘사랑’인지, ‘증오’인지는 모릅니다.
세상을 위해 언제나 누군가를 죽이기를 종용 받던 루이사, 그리고 그가 죽였어야 했던 당신.
신이 있다면 누군가는 대답해줄 난제와 의문입니다.
루이사:... 겨울이 곧 끝날 거야. ... 겨울이 끝날 거야. 너로 인해...
존재하지 않으나 사람들이 믿었던 행성. 벌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