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내게 되돌려 줄 100시간
—다음 뉴스입니다. 연합 정부는 파이로젠 바이러스에 대한 치료제의 생산공장을 올해 안으로 2배이상 늘릴 것이라 발표했으며
감염자에 대한 수용시설 또한 확충할 것임을 발표하였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학자들 사이에서 치료제가 불특정다수를 대상으로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음에 대한 원인은 찾지 못하고 있으며…..
좀비 사태가 발발한 후 5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습니다.
24시간 안에 감염된 사람을 좀비로 만드는 파이로젠 바이러스에 의해 인류는 이대로 멸망되는 듯 했으나, 바이러스에 대한 치료제가 개발되었고 인류는 이를 희망이라 불렀습니다.
치료제가 효과가 없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치료제를 투여했음에도 바이러스가 완전히 사라지지 않고 비활성화 상태로 몸 안에 계속 남아있는 사람들 또한 수도 없이 많았습니다.
어찌되었든 치료제가 나왔으니 희망은 남아 있는 거겠죠.
물론 치료제의 공식이 적힌 낡은 노트를 작성한 사람이 아오미네이고 그것을 가져온 사람이 당신이라는 것은 아주 소수의 정부 관계자만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요.
당신은 가방에서 몇 일 전에 당신 앞으로 온 편지를 꺼내 펼칩니다.
몇번이고 반복해 읽어 내용을 거의 다 외워버린 편지는 구겨지다 못해 너덜거립니다.
치료제 투여는 11월 13일 오후 1시에 예정되어 있습니다.
파이로젠 바이러스에 대한 치료제, Pi1225-AD 는 투여 후 시간의 경과에 따라 순차적 단계로 그 효과가 나타납니다.
1단계. 치료제 투여 전, 바이러스에 완전히 감염된 상태로, 흔하게 우리가 ‘좀비’라고 부르는 단계입니다.
2단계. 치료제 투여 24시간 후. 활력징후(체온, 맥박, 호흡, 혈압) 이 정상에 가까워지며 공격성이 줄어듭니다. 하지만 아직까진 인간보다는 좀비에 가까운 상태로 의사소통이 불가능합니다.
3단계. 치료제 투여 48시간 후. 흔히 말해 이성이 돌아와, 이 단계부터 환자와 의사소통, 즉 대화가 가능합니다. 하지만 환자들의 대부분이 드문드문 기억상실 증상을 보이는데 약의 부작용인지, 바이러스의 부작용인지는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4단계. 치료제 투여 72시간 후. 몸 안의 바이러스가 대부분 사멸된 상태이지만 여전히 일부 바이러스들은 불활성화 상태로 존재하는 ‘보균자’ 상태입니다. 완치자와 다르게 좀비 바이러스 감염의 최종 단계를 나타내는 ‘시력’이 돌아오지 않은 상태입니다.
5단계. 완치 단계로 바이러스가 몸 속에서 완전히 사멸되어 1달 안으로 시력이 돌아오게 됩니다. 몇가지 검사를 추가로 받은 후 격리시설에서 퇴원할 수 있습니다.
앞서 알려드린 대로 아오미네 씨는 현재 아리마테아 병원의 수용시설에 격리되어있으며 치료제 투여 후 3단계 부터 면회가 가능합니다.
하지만 카가미 님이 인류의 재건에 지대한 공헌을 해주신 것을 감안한 바, 동봉한 확인서와 함께 11월 14일에 수용시설을 방문하시면 자세한 치료절차를 안내해드립니다.
2025년 11월 5일, 연합정부 바이러스 관리팀 올림
치료제가 완성된 후인 이듬해 1월, 연합정부는 파이로젠 바이러스와의 싸움을 전면적으로 공표했습니다. 하지만 희망을 갖기도 잠시, 사람들은 또 한번의 절망을 경험하게 되었습니다.
MANG G. (GM):치료제가 효과가 없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바이러스에 대한 치료제를 투여받은 후 완전한 인간으로 돌아오는 사람들이 있었으니까요.
MANG G. (GM):치료제가 효과가 없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바이러스에 대한 치료제를 투여받은 후 완전한 인간으로 돌아오는 사람들이 있었으니까요.
치료제가 효과가 없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바이러스에 대한 치료제를 투여받은 후 완전한 인간으로 돌아오는 사람들이 있었으니까요.
하지만, 치료제를 투여했음에도 바이러스가 완전히 사라지지 않고 비활성화 상태로 몸 안에 계속 남아있는 사람들 또한 수도 없이 많았습니다.
바이러스에서 돌연변이 같은 것이 일어난 것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학자들은 치료제를 조금씩 바꿔나가며 계속해서 실험을 거듭했지만 불특정 다수에 대해 치료제가 효과를 보이지 않는지에 대한 원인은 아직도 밝혀지지 않고 있습니다.
그리고 인류가 직면한 또 하나의 난관이 있었습니다. 만들어져야 하는 치료제의 양에 비해 공장과 자원은 부족했습니다.
또한 치료제를 투여한다고 무작정 감염자들이 인간으로 돌아온 것도 아니니, 결국 정부는 그들을 수용소에 모은 후 생존자들에 의해 신원이 확인된 이들에게 순차적으로 치료제를 투여하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연합정부는 당신의 말에 따라 노트의 작성자인 아오미네를 찾는 것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지만, 알다시피 정부는 그것 말고도 할 일이 많으니까요.
멸망 이후 조금씩 회복하기 시작한 세계는 평화로웠던 시절보다 모든 것이 몇배로 분주하게 움직입니다.
당신 역시 세계를 재건하기 위한 생존자의 일원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왔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마침내 정부는 수용소의 좀비들 중 아오미네를 찾았고, 몇달을 기다려야하는 다른 감염자들과 다르게 kpc에게는 1주일이라는 짧은 시간 만에 치료제의 투여가 결정된 것입니다.
이 곳 아리마테아 병원은 당신이 사는 곳에서 꽤나 멀리 떨어져 있는, 안전지대 외곽에 위치한 병원입니다
좀비 사태 이후 폐병원이 된 곳을 건물 통째로 좀비 바이러스 감염자들을 위한 시설로 쓰고 있으니 병원보단 수용소라는 말이 더 어울릴지도 모르겠습니다.
편지와 함께 본인확인을 거치고 접수를 마친 당신은 아오미네가 있다는 7층으로 안내를 받았습니다.
감염자들이 입원하고 생활하는 병동은 외부의 출입이 차단 된 폐쇄병동인지라, 병동 앞 면회실에선 당신을 포함한 스무명 남짓한 사람들이 저 안에 있을 누군가를 만나기 위해 긴 긴 시간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MANG G. (GM):
(To GM)rolling 2+1d5
=
3
MANG G. (GM):
(To GM)rolling 2+1d5
=
5
정오를 넘기고 오후 1시에 가까워질 때, 당신은 비로소 직원이 당신의 이름을 호명하는 것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짧은 복도를 지나, 당신은 굳게 닫힌 철문 앞에 도착합니다.
직원이 카드를 찍자 문이 열리며 병동의 모습이 보이네요.
중앙 스테이션을 주위를 둘러싸는 병실들과 처치실, 면회실, 심지어 협소하지만 ‘환자들’을 위한 휴게공간… 겉보기에 이곳은 평범한 병동입니다
주변을 잠시 둘러보지만, 그럴 틈을 주지 않고 직원은 빠른 발걸음으로 당신을 한 진료실로 안내합니다.
진료실은 한쪽 벽 가운데 널찍한 유리창이 있는 것만 빼면 평범합니다.
카가미 이치로:
지능
기준치: |
95/47/19 |
굴림: |
30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특수유리로 만들어 진 듯한 창을 통해 반대편 방을 볼 목적으로 설치된듯 합니다. 반대쪽 방은 지금 불이 꺼져 있습니다.
당신이 자리에 앉자 손에 든 차트를 확인한 의사는 당신에게 말합니다.
레나 리센:안녕하세요 카가미 이치로님. 저는 72병동 담당의사 레나 리센 입니다.
레나 리센:아오미네의 보호자, 맞으시죠. 이미dna나 지문 등으로 본인 확인을 거쳤지만… 잠깐 확인을 하겠습니다.
그렇게 말한 그는 책상 옆에있는 리모콘의 한 버튼을 누릅니다. 그러자 얼마 후,
하는 소리에 고개를 돌리면 불이 켜진 유리창 너머에는 아오미네가 서 있습니다.
헤어진 후 처음 보는 아오미네는 당신이 기억하던 아오미네이던가요?
창문 너머에서 낮은 신음소리가 들리고, 창과 맟닿은 이마에서 흐르는 피가 뭉개집니다.
환자복을 입고, 무표정한 얼굴로 유리창 너머에 서 있는 아오미네.
카가미 이치로:아, 아오미네상..(유리창에 손을 뻗는다.)
당신을 알아본걸까요, 아니면 그저 빛에 반응한걸까요. 어두운 푸른 눈동자의 동공은 희게 번뜩입니다.
카가미 이치로:네, 네.....맞아요.. 제가 찾던 아오미네상이에요..
그는 당신의 대답을 듣고 차트에 무언가를 적고, 다시금 버튼을 누릅니다.
불이 꺼지자 좀비, 아니, 아오미네가 어둠속으로 삼켜지고, 새카만 유리창엔 당신의 표정이 반사됩니다.
레나 리센:보시다시피 지금 상태에선 면회가 불가능합니다.
면회가 허용되는 건 3단계 부터 입니다. 이미 편지에 동봉된 안내자료를 보셨겠지만... 다시한번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아시다시피 치료제는 어제 오후 1시에 투여된 상태입니다.
아오미네는 현재 2단계의 상태이고요. 치료제를 처음 투여받은 환자, 그러니까 좀비는 100시간동안 1단계부터 4단계를 거치며 서서히 인간으로 돌아오게 됩니다.
100시간 후 5단계가 되어 완치판정을 받을 경우 퇴원이 가능합니다.
첫 치료 시 완치율은 대략 30%정도이고, 4단계에서 5단계로 넘어가지 못한다면 이곳 병원에 격리된 채 추가적인 치료를 받게 됩니다.
레나 리센:완치된 환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좀비일때는 의식도 기억도 없는 상태였다고 합니다.
치료제가 투여되며 서서히 기억이 돌아오죠.
현재 연구가 이루어 지고 있지만 학자들은 바이러스 감염 후 좀비가 될 때 파이로젠 바이러스가 뇌에 침입한 결과로 기억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예측하고 있습니다.
또한 약물 부작용인지, 바이러스 때문인지 아직 모르지만 3,4단계의 환자들이 이따끔 액팅 아웃, 그러니까...발작을 하며 공격성을 보이는 때가 있습니다.
이런 일이 일어날 경우 안정제를 투여한 후 독방에 얼마동안 격리하는데 그러면 수 시간 후에 괜찮아지므로,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제가 드릴 설명은 여기까지 입니다.
레나 리센:질문이 있으십니까? 최대한 대답해드리고 싶지만 아시다시피 대기 인원이 많아서 많은 시간을 할애하긴 어려울 것 같습니다.
카가미 이치로:그.. 혹시 만약 4단계에서 5단계로 넘어가지 못한다면..
계속 이곳에 남아서 치료를 받게되는건가요..?
레나 리센:네, 그렇습니다. 완치자가 아닌 이상 밖으로 보낼 수는 없으니까요.
그 때 짧은 노크 소리가 들리고 아까 그 직원이 들어와 말합니다.
레나 리센:죄송합니다만, 이만 가보셔야겠군요. 아마 내일도 같은 시간에 방문해주시면 면회가 가능할 것입니다. ….행운을 빕니다.
짧은 인사를 하고 진료실을 나가자 직원은 당신을 출구로 안내합니다.
그가 입구 옆에 출입 카드를 찍자 병동의 자동문이 열리고,
당신을 앞서 밖으로 나간 요원이 다음 차례의 대기자를 호명하는 바로 그 순간,
-하는 소리에 뒤를 돌아볼 새도 없이, 당신의 뒤에서 달려온 누군가가 당신을 밀치고 문 밖으로 뛰쳐나갑니다.
카가미 이치로:
민첩
기준치: |
85/42/17 |
굴림: |
43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당신은 가까스로 중심을 잡고 벽을 짚어 넘어지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당신을 밀치고 병동을 뛰쳐나간 건 환자복을 입은 ‘보균자’ 입니다.
앞이 잘 보이지 않는지 비틀거리면서도 날쌘 걸음으로 복도를 달리는 그를 피해 복도의 대기자들이 홍해처럼 갈라집니다.
하지만 그는 이내 지원 요청을 듣고 반대쪽 복도에서 나타난 보안요원의 손에 붙잡히고, 곧이어 병동에서 달려온 다른 직원들에 의해 사지에 억제대가 채워집니다.
이 모든 과정이 5분도 안 되는 찰나에 이루어지고, 짧은 탈출이 끝난 그는 장정들의 손에 들려 병동 안으로 짐짝처럼 운반됩니다.
나가게 해줘, 나는 인간이야, 갇히기 싫어, 나가게 해줘…
고통스러운 울음소리는 무거운 철문 뒤로 사라지고, 복도엔 무거운 적막이 감돕니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직원은 다음 차례의 보호자를 호명하고, 남은 대기자들은 다시금 순서를 기다립니다.
하지만 아마 여기 있는 모두는 같은 생각을 하고 있겠죠. 바이러스에서 완치되지 못한다면, 내 소중한 누군가는 평생을 저 안에 갇혀 지내야 할 것이라는 것을요.
과연 당신의 앙오미네는 당신 곁으로, 인간으로 돌아올 수 있을까요.
돌아오는 길의 하늘엔 꼭 당신의 마음처럼 먹구름이 가득 껴 있습니다.
집으로 돌아온 당신은 거실의 소파에 쓰러지듯 눕습니다.
하루 종일 날이 흐린 탓에 불을 키지 않은 널찍한 거실은 어둑합니다.
지금 당신이 살고 있는 이 집은 연합정부가 생존자들에게 제공한 안전지대 안의 아파트, 그 중에서도 제일 넓고 좋은 축에 드는 곳입니다.
4인 이상 가족들에게 주어지는 넓은 아파트에서 당신은 혼자 살고 있는 것이나, 매달 나오는 지원금 같은 것…
멸망 이후의 이 과도기에 당신은 부족한 것이 없게 살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그야 노트를 완성한 것은 아오미네지만 노트를 가져온 것은 당신이니까요.
그래봤자, 아오미네가 곁에 없다면 이런 모든 것들은 무슨 상관일까요.
그런 생각을 하며 멍하니 집안을 둘러보니 정돈되지 못한 부분이 눈에 들어옵니다.
그러고 보니 한동안 아오미네의 일에 정신이 팔려 있느라 집안일에는 신경을 쓰지 못했습니다.
그러고 보니 한동안 아오미네의 일에 정신이 팔려 있느라 집안일에는 신경을 쓰지 못했습니다.
100시간이 지나기까지 남은 시간은 대략 72시간. 희망을 놓지 말아야죠, 그게 설령 30%의 희망일지라도.
언젠가 아오미네가 당신 곁으로 돌아올 때, 이런 엉망인 집으로 돌아오게 할 순 없으니까요.
소파 위에 켜켜히 쌓인 겉옷들, 탁자 위의 다 마신 컵들, 구석구석 먼지들도 가득이네요.
카가미 이치로:
손놀림
기준치: |
40/20/8 |
굴림: |
40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옷들을 차곡차곡 개서 걸고, 컵들을 치우고, 먼지까지 닦아내니 너저분하던 거실이 티끌 하나 없이 깨끗해졌습니다. 완벽해요!
그 다음은 침실입니다. 매일 잠을 자는 곳이니 그만큼 정돈되지 못하는 공간이죠.
구겨진 이불과 카펫, 책들과 서류들이 널부러진 책상, 구석에 대충 던져놓은 양말 등…
그동안 왜 치울 생각을 안 했는지 모르겠네요.
카가미 이치로:
손놀림
기준치: |
40/20/8 |
굴림: |
40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 이불과 카펫을 반듯하게 펴고, 책과 서류들을 정돈해 책상을 깨끗하게 정리하고,
이불과 카펫을 반듯하게 펴고, 책과 서류들을 정돈해 책상을 깨끗하게 정리하고,
구석구석 벗어놓은 양말들은 빨래바구니로 던져넣습니다. 호텔 침실이라해도 믿겠네요.
마지막으로 주방입니다. 언제 마지막으로 정리했는지 기억 조차 나지 않는 냉장고와 몇일은 밀린 설거지거리, 꽉 찬 쓰레기통, 당장 청소를 하지 않으면 안 될 것만 같아요.
카가미 이치로:
손놀림
기준치: |
40/20/8 |
굴림: |
57 |
판정결과: |
실패 |
마음이 급한 탓인지 조금은 대충 닦인 그릇들과 덜 닦인 식탁, 분류하는걸 까먹고 한번에 돌려버린 세탁기…
뭐, 괜찮겠죠.그래도 나머지는 깨끗하게 치웠잖아요?
청소를 끝내고 마무리로 환기를 시키기 위해 거실의 창문을 엽니다.
상쾌한 바람을 맞으며 깨끗해진 집을 돌아보자 뿌듯하고 또… 힘이 쭉 빠지며 배가 고파옵니다.
아까 냉장고를 정리하기도 했고, 마침 저녁 시간이네요. 장을 보러 갈까요?
장바구니를 들고 얼마간을 걸어 아파트 근처에 위치한 마트로 향합니다.
길목에 위치한 상가들은 문을 닫은 곳 보다 연 곳이 더 많습니다.
재정비를 거쳐 곧 오픈을 앞두고 있다는 가게들도 보여요. 아침에 들렀던 안전지대 외곽에선 병원을 제외하곤 아무 것도 없었는데요.
거주 구역을 주변으로 상권이 발달하는 것은 당연한걸까요. 저녁 시간이 가까워져서인지, 마트 안엔 장을 보는 사람들이 꽤나 많습니다.
카가미 이치로:
손놀림
기준치: |
40/20/8 |
굴림: |
1 |
판정결과: |
대성공 |
조촐하게 만들 생각이었는데 어째 레스토랑 뺨치게 되었네요.
이렇게 제대로 끼니를 챙긴 것도 오랜만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달그락거리는 식기 소리를 제외하고 집 안은 고요합니다.
그리고 그 정적을 간간히 메꾸는 것은 윗집에서 들리는 티비 소리, 옆집 가족들의 대화 소리, 웃음 소리…..
불이 켜진 주방을 제외하고 집 안은 어둡습니다.
식탁에서 일어나 거실으로 한 발만 내딛으면 그 곳은 아무것도 없는 텅 빈 무(無)의 공간일 것만 같아요.
이 넓은 공간과 어둠 속에서 느껴지는 호젓한 외로움에, 당신은 그릇을 치우고 평소보다 일찍 자리에 눕습니다.
잠이 들기 전 언젠가 아오미네와 함께 이스트베일의 마을에서 나란히 누웠던 침대가 문득 떠오르네요.
세상을 떠돌아다니며 잠시 잠을 청한 그 곳의 낡은 침대 위에서 그 때 우리가 무슨 대화를 했었는지,
아오미네와 함께한 시간을 되짚어보면 생생하게 기억나는 순간들도 있지 꽤나 옅어진 기억들도 많네요.
내일 아오미네를 만난다면 기억이 돌아오는건 당신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과 함께 잠에 듭니다.
레나 리센:
(To GM)rolling 2+1d5
=
3
다음 날 당신은 시간에 맞춰 병동으로 도착하였습니다.
어제와 같은 직원이 오늘은 당신을 사무실이 아닌, 아오미네가 있다는 병실로 안내합니다.
작은 병실 안은 낮인데도 커튼을 쳐 놓아 어둑합니다.
유일한 광원인 정면의 tv에선 대기실에서 나오던 것과 같은 뉴스가 틀어져 있고 작은 화장실과 냉장고, 벽에 붙은 서랍장, 그리고 방 안을 제일 크게 차지하는 침대에 앉아 있는 아오미네.
그는 멍한 표정으로 tv화면을 바라보다 정확히 당신 쪽으로 고개를 돌립니다.
….헤어진 후 이렇게 만나는 것은 몇년 만인가요.
가까이서 본 아오미네는 당신이 기억하던 마지막 모습보다 훨씬 마르고 수척한 모습입니다.
좀비로 변하고 난 후 생긴 상처일지, 몸 군데군데엔 반창고가 붙여져 있습니다.
카가미 이치로:
관찰력
기준치: |
75/37/15 |
굴림: |
88 |
판정결과: |
실패 |
이치로가 천천히 방을 살펴봤지만 특별할게 없는 방이네요.
카가미 이치로:저, 저.. 알아보겠어요..? (천천히 다가간다)
아오미네 다이키:... 아니, 날 만나러 온다는 사람이라는 것만 들었어. (천천히 숨을 내쉬었다) 내 보호자라고.
카가미 이치로:....제가 누군지는.. 기억 못하는거네요..
(씁쓸히 웃었다.)
괜찮아요. 천천히 기억해내면 되니까
아오미네 다이키:... 기억 나는 건 없어. 너의 대해서도 나의 대해서도 다만... (널 바라보던 시선을 잠시 아래로 내렸다가 부르튼 입술을 움직여 천천히 말을 꺼냈다) 그냥... 네가 나한테 중요했다는... 그런 느낌은 들어. ... 그러니까 네가 내 보호자가 맞는 거겠지.
카가미 이치로:괜찮아요. 천천히 기억해내요. 아오미네상. 그저, 지금은 이렇게 돌아와줘서 고마워요... (살며시 손을 잡는다.)
아오미네 다이키:... (손을 잡는 것을 어색하게 바라보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 나, 빛이 없는 크고 넓은 방에 수많은 사람들과 함께 갇혀 있었어.
그러다 누군가 나를 끌고가서 주사를 놓고, 또 다시 어두운 방에 갇혔는데 그땐 혼자였어.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는 가늠 할수 없었는데… 그 때 밝은 빛이 비췄고, 거기로 갔는데 뭔가로 막힌 벽이었어.
그 벽 너머엔 이치로, 네가 있었던 것 같아.
이 곳은 모든게 규칙적으로 흘러가.
기상, 식사, 약먹기, 신체검사, 점심, 약먹기, 자유시간, 저녁, 약 먹기, 취침….
아오미네 다이키:….나는 이 방을 혼자 쓰지만 다른 사람들은 6명이 한 방을 쓴다고 들었어.
내가... 왜 특별 취급을 받는지 모르겠어.
기억에 중간중간 먹칠을 한 것 같아.
내가 어디에 살았고 무엇을 좋아했고 무엇을 싫어했는지, 내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마치, 나를 잃어버린 느낌이야.
카가미 이치로:기억이 아직 다 돌아오지않아서 그런거에요. 무리해서 떠올리려고 하지마요. 천천히 해가요.
치료제가 들어서 점점 나아지면 기억도 돌아올거니까
많이 불편하고.. 불안할지도 모르겠지만..
제가 매번 이렇게 찾아올게요.
찾아와서 여러 얘기를 나눠요. 아오미네상이 기억 못한는 것들도
기억하고 싶은것들도
아오미네 다이키:기억? (표정이 웃는 건지 우는 건지 화내는 건지 알 수 없게 일그러졌다)
내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네가 말해줘. 아무거나 좋아. 그냥... 내가 어떻게 살았었는지. 말해줘.
카가미 이치로:으음.. 일단 아오미네상은요 농구를 엄청 좋아했었어요
저희 형이랑도 같이 농구를 하는걸 좋아했었고
저랑 하는 농구도 정말 즐겁게 해줬었어요
그리고 많이 표현은 못했지만.. 그 누구보다도 절 많이 생각해주고 대해줬어요
남들이 보면 친절하지 못하다고 오해할 수 있었지만.. 저한테는 그 누구보다도 친절하고.. 좋은 사람이었어요
맞아! 그리고 농구를 엄청 엄청 잘했어요!
아오미네 다이키:(네가 이야기하는 자신을 머릿속에 그려보고자 입을 다물었다. 너와의 기억은 떠오르지 않지만 이 잠깐 사이에도 네가 좋은 사람이란 걸 알 수 있었다. 그런 네가 자신을 좋은 사람이라 말한다) ...
(빛바랜 사진처럼 무언가가 떠오를듯 말듯 제 눈 앞에서 일렁이다 문득 밀려오는 어떤 기억에 숨이 막혔다)
그 때 갑자기 아오미네의 호흡이 조금씩 가빠지며 표정이 일그러집니다.
아오미네 다이키:... 기억 났어. ... 좋은 사람은 무슨.. 나는 살마들의 살을 뜯어 먹으면 살아왔어.
그 감각이 아직도 생생해. 차라리 그때 끝났어야 했는데...
어떠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각을 떠올렸는지 몸을 웅크리고 몸을 덜덜 떨던 아오미네가 일순간 고개를 홱, 치켜올리고 당신에게 달려듭니다
벽에 등이 부딪히고 곧바로 아오미네의 억센 손아귀가 당신의 목을 조여옵니다.
아오미네 다이키:
SAN Roll
기준치: |
11/5/2 |
굴림: |
87 |
판정결과: |
실패 |
아오미네 다이키:
rolling 1d3
=
1
당신을 노려보는 붉게 충혈된 흰 눈동자에서 흐르는건 눈물입니다.
언젠가 본적이 있는 그 살기어린 눈빛에 가슴이 섬짓합니다. 왜 그가 울고있는 걸까요.
아오미네 다이키:아니... 나는, 내가 그러고 싶었던 게 아니라... 내가...
카가미 이치로:괘.. 괜찮아요..괜찮아..(힙겹게 손을 들어올려 뺨을 쓰다듬는다.)
목을 조르는 아오미네의 손길을 뿌려치지 못하고 숨이 부족해질때 쯤 방 문을 열고 보안요원들과 의료진들이 방 안으로 들어옵니다.
보안요원이 당신에게서 아오미네를 때어내고 억제대를 채우는 사이 직원 중 한명이 당신을 방 밖으로 내보냅니다.
당신은 숨을 고를 새도 없이 문 밖으로 밀려납니다.
카가미 이치로:자, 잠깐 아오미네상이랑 얘기라도..!
얼마간의 시간이 흐르고 상황이 얼추 정리된 듯, 문을 열고 나온 레나 리센은 당신에게 말합니다.
레나 리센:...어제 말씀 드렸던 상황입니다. 진정제를 주사했으니 곧 괜찮아 지겠지만, 원칙적으로 이런 상황이 있으면 최소 24시간동안 면회가 제한됩니다.
따라서 내일은 면회가 불가능 할 것 같습니다.
상태가 안정되는 것을 지켜보고 연락 드리겠습니다. 오늘은 이만 돌아가셔야겠군요.
카가미 이치로:얘..얘기만..잠깐이라도 할 수는 없을까요?
레나 리센:현재로는 어렵습니다. 언제 또 발작을 일으킬지 모르니... 다치신 곳이 없으시다면 밖으로 안내 드리겠습니다.
어쩔수 없이 집으로 돌아온 당신은 소파에 앉아 아까의 놀란 마음을 가라앉힙니다.
어쩔수 없이 집으로 돌아온 당신은 소파에 앉아 아까의 놀란 마음을 가라앉힙니다.
날이 흐린 탓에 불을 켜지 않은 집 안은 어둑합니다.
불과 몇시간 전만 해도 아오미네와 대화를 나누던 것은 그저 찰나의 환상같이 느껴집니다.
닫힌 문의 틈새에서 새어나오던 아오미네의 울음 섞인 비명소리와 의료진들의 급박한 대화 소리….
소란스러웠던 병동과 다르게 어제와 같은 적막함이 집 안에 가득 차올라 마치 그 속에서 익사할 것만 같은 느낌이 들어요.
그때 소파의 한 구석에 올려져 있는 tv의 리모콘이 보입니다.
당신이 tv를 틀자 최초로 치료제에 의해 인간으로 돌아온 00씨에 대한 인터뷰가 나오네요.
“.....그럼 다음 질문을 해볼게요. 선생님이 파이로젠 바이러스에서 완치하실 수 있게 된 가장 중요했던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 ...치료를 받을 때 제 아내가 매일같이 병원을 찾아왔어요. 옛날 추억이 담긴 물건들을 보여주면서 제가 과거에 어떤 사람이었는지 계속해서 이야기해주고, 저를 지지해줬어요.
아내의 정성이 통했는지, 어느 순간부터 제가 인간이라는 확신이 들고 아내 곁으로 돌아가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그 때를 믿을 수 없어요, 서서히 시력이 돌아오면서 아내의 얼굴이 처음으로 다시 또렷하게 보였던 그 순간… 제 아내가 없었으면 저는 아직도 병원에서 나오지 못 했을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
카가미 이치로:.....추억이 담긴..물건..
그는 그렇게 말하며 옆에 앉는 사람의 손을 꼭 붙잡고, 화면엔 잔잔한 나레이션과 함께 감성적인 멜로디가 흘러나옵니다.
당신은그런 티비 화면을 뜷어져러 바라보았습니다.
추억이 담긴 물건들, 기억이 되돌아 오도록 도와주는 것….
어쩌면 이것이 아오미네가 원래대로 돌아올 수 있는 단서가 될 수 있을지도 몰라요.
아오미네의 기억이 돌아올 만한 물건은, 이 집에 있는 것은 아오미네가 작성하던 낡은 노트 한권 뿐입니다.
하지만 아오미네는 자기가 노트를 작성하던 것조차 기억하지 못하겠죠.
아오미네에게 중요한, 아오미네의 추억이 담긴 물건들이 있을 곳, 아오미네가 살던 집.
당신은 인터넷으로 아오미네의 집 주소를 검색해보았습니다.
그런데, 지도에서 아오미네가 살던 도시를 클릭하자 작은 안내 메세지가 뜨네요.
[해당 구역은 오염구역이므로 일반인들은 출입을 삼가해 주세요.]
...좀비 사태를 조금씩 해결해나가기 시작한 이후 세계는 가장 크게 세가지 구역으로 나뉘었습니다.
캘버리 교도소를 중심으로 만들어진, 인간들이 생활하는 도시 [안전구역], 좀비들을 모두 ‘청소’했지만 아직 사람들이 살지 않는 빈 도시인 [청결구역], 그리고 여전히 좀비들이 남아있는 [오염구역].
당신은 아오미네와 헤어진 이후 쭉 안전구역에서 생활했지만, 아직 바깥엔 좀비들이 거리에 돌아다니는 곳이 남아있다는 사실을 왜 잊고 살았을까요.
아오미네를 위해서 당신은 다시한번 좀비들이 있을지도 모르는 도시로 향해야 합니다.
어쩌면 최악의 경우엔 당신이 다시 물릴지도 모르죠.
하지만 아오미네를 위해서, 아오미네가 나를 위해서 자신을 희생했던 것 처럼,
이번엔 당신이 아오미네를 위해서 위험을 감수할 차례입니다.
아오미네와 함께 안전지대를 향해 떠돌던 시절에 사용했던 배낭은 여전히 튼튼하네요.
배낭 안엔 그때 사용했던 물건들이 아직도 남아있습니다. 오래된 라디오, 찌그러진 생수병, 유통기한이 지난 약상자 등…
마지막으로 아오미네와 함께 펼쳐보던 지도를 가방에 넣고, 만반의 준비를 마친 당신은 내일의 여행을 생각하며 잠에 들었습니다.
MANG G. (GM):
(To GM)rolling 2+1d5
=
3
다음날 아침 당신은 일찍이 도시의 버스 정류장으로 향합니다.
아오미네의 집은 당신이 있는 도시의 안전지대로부터 버스를 두번이나 갈아타고 또 얼마간의 거리를 걸어야 하는 꽤 멀리 떨어진 곳에 있습니다.
그야, 당신과 아오미네는 살아남기위해 원래 살던 곳을 버리고 긴긴 여행을 했으니까요.
[ —그 다음 날씨 소식 전해드리겠습니다. 몇일간 계속해 흐린 날씨가 지속된 반면, 오늘 내일은 고기압으로 맑은 날씨가 계속될 것입니다. 일부 지역에선 오늘 저녁과 밤 사이로 짧게 비가 내릴 수도 있겠습니다. …]
당신은 가만히 눈을 감고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옛날 노래들을 듣습니다.
사람들이 하나 둘 씩 내리고 이제 버스안의 승객은 당신뿐입니다.
덜컹이는 창문에 머리를 기대고 창밖을 바라보면 버스가 도시를 빠져나가며 고속도로를 달리고, 도로에 군인들 태운 군용 트럭이 버스를 지나가는 모습이 보입니다.
그렇게 긴 긴 도로를 달려 마침내 종점의 버스정류장에 도착합니다. 당신이 버스에서 내리자, 버스기사는 당신에게 말합니다.
???:여기서 조금만 더 가면 오염 구역 인데요. 알고 가는 겁니까?
몰랐다면 다시 태워줄테니 돌아가요.
샤이:알고있어요. 감사합니다 (살며시 웃는다.)
아
카가미 이치로:알고있어요. 감사합니다 (살며시 웃는다.)
???:... 그렇다면야 뭐, 조심이나 하세요. 좀비한테 물리지나 말고.
그는 당신의 대답을 듣더니 어께를 으쓱하고 운전대를 돌립니다.
부웅, 하는 소리와 함께 방향을 돌린 버스는 곧 지평선 너머의 점으로 사라집니다.
당신은 버스가 떠난 쪽을 잠시 바라보다 지도를 보며 버스가 향한 반대쪽인 서쪽을 향해 걷습니다.
어제와 다르게 구름 한점 없는 하늘 아래 햇빛이 쨍하게 비치고, 아스팔트에선 더운 열기가 올라옵니다.
이렇게 도로 위를 걸으니 3년 전, 아오미네와 함께하던 시간들이 풍경에 겹쳐 떠오릅니다.
낮에도 밤에도 지도를 보고 길 위를 걸으며 하루하루를 생존해 나갔습니다.
힘들고 불안한 시간의 연속이었지만 그래도 둘은 함께였는데요.
그때를 떠올리면서 한시간 정도를 걸으면, 마침내 당신은 도시의 입구에 도착합니다.
간판을 보면 [여기서부터 —— 입니다.] 라고, 오염구역임을 나타내는 빨간 해골 마크가 도시의 이름을 가리고 있네요.
도시 안으로 들어가 얼마간 걸으니 곧 익숙한 거리와 풍경이 보입니다.
도시의 뼈대는 당신이 기억하던 것과 같지만 5년간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이 곳은 적막하고 황량합니다.
잔뜩 긴장하며 주위를 둘러보며 걷지만, 이 텅 빈 도시에 살아 움직이는 생명체는 당신 뿐이에요.
당신의 그림자가 조금씩 길어질때 쯤, 눈 앞에 드디어 익숙한 집 한채가 보입니다.
5년만에 방문하는 아오미네의, 당신의 집.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면 바닥의 쓰레기들과 망가진 내부는 생존자들이 다녀간 듯 합니다.
하지만 그런 흔적들마저 두꺼운 먼지에 덮여있는 게, 마치 이 안에 5년이라는 시간이 고여 있는 것 같아요.
주방과 이어진 [거실], [침실]과 [서재]. 가구들과 벽지…
모든 게 당신이 기억하던 그대로의 모습입니다.
끼이이익-하며, 경첩의 마찰 소리가 뒤에서 들려 옵니다.
……..아까 들어올 때 문을 닫고 들어왔었었나요?
이 곳은 오염구역, 언제든 좀비가 나타나도 이상하지 않을 곳입니다.
싸워야 할까요, 아님 도망갈까요. 마른침을 넘기며 천천히 뒤를 돌아보면 그곳엔…
녀석은 당신을 보고도 경계하지 않고 당신에게 다가와 다리에 몸을 부빕니다.
오렌지색 털은 부드럽고, 목에는 토비, 라는 작은 이름표가 걸려 있는게 원래는 사람 손에 키워졌나 봅니다.
카가미 이치로:어쩌다 여기에 혼자 있는거니..
파이로젠 바이러스는 인간들만 감염되었고 좀비는 동물들을 건드리지 않았으니까요.
오랜만에 만나는 인간에게 잔뜩 애교를 부리던 녀석은 이내 소파 위로 올라가 자리를 잡습니다.
이만 집을 마저 돌아볼까요. 다시 버스를 타려면 적어도 5시 전엔 이 집에서 떠나야 할 테니까요.
[거실], [침실]과 [서재]를 살펴볼 수 있습니다.
카가미 이치로:(일단 가까운 거실부터 살펴보기로 한다.)
거실 바닥엔 쓰레기와, 오래 된 발자국들이 남아 있습니다.
창문에선 반쯤 쳐진 커튼 너머로 햇빛이 거실로 쏟아져 들어와 긴 그림자를 남깁니다.
거실 한쪽에 놓인 것은 긴 소파, 그 앞에 놓인 긴 수납장 위에는 먼지 쌓인 [액자]가 놓여 있습니다.
카가미 이치로:(액자에 손을 뻗어 소매로 먼지를 털어낸다.)
5년도 더 된 처음으로 함께 갔던 여행지에서 찍은 사진입니다.
겨울 바다 앞에서 추위로 발개진 얼굴로 서로를 마주보며 웃는 당신과 아오미네가 사진 속에 담겨있어요.
분명 이때 아오미네는 춥다면서 사진을 찍는 내내 투덜거렸었죠. 그래도 당신의 손을 꼭 잡으며 즐거워 했었다는 걸, 당신은 알고 있었어요.
카가미 이치로:(사진을 빤히 바라보다가 액자를 가방에 넣습니다.)
이치로는 이제 돌아갈 수 없는, 먼지가 쌓인 추억을 가방에 집어 넣습니다.
카가미 이치로:(시선을 돌려 바닥에 있는 낡은 신문을 줍습니다.)
맨 위에 [속보-정체 불명의 바이러스 전 세계 창궐] 라는 헤드라인이 큼직한 글씨로 적혀있고, 아래로는 좀비사태에 대한 뉴스 기사가 적혀 있네요.
오래 전 신문이라 글자들이 드문드문 번지고 닳아 있습니다.
카가미 이치로:
관찰력
기준치: |
75/37/15 |
굴림: |
37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전부 다 읽을 순 없지만 그나마 선명한 문단 하나를 읽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신문을 내려놓고는 서재로 발걸음을 옮깁니다.)
문고리가 뜯어져나간 서재 안에는 관리되지 않은 오래된 책들의 냄새가 방 안에 짙게 배어있고, 책상 위엔 책 대신 쓰레기들과 구겨진 종이들이 올려져있습니다.
MANG G. (GM):./desc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보이는 장식장 한 켠에는 트로피나 상장과 함께 그리운 얼굴들이 담긴 사진이 있네요.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보이는 장식장 한 켠에는 트로피나 상장과 함께 그리운 얼굴들이 담긴 사진이 있네요.
이때는 정말, 아무것도 모르지만 너무 많은 걸 알아서 싸우고 울고, 화내고... 하지만 그래도 우리는 함께 웃었잖아요.
이들의 소식은 더이상 들을 수 없음을 당신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겨우 장식장에서 눈을 떼고 서재의 책상 서랍들을 열어보던 당신은 서랍 맨 아랫칸에서 아오미네의 [카메라]를 발견합니다.
카가미 이치로:카메라... (카메라를 들어올려 살펴봅니다.)
어느날 불쑥 아오미네가 카메라를 가지고 돌아왔었죠. 우연히 얻게 됐다고 했던가요.
카메라를 켜보자 아오미네가 마지막으로 찍은 사진들이 남아있네요.
사진 속에는 5년 전 평화로운 도시의 거리, 나뭇잎 사이로 비치는 햇빛, 아이들이 농구하는 모습과 당신의 뒷모습, 그리고…
이 서재에서 찍은 것 처럼 보이는 사진인 거리의 좀비들과 좀비들을 피해 도망가는 사람들이 카메라에 찍혀있습니다.
(기억을 되찾기 위해서는.. 이런 상황이 되기 전까지의 것도 기억해야되지않을까..)
(카메라를 가방에 조심스레 넣습니다.)
카가미 이치로:
관찰력
기준치: |
75/37/15 |
굴림: |
51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서재를 둘러보던 당신은 책꽃이의 책들 사이에서 눈에 익은 노트를 발견합니다.
카가미 이치로:(그 아오미네상이 다이어리..)
분명 쿠로코가 선물해줬던 다이어리에요. 이런 걸 왜 선물해줬냐고 툴툴거렸어도 이따금 노트를 펼치고 무언가를 적곤 했었는데,
펼쳐보면 5년 전의 시간엔 간단한 메모와 함께, 페이지들 사이사이엔 당신과 함께 본 연극이나 영화 티켓, 영수증, 브로슈어 등이 대충 끼워져 있습니다.
다이어리 뒷부분의 노트엔 드문드문, 짧막한 일기 같은 글들이 적혀 있네요.
(다이어리의 뒷부분을 확인합니다.)
XX월 XX일. 내가 잘못한 건 아는데 어떻게 사과를 하냐고...
XX월 XX일. 계속 이렇게 지낼 수 있으면 좋겠다.
그리고 마지막 페이지엔 언젠가 당신이 잠에 들기 전 그가 해주었던 말이 꾹꾹 눌러쓴 글씨로 또박또박 적혀 있습니다.
XX월 XX일. 소중해. 너를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겠지.
당신을 세상 어떠한 것보다 소중히 여겼던 아오미네는, 그래서 망설임없이 자신을 희생할 수 있었던 걸까요?
카가미 이치로:저한테도.. 아오미네상은 누구보다도 소중하다고요...
(눈물이 나오려는 것을 꾹 참고 다이어리도 가방에 넣어 챙기고는 서재에서 나와 침실로 향합니다.)
급하게 짐을 싼 흔적이 남아있는 침실엔 곳곳에 옷가지가 널브러져 있고, 깨진 창문으로 들어오는 바람은 스산합니다.
[옷장]의 문짝은 거의 떨어져나갈 듯 삐걱이고, 이 풍경과 어울리지 않는 침대 옆의 탁자 위에 작은 [오르골]이 올려져 있네요.
카가미 이치로:(오르골을 천천히 들어올려 살펴봅니다.)
아오미네가 당신의 생일에 선물했던 오르골입니다. 무엇을 선물해줘야 할 지 몰라 한참을 백화점을 돌아다니다 결국 모모이에게 전화를 하고 나서야 고를 수 있었다고 그랬었죠.
탁자의 서랍을 열어보니 오르골을 포장했던 상자 또한 고이 보관되어 있네요.
오르골의 뚜껑을 열자 작은 별 변주곡이 흘러나와요.
다시 한번 이 선물을 건네 준다면 아오미네는 당신과 함께 보낸 생일을 기억할까요.
카가미 이치로:(..생각해 줬으면 좋겠다는 생각과 함께 오르골을 가방에 넣고는 옷장을 살펴봅니다.)
카가미 이치로:
행운
기준치: |
55/27/11 |
굴림: |
17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생존자들이 다녀갔지만 몇개의 옷가지가 남아있습니다.
점퍼에선 아직도 아오미네의 몸에서 나던 향이 남아있습니다.
(..입고 갈까..)
(점퍼를 갈아입습니다.)
이치로는 아오미네의 점퍼를 입었습니다. 아오미네의 향 때문인지 그가 바로 곁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드네요.
...물건들을 얼추 챙기고 난 후 시계를 보니 5시가 되기 전까진 30분정도가 남았네요.
당신은 거실로 돌아와 소파의 먼지를 살짝 털어내고 그 위에 몸을 파묻듯이 앉습니다.
오후의 햇빛이 쏟아지는 거실은 고요하고 평화로워요.
이런 나른한 주말의 오후엔 아오미네와 함께 소파에 나란히 앉아 간식을 먹거나 티비를 보거나,
서로에게 기대어 낮잠을 자고 일어나 저녁메뉴를 고민한다거나 하는, 그런 평화로운 시간들을 보냈었는데요.
소파에 앉아 방문을 바라보면 금방이라도 아오미네가 저 문을 열고 나올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100시간 후에 아오미네가 사람으로 돌아온다면 이런 시간을, 또 보낼 수 있을까요.
그 때, 당신의 주머니에서 정적을 깨는 요란한 멜로디가 들립니다.
핸드폰을 들어 화면을 보니 아오미네가 있는 병원에서 걸려온 전화네요.
???:안녕하세요, 카가미 님. 금일 아오미네의 상태가 다시 안정되어 내일, 어제와 같은 시간에 방문해주시면 면회가 가능 하실 것 같습니다.
이것들이 아오미네가 돌아오는 데에 도움이 되어야 할 텐데요.
돌아가는 버스를 타려면 이제 나가봐야 할 것 같아요.
언젠가 아오미네와 함께 이 집으로 다시 돌아오겠다고 다짐하며, 집을 나와 왔던 길을 되돌아 갑니다.
오후의 햇빛은 아까와 다를 게 없는 텅 빈 거리에 긴 그림자를 만들어 냅니
그때, 골목을 걷던 당신은 문득 당신의 그림자가 이상한 것을 발견하고 발걸음을 멈춥니다.
태양을 등지고 선 당신의 앞으로 길게 늘어지는 그림자는 유독 길고 흔들리는게, 마치 또 다른 사람의 그림자가 겹친 것 같습니다.
또 다른 생존자일까 하고 희망적으로 생각하기엔 실로 익숙하고 오랜만에 듣는 불쾌한 신음소리가 들려오고,
….그 곳엔 좀비 한 마리가 희뿌연 눈을 번뜩이며 서 있습니다.
카가미 이치로:
민첩
기준치: |
85/42/17 |
굴림: |
6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생각보다 몸이 빨라야 살아 남을 수 있는 세상입니다.
그리고 당신은 그 세상에서 몇 년이고 생존해왔습니다.
당신은 빠르게 좀비로부터 도망쳐 골목을 빠져나옵니다.
당신의 뒤에서 딱, 딱 하며, 침과 피가 뒤섞인 이빨이 맞부딪힙니다.
필사적으로 달려보지만 짐이 많아서일까요? 점점 히에 부쳐옵니다.
이대로 자신마저 좀비가 되어버리고 마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드는 순간…
하는 총성이 들리고 좀비가 쓰러지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총성이 들린 쪽을 바라보니 중무장한 군인이 성큼성큼 골목 안으로 걸어들어오는게 보입니다.
그는 당신 뒤에서 움찔거리는 좀비를 보더니 다시 한번 총을 들어 총알을 두어발 더 머리에 발사하고, 시체를 발로 몇번 건드려본 후 가슴에 매달린 무전기에 대고 짧게 말합니다.
그리고 그는 고글 너머의 눈동자로 당신을 내려다보며 말합니다.
확인해보셔도 좋아요..
그리 말하는 당신을 몇번 살펴본 그는 무전기에다 대고 한번 더 말합니다.
따라오시죠.
그는 죽은 좀비를 다리 한 쪽을 잡은 채로 골목 밖으로 끌고 나가 도로 한 구석에 던져놓습니다.
당신의 앞길엔 시체에서 흘러나오는 피와 함께 검붉은 발자국이 새겨집니다.
밖으로 나오니 도로에는 큼직한 군용 트럭과 몇 명의 군인들이 보이네요.
아까 이 곳으로 올 때 봤던 것과 같은 종류의 트럭입니다.
군인들은 당신을 바라보며 자기들끼리 낮은 목소리로 대화를 나눕니다.
카가미 이치로:
듣기
기준치: |
70/35/14 |
굴림: |
24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저 사람은 감염이 안 된거 확실하고?’
대화를 마쳤는지 그들 중 한 사람이 당신에게 걸어와 말합니다.
???:감염자는 아닌 것 같지만, 혹시 모르니 검사를 좀 하겠습니다. 손을 좀 주시겠습니까.
(손을 내밉니다)
저건, 안전지대 안의 ‘감염자’들을 가려낼 때 사용었던 감염자와 비감염자를 구분하기 위해 만들어진 일회용 키트네요.
잠시 후 당신이 비감염자임을 확인한 군인은 당신에게 말합니다.
???:민간인이 오염구역에서 뭘 하고 있던 겁니까. 태워드릴테니 안전지대까지 같이 가시죠.
맨 뒷자리에 당신을 태운 트럭은 도시 몇 곳을 들린 후 도시를 떠납니다.
먼지 쌓인 창문 너머로 보이는 뻥 뜷린 도로와 황무지는 석양빛을 받아 온통 불타오르는 것만 같아요.
트럭 안은 덜컹이는 바퀴 소리와 화물칸의 좀비들이 이따끔 내는 기괴한 신음소리를 제외하곤 조용합니다.
어느 새 지평선 아래로 해가 완전히 가라앉아 주위가 어두워지고, 트럭은 안전지대에 도착합니다.
군인들은 당신에게 사는 곳을 묻곤 당신을 적당한 곳에 내려주며 말합니다.
???:함부로 오염지역에 가지 마십시오, 위험합니다.
밤이 되어 쌀쌀해진 공기는 습하고 무겁습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을 걷다 당신은 문득, 골목의 한 담벼락에 빼곡히 붙어 있는 크고 작은 종이들을 보고 발걸음을 멈춥니다.
[위와 같이 생긴 사람을 보신 분은 연락 주세요]
....따위의 글씨와 함께 다양한 사람들의 사진이 붙어있습니다.
대체로 행복해 보이는 사진 속 얼굴들과 절박함이 느껴지는 글씨들이 적힌 종이들은 어두운 가로등 조명 아래에서 밤바람에 쓸쓸히 팔락입니다.
당신과 아오미네는 운이 좋은 편이라는 것, 당신들에게 주어진 이 기회를 갖지 못한 사람들이 이 세상엔 훨씬 많다는 것을요.
담벼락을 바라보고 있던 당신의 이마에 톡, 하고 빗방울 하나가 떨어집니다.
서둘러 발걸음을 돌리지만 몇걸음도 가지 않아 비가 쏟아지기 시작합니다.
당신의 옷에 튀어 스며들었던 피가 빗물에 씻겨내려갑니다.
젖은 옷을 벗어두고 샤워를 하고 나니 오랜만에 멀리 이동한 탓인지 피로가 몰려와요.
…...눈을 뜬 당신은 더럽고 헤진 옷을 입고, 낮설지만 어딘가 눈에 익은 거리에 서 있습니다.
손에 쥔 쇠파이프에선 핏방울이 떨어지고, 당신의 발 밑엔 좀비들의 시체가 즐비합니다.
이 곳은 당신이 생존하며 지나쳐 온 수많은 장소들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그 때와 다르게 당신 곁에 아오미네는 없네요.
이것이 과거이고 꿈 속이라면 아오미네 또한 당신 곁에 있어야 하는데…
아오미네를 찾기위해 주위를 두리번거리던 찰나, 또 다른 좀비 한 무리가 당신을 공격해옵니다.
팔과 다리가 반사적으로 움직이며 손에 쥔 무기를 휘두릅니다.
둔탁한 타격음과 함께 좀비들이 쓰러지고, 허공엔 살점과 핏방울이 흩날립니다.
퍽!! 하는 소리와 함께 당신을 공격하던 마지막 좀비가 무기에 맞아 천천히 쓰러질 때 당신은 깨닫습니다.
땅에 쓰러진 좀비, 아니 아오미네일까요, 그는 당신을 똑바로 올려다보며 희미한 목소리로 당신을 부릅니다.
번쩍, 하고 꿈에서 깨어나면 방 안은 아직 어둡습니다.
쿵쾅대는 가슴을 진정시키고 숨을 크게 몰아쉬고 나면, 아직도 생생한 손 끝의 감각에 양 손이 떨려옵니다.
지금 시간은 오전 5시, 아무래도 다시 잠들긴 그른 것 같아요.
커튼을 걷고 창문을 여니 새벽의 습하고 짙푸른 공기가 방안에 가득 찹니다.
차 한잔을 타온 후 아직 온기가 남아있는 침대에 걸터앉아 창밖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으면 도시의 건물들 너머로 마치 그때처럼 서서히 동이 터옵니다.
저기 너머, 함꼐 갈 수 있을거라 믿었던 안전지대를 눈 앞에 두고 아오미네는 어떤 표정을 했었던가요.
아침을 알리는 새소리가 분명 그에게는 자신의 세계가 끝나는 소리로 들렸을 거에요.
그 햇살을 등지고 당신에게 제 희망을 넘겨주었던 아오미네.
당신에게 주먹을 내밀 때처럼, 그때 그는 울고 있었던가요.
그 말이 저주처럼 남아 당신은 죽고싶을만큼 괴로운 순간들에도 죽지 못한 채 지금까지 삶을 이어왔습니다.
외로움이 만든 연약한 말들만 입안에 가득했습니다. 외로운 걸 외롭다 말해도 들어줄 사람이 없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당신에겐 또다시 100시간이 주어졌습니다.
사무치게 그리운 느낌에 가슴 한쪽이 저려옵니다.
언젠가 너와 바라보았던 아침 해를 바라보며 다짐합니다.
당신이 인간으로 돌아오지 않는다 하더라도 나만은 너를 포기하지 않겠다고……
아오미네 다이키:
(To GM)rolling 2+1d5
=
6
악몽으로 일찍 깬 탓에 평소보다 이른 시간에 집 밖을 나섭니다.
오늘 집으로 돌아올 땐 이 길을 함께 걸을 수 있을까요.
산책이라도 할 겸, 평소 다니던 길과 다른 길을 걸으니 처음 보는 꽃가게와 베이커리를 발견합니다.
어쩌면 여기서 아오미네에게 줄 선물을 사가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카가미 이치로:(고민하다가 베이커리에 들어갑니다.)
가게 안으로 들어가자 갓 구운 빵의 달콤한 냄새와 함께 다양한 종류의 빵과 디저트, 샌드위치, 케이크들이 보입니다.
조촐하게 카페도 겸하고 있는지 가게 안쪽엔 테이블과 의자들도 놓여있네요. 아침을 먹고 오지 않았다면 여기서 먹어도 괜찮겠네요.
카가미 이치로:(배고프지는 않지만.. 간단하게 아침을 해결할 빵과 아오미네에게 전해줄 샌드위치를 삽니다.)
당신은 샌드위치와 식사를 해결할 빵을 샀습니다.
카가미 이치로:(가게 안쪽 테이플에 앉아 빵을 먹으며 시간을 보냅니다.)
빵을 먹으며 시간을 보내니 점차 거리에 사람들이 늘어나기 시작합니다. 다들 저마다의 하루를 시작하는 것 같습니다.
카가미 이치로:(빵을 다 먹고는 가게를 나와 고민하다가 꽃집으로 들어갑니다.)
가게를 연지 얼마 되지 않았는지 꽃들의 종류가 다양하진 않지만, 알록달록하고 다양한 꽃들과 식물이 보이네요.
살짝 습한 공기에는 꽃과 식물의 향기가 진하게 배어 있습니다.
카가미 이치로:무슨 꽃이 좋을까...(두리번)
카가미 이치로:아..소중한 사람한테.. 주고싶은 꽃을 찾고있어요
???:무슨 기념일이신 건가요? 기념일이라면 장미 종류는 어떠세요? 아니면 무언가 시작하시는 거라면 프리지아도 괜찮답니다. 시작이라는 꽃말을 가지고 있거든요.
프리지아로 주시겠어요..?
???:네, 알겠습니다. (환하게 웃으며 꽃다발을 만들기 시작했다) 소중한 분이 무언가 새롭게 시작하시나 봐요? 저처럼 가게라도 여시는 건가요?
카가미 이치로:...새롭게 시작하는거죠.. 여러의미로요..
그러기를 바라는 의미도 있고요..
(똑같이 마주 웃는다.)
???:어떤 시작이든 잘 해내시길 바랄게요. (프리지아 꽃다발을 네 품에 안겨줬다.)
카가미 이치로:감사합니다 (꽃다발을 품에 안고는 가게에서 나옵니다.)
아오미네를 위한 꽃과 샌드위치, 그리고 아오미네의 집에서 가져온 물건들까지.
양 손은 무겁지만 이걸 보고 기뻐할 아오미네를 생각하니 마음이 설레며 발걸음이 가벼워집니다.
그런데, 병원 앞으로 향하던 당신은 병원 앞 횡단보도에서 한 무리의 사람들을 마주합니다.
성별도, 나이도 제각각이지만 그들은 공통적으로 모자와 마스크를 쓰고 피켓과 판넬, 확성기 같은 것을 들고 있네요.
카가미 이치로:
민첩
기준치: |
85/42/17 |
굴림: |
41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횡단보도를 건너던 당신은 병원 앞으로 밀려드는 사람들에 부딪힙니다.
순간 중심을 잃었지만 다행히도 넘어지지는 않았습니다.
당신을 밀치고 지나간 사람들은 병원 앞에 모여 현수막과 피켓을 들고 일제히 구호를 외치기 시작합니다.
그들을 보고 있으면 마치 거대하게 꿈틀대는 악의가 형상화 된 것 같습니다.
치료제가 개발되고, 좀비로 변한 사람들이 원래대로 돌아오고, 그렇게만 된다면 이야기는 해피엔딩으로 끝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당신은 이것이 그렇게 단순한 문제가 아님을 깨닫습니다.
아오미네가 설령 인간으로 돌아온다 하더라도 그가 이전처럼 인간으로 인정받을수 있을까요,.
무엇보다 좀비였던 아오미네는 스스로를 인간으로 생각할까요.
그런 복잡한 마음으로 병실의 문을 열면 그제처럼 방안의 침대에 앉아있는 아오미네가 보입니다.
병실 안의 tv에선 아까 그 시위 장면이 뉴스로 보도되고 있네요.
[ —감염자들을 위한 치료시설 중 하나인 아리마테아 병원 앞에서 오늘 아침 시위가 열렸습니다. 이들은 파이로젠 바이러스에 대한 특별 입법안 중 4단계의 환자들이 제한적으로나마 시설 밖 생활을 가능하게 하는 신설 조항에 반대해 시위를 벌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현재 시위대는 해산되었지만 이 조항에 반대하는 자들이 많은 탓에 연합정부는 다른 시위가 열릴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으며…..]
아오미네 다이키:(tv를 바라보던 시선을 네 쪽으로 옮겼다. 네게 저질렀던 행동 때문인지 방금 전 뉴스 때문인지, 아니면 이 모든 것들 때문인지. 가라앉은 눈으로 너를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 안녕.
카가미 이치로:..오늘은 어땠어요? 아침에 일어나서.. 저 아오미네상한테 보여주고 싶은 것들이 있어서 한걸음에 왔어요
(꽃과 샌드위치를 한쪽에 내려놓고 다가가서는 옆에 앉는다.)
아오미네 다이키:(리모콘으로 tv를 껐다. 그러자 순식간에 찾아온 적막이 병실을 채웠다. 옆에 놓아진 꽃과 샌드위치를 바라보다 다시 네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래, 수고했어. 어떤 걸 가져왔는데?
카가미 이치로:으음.. 예전에 아오미네상이랑 제가 함께 지내던 곳에서 찾아왔어요. 조금 먼 곳이긴 하지만.. (가져온 것들을 하나씩 꺼내 아오미네 손에 건내줍니다.)
이건 사진인데, 저랑 아오미네상이 같이 처음으로 여행 갔을 때 찍었던 사진이에요.
겨울바다를 배경으로 찍었는데.. 그때 아오미네상 춥다고 투덜거리면서도 결국은 같이 찍어줬었어요
아오미네 다이키:(손에 올려진 것을 마치 유리조각품 마냥 조심스럽게, 생소하게 바라보았다. 기억은 존재하지 않았다. 하지만 제 안에 뚫린 구멍의 존재만은 확실히 알고 있었다. 그래서 네가 준 것들을더듬을 때마다 마치 그 구멍을 더듬어 가고 있는 것 같았다.) ... 그러게, 엄청 추워보이네. 귀도 빨개져있고. 너도 얼굴 엄청 붉어졌잖아. (그리 말하고 웃었다. 이렇게 웃었던 게 얼마만이었더라)
카가미 이치로:아 그리고 이건.. 카메라에요. 아오미네상이 언제인지 모르겠는데 어디선가 얻어왔다면서 들고왔었죠.
그리고는 이것저것 사진을 찍었었어요. 제 사진도 찍고.. 친구들 사진도 찍고..
농구하던 모습도 찍었구요..
그리고 이건 다이어리에요. 쿠로코상한테 받은건데 아오미네상 다이어리 안쓴다고 하면서도 가끔씩 썼었어요. 내용은 엄청 짧았지만.. 천천히 읽으면 도움이 될거에요
아오미네 다이키:(네가 가져온 물건들이 제 침대에 가득했다. 그것들이 내가 살아 있었다는, 내가, 사람으로서 살아있었다는 중거 같아서. 우습게도 안도가 되서... ) ... 쿠로코는 누구야? 친구인가? (괜히 다이어리 앞장을 만지작거렸다. 천천히 다이어리를 넘기며 제가 적은 것으로 보이는 글자들을 하나하나 눈에 담았다. 엉망인 문장들에 헛웃고, 너와의 추억을 모은 것에는 어쩐지 아무런 말을 할 수 없었다. 그러다 문득,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가는 단편적인 기억들이 떠올랐다. 네 목소리, 식기가 부딪히는 소리, 음식 냄새. 네 체취... 어느 한적한 오후의 풍경. 나는 고개를 들었다. 막아둔 댐에 균열이 생겨 결국에는 그 안에 물이 밀려 나오듯이 기억이 조금씩 밀려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하나, 하나 떠올릴 수록...) ... 넌, 내가 안 무섭냐?
카가미 이치로:...제가 왜 아오미네상을..무섭다고 생각하겠어요. (너의 말에 천천히 눈을 감았다가 떴다. 어느순간 목소리에는 울음이 가득했다.) 늘, 늘 아오미네상이 다시 한번 저에게 돌아와주기만을 바랬어요. 아오미네상과 헤어지고 나서도.. 계속, 어떠한 모습이여도 아오미네상이 돌아와주기만을 바랬어요. 아오미네상이 좀비가 되었다고 해도 전.. 다시한번 아오미네상을 볼 수 있으면 그걸로도 충분했어요. 저에게 아오미네상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사람인걸요..?
아오미네상이.. 절 위해.. 그런 선택을 하고.. 절 살리는 길을 택한 것 처럼 저도 아오미네상을 다시 만날 수 있다면.. 다시 함께 할 수 있다면 뭐든 할 수 있어요.
그리고 아오미네상이 어떤 존재든.. 저한테는 변함없는 아오미네상이에요
아오미네 다이키:하지만, 나는... 널 죽이려고 했어. (거기까지 말하다 황급히 고개를 들고 널 바라봤다) 아니, 그... 일부러는 아니었어. 그럴 마음은 아니었지만... .... 결과는 그랬으니까. (아직 용서할 수 없는 것이 있었다) ... 네가 모르는 게 있어 이치로. ... 죽여야 했고 어쩔 수 없었다는 걸 알아. 이성이 없었고... 변명할 거리가 많다는 걸 알아. 근데 나는... 모르겠어. 잊을 수 없어. 사람을 물어 뜯고 먹었던 그 기억을 잊을 수가 없어. 애초에 내가 지금 사람이 맞는 지도 모르겠어.
카가미 이치로:..아오미네상 저도.. 살기 위해서.. 좀비들을 죽였어요. 어쩌면 잘못했으면 아오미네상을 죽였을지도 모르죠.. 저도 생각나요. 처음 좀비를 죽였을 때, 그 감촉.. 아직도 생각나요. 살기 위해서 그런거죠. 하지만 따지고 보면 좀비도 결국은 사람이었고, 누군가한테는 소중한 존재였죠. 저한테 아오미네상이 소중한 존재였던것처럼요.
그때는 이성을 잃었잖아요? 제대로 된 사고를 할 수 없었던 상황이었죠. 하지만 아오미네상 지금 당신은 저랑 이렇게 얘기를 나누고 감정을 느끼고 혼란스러워 하고 있어요. 그 기억을 억지로 묻어두고 잊으려고 하지않아도 괜찮아요
기억하고.. 두번다시 그런 일을 겪지 않도록, 그런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살아가요. 아오미네상 저랑 같이요.
살기 위해서 누군가를 죽인 저 역시 밖에서 외치고 있는 사람들이 말하는 괴물일지도 모르죠.
아오미네 다이키:괴물들과, 괴물들만 있는 세상이네. (헛웃음을 지었다. 댐이 흘러, 기억이 흘러. 네 조용한 목소리는 꼭 이정표 같아서, 내가 어디를 향해 가야할 지 알려주는 것 같았다. 그에 따라 엉망진창으로 떠오르는 기억은 점차 제자리를 찾아갔다. 울고 싶어졌다는 말은 너에게 하지 않을 것이다. 그저 손을 뻗어 제가 졸랐던 네 목을 천천히 쓸다 한숨 같은 목소리로 말했다) ... 미안해. 다치게 해서. ... 혼자 둬서 미안하고... 그... 뭐냐. 제대로 설명 안 해줘서 미안하고.... ....
소중한 사람과 같이 보내는 시간은 왜 이리도 빠르게 흘러갈까요.
어느새 시계를 보니 남은 시간은 1시간 남짓.
찰나의 침묵을 알아챘는지 아오미네는 당신에게 말합니다.
아오미네 다이키:... 나도 알고 있어. 대략 한시간 후에 내가 이 곳에 남을지, 너와 함께 떠날 수 있을지 결정된다는 것을.
설령 내가 이 곳에서 나가게 된다고 해도 우리가 예전처럼 살 수 있을까. 예전처럼 행복할 수 있을까…
난... 아마 오랫동안 계속 이럴거야. 어쩌면 영영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을지도 모르지.
그래도...
이치로, …….너는 나를 인간으로, 예전의 나로 받아들일 수 있어?
카가미 이치로:..물론이죠 어떤 아오미네상이든 상관없어요. 아오미네상은.. 늘 제가 기억하고 있는 아오미네상인걸요?
천천히 해요.. 그리고 정말 세상이 괜찮아진다면..
같이 돌아가요. 우리가 지냈던 곳으로..
그리고 돌아가서.. 또 예전처럼.. 같이 농구도 해요.
그리고 거짓말은.. 저번에 한게 마지막..인거맞죠?
이제 두번다시.. 그런 거짓말은 안하는거에요..
아마 당신이 그를 만나고 본 표정 중 가장 예전과 닮아 있는 표정이었습니다.
고개를 돌리자 책상의 전자 시계에서 100시간의 종료를 고하는 알람이 울립니다.
겉보기에 아오미네는 아무런 변화가 일어 난 것 같지 않아 보여요.
얼마 후 병실로 레나 리센이 들어와 당신에게 말합니다.
레나 리센:시간이 됐군요. 몇가지 검사를 할 테니 잠깐 나가 계시겠습니까?
(아오미네를 빤히 바라보다가 방에서 나옵니다.)
문이 열리는 소리에 고개를 들면 문 앞에 선 아오미네가 당신을 보며 웃고 있습니다.
아오미네 다이키:이치로, 나... 이제 뚜렷하게 네가 보여.
네 덕분이야. 날... 믿어줘서 고맙다.
그렇게 말하는 아오미네의 눈동자는 더이상 흐릿하지도 희뿌연 무언가로 덮혀 있지도않습니다.
몇가지 퇴원 절차를 밟은 후 당신과 아오미네는 손을 잡고 병원 밖을 나옵니다.
문득 고개를 돌리면 밤의 장막이 서서히 드리우며 어둡게 그림자가 진 도시의 건물들 너머로 해가 가라앉고 있습니다.
3년 6개월 하고도 100시간을 넘어 너는 마침내 나에게 돌아왔습니다.
집으로 가면 같이 저녁을 먹고, 잠에 들고, 언젠가 아오미네의 시력이 완전히 회복되면 다시 한 번 농구라도 해볼까요?
예전같은 삶을 살아갈 순 없겠지만, 그래도 괜찮습니다.
함께 걷는 길이 춥고 어둡더라도 맞잡은 손의 온기는 당신에게 뭐든 다 괜찮아질것이라고 말하는 것만 같아요.
오늘 밤은 못 다한 이야기를 하며 잠에 들도록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