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을 차렸을 때, 당신은 걷고 있었습니다. 여기는……
베르너 M. 하몬:
관찰력
기준치: |
65/32/13 |
굴림: |
2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까만 밤하늘 아래로 눈밭 위를 걷고 있습니다.
하얀 모래사막이 검푸른 하늘과 맞닿은 지평선 너머까지 끝없이 이어져 있습니다.
멍하니 바라보고 있으면 공허함이 당신을 집어삼킬 것만 같습니다.
베르너 M. 하몬:모래...? (꼭 모래시계 속이라도 들어온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 눈앞의 고요한 풍경을 바라봤다. )
새하얀 모래는 당신이 발걸음을 옮기면 사르륵, 금방 모래가 밀려와 새겨낸 발자국을 덮어버립니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지만, 그것도 금방 사라지고 맙니다.
목적도, 이유도 잃어버린 당신은 그저 아무도 없는 이 사막을 걷고 또 걸을 뿐입니다.
끝에 닿을 때까지 그저 하염없이 걷는 것이, 당신에게는 익숙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언젠가 그와 함께 이런 하늘 아래를 걷던 것이 생각납니다.
영문도 모를 기억을 떠올린 당신의 앞에 모래언덕이 나타납니다.
베르너 M. 하몬:
관찰력
기준치: |
65/32/13 |
굴림: |
48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여기도 저기도 온통 모래 뿐인데, 무언가 더 들여다볼 게 있을까. )
꼭 하늘에 닿을 것 같이 높게 쌓인 새하얀 언덕이네요.
경사가 꽤 있어 올라가려면 제법 힘들지도 모릅니다.
베르너 M. 하몬:(가만히 서서 바라보다가 제가 걸어온 뒤를 돌아봤다. 홀로 남긴 발자국 뿐인데. 아까의 기억은 뭐였을까? 의문을 곱씹다 무언가, 무엇이라도 찾기 위해 언덕 위를 올라섰다. )
베르너 M. 하몬:
행운
기준치: |
70/35/14 |
굴림: |
85 |
판정결과: |
실패 |
당신이 모래언덕을 오르던 도중, 순간 중심을 잃고 넘어지고 맙니다.
고운 입자들이 밀려와 당신은…… 다시 언덕 아래로 미끄러지고 말았네요.
베르너 M. 하몬:(슬라이딩... 별 감각은 없어서 다시 오르기 시도해봅니다. )
베르너 M. 하몬:
행운
기준치: |
70/35/14 |
굴림: |
37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중간에 미끄러질 뻔 하기도 했지만, 다행히 언덕 위로 올라올 수 있었습니다.
그는 언덕 위에 앉아 텅 빈 하늘을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습니다.
베르너 M. 하몬:(사람... 오랜만이라는 느낌도 감감해, 별다른 감흥없이 상대를 살펴봅니다. )
베르너가 그를 살피면 이상하게 얼굴이 잘 보이지 않습니다.
분명 눈앞에 존재하지만, 물이 번진 수채화처럼 모든 것이 흐릿합니다.
베르너 M. 하몬:(하늘만 바라보는 상대를 한참 가만히 있다가 얼굴이 잘 보이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무언가 말이라도 걸어보는 게 좋을까 싶어서 음성을 꺼냈다. 제가 듣기에도 제법 어색한 제 음성이었다. ) ... 저기.
당신이 말을 걸자 그는 뒤를 돌아봅니다. 그리고 대답 합니다.
베르너 M. 하몬:
듣기
기준치: |
80/40/16 |
굴림: |
39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당신은 이름이 불림과 동시에 알 수 없는 말을 듣습니다.
베르너 M. 하몬:(영문 모를 말이었다. 하지만 아까 떠올렸던 기억이 어렴풋하게 떠올라 가만 눈가를 찌푸렸다. ) 무엇을...?
?:(흐릿한 얼굴임에도 입꼬리는 부드럽게 미소짓고 있었다.) 내가 있었다는 것. 계속 기다렸어.
베르너 M. 하몬:... 나를? (옅게 찌푸렸던 미간은 풀렸지만 여전히 멍한 시선으로 흐릿한 얼굴을 응시했다. 네게 더 해줄 말은 없었다. 무엇을, 얼마나, 어떻게 기다렸는지 알지 못하니까. 시간의 일부도, 지금의 배경도 모든 것이 그저 무덤덤하게만 다가왔다. )
?:그래, 너를. (부드러운 어조로 말은 떨어졌다. 잠시 너를 향하는 듯한 시선 끝에 말이 이어졌다.) 걱정하지마, 곧 다 기억나게 될 거야. ... 음, 여기서 가만히 서있는 것보다 걸을까?
베르너 M. 하몬:(부드러운 어조에는, 부드러운 기색으로 반응했다. 향하는 시선 끝에 제가 맺힌 것을 알았기 때문에 상대의 눈을 응시하고자 했다. ) 응, 이런 가만히 있다가 파묻히긴 싫은 걸. 그게 좋겠다.
?:(파묻히기 싫다는 말에 작게 웃음을 흘렸다.) 그래, 이런 곳에 파묻혀 있을 수는 없지. 갈 길이 머니까. (그리 말하고 하늘을 잠시 바라봤다가 함께 가려는 듯 네 곁으로 다가왔다.)
베르너 M. 하몬:(곁으로 다가오는 것을 바라보다가 자연스럽게 네게 손을 내밀었다. 이런 예절이 있던 것도 같으니까. ) 응, 함께해줘.
?:(네가 손을 내밀자 멈칫했다. 손을 한 번, 그리고 너를 한 번 바라보던 끝에 조심스레 손을 내밀어 잡았다.) 네가 가야할 곳은 어디야?
베르너 M. 하몬:내가 가야할 곳? (던져진 질문에는 짚이는 구석이 전혀 없었지만, 그 말에 가만 무엇이라도 떠올려보려 했다. 제 손에 느껴지는 감촉을 잡고서.)
?:(생각에 빠진듯한 너를 바라보다가 한걸음 먼저 나아가 너를 잡아당겼다.) 가야할 곳을 모르겠다면 우선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보자. 그러다보면 생각날지도 모르잖아. 네가 가는 곳까지, 나도 같이 가 줄게.
베르너 M. 하몬:(같이, 라는 말에 어쩐지 마음이 놓이는 기분이 들었다. 그 같이가 언제까지 같이일까 생각하면서 그저 네가 잡아당기는 대로 이끌렸다.)
그와 대화를 하며 걷다 보면, 문득 당신은 자신의 목소리를 참 오랜만에 듣는다는 생각을 합니다.
아무도 없으니, 자신의 목소리를 들을 일이 없었으니까요.
혼잣말을 했다고 하더라도 자신의 목소리에 신경을 쓰지는 않았습니다.
베르너 M. 하몬:
지능
기준치: |
55/27/11 |
굴림: |
3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그 소리를 들으며 당신은 조심스러운 생각이 떠오릅니다.
여태껏 혼자였던 탓에, 이런 생각을 하게 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베르너 M. 하몬:외로웠던 걸까, 그랬던 것 같기도 해. (그 물음을 던진 내 곁의 상대가 꼭 모래처럼, 신기루처럼 흩어질 것만 같아서. 네 손을 조금 강하게 붙잡았다.)
?:(그리 물은 제 표정은 네게 어떻게 보일까. 아직 무엇도 보이지 않을까. 눈을 느리게 깜빡이며 네 대답을 기다리니 잡은 손에 힘이 느껴졌다. 고개를 숙여 맞잡은 손을 바라보았다.)
문득 앞을 보면 모래 속에 무언가 파묻힌 것 같은 모양을 발견합니다.
베르너 M. 하몬:(파묻힌 것, 볼록한 것... 별다를 것 없는 이곳에서 드러난 것에 신경이 쓰였다.) 무언가 있는 것 같은데... (그렇게 말하곤 허리를 굽혀 모양이 난 자리를 손으로 쓸었다.)
당신은 하얀 모래를 옆으로 밀어내며 그것이 무엇인지 확인합니다.
푸른 머리카락을 높게 묶어 올린 호박색 눈동자를 한 그는 당신과 같은 교복을 입은 채로 활짝 웃고 있습니다.
… 이건, 방금 전까지 당신과 얘기를 나눈 사람과 닮은 모습이네요.
그를 돌아보면, 방금 전까지는 알아볼 수 없던 모습이 확실히 눈에 들어옵니다.
베르너 M. 하몬:
관찰력
기준치: |
65/32/13 |
굴림: |
26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여기에 무언가 써져 있어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드는데……
베르너 M. 하몬:... ... 이런 게 왜 이런 곳에 묻혀있는 걸까. (사진을 가만 위로 들어올렸다. 푸른 머리칼에 호박빛 눈. 밝은 표정을 한... 이건 너일까? 닮은 모습을 한 상대를 바라보다가 사진 아래 빈 공간을 만지작거렸다.) 모습이 너랑 닮은 것 같은데. 혹시 알고 있어, 이 사진?
(긴가민가한지 눈가를 슬 찌푸리곤) ...아니면 이 사람이나.
?:(네 곁에 서서 사진을 함께 바라보다 작게 웃었다.) 잘 알지, 닮기도 했을 거야. 이건... 나니까. (장난스러운듯한, 가벼운 어투로 그리 말하고는 눈가를 찌푸린 널 보며 말을 이었다.) 오랜만이다, 이때 바쁘고 정신도 없고... 그래도 참즐거웠는데.
베르너 M. 하몬:
지능
기준치: |
55/27/11 |
굴림: |
22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당신은 문득 그 모습에서 아주 그리운 느낌을 받습니다.
베르너 M. 하몬:(너, 이 사진 속에서 해맑게 웃음짓고 있는 아이는 어렸을 적의 너구나. 하지만 이어지는 네 물음에는 답변할 수 없었다. 제 머릿속에는 이 빈 사진의 공간보다 더 커다란 여백이 존재하는 것 같았다. 그러자 이 드넓은 공간이 답답하게 느껴졌다. 네 얼굴을, 사진을 가만 바라보아도 무언가 더 떠오르지 않았다. 흐리게만 다가왔던 네 얼굴만큼이나. 이 하늘이 답답하게 느껴지는 만큼이나. ) ...모르겠어, 기억하고 있지 않아. 하지만 알고 싶어. 너에 대해서도, 이 사진에 대해서도...
?:괜찮아, 천천히 잘 생각해보면 떠올릴 수 있을거야. 나는 사라진 게 아니라 잊혀진 것 뿐이니까. (잡은 손을 다른 손으로 천천히 토닥였다.)
그는 급할 것 없다면서 여전히 다정한 어조로 속삭입니다.
그런 그의 눈동자색을 바라보다보면, 문득 당신의 머릿속에 스치고 지나가는 이름이 있습니다.
베르너 M. 하몬:(혀 끝으로만 굴리던 낱말의 조합을 익숙하게 내뱉었다. 어쩌면 자신이 이전에 말했던 그 어떤 단어보다도 익숙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
...레슬리?
레슬리. (조금 더 확신에 찬 목소리로 네 이름을 불렀다. 다음의 네 이름을 부르면서는 조금 잔잔한, 그리고 익숙한 미소를 지었다. 네 말대로 잊고 있던 걸까?)
그의 호박색 눈동자를 보며 딩신은 그의 이름을 말합니다.
그러자, 당신의 눈앞에 어떤 풍경들이 스쳐 지나갑니다.
유약해 보이는 어린 레슬리가 주저 앉아 당신을 올려다보던 그 순간부터,
함께 호수를 거닐고, 함께 책을 읽고 공부를 하고,
마냥 평온할 수 없던 시기에 함께하며 울고 웃었던 날들입니다.
레슬리 A, 파르바네:(바람이 불었다. 제 새벽녘 같은 머리카락이 바람을 따라 흔들렸다. 나는 이 밤하늘과 그 아래 서 있는 너를 그저 가만히 바라보았다. 그 어떤 풍경보다 반짝이는 순간이었다. 네가 부르는 내 이름이 좋아서 부드럽게 웃어보였다.) 드디어
제대로 알아보는 눈이네. 베르너.
당신이 레슬리를 바라보고 있으면, 미소를 지으며 말합니다.
베르너 M. 하몬:(곧이 곧대로 흩날리는 머리칼을 본다. 어떤 순간보다 빛나는 순간들이 우리에겐 있었다. 잊어버리기에는 너무도 소중하고 익숙한 그 기억 그대로의 너를 바라보았다. 그저 멍하게 혼잣말처럼 뇌까렸다. ) ...왜일까... 레슬리, 왜 내가... 무엇보다 소중할 너를 잊었을까. 응, 제대로 알아봤어. 그리고 떠올렸어, 방금에서야. 레슬리 너를 말이야. (익숙하지만 서글픈 미소를 지으면서 네 눈을 한참이고 바라봤다. )
레슬리 A, 파르바네:(너의 혼잣말에 자신이 해줄 수 있는 거라고는 그저 다정히 웃어주는 것 뿐이었다. 너는 자신이 소중하다 말한다, 나를 기억한다고 말한다. 그것으로 되었다. 그것만으로도 나는 너무도 기뻐서...) 내가 그랬잖아. 천천히 기억이 날 거라고. 걱정하지마, 다른 것들도 천천히 되찾아가면 돼. (자신의 눈을 바라보는 너의 눈을 마주 바라봐주었다. 네 눈을 바라보고 있으면 언젠가의 나는 내가 있던 곳도, 시간도 잊고는 했다. 너의 시선 한끝에라도 담기면 그게 그렇게도 좋았다.)
베르너 M. 하몬:(옅은 머리칼 사이로 보이는 미간, 아래로 나비가 나풀거리듯 내려앉는 속눈썹. 옅은 호박빛의 눈동자, 새하얀 콧잔등, 얼굴을 차례로 훑었다. 네 머리칼을 쓰다듬고, 네 볼을 매만졌던 기억을 떠올리면서 네 온전한 모습을 훑었다. 눈으로만 담아내기에는 아쉬운 마음이 차올라서 네 얼굴 가까이에 가만 손을 대었다. 네가 잠든 틈에 조심스레 몇 번이고 매만지던 자리, 내 손이 닿았던 곳. 모든 게 그대로구나, 아까의 그리움은 이미 어디 멀리 사라져 있었다. )
어째서 이런 감정이 드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어찌되었든 당신은 이제 이 모래사막에 혼자가 아닙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도 당신은 사막을 걸어야겠다는 생각을 떨칠 수는 없습니다.
하늘을 올려보면, 아무것도 없던 새카만 하늘에 별이 몇 개 떠 있습니다.
하늘 높은 곳에서 빛나고 있는 저 별은, 북극성이라고 하던가요?
베르너 M. 하몬:
교육
기준치: |
60/30/12 |
굴림: |
96 |
판정결과: |
실패 |
알 수 없는 별이, 텅 빈 것처럼 보였던 밤하늘에 반짝입니다.
레슬리 A, 파르바네:(제 얼굴에 닿은 손에 조금 놀란듯 눈을 동그랗게 뜨다 이내 말간 얼굴로 웃었다. 그 사진의 모습처럼 밝은 웃음이었다. 네 시선을 따라 하늘을 바라보았다. 반짝이는 별, 그것에 시선을 두었다.) ... 북극성이 떴네. 그거 알아 베르너? 길을 잃은 사람들이 저 별을 보며 길을 찾곤 했대. (네 손을 다시 잡았다.) 우리에게 필요한 별이야. 그치?
베르너 M. 하몬:(밝은 웃음에 놀란 눈을 하다가, 저도 모르게 따라 미소를 지었다.) 저 별을 북극성이라고 하는 구나. 응, 필요한 것 같아. (여전히 시선을 네게서 떼지 않은 채 말을 맺었다.)
(이제 무엇을 할까, 이 사막을 더 걸어야만 하겠지. 체중이 실려 발자국이 남는 것을 느끼면서 걸음을 옮겼다. 지금의 발자국만큼은 두 발자국이 함께 남을 것이라는 게 위안이 되었다. )
저 별을 따라가다 보면, 우리가 가고자 하는 어딘가로 향할 수 있을가요.
여전히 이 모래사막의 끝은 보이지 않고, 당신과 레슬리가 지나온 곳엔 두 사람의 발자국만 찍혀있습니다.
베르너 M. 하몬:
지능
기준치: |
55/27/11 |
굴림: |
82 |
판정결과: |
실패 |
그때, 저 앞에 무언가 떨어진 것을 발견합니다.
그건 귀걸이네요. 이런 게 왜 여기에 있는 거죠?
베르너 M. 하몬:
지능
기준치: |
55/27/11 |
굴림: |
83 |
판정결과: |
실패 |
이 넓은 곳에, 당신과 레슬리 말고 다른 사람이 존재할 리가 있나요?
당신의 것이 아니라면, 레슬리의 것이 아닐까요?
아니면 혹시, 둘 말고 다른 사람이 있는 걸까요?
당신이 손에 든 것을 보더니, 레슬리가 다가와 말합니다.
역시, 이건 레슬리의 것이었던 걸까요? 아니면……
베르너 M. 하몬:응, 귀걸이네. (주워든 것을 가만 들여다본다, 은은하게 빛이 나는 것이던가. 장신구라면 당연히 빛이 나겠지만, 어떤 빛깔을 가졌는지 살펴본다. )
귀걸이는 당신의 눈동자 색과 같습니다. 꽤나 섬세하게 조각 됐다는 것이 느껴지는 귀걸이 입니다.
레슬리 A, 파르바네:(네 곁에서 귀걸이를 함께 바라보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옛날에… 네가 하고 있던 귀걸이가 있었는데, 그걸 보다 문득 나도 네가 계속 간직할 만한 것을 만들어주고 싶었어. 보석은 아주 오랫동안 남게 되잖아. 버리지 않는 이상 사라지지 않아. 그래서… 열심히 만들어서 선물해준 거야. (네 눈치를 보다가) 어때? 이제 기억 나?
베르너 M. 하몬:...아. (네 말에 가볍게 감탄하면서 세공된 장식을 바라보다가 새겨진 결을 따라서 매만졌다. ) 네가 만들어서? 솜씨가 좋네. 그런데 널 잊게 될 줄 알았더라면, 차라리 네 눈 색이었으면 더 좋을 뻔 했을텐데... 기억은... (유한 어조로 말을 이어가다가 귀걸이를 바라보면서 이전의 기억이 다시 떠오르기를 바랐다.)
레슬리 A, 파르바네:보석 정도만. 다른 건 도움을 받았지. (멋쩍게 웃어보였다. 이어지는 말에 잠시 입꼬리가 굳었다. 하지만 곧 다시 웃어보이고는) 그럴 걸 그랬나. 널 생각하며 만든 거라서 자연스레 네 색을 주고 싶었어. ... 내가 조금더 센스가 있었다면 좋았을텐데. (아쉬운투, 하지만 가벼웠다. )
귀걸이를 바라보면 또다시 자신을 스쳐가는 수많은 풍경들을 마주합니다.
손을 맞잡았던 유난히 별이 보이지 않던 밤과 처음 입 맞췄던 순간.
할 이야기가 너무도 많아서 새벽이 밝아올 때까지 서로에게 속살거렸던 그 때.
긴장 된 얼굴로 당신의 귀에 귀걸이를 걸어주던 손길.
베르너 M. 하몬:
지능
기준치: |
55/27/11 |
굴림: |
90 |
판정결과: |
실패 |
당신이 잊었던 소중한 나날들, 소중한 사람, 눈앞의 레슬리.
베르너 M. 하몬:(귓가에 닿았던 저보다 조금 높았던 체온을 기억한다. 네가 내게 선물했던, 우리가 서로에게 선물했던 소중한 시간과 기억. 몇 번을 스쳐도 좋을 네 손가락 틈 사이 그림자가 나눈 부분마저 아쉬웠던 기억. 여전히 머릿 속이 흐린 것을 보면 나는 아직도 잃은 게 많은 거겠지. 그러나 되찾아가고 있는 중에는 신경쓰지 않으려고 한다. 제게는 무엇보다 빛나보일 귀금속을 그저 손에 가볍게 그러쥐었다가 펼쳤다. ) 아냐. 정말로 마음에 들었는 걸. 너도 기억나지. (네가 고안한 작품이긴 하지만 내 눈색을 담은 것이니까. 이제는 다시 찾아낸 네게 달아주고 싶기도 해 다시 제 귓가에 달려던 행동을 망설였다. ) 선물받은 이후론... 내가 계속 하고있던 거지. 레슬리, 이건 네가 달아줄래? 지금은 내가 네 귀걸이를 달고있으면 바라볼 수가 없잖아. 나는 그것도 좋을 것 같아서. (가까이 다가오라는 듯 손짓하면서 눈웃음을 지었다.)
레슬리 A, 파르바네:(네 느리게 감겼다 떠지는 눈동자는 우리가 이 모래사막을 길을 찾아 걷는 것처럼 기억을 찾아 걷고 있는 것 같았다. 너는 지금 무엇을 떠올리고 있을까. 나를 떠올려주고 있을까. 어리고, 어설프고, 하지만 그렇기에 그 어느때보다 완전하게 행복했던 나를 떠올려주고 있을까. 나는 네가 언제나 그런 나를 기억해주길 바랐다. 하지만 언제나 좋은 것은 나쁜 것에 가려지기 마련이다. 멍하니 생각에 빠져 있는데 자신을 부르는 네 목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들었다. 네 말에 의아한듯 바라보다가 이내 무슨 마음으로 그리 말하는 건지 알 것 같아서 작게 웃으며 순순히 네게 다가갔다.) 그럼 부탁할게.
베르너 M. 하몬:(제게 한 걸음 성큼 다가와주는 네 모습이 좋아서 한참이고 미소만 지었다. 둥근 귓바퀴 아래 귓불에 가볍게 손을 대곤 귀걸이를 끼워주었다. 그 모습이 퍽이나 만족스러워서 붙었던 손길을 금방 떼어내지 못했다. 지금 너와 내 체온은 비슷한가, 내리깐 네 눈길도 나와 비슷한가. 그렇다면 지금 드는 정도의 작은 욕심은 부려도 괜찮지 않을까. 바라보던 귓가에 가볍게 키스하고 멀어졌다. ) 응, 역시 귀걸이 마음에 든다. 제일 예쁜 것 같아.
레슬리 A, 파르바네:(네 손길이 닿는 것이 처음도 아닌데 긴장이 온몸을 타고 흘렀다. 처음 귀를 뚫었을 때 그랬던 것처럼 긴장된 시선으로 제 손끝을 바라보다가 마침내 귀걸이가 끼워지자 작게 안도의 숨을 뱉었다. 그때, 귓가에 닿는 감각에 몸이 굳었다. 곧 놀란 눈을 한 채로 네게 살짝 멀어졌다. 귓가를 손으로 감쌌다. 얼굴이 조금 붉었다.) ... 고마워....
옅게 붉어진 얼굴로 끝내 레슬리는 웃어보입니다.
귀걸이가 레슬리의 움직임에 따라 작게 흔들립니다.
평화로운 시간, 공허했던 공간에 평온한 감정이 흐릅니다.
하지만 그 시간 속에서, 레슬리는 무언가 기다리는 듯 속을 알 수 없는,
당신으로서는 알기 힘든 감정이 담긴 눈동자로 밤하늘을 바라봅니다.
곧, 밤하늘로 향했던 눈동자가 당신을 향합니다.
베르너 M. 하몬:
관찰력
기준치: |
65/32/13 |
굴림: |
60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눈에 익은 버드나무 지팡이. 레슬리의 지팡이입니다.
하지만 알 수 없는 검붉은 자국이 묻어있습니다.
의문이 스치기도 잠시. 당신은 이게 무엇인지 알고 있습니다.
무엇을 뜻하고 있는지 사실은 알고 있을 겁니다.
베르너 M. 하몬:(외면하고 싶었다. 그게 어떤 기억이어도, 하지만 네가 바란다면... 네가 바라는 단 한 가지가 이것이라면 나는 외면하지 못하겠지.)
그 누구도 서로의 짐이 되고 싶지 않았습니다.
지팡이를 휘둘렀고 당신은 잊었습니다. 그렇게 끝난 이야기 입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가 죽게 되었다는 것도, 잊은 당신과는 무관한 이야기 입니다.
레슬리는 잊힌 것이지, 사라진 것이 아닙니다.
레슬리를 바라보면 그저 당신을 사랑스럽게 바라보며 웃고 있습니다.
베르너 M. 하몬:(전처럼 미소를 지어보일 수 없었다. 언제부터 나는 너를 외면하려고 했을까. 분명 처음부터 그렇지는 않았을 텐데. 네 온전한 배려와 네 다정, 네 의지를 꺾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나는 되려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네 마지막 결정에 그저 그대로 따를 수밖에 없었다. 누군가를 위하는 따스함이 독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내 자신이 네게 독이 될 줄은 몰랐다. 너를 숨막히게 하거나 널 두렵게 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나는... 사랑하는 너를 위했고. 너도 나를 위했었고. 우리는 그렇게 서로를 위해서, 또 서로의 이상을 위해서 헤어졌었지. ) 아니야, 레슬리. 너는 단순히... 내 꿈일 뿐이지는 않잖아... 그렇지?
레슬리 A, 파르바네:(소중한 이에게 자신이 해줄 수 있는 것이 없다는 것은 슬프고 비참한 일이지만, 소중한 이에게 자신이 걸림돌이 될지도 모른다는 것은 레슬리 파르바네에게 있어서 공포에 가까운 감정을 들게 했다. 사람들은 항상 나에게 말했다. 상냥하고, 다정하고, 친절한 레슬리. 하지만 사람들이 모르는게 있어. 나는 그저 조심스러워진 사람일 뿐이다. 욕심도 많고 욕망도 많지만 그것이 누군가를 해칠까 두려워했다. 어릴 적, 도망친 것처럼 나는 정의라는 어쩌면 자기 혼자만의 욕심을 위해 너에게서 도망쳤다. 서로를 위한 일이라 믿었다. 시간을 되돌려 돌아간다고 해도 나는 비슷한 선택을 하고 말겠지. 너의 물음에 나는 그저 웃어보인다. 너에게 지팡이를 휘둘렀을 때, 네게 보이는 마지막 모습 만큼은 마냥 좋은 사람으로 남고 싶어 웃었던 것처럼.) ... 네가 생각하고 싶은 대로 생각하면 돼. 네가 꿈이길 바라면 꿈이 되어줄게. 현실이고자 하면 현실이 되어줄게.
베르너 M. 하몬:(너는 네 사람들을 위해서는 충분히 강해질 수 있는 사람이었지. 나는 나 자신의 선택을 후회할 거라는 것을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때에서야 널 잃는 두려움을 온전히 느꼈기 때문에. 너를 영영 잃을 선택을 한 순간에야 네 여린 속내의 공포과 두려움을 깨달았기 때문에. 널 영영 잃을 선택을 한 것은 나였지. 너를 잊을 결심을 한 것도 나였지. 다만 나는 그것이 떠나가는 너를 위한 나의 최선이라고 생각했다. 그래도 너를 잊은 건 나였구나. 네게 상처를 주었구나. 그러나 그것을 네가 언제까지고 바란다면 나 역시 그 때의 선택을 번복할 것이다. 그리고 다시금 후회할 것이다. 너를 위해서. 너의 하나 뿐인 욕심을 위해서.
이 후회가 나의 죄인 까닭은, 내가 너를 온전하게 감싸지는 못할 그저 모닥불 같은 따스함을 가졌을 뿐인 사람이라서다. 이상한 모순이지. 어느 밤이었던가, 내게 네가 가진 작은 불안을 묻는 너를 감싸안았던 그날에 처음으로 온전한 자괴감을 느꼈다. 그 불안을 도저히 가시게 할 도리가 없어 너를 꼭 끌어안고 그저 잠재웠다. 너를 토닥이면서 목에서 울컥 새어나오는 울음을 억눌렀다. 그래, 마치 지금처럼. 그럼에도 제 품 안에서 오롯이 느껴지는 네 온기가 좋아서. 너를 사랑해서. 너를 지키고 싶었던 마음만큼은 진심이었으니까. 지금의 네가 한낱, 한낮의 꿈이더라도. 너를 바라면서도 웃었다. ) 레슬리, 나 언제나. 언제나 널 지키고 싶었어. 가능하다면 언제까지고, 네 욕심을 비롯한 네 모든 것을 지키고 싶었어. 결국은 너를 위한 배려와 선택으로 너를 지켜주지 못했지만... 지금이라면 꿈이어도 상관없고, 현실이어도 상관없는 거잖아. 그렇지? 되어주지 마. 되려면 내가 널 위한 꿈이 될 거고, 현실이 될 거야.
레슬리 A, 파르바네:(누군가가 원하는 무언가가 되는 것이 좋았다. 퍼즐이 맞는 자리를 찾아 들어가는 것처럼 누군가가 원하는 것이 되면 제 자리를 찾아 들어갈 수 있을 것 같았고, 실제로도 그런 적이 많았다. 하지만 너와 있을 때 나는 항상, 내가 되고 싶은 무언가로 남을 수 있었다. 좋은 사람도, 다정한 사람도 아니라 그냥 욕심도 걱정도 상처도 많은 레슬리. 좋은 면만 네게 보여주고 싶었으나 유약한 모습만을 보여 미안했던 것이 아직도 기억에 남았다. 하지만 그게 나다. 강하지 않기에 악이라도 써야 했던 것이 나였다. 너도 알고 있을 것이다. 나는 네가 제 안에 깊게 깔린 연약함을 사랑하는 것은 아닌가, 나를 연민하는것은 아닌가 걱정했던 적이 있었다. 그리고 널 사무치게 사랑하게 된 이후로는 그게 연민이면 어떻겠냐는, 체념에 가까운 생각을 가졌지만... 하지만 알고 있다. 너와 마지막을 함께 하기 그 오래 전부터 알게 되었다. 너는 나를 연민하지 않는다. 그저 나의 최선이, 머물 곳이 되어주고자 했다. 그것이 네가 하는 사랑이었다. 날 그 어느 순간보다 나답게 만들고, 무너지게 만들고, 바닥을 보게 만드는 네가 있었기에 나는 오롯이 스스로를 마주 볼 수 있었다. 그 과정이 우리가 함께 자라왔다는 증거가 될 거라 믿는다. 나는 나를 지키고 싶었다는 너를 바라봤다. 나를 위해, 꿈이 되고 현실이 되겠다는 너를 바라봤다. 두손을 뻗어 네 두 손을 감싸고 그 손에 이마를 대었다. 마치 바닥에 이마를 대고 기도하는 신자처럼.) ... 넌 언제나 날 지켜줬어. 네가 있어서 지금의 내가 있어. 넌 나를 위해 해준 것이 없다고, 아무것도 해줄 수 없다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봐, 베르너. 네 눈 앞에 있는 네가 네가 만들어준 나야. 내가... 네 사랑 그자체야. 나는 사랑받았어. 행복도 해봤어. 지켜졌고, 그래서 지키고싶다고 생각하게 됐어. 다 네가 준거야. ... 나의 꿈과, 현실이 되어주겠다 말해줘서 고마워.
문득 당신은 레슬리 어깨 너머 하늘을 봅니다.
하늘에는 반짝이는 별들이 넓은 하늘을 가득 채우고 있습니다.
베르너 M. 하몬:
지능
기준치: |
55/27/11 |
굴림: |
41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레슬리를, 당신의 행복들을, 아름다웠던 날들을 떠올렸기 때문인가요?
당신의 슬픔에, 공허함에 가려져서, 새카맣게 보였던 것뿐입니다.
쏟아질 것만 같은 별들은 환하게 빛나 지금은 밤인데도 마치 밤이 아닌 것만 같습니다.
그리고 그 모래언덕 앞에는, 무언가 떨어진 것이 보입니다.
베르너 M. 하몬:(너를 한참이고 마주하다가, 이윽고 나타난 모래언덕 앞에 다가섰다. )
당신이 가서 확인을 해보면, 작은 병에 노란색 액체가 출렁입니다.
수면제라고 적힌 작은 이름표가 붙어 있습니다.
순간, 당신이 들어올린 병에서 투명한 액체가 흘러내리더니
베르너 M. 하몬:
관찰력
기준치: |
65/32/13 |
굴림: |
84 |
판정결과: |
실패 |
새하얀 모래 위에 붉은 것들이 떨어져 마치 꽃처럼…… 번져나갑니다.
당신을 채웠던 것은 공허감이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기억이 떠오른 후에도, 바꿀 수 있는 건 없었습니다.
그것이 결코 그와 동행할 수 있다는 이야기는 아니니까요.
자책, 허무감. 그 사이에서 잠 못 이루는 밤이 있었습니다.
깨어나지 못해도 좋으니, 그저 반복되는 굴레 속에서 쉬고 싶었습니다.
당신의 슬픔과 외로움이 눈을 가려 하늘의 별을 보지 못했던 것처럼.
당신의 허무와 외로움이 당신의 눈을 가렸습니다.
당신이 잊었던 그가 당신에게 어떤 울림도주지 못했던 것처럼.
그렇게 찾아온 아침도 당신에게 아무런 의미가 없겠죠.
당신이 본 것은, 어쩌면 자신의 마지막일지도 모르는 순간입니다.
이제서야 자신이 왜 이 끝없는 모래사막을 걷고 있는지, 어째서 아침은 오지 않는 건지, 죽었던 레슬리가 눈앞에 나타난 건지. 모든 것이 확실해졌습니다.
당신이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것들은, 전부가 아니었습니다.
레슬리는 또다시 당신의 손을 잡아 앞으로 나아갑니다. 모래 언덕 위로 당신을 이끕니다.
당신이 따라가면, 그를 다시 만났던 것 같은, 하늘과 닿을 것 처럼 높은 언덕 위입니다.
멀리 바라보면 아래로는 새하얀 모래가 끝없이 펼쳐져 있고, 하늘은 여전히 별이 가득 빛나고 있습니다.
레슬리 A, 파르바네:잠을, 너무 오래 자는 것 같아서. (모든 기억을 되찾은 듯한 너에게 건네는 첫말은 이리도 서툴렀다. 하지만 무슨 말부터 꺼내야할 지 알 수 없었다. 말을 고르고, 또 골라내었다.) 나의 끝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으니까. 어쩌면 내가 선택한 것에 결과니까.... 내가 책임지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어. 하지만 너는 달라. 나는 네가 이런 마지막이길 바라지 않아. (여전히 바람은 불고, 모래는 걸어온 우리의 흔적을 지워갔다.) 그래서 부탁했어. 네가 다시 아침을 맞이하게 도와달라고. ...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네가 스스로 아침을 바라야 한다고 했어. 허무도 자책도 없이. 내일을 살아가겠다고, 그리 생각해야 한다고 했어. ... 그래서 내가 설득하겠다고 한 거야. ... ... 내 탓인 것 같았거든. 내가 널 또 지치게 만든 것 같아서.... (나쁜 습관일까, 이렇게 생각하는 것도. 그리 말하고는 웃었다.)
베르너 M. 하몬:(아, 나는 고요했던 네게 다시 걱정을 주었구나. 그래도 찾아와준 것이 기뻐서 네게 언제나 지어주던 미소를 지었다. 어쩔 수 없었다는 말을 네 육성으로 듣자니 속이 아렸다. 저릿하고, 아프고. 네가 아팠던 만큼 아프지 못한 게 그저 안타까웠다. 책임은 전부 내게 있을 텐데, 다시 찾아온 너를 찬찬히 바라봤다. ) 나 원래 잠이 많은 편인 거 알잖아. 그냥 보고싶어서 왔다고 해줄래? 나도 그냥... 네가 보고싶었던 거니까. (다시 또 내 걱정을 하는 너는 어떤 성인일까. 그 모습까지도 사랑하기에 나는 네 말을 곧이곧대로 듣다가 겨우 말을 꺼냈다. ) 그러니까, 네 탓 아니야. 네 잘못도 아니야. 네게는... 지치지 않았어. 한 번도 그런 적은 없어. 내 한계를 체감했던 것 뿐이었지. (얼마나 어떻게 사랑을 해도 결코 한 존재일 수는 없으니까, 당연한 한계에 부딪힌 것이다. 그렇게 보통의 사랑을 한 것이라고 생각하자. 웃어보이는 널 보면서 또 그저 웃었다. 지금의 울음섞인 웃음까지 웃음이라고 할 수 있다면. )
레슬리 A, 파르바네:(네 시선을 가만히 마주했다. 네 눈동자에 내가 비춰질 일은 다신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마지막 한 번은 네게 담길 수 있어서 기뻤다. 네게, 작별인사를 할 수 있어 기뻤다.) ... 맞아, 넌 잠이 많았어. 덩달아서 나도 잠이 많아져서.... 같이 자면 일어날 때마다 깜짝깜짝 놀랐었는데.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네... 하고. (네게 무게를 주지 않으려 밝게 웃었던 미소가 네 말에 점차 무너졌다.) .... 응, 네가 보고 싶어서 왔어. ... 나 계속 네가 보고 싶었어. 마지막 그 순간에도, 정처 없이 밤하늘을 올려다 보고 있었을 때도, 네가 보고 싶었어. (일그러진 끝에 눈물이 한 방울 두 방울 흘러내렸다. 하지만 그 표정에 고통은 없었다. 그저 너무도 반가운 이가 앞에 있어서 흘리는 기쁨과 안도감이었다.) ... 다행이다라고 생각해버렸어. 나 역시 너한테 미움 받거나... 짐이라고 생각되고 싶지 않아. 사, 사실 잊혀지고 싶지도 않았어. 그게 최선이라고 생각했지만 그래도 그러고 싶지 않았어. 이것조차 내 욕심일까봐 네게 말하지 못했어. ... 널 너무 많이 사랑해서 그런가봐. ... 나는 네 한계까지도 사랑하게 됐어. (눈물에 젖은 금안이 반짝였다. 작별인사를 하자. 너는 잠시 길을 헤맨 것 뿐이다. 터널 끝에 반드시 빛이 있듯이 헤맨 끝에 반드시 너의 길이 있을 것이다. 나는 두 손을 뻗어 네 품안을 파고 들었다. 그리고 널 토닥였다. 떠나갈 너를 위로하고, 남겨질 나를 위로할 것이다.) ... 베르너, 기억해. 자책은 짧게, 대신 이제는 오래 오래 기억해줘. 슬픔은 널 죽이지 못해. 허무나 공허도 널 꺾지 못해. 그런 것에 꺾이지마. 네 길을 걸어가. 내가 걷던 길이여도 좋고, 네가 찾은 새로운 길이라도 좋아. ... 나는 그 길 끝에 있을게.
시간은…… 산 사람의 것이야. 너는 아직 살아있잖아.
내가 죽었다고 해도 완전히 사라지는 건 아니야. 잠시 보이지 않는 것뿐이지. 네가 보지 못했던 밤하늘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없는 건 아니잖아.
나는…… 네 안의 별이 되는 거야. 북극성 같은.
네가 길을 잃으면 내가 외롭지 않게 네 길을 비출게.
그러니까...
현실이 얼마나 우리에게 잔인해지고, 무정해졌으며 그 안에서 희망은 한줌도 채 되지 않는다는 것을.
하지만 이곳에서라면, 그와 이 밤하늘 아래를 영원히 걸을 수 있을 거예요.
비록... 그가 바란, 아침은 오지 않겠지만요.
달도 없는 하늘이지만 별이 밝아서 꼭 새벽인 것만 같습니다.
베르너 M. 하몬:나도, 계속 보고 싶었어. 그리지 못할 순간에도 나는 계속 널 그리워 한 거야. 사실은 계속 그 때에 멈춰서... 잊어도 잊지 못한 채. (그저 투명한 보석과 같은, 네 눈물이 떨어지는대로 두었다. 그 표정에는 어떠한 고통도 없어보였기 때문에. 다시는 널 잊지는 않게, 잊히지 않게끔 이 순간을 아주 간직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네 말을 천천한 발음으로 이었다. ) 자책은 짧게, 대신 이제는 오래 오래... (그렇게 기억하고, 가꾸어나가다 보면... 네가 올까? 나 다시 네게로 갈 수 있을까. 네가 이렇게 내게 나타나 준 것처럼. 그러니까, 마치 마법처럼. 유령보다도 더 나은 존재로. 네가 끝에 서있다고 하니 힘이 나지 않더라도 내야겠지. 언젠가의 네가 걸었던 걸음처럼 잠시 쉬어갈 지언정 멈추지는 말아야겠지. 반짝이는 금안을 바라봤다. 제게 있어서 유일할 새벽의 별. 네가 바라는 일을 할 거야. 네가 바라던 세상에 가까운 형태를 언젠가 만들어낼 거야. 그렇게 너를 디딤으로 한 존재들에 의해, 너의 보듬음을 받았던 존재들에 의해 언젠가의 어둠은 그치고, 세상은 언젠가 제 빛을 찾을 것이다. 그렇게, 아침이 밝아 올 것이다. 네가 이렇게 내 아침을 되찾아 준 것처럼. 네 토닥임이 다정했다. 온기인지 더는 모를 무언가를 느끼면서 품안에 든 네게 속삭였다.) 레슬리, 사랑해. 널 사랑하고, 사랑했고, 또 언제나 사랑할 거야. 언제나 기억할 거야. 언젠가의 너를, 네 노력을... 희망을 다시는 잊지도 지우지도 않을 거야. (너는 북극성처럼 언제까지고 빛나주겠다고 내게 약속했다. 내게 별이 되어준다고 한 너. 그러나 다시는 닿지 못할 별. 아직은 제게 멀어지지 않은 팔을 끌어안고, 얼굴을 매만지다가, 언젠가 몇 번이고 닿았던 입술에 조심스럽게 작별을 고하는 입맞춤을 했다. )
레슬리는 당신의 입맞춤에 응하고는 아이처럼 웃으며 품을 파고듭니다.
레슬리 A, 파르바네:... 잘 지내, 행복하게 즐겁게... 가끔씩, 나도 기억하면서.
어느새 새하얗게 빛나던 별들이 스러지고 아침이 찾아오고 있습니다.
이제 별 대신 새하얀 모래알들이 햇빛에 빛나 반짝입니다.
레슬리의 등 뒤로, 끝없이 이어져있던 지평선 너머로 밝은 해가 떠오르고,
모든 기억들이 물밀듯 쏟아지고, 자신의 모습이 보입니다.
그 모든 일이 있었음에도, 당신은 살아있습니다.
느껴지는 통증, 흐르는 눈물, 얼굴로 쏟아지는 아침햇살……
그가 없는 세상은 텅 빈 것만 같이 느껴지고, 여전히 당신을 힘들게 하는 일들 투성이입니다.
그렇게 몇 번이나 아침을 맞고, 그러다 보면 레슬리와 다시 만나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