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120분 중 40분
2020 시즌 6개, 그리고 영화
시즌 3: 17화 “군청”
출연: 나, 너, 그리고 우리
장르: 로맨스, TV프로그램, 실화기반
프로그램 특징: 흥미진진
회차

세카 경마 편집 커미션 나깃

 


사흘 뒤 당신의 결혼식이 시작됩니다. 사랑이 필요치 않은 정략 결혼식. 가문의 위상을 위해 해내는 이 결혼식은 만인의 성대한 축복과 파티 속에서 이루어질 예정이라고 합니다. 상대 가문이 왕가와 연결된 대단한 집안이라나요. 오페라 하우스를 통째로 빌려 결혼 축하 파티와 식을 동시에 올릴 예정이라는 혼란스러운 일정 가운데 당신은 드디어 당신의 정략혼 대상, 배우자 될 이를 마주했습니다. 그리고 그 사람은,

…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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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611
 
워더링 하우스
 
KPC 피터 달튼
 
PC 미케일라 S. 마티나
 
START
 
T
 
도입
 
눈을 끔벅입니다.
 
정신이 멍합니다.
 
이상하게도 주변이 소란스럽습니다.
 
창밖에서 흘러들어오는 환한 빛이 어째서인가 지나치게 낯섭니다.
 
아까까지만 해도 짙은 밤이었던 것 같은데, 시간이 이렇게 빠르게 흘렀을 줄은 몰랐습니다.
 
그러니까, 사흘 뒤는 당신의 결혼식날입니다.
 
네, 상대의 얼굴도 모르고 이름과 그 상대 집안의 명성만 익히 들어 알 뿐인 마음 없는 정략 결혼 말입니다.
 
이 지진한 시대의 결혼은 대체로 그런 식으로 이루어집니다.
 
그놈의 가문의 명성.
 
그걸 유지하기 위해 감정을 팔아서….
 
그러나 당신이 어떻게 생각하든 상관없이 저택의 모든 이들은 결혼식을 준비하느라 바쁩니다.
 
당신을 위한 예복과 함께 오페라 하우스를 통째로 빌려 이 결혼을 만인이 축하한다고….
 
잠깐, 뭐라고요?
 
당신은 떠올립니다.
 
그 히스 꽃밭에서 당신은 피터와 이별했습니다.
 
이별의 이유는 명백히 당신의 결혼을 취소시키기 위한 그의 행동 때문이었을 텐데요.
 
도대체 이게 무슨 소리인가요?
 
난데없이 정략 결혼이라뇨?
 
없던 일이 된 게 아니었단 말인가요?
 
의문을 추스르기도 전 사용인이 들어와 기쁜 낯으로 당신에게 의복을 건넵니다.
 
시종:출발 준비를 도와드리겠습니다, 아가씨.
오늘 저녁 오페라 하우스로 이동할 다른 준비가 모두 끝났답니다.
 
미케일라 S. 마티나:그런 꼴을 보고도 하는거구나, 결혼이라는거..
(이번엔 또 어떤 난장판을 볼지 기대해도 좋으려나. 사용인을 빤히 보다가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다. 지겨워.)
그래, 가던가...
 
시종:이렇게 좋은 날 표정이 너무 어두시네요. 혹 몸에 이상이 있으신 건 아니시죠?
오늘이 드디어 달튼 가문의 자제분과 처음 만나는 자리신데, 평소보다 더 신경 쓰여야 할텐데... 몸이 안 좋으신 거라면 의사를 부르겠습니다.
 
미케일라 S. 마티나:지난번 결혼이 그 꼴이 났던걸 떠올리니까 기분이 별로라서. 몸에는 이상 없단다.
정략 결혼이니 내가 어떻더라도 그 쪽에서는 신경 안 쓸걸.. 더 미룰 것 없어. 출발해.
 
당신의 이야기를 들은 시종이 이상한 소리를 들었다는 듯 표정이 미묘해지다 이내 다가와 당신의 머리를 빗으로 쓸어주고 옷매무새를 정돈합니다.
 
이 모든 일말의 정돈된 손길을 받다보면 묘한 인상을 받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요, 린튼 가와의 결혼식 전 피터가 당신에게 건넨 돌봄과 동일합니다.
 
하지만 고개를 들면 그곳에 피터는 없습니다.
 
... 어느 정도 준비가 끝난 이후 사용인은 짐을 챙겨 당신을 저택 입구에 대기한 마차로 데려갑니다.
 
마차는 오페라 하우스로 향할 준비를 끝마쳤습니다.
 
미케일라 S. 마티나:... 마음에 안 들어. (이전에도 그랬던 것처럼 정리된 머리카락 끝을 손으로 툭 건드려버린다. 없는 사람이 눈에 밟히는건 왜일까, 피터.)
(저택을 한번 훑어보고 마차로 향합니다. 질질 끌 거 없지.)
 
지금부터 당신이 향할 오페라 하우스는 수도에서 가장 유명한 장소입니다.
 
오페라 하우스라기보단 거대한 궁전에 가깝다 했죠.
 
1층에 준비된 거대한 홀에서는 연말마다 가장 성대한 파티가 열린다 들었습니다.
 
사용인은 곁에서 그 성대한 파티가 열리고 왕족과 고위 귀족들이 모이는 장소에서 당신의 결혼 축하 파티와 공연, 나아가 식까지 진행될 거라 들뜬 목소리를 냅니다.
 
마차를 타면 마차 바퀴가 미약하게 덜컹이며 당신을 데리고 이동합니다.
 
지능 판정
 
미케일라 S. 마티나:
지능
기준치: 50/25/10
굴림: 98
판정결과: 실패
 
무언가 기시감이 듭니다.
 
아까 시종이 뭐라고 말했었죠?
 
머리가 복잡합니다.
 
미케일라 S. 마티나:(제대로 안 들었는데.. 뭐라더라.)
(다시 한번 곱씹어본다면 생각 날까?)
 
다시 한 번 곱씹어 볼까요?
 
미케일라 S. 마티나:
지능
기준치: 50/25/10
굴림: 17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다시 기억을 떠올려봅니다.
 
분명 아까 시종의 말... 무언가 이상했어요.
 
시종:오늘이 드디어 달튼 가문의 자제분과 처음 만나는 자리신데, 평소보다 더 신경 쓰여야 할텐데..
 
... 달튼이요?
 
어떻게 보아도 피터의 성씨입니다.
 
그러니까 혹시 그 자제라는 사람이……?
 
피터의 가문이 그 정도로 유명한, 왕가와 연결된 집안이었던가요?
 
아니었던 것 같은데요. 아무리 생각해도.
 
갑작스레 다시금 들이닥친 정략 결혼도 그렇고, 결혼 축하 파티?
 
공연?
 
…오페라 하우스에서의 결혼식?
 
감이 오는 게 하나도 없습니다.
 
그러나 눈앞의 풍경은 당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바뀔 따름입니다.
 
오전에 출발한 마차는 오후가 지나 저녁에 가까워지고 나서야 거대한 오페라 하우스의 외곽을 마주합니다.
 
오페라 하우스는 해안가의 절벽 근처에 자리해 있습니다.
 
거대한 크기로 도시 외곽에 위치함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바글댑니다.
 
바다가 한 눈에 내려다보이는 절벽 위에는 들꽃이 피어 있습니다.
 
절벽 아래로 내려가면 산책로로 인기가 많은 해안가가 존재합니다.
 
이미 도착해 있는 수많은 마차와 사람들이 보입니다.
 
달튼 가와의 결혼은 왕실에서도 직접 사람을 보내 축하한다던가요.
 
당신이 마차에서 내리고 오페라 하우스의 입구로 향하자 떠들며 입구 안으로 들어가던 사람들이 잠시 행동을 멈춥니다.
 
짐을 들고 당신을 따라오던 시종들도 따라 걸음을 늦추었습니다.
 
그들의 시선은 당신을 향했다가, 아까까지의 소란스러움을 내려놓은 채 오페라 하우스의 입구로 이동합니다.
 
군중의 공통된 행위를 따라 입구를 바라보면,
 
???: 주인공이 모두 모였네!
 
누군가의 탄성과도 같은 외침을 증명하듯,
 
피터가 당신을 똑바로 응시하고 있습니다.
 
T
 
재회
 
그 얼굴을 바라보고 있자면, 마지막 기억 속에서와 달라진 게 없습니다.
 
구태여 다른 점을 꼽으라면 조금 더 깨끗해졌다는 것?
 
마지막으로 조우했을 때 너덜하게 자리했던 상처가 조금도 없다는 것.
 
남루하지도, 슬퍼보이지도 않은 당당한 외관은 미미한 오만함이 깃든 영락없는 대귀족의 태도입니다.
 
가꾸어진 머릿결은 단정하며 입은 옷에서는 귀태가 흐릅니다.
 
그러나 당신이 알던 피터가 맞습니다.
 
사람들의 시선을 한 번에 사로잡은 모양새가 낯설지 몰라도 그는 피터입니다.
 
당신에게 고정된 저 두 눈이 알립니다.
 
당신 이외 그 무엇에도 관심을 주지 않는 눈이.
 
?:
(To GM)rolling 1d60
 
(
1
 
)
 
 
=
1
 
미케일라 S. 마티나:(내가 뭐라고 했어.. 그 때보다 난장판일거라고 했지. 지금 이게 무슨 상황인데?)
 
피터 달튼:반갑습니다. 피터 달튼이라고 합니다. (부드럽게 미소 지어보였다) 먼 길 오느라 수고 많으셨어요. 저희, 이번이 처음 만나는 거지요?
비록 정략으로 맺어진 인연이지만 부부가 될 몸이니 결혼식까지의 사흘 간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첫 인상은 나쁘지 않았을까 모르겠군요.
 
미케일라 S. 마티나:.......
제가 알던 사람이랑 같은 이름이네요. 대단한 우연의 일치일지는 몰라도.. (굳은 표정으로 미소가 어린 표정을 올려다본다. 세상이 날 놀리는건지, 그저 지나치게 닮은 사람인건지는 이후에 알 수 있겠지.)
첫 인상이라면 나쁘지 않습니다. 이쪽도 뭐.. 잘 부탁드리는걸로. (가까이에 자리한 누군가가 들었다면 지나치게 성의 없는 대답이다. 이 답에 대한 이 사람의 반응이 어떨지 궁금한데. )
 
피터 달튼:아, 그런가요? 피터라는 이름이 흔하기는 하니까요. (나긋한 어조로 말을 맺어졌다. 첫인상은 나쁘지 않다는 말에 표정이 티가 나게 밝아지더니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다행이네요, 첫인상이 끝까지 이어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농담인지 가벼운 어조로 말을 이었다)
오늘 밤에는 가벼운 웰컴 파티가 준비되어 있고, 내일은 결혼식을 축하하러 내려온 왕실 사람들과 우리를 위한 오페라 공연이 예정된 상태 입니다. 모레에는 결혼을 축하하는 마지막 파티가 꽤 큰 규모로 열린다 들었고요.
알고 있겠지만 결혼식은 3일 뒤 입니다만.... 일정이 생각보다 빡빡한 만큼 불편함이 없도록 할테니 걱정마세요.
 
미케일라 S. 마티나:흔한 이름이긴 하지만.. 성씨까지 같은건 드물다 싶어서. 그래도 덕분에 이름을 헷갈릴 일은 없을 것 같네요. (애매하게 선을 넘을 듯 말 듯한 발언은 여기까지가 좋으려나. 그나마의 예의로 건조한 웃음을 지어보인다. 미안하지만 나는 그렇게 성품이 좋은 사람은 못 되는 편이거든.)
파티, 오페라 공연, 그리고 다시 파티.. 3일 뒤라는건 저도 알고 있어요. 당사자인데 그런걸 모를 리가. 그쪽이 신경 써 주지 않아도 일정에는 제대로 맞출 생각이고요.
(첫인상이라. 이쪽에선 별로 안 좋은 편인데.. 무례하게 굴어도 어디까지 받아주려나. 성의없이 짓던 웃음기를 갈무리하고 고개를 까딱인다.) 재미없는 이야기는 여기까지 하고. 그 쪽이 보시는 제 첫인상은 어떨지 궁금하긴 한데. 말 해줄건가요?
 
피터 달튼:(자신이 읊어주던 일정을 다시 곱씹어 말하는 너를 바라보았다. 시선은 여전히 호의를 가득 담고 있었다. 무례한 태도라는 자각도 없는지 그저 미소를 담은 채 지켜보다가 이어지는 물음에 의외에 질문이었는지 의아한 표정으로 변했다) 첫인상이요? (그리고 눈을 깜빡이며 너를 바라보다가 오른손을 제 가슴 부근에 올리고는 조곤한 말투로 말을 이었다)
근사한 사람이라 생각했습니다. ... 아름답고, 동시에 강직해 보여서... (맹목적이라 할 만큼 올곧은 시선이 네게 닿은 채, 말은 거기서 멈췄다)
 
그때, 어디선가 피터를 부르는 목소리가 들립니다.
 
피터는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난처한 낯을 짓다 당신을 바라봅니다.
 
피터 달튼:아... 미안합니다. 이만 들어가봐야 할 것 같아요. 남은 이야기는 웰컴 파티에서 나누도록 하죠.
(그리고 손을 뻗어 조심스레 네 손끝을 잡아 끌어올렸다. 네 손보다 큰 손이 네 손끝에 애처롭게 매달린 채였다. 곧 허리를 살짝 숙여 그 손등에 입을 맞췄다.)
 
미케일라 S. 마티나:(네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난 곳은 돌아보지 않았다. 지금은 눈 앞의 인물이 중요하니까. 내가 알던 사람이 맞을까, 아니면 그저 우연일까.. 피터, 너는 어떻게 생각하니.)
(근사하다는 대답 끝에는 작은 실소가, 제 손을 끌어올려 입맞추는 당신의 행동에는 허탈함이 따라붙는다. 당신이 이렇게 행동하면 가능성이 없는 쪽을 믿고 싶어지잖아. 네 눈을 똑바로 마주보다가 잡힌 손을 살짝 당긴다.) ... 그래요, 남은 이야기는 파티에서. 그러니 손은 놔 주도록 해요.
 
미케 이성 1 감소
 
피터 달튼:(매달리듯 잡았던 손을 놓아주었다. 그리고 곧 손을 내리고 한걸음 뒤로 물러섰다) ... 그럼 웰컴 파티 때 뵙죠.
 
그 말을 마지막으로 피터는 군중 속으로 사라집니다.
 
바다가 갈라지듯 피터가 걷는 길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갈라서는 사람들을 바라보고 있자면 정말 저 피터가 당신이 기억하는 피터가 맞는지 헷갈려집니다.
 
그야 피터는... 저런 대우를 받아본 적이 없는 아이가 아니던가요.
 
고아에다가 시종, 그렇기에 당신에게 마음을 전하는 것조차 죽음에 다다라서야 가능했습니다.
 
... 어찌됐든 피터가 사라지고 당신은 오페라 하우스로 들어섭니다.
 
T
 
들어서기 무섭게 궁전이라는 명색이 무색하지 않게끔 휘황찬란한 샹들리에와 기둥, 황금 장식이 당신을 반깁니다.
 
경쾌한 음악 소리가 홀 내부에 퍼집니다.
 
삼삼 오오 모인 귀족들이 곳곳에 포진된 상태입니다.
 
피터는 2층으로 이어지는 계단 옆에 서있습니다.
 
몰려든 사람들을 보아 받고 있는 관심이 지대한 모양입니다.
 
안 그래도 아까부터 당신을 알아본 몇몇 사람들이 지나가며 인사합니다.
 
모르는 얼굴이 아는 체를 해오네요.
 
귀족 D:아, 미케일라! 나 기억 나나? 사돈의 팔촌에 오촌의 친구의 아버지, 바튼 윌슨 말일세! 자네의 1세 생일 잔치에서 봤었는데, 이렇게 많이 컸군!
 
귀족 A:결혼 축하드려요, 마티나 씨. 저는 일찍이 달튼 가와 마티나 가가 잘 될 거라 굳게 믿고 있었답니다.
 
미케일라 S. 마티나:(사돈의 팔촌의... 그냥 모르는 사람이잖아.)
그런가요? 당사자인 전 몰랐는데.. 나중에 점집이라고 운영해보시는게 어떨까 싶네요. (기계적으로 웃어준다. 웃는 낯에는 침 뱉기 어렵지.)
 
당신의 말에 가시가 돋친 것을 꺠달은 귀족이 어색하게 웃으며 눈치를 봅니다.
 
빠져나가려면 지금이 좋을 것 같습니다.
 
사람들에게서 빠져나오면 1층 조사가 가능합니다.
 
미케일라 S. 마티나:(아아.. 귀찮아. 저 인간들은 변하질 않네. 사람들 틈에서 샤샤삭 빠져나가봅니다.)
 
웃는 낯에 침을 뱉기는 어렵죠.
 
확실히 대꾸하지 못하고 어색한 웃음만 흘리는 귀족들 사이를 빠져 나갑니다.
 
미케일라 S. 마티나:(파티장.. 이제 파티장 지겹다니까. 전경을 한번 둘러봅니다.)
관찰력
기준치: 75/37/15
굴림: 96
판정결과: 실패
 
사람들이 몰려서 그런걸까요? 그저 화려한 풍경만 눈에 들어옵니다.
 
미케일라 S. 마티나:(식당 입구 쪽으로 가 봅니다. 이런데는 파티를 준비하는 사용인, 직원들만 있겠지..)
 
오페라 하우스에서 지내는 동안 식사는 이곳에서 해결하게 될 것입니다.
 
아직은 식사 때가 아니라 그런지 한적하네요.
 
미케일라 S. 마티나:(문은 열려 있나? 잡아서 한번 돌려봅니다.)
 
잠겨 있습니다.
 
미케일라 S. 마티나:(짜증나는군. 미련없이 돌아서.. 벽 쪽으로 걸어 휴게실 입구로 가 봅니다.)
 
휴게실로 이어지는 입구입니다.
 
이곳 오페라 하우스는 VIP 게스트를 위한 숙소를 따로 마련해두었는데, 숙소로 이어지는 계단이 휴게실 안에 자리해 있습니다.
 
휴게실 입구로 들어서면 여전히 사람이 몇 이미 자리해있는 휴게실을 마주합니다.
 
숙소로 향하는 계단이 놓여 있습니다.
 
숙소로 올라가 짐을 풀고 잠시 휴식을 취하는 것도 가능할 것 같습니다.
 
미케일라 S. 마티나:(평범한 휴게실인데.. 여기 있는 사람들 다 내쫓을순 없겠지? 사람 좀 빠지면 올래.)
(입구 쪽으로 향합니다. 이쪽에서 보면 홀부터 2층으로 이어지는 계단까지가 한번에 보이려나.)
 
당신이 들어온 입구입니다.
 
거대한 아치문의 양 기둥은 황금색을 띠고 있습니다.
 
입구로는 끝없이 사람들이 들어옵니다.
 
지능 판정
 
미케일라 S. 마티나:
지능
기준치: 50/25/10
굴림: 87
판정결과: 실패
(사람이 많아서 짜증이 좀 난 것 뿐이다... 화를 좀 가라앉히고 생각해본다면?)
(... 그렇다면?)
 
화를 다스려봅니다.
 
숨을 들이마시고...내쉬고...마시고...내쉬고..
 
미케일라 S. 마티나:(하....)
 
지능 판정
 
미케일라 S. 마티나:
지능
기준치: 50/25/10
굴림: 14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당신은 이들이 최소 젠트리 계급이라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그마저도 일부이며, 대부분이 명망 있는 귀족들입니다.
 
이름을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한 귀족들이 당신의 결혼을 축하하기 위해 이곳에 자리했습니다.
 
미케일라 S. 마티나:(굳이.. 이렇게까지 높은 귀족들이 올 만한 결혼이야? 저쪽이 대단한 집안이라는걸 감안하더라도 과하지 않나 싶은데.)
(입구를 꼬라보다가 홀 쪽으로 이동합니다. 자리가 자리인 만큼 이런 저런 이야기를 떠들어대는 사람이 하나쯤은 있을지도 몰라.)
 
어마어마하게 크고 화려한 홀입니다.
 
바로 앞에 2층으로 이어지는 계단과 1층 콘서트 홀 입구가 위치해 있습니다.
 
과연, 파티장으로 쓰일 만큼의 크기네요.
 
모든 장식이 황금색으로 빛납니다.
 
웰컴 파티를 준비하는 사용인들이 군데 군데 자리한 상태입니다.
 
홀 내부 전체에 관찰 판정이 가능합니다.
 
미케일라 S. 마티나:(규모가 크긴 크네.. 별로 관심은 없지만.)
관찰력
기준치: 75/37/15
굴림: 75
판정결과: 보통 성공
 
당신은 이곳 저곳에 명화가 많이 그려져 있음을 깨닫습니다.
 
대부분이 신화와 연관된 것 같다는 사실도요.
 
천장에 그려진 그림을 보면, 연인으로 추정되는 인물을 자신의 세계로 인도하는 신의 손길이 아름답게 묘사됐음을 깨닫습니다.
 
유명 화가의 작품이던가요?
 
꽤 수작입니다.
 
미케일라 S. 마티나:(신화의 한 장면인가? ... 오페라 하우스니까 그런게 있어도 크게 이상하진 않겠지만.)
(지능 또는 교육판정으로 좀 더 자세히 알 수 있을까요?)
 
무언가 알아내려면 지능 어려움 성공 이상이 필요합니다.
 
지능 판정
 
미케일라 S. 마티나:(왜....?)
지능
기준치: 50/25/10
굴림: 50
판정결과: 보통 성공
 
아름다운 그림입니다.
 
무언가 괴리감이 느껴지지만... 그뿐입니다.
 
미케일라 S. 마티나:(음. 모르겠다.)
(원래 이런건 모르면 피터가 설명해줬어서 공부 안 했단말이지...)
(명화들이 걸려있는 것을 제외한다면 달리 눈에 띄는건 더 없을까?)
 
그밖에 눈에 띄는 건 없는 것 같습니다.
 
미케일라 S. 마티나:(그럼 내가 궁금한 쪽으로 가 볼까.. 2층 계단 쪽으로 갑니다. 그러니까.. 이 '피터'는 아직 계단 앞에 있나?)
 
홀에서 벗어나려는 찰나, 피터와 눈이 마주칩니다.
 
피터는 당신을 보고 조용히 웃습니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 다른 이들과의 대화를 이어갑니다.
 
계단으로 걸음을 옮기려고 하자 사용인이 당신을 부릅니다.
 
시종:아가씨, 숙소로 돌아가시죠.
 
미케일라 S. 마티나:.. 왜? 아직 볼일 남았어.
 
시종:곧 웰컴 파티가 시작되니 몸단장을 하셔야죠.
 
거의 처음으로 부부 될 사람들의 모습을 공식적인 자리에서 드러내는 순간이니 신경을 더욱 기울여야 한다고 사용인은 말합니다.
 
... 거절하기 힘들 것 같습니다.
 
미케일라 S. 마티나:(가문이고 명성이고 그놈의 결혼은.. 그냥 적당히 도장 찍고 끝내면 안돼? 짜증나.)
그래, 해야할 일이니까.. 올라가자.
 
당신은 사용인을 따라 숙소로 걸음을 옮깁니다.
 
휴게실이 있는 옆 건물 2층에 위치한 숙소에는 당신과 피터만이 머무른다 들었습니다. 방문객, 손님들은 모두 오페라 하우스 근처 호텔에서 묶는다나요.]
 
이미 몇 번이고 확인했지만 어마어마한 규모입니다.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걸까요?
 
T
 
완전한 저녁이 찾아오고, 홀은 아까보다 사람이 적습니다.
 
웰컴 파티에 참여하는 인원만 남은 거겠죠.
 
초청된 가수가 느릿한 연주에 맞추어 노래를 부르는 게 들립니다.
 
웰컴 파티는 말 그대로 결혼식의 주인공들과 그 친인척, 초대받은 하객들이 이 오페라 하우스에 도착한 것을 환영하기 위한 목적으로 열렸습니다.
 
몇 번이나 반복되어 들리는 말마따나 왕가에서도 직접 축하하러 내려올 정도라면 어마어마한 규모와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다는 뜻이겠죠.
 
그러니 이렇게까지 화려한 시작을 알리는 게 분명합니다.
 
거의 모든 상황이 린튼 가와의 정략혼이 결정되었을 때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이상하죠.
 
린튼 가와도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요.
 
지능 판정
 
미케일라 S. 마티나:
지능
기준치: 50/25/10
굴림: 52
판정결과: 실패
65
 
꼭 이 오페라 하우스에서의 3일이 무언가를 준비하는 듯한 3일 같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그건 결혼식일까요?
 
아니면……?
 
주위를 둘러보면 당신의 가문 친인척이 몇 서있습니다.
 
그리고 대다수의 모르는 얼굴들도요.
 
척 봐도 고급진 옷, 고급진 장신구, 장인의 손을 타 정성껏 세공된 시계와 브로치 등을 단, 대놓고 '나는 대귀족이다'라고 선언 중인 사람들입니다.
 
아마도 저 자들이 달튼 가 사람들인 모양입니다.
 
미케일라 S. 마티나:(준비하는건 결혼식? ... 아니면 내가 모르는 뭔가가 더 있을까. 달튼 가의 사람들을 자세히 살펴봅니다.)
(관찰판정 가능한가요?)
 
관찰 판정
 
미케일라 S. 마티나:
관찰력
기준치: 75/37/15
굴림: 80
판정결과: 실패
 
어쩐지... 그들의 표정이 묘한 것 같습니다.
 
미케일라 S. 마티나:(마음에 안 들거나, 린튼 때처럼 뭔가 꺼림칙한게 있거나.. 둘 중 하나겠지.)
(.. 말이라도 붙여볼까?)
 
다가가볼까요?
 
미케일라 S. 마티나:(가까이 가 봅니다. 뭐든 대화 정도야 할 수 있겠지.)
 
그들에게 다가가면... 그들 대다수의 눈빛이 흐리멍텅함을 발견합니다.
 
웃고 떠드는 모습은 굉장히 자연스러움에도 불구하고 일부 작위적인 구석이 있습니다.
 
귀족 B:만나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이렇게 좋은 일로 만나게 되어 얼마나 기쁜 지 모르겠습니다... 파티는 어디, 마음에 드십니까?
 
미케일라 S. 마티나:... 파티는 마음에 드는데, 어째 여기 계신 분들은 컨디션이 영 나빠보이네요. 잠을 제대로 못 주무신 것 같기도 하고.
단체로 몸이 안좋기라도 하신걸까요? 걱정 되는데.. (물론 내 알 바는 아니지만. 슬쩍 떠보듯 말을 건넨다.)
 
귀족 B:아, 워낙에 큰 행사다 보니 긴장하는 바람에... (제 결혼식이 아닌데도 우습죠. 사람 좋게 웃어보이며 말을 넘겼다) 그것보다 음식도 좀 드시죠. 마티나 양이 좋아하시는 걸로 준비했다 들었습니다. 혹 다른 원하시는 음식이 있으시면 말씀해주시고... 아, 그러고보니 피터를 만나보신 것 같은데 첫인상은 괜찮았는지 모르겠습니다.
 
... 어쩐지 집착이 느껴질 정도의 관심입니다.
 
이대로 붙잡혀 있다면 파티가 끝나도록 보내주지 않을 것 같습니다.
 
미케일라 S. 마티나:음식은 됐어요. 규모가 큰 행사인 만큼 저도 긴장이라는걸 하고 있어서. 피터라면 곧 다시 만날테니까.. (이거 잡히면 재미 없겠는데. 한발짝 뒤로 물러나며) 그래요, 실례하도록 하죠.
 
대인 기능 판정
 
미케일라 S. 마티나:
매혹
기준치: 50/25/10
굴림: 76
판정결과: 실패
..........
 
귀족 B:이왕 이렇게 만난 거 조금만 더 어울려주시죠. 앞으로 더 바빠지실텐데 말이에요. (한발짝 다가섰다)
 
미케일라 S. 마티나:글쎄요, 말씀하신대로 지금도 바빠서요. 저한테 용무가 있으시다면 사용인을 통해 연락주시면 좋을텐데.. 특별한 용건이라도 있으신가요?
(민첩판정으로 이 자리를 유유히 떠날 수 있을까요?)
 
민첩 판정
 
미케일라 S. 마티나:
민첩
기준치: 80/40/16
굴림: 98
판정결과: 실패
 
이런... 꼼짝없이 붙잡혀버렸습니다.
 
이를 어쩌죠. 이 사람은 당신을 몇 시간이고 붙잡아둘 생각인 것 같습니다.
 
미케일라 S. 마티나:..........
 
문득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대화하던 피터가 당신을 발견합니다.
 
무리에게 양해를 구한 피터는 당신을 보자마자 금방 다가옵니다.
 
그의 반가운 기색 언저리에 미미한 애정의 자락이 자리한 것처럼 느껴질지도 모르겠습니다.
 
친애로 가득한 저 낯.
 
피터 달튼:미케일라 양, 오셨군요. (네게 말을 걸던 이에네 가볍게 눈짓했다. 인사이자... 이제 가라는 듯한 노골적인 시선. 다시 시선을 네게 옮기고는 말을 이었다) 기다렸습니다.
 
미케일라 S. 마티나:이건 고맙다고 말 해야 할 타이밍인 것 같은데.. 인사, 그냥 생략할게요. (집요하게 말을 걸던 사람에게도 확실하게 들릴 말. 친애로 가득한 낯에 저도 모르게 인상을 살짝 찌푸린다.) 기다렸나요?
 
피터 달튼:아... 무례하게 굴었다면 대신 사과하죠. 다들 들뜬 마음에 실수를 한 모양이에요... (진심으로 미안함이 담긴 낯으로 너를 바라봤다. 곧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 네, 기다렸어요. 그럼... 저도 인사치레는 생략할까요. 아, 그러고보니 곧 결혼식을 축하하는 피로연에서 대표로 춤을 추어야 할 텐데 춤은 잘 추시는 편인가요?
 
미케일라 S. 마티나:그래요, 사과 받아줄게요. 두번만 더 들떴다간 저 대신 본인이 그쪽이랑 결혼하기라도 할 것 같았지만. (여전히 미간이 구겨진 채로 너를 바라본다. 기다렸다니.. 그 얼굴로 그런 말을 하지 마. 나는 당신이 누구인지도 모르는데.)
춤이라면 그런대로요. 꽤 좋은 춤 선생님이 있었어서. 그렇게 묻는 그쪽은?
 
피터 달튼:... 그건 곤란한데... (네게 말을 걸었던 이를 가늘게 뜬 눈으로 다시 바라보았다. 곧 느긋한 태도로 돌아와 말을 이었다) 뛰어나다고는 못하겠지만 나쁘지 않은 편이랍니다. 미케일라 양께 실례를 끼치지 않도록 노력할테니 큰 걱정은 하실 필요 없습니다.
 
대화를 이어가다 문득 피터는 신중하게 말을 고릅니다.
 
어떤 이야기를 전달하고 싶은데 감히 꺼내기 힘들다는 기색입니다.
 
그 때, 달튼의 가문원이 등장합니다. 그녀는 나긋한 웃음과 함께 말합니다.
 
귀족 C:어머, 이번에 처음 만났는 데도 꽤 마티나 씨가 마음에 든 모양이야? 아주 시선을 떼지 못하네... 하지만 이쪽에도 관심을 줘야지. 부모님께서 찾고 계시단다.
 
피터 달튼:(입술을 달싹이다가 곧 한숨 섞인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 아, 그렇군요... 미안해요, 미케일라. 또 혼자 두게 됐네요. ... 다른 이들에게 말을 해둘테니 아까처럼 무례하게 다가오는 이는 없을 거에요. ... 부디, 파티 잘 즐기길 바라요.
 
그 말을 남기고 피터는 가문원에게 끌려가듯 데려가집니다.
 
떠나는 가운데, 문득 피터가 당신의 뺨에 입맞추려는 듯 몸을 숙이다 이내 거두고 사라집니다.
 
찰나에 눈이 마주쳤던 것도 같습니다.
 
미케일라 S. 마티나:......
그러니까, 어떻게 이 파티를 잘 즐기라는거야. (다른 것보다 달튼, 그 쪽이 문제인데. 가문 사람들과 당신 둘 다.)
(작게 혀를 차고 휴게실 쪽으로 이동합니다. 내가 대화하고 싶은 사람은 바빠 보이니까 어쩔 수 없지.)
 
당신이 이동하려고 하니... 아차, 사람들이 몰려듭니다.
 
그래요, 당신을 내버려둘 생각은 없는 것 같네요.
 
이제는 데려가 줄 이도 없으니 제대로 잡아두겠다는 의사 표명일까요.
 
...
 
T
 
 
결국 파티 대부분을 사람들에게 묶여서 보냈습니다.
 
밤이 오고 당신은 숙소로 돌아갑니다.
 
오늘 하루 동안 일어난 일들이 여전히 이해도, 납득도 가지 않습니다.
 
피터의 방은 맞은편에 있습니다.
 
당신과 피터의 방 가운데 방들은 모두 비어있는 모양입니다.
 
이 숙소에 머무르는 이는 둘 뿐이라니 당연하겠지만요.
 
주어진 당신의 방은 넓고 침대는 푹신하나, 영 잠이 올만한 상황은 아닙니다.
 
분명히 한 번 겪었던 죽음과 총소리가 선명한데.
 
달빛 아래 지진할 정도로 지독한 꽃향기를 뿌린 에리카 꽃도 선명한데, 그 모든 일이 마치 물거품처럼 사라지다뇨…….
 
뒤척이던 당신은, 문득 창밖에서부터 시선을 느낍니다.
 
집요한 시선입니다.
 
인간의 눈이라기보다는 거대한, 가늠하기 어려운 존재의 시선에 가까운 감각입니다.
 
지독하게 당신을 응시하는 시선을 좇아 창밖을 보면 그곳은 놀라우리만치 시커먼 밤이 깔려 있습니다.
 
그러나 딱히 어떤 형체가 보이진 않습니다.
 
시선은 창밖에서부터 온 사방으로 퍼져 피부를 따갑게 찔러댑니다.
 
마치 꼭 잡아먹힐 것만 같은 두려움.
 
생존에서부터 비롯된 선연한 공포감이 혈관을 타고 흐릅니다.
 
SAN (1/1d2)
 
미케일라 S. 마티나:
SAN Roll
기준치: 69/34/13
굴림: 36
판정결과: 보통 성공
 
이성 1 감소
 
마비라도 걸린 듯, 가위에 눌린 듯 움직이지 않는 몸이 서서히 굳어갑니다.
 
뇌가 둔해지고 사고가 멈출 것만 같은 순간…….
 
방문을 노크하는 소리에 퍼뜩 정신을 차립니다.
 
식은 땀이 뺨과 목덜미에 맺힘을 자각하고 나면 어느 새 몸은 다시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상태로 돌아왔습니다.
 
미케일라 S. 마티나:(.. 이번엔 또 뭐야? 한 번으로는 부족하다 이건가. 창 너머로 내리꽂히던 감각이 쉽게 떨쳐내지지 않아 눈을 꾹 감고 고개를 내젓는다.)
(노크 소리라면 올 만한 사람은 하나 뿐이겠지. 문 쪽을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 문, 열려있어요.
 
당신의 목소리에 문이 열립니다.
 
문이 열리고 모습을 드러낸 건 초조한 기색의 피터입니다.
 
피터는 대뜸 이 밤에 당신을 찾아온 것에 대한 사정 설명이나 사과도 없이 당신을 살피고 방 안을 살핍니다.
 
그리고 빠르게 방문과 창문을 모두 닫고 창밖을 내다봅니다.
 
창밖을 내다보던 시선이 당신을 향합니다.
 
피터 달튼:(널 바라보다가 성큼 네 앞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두 손을 뻗어 네 뺨을 감쌌다. 고개를 숙여 입 맞출듯 가깝게 거리를 좁혔다. 그때, 무언가 고민하는 건지 알 수 없는 미묘한 표정으로 제 입술을 꾹 물었다가 입술로 향하던 것을 틀어 네 뺨에 제 입술을 꾹 눌렀다 뗐다)
 
입술이 떨어져나오면 아까까지 공기 중에 서려 있던 따가운 시선이 사라집니다.
 
공포심이 가시고 답답한 곳에서 탁 트인 바깥으로 나온 것처럼 숨이 제대로 쉬어집니다.
 
이성 1 감소
 
고개를 들면 그곳에는 당연하게도 피터가 있습니다.
 
당신을 바라보는, 그러니까 당신만을 바라보는 피터입니다.
 
눈 한 번 깜박이는 것조차 아깝다는 양 그리움과 애정으로 뒤덮인 두 눈으로 가만 당신을 응시하다 간신히 고개를 돌립니다.
 
피터 달튼:그... 미안해요. 갑자기 이런... (뺨을 감쌌던 손을 떼어내리고 주춤거리며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 ... 미안해요. 갑자기 한밤중에 찾아온 것도.
 
미케일라 S. 마티나:.. 미안한거 알면 안 하는게 맞지 않나요? (입술이 닿았던 뺨을 손 끝으로 얕에 문질렀다. 마음에 안 들어. 싫다고. 그 얼굴로, 그 이름으로 다정하게 구는건 한 사람이면 족하니까.)
처음 보는 사람한테 원래 이러나요?
 
피터 달튼:아니, 아니에요. 그런 적 없어요. 당신이 처음이에요... (놀라 고개를 들고 변명하듯 서둘러 말을 붙였다. 곧 제 이마를 감싸고 입술을 꾹 물었다) ... 우리 어디선가 만난 적 있죠. 아예 초면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당신도 그럴거야. 그렇죠?
 
미케일라 S. 마티나:(파티장에서 그랬던 것처럼 미간을 찌푸린다. 정말 이게 무슨 일일까.. 본인에게 물어본다면 명확한 답이 나올까 했는데. 네가 물러선 만큼 앞으로 한걸음 나아갔다.) 만난적 있어. 있는데.. 그걸 본인은 모르는 것 같네.
내가 만났던 사람이 아니라서 모르는걸까?
 
피터 달튼:... 내가 모르는 게 정말 맞을까? (이마를 감쌌던 손을 꾹 주먹을 쥐었다가 내렸다. 그 사이 다가온 네 모습에 조금 놀랐는지 다시 주춤했다. 하지만 다시 물러서지 않은 채로 너를 바라봤다) ... 나는, 꽤 중요한 사람이라서 가문원들의 시선이 어디서든 따라다녀요. 대귀족의 입장이니 당연하지만 아주 자유롭게 행동하기는 어렵죠. ... 말 또한, 골라가며 해야 하고요.
(주제에서 엇나간 듯한 이야기를 하면서도 시선을 올곧게 너를 향해 있었다. 여전한 그리움과 애정으로 잠식 당한 눈동자다. 잠시 호흡을 가다듬다가 말했다) ... 그게 당신을 상처 입히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미케일라 S. 마티나:언행을 골라가며 해야 한다는 사람이 조금 전의 행동을 하나요? ... 앞뒤가 안 맞잖아. (조금은 짜증스러운 대답이었다. 왜 나는 너랑 관련되기만 하면 항상 이렇게 되는지 모르겠어. 이번에도 제대로 말 해줄 생각이 없는건지, 그렇게 하지 못하는건지.. 짐작 정도야 할 수 있겠지만.)
내가 그 때문에 상처를 받을지 안받을지는 한번 다쳐봐야 알 것 같은데. (올곧은 시선 속에 담긴 감정들은 낯선 것들이 아니었다. 이미 본 적이 있는, 그리고 떠나보낸 적도 있는 것.) 정말로 그러지 않기를 바라?
 
피터 달튼:... 변명하지 않을게요. 당신이 불쾌할 만한 행동을 한 건 맞으니까요. (그저 익숙한듯 네 말을 받아 삼켰다. 눈을 느리게 깜빡이다가 쓰게 웃었다) ... 당신을 상처 입히지 않으려면 내가 애초에 상처낼 만한 모든 걸 없애버리는 수 밖에 없다는 것처럼 들리는데. 당신은... 확인하기 위해서라도 다칠 것 같거든. ... 그래요, 정말 그러지 않길 바라. 정말로... (고개를 숙여 눈을 맞췄다. 손을 들어 네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겨주고는 속삭였다) ... 너를 주시하는 사람이 있어. 부디 몸조심해.
(다시 고개를 들어 문 쪽으로 몸을 틀었다) ... 늦은 밤에 시간을 너무 오래 빼앗은 것 같네요. ... 몇 번이고 말했지만 정말 미안해요. 이만 돌아가볼게요.
 
미케일라 S. 마티나:... 그런 의미는 아니었어. 상처 낼 만한 것들을 전부 없애라는 뜻이 아니야. 그건 이미 한번으로 충분하니까. (날이 선 말을 익숙하게 받아내는 모습은 짐작을 확신에 가깝게 만들었다. 굳이 네가 누구인지 확인하지 않더라도, ...)
(머리카락을 넘겨주는 행동마저도 익숙함이 묻어있기에 문 쪽으로 가는 네 뒤를 따라간다. 나는 묻고 싶은게 많아. 제대로 된 대답을 할 수 없다곤 해도.)
달튼, 난 나가도 좋다고 말 하지 않았어요.
 
피터 달튼:(한 번으로 충분하다, 그 말에 쓴웃음이 짙어졌다. 걸음을 옮기려다 뒤따라오는 네 모습에 걸음을 멈췄다. 문고리를 잡고 몸을 돌려 너를 바라보았다) ... 더 묻고 싶은게 있나요?
 
미케일라 S. 마티나:가문원들의 시선이라는건 지금도 따라오는 건가요? ... 이쪽 숙소에는 우리 둘 뿐일텐데. (느리게 손을 뻗어 네 손을 문고리에서 떼어낸다. 나를 주시하는 사람과 너를 지켜보는 사람들. 그게 정말로 사람일까.)
묻고 싶은게 있다면?
 
피터 달튼:당신이 있잖아요. 내가 그 누구보다 잘 보여야할 상대가 당신인데. (문고리를 잡은 손은 네 손길에 의해 무력하게 떨어졌다. 조금 곤란한 얼굴, 하지만 여전히 부드러운 낯이다) ... 내가 대답할 수 있는 거라면 대답해줄게요. ... 그보다, 아까 식은땀을 흘리고 있던 것 같았는데 몸상태가 나쁜 건 아니죠?
 
미케일라 S. 마티나:... 초면이 아닌 것 같다고 했으면서 그런걸 신경 쓸까. 그런게 정말로 필요하다고 생각하니. (잡은 손을 끌어당겨 너를 방 안쪽으로 이끌어 제가 문 앞에 섰다.) 몸 상태라면 지금은 괜찮아. 조금 전에 네가 말한 누군가와 관련이 있을까 싶긴 해도.
.. 그럼 어디까지 대답해줄 수 있어?
 
피터 달튼:당신도 확신하지 못하고 있잖아. (네가 이끄는대로 방 안쪽에 섰다. 보내줄 생각이 없군. 난처한 시선으로 문고리를 바라보다 입을 열었다) ... 전부라고 말해주고 싶지만, 그럴 수가 없네요. 가능한 만큼, 이라고만 해둘게요. (이번에는 자신이 손을 잡고 너를 이끌었다. 방 안 쪽, 침대가 있는 쪽으로 끌어서 너를 침대에 앉혔다) ... 일단 쉬어요. 당신이 가라고 할 때까지 안 갈테니까.
 
미케일라 S. 마티나:확신이라는건 쉽게 가지기 어려운 법이니까.. 이렇게 말하면 납득이 될까. (나는 널 곤란하게 만들 생각은 정말로 없는데.. 하지만 너도 나였다면 이렇게 했을거야. 등 뒤로 손을 뻗어 문을 걸어잠근다.)
(네가 이끄는대로 따라가 침대 위에 앉았다. 이번엔 역할이 반대로 바뀐 것 같은데.)
가능한 만큼.. 그래요, 그걸로 됐어. 하지만 가라고 할 때가 언제일 줄 알고 그렇게 말 해.
 
피터 달튼:난 당신에게 있어서는 늘 확신만 했던 것 같은 기분이 드는데. (달칵, 문이 잠궈지는 소리에 포기한 건지 시선을 완전히 떼어냈다. 이불을 들어 누우라는 듯 널 바라보며 말했다) 영원히 가지 말라고 해도 괜찮아요. 어차피 결혼하면, 계속 같이 있을텐데요. (진담이라기에는 너무도 가벼운 어조로 말하며 짙게 웃었다)
 
미케일라 S. 마티나:너와 나의 경우가 조금 다른거라고 생각하진 않고? ... 생과 사의 문제랑은 다르잖아. (이불을 들어올린 손을 잡아 내린다. 말할 수 있는 한계가 있다는건 알지만 그게 어디까지인지는 네가 알려주지 않았잖아. 그러니 나는 계속 묻는 방법 밖에 없어.)
나는.. 너를 난처하게 만들 생각은 없어. 대답하기 싫다면 하지 않아도 상관 없고. 하지만 딱 하나만 물을테니까 잘 생각해. 영원을 이야기하는건 그 다음이야.
로그
너는 내가 확신을 가져도 될 사람이니?
 
피터 달튼:(잘 생각도 없는건가. 네가 가지 말라고하면 정말로 가지 않을텐데. 어떻게 달래면 좋을지 생각하는 듯 시선이 아래로 내려가다가 네 대답에 고개를 들어올렸다. 곧 온기가 제 뺨에 닿았다. 마치 처음 온기를 느낀 것처럼 생경한 감각에 움직임도 숨도 전부 멎었다. 미약하게 떨리는 눈동자만 널 향해 있었다. 천천히 손을 올려 네가 감싼 손 위를 덮듯 감쌌다. 네 손에 기대고 놓치지 않겠다는듯 꽉잡아보다가...
고개를 살짝 틀어 네 손바닥 위에 입술을 찍어눌렀다. 손바닥 위에 하는 키스의 의미와도 같은 간절한 눈으로 널 바라봤다) ... 당신이 하는 확신이 내가 가늠하는 의미가 맞다면... 그래, 확신해도 좋아요. ... 아니, 오히려 확신해줬으면 좋겠네.
 
미케일라 S. 마티나:(침묵으로 일관하려는 듯 아래로 내려가던 시선을 부득부득 끌어올렸다. 나는 여전히 이런 사람이지. 너는 여전히 나에게 휘둘려주는 사람이고. 네 시선 속에서 작게 떨리는 눈동자를 들여다본다. 제 손을 붙잡은 이 손에서는 체온이 느껴질까. 정원에서 네가 사라지던 날에는 그 마저도 희미했었는데.)
 
(꾹 누르듯 손바닥에 닿은 입맞춤의 의미, 나를 보는 시선에서 느껴지는 감정. 나 뿐만이 아니라 너 역시도 변하지 않았음을 실감하여 느리게 눈을 감았다. 나는 네가 나를 원망하기를 바랐는데.) ... 그래, 그 정도면 됐어. 다른건 더 묻지 않을게.
 
피터 달튼:... 고마워요. (목소리 끝이 조금 떨렸었나. 쿵쿵, 뛰는 심장이 느껴졌다. 닿은 손에 느껴지는 체온, 심장 고동 소리. 그 모든 것이 살아있음을 느끼게 한다. 그 전부가 네게 어떤 의미를 가지나. 위안이 될까 아니면 저주처럼 느껴질까. 잡은 손을 놓지 않은 채 말을 이었다) 이제 정말로 자요. 내일부터 오늘보다 더 바빠질 텐데, 피곤하면 안 되잖아. (이번에는 제 고집을 꺾지 않으려는 듯 네 어깨를 꾹 눌러 침대에 눕혔다. 눕히고 밀려났던 이불을 꼼꼼히 덮어주는 일련의 행동은 자연스럽기 그지없다.
잘 준비가 끝나자 잠시 선 채로 망설이다가 침대에 걸터앉아 널 바라보았다) ... 문도 가로막고, 잠그고... 당신이 붙잡았는데, 어떻게 더 붙잡혀 줘요? 원한다면 그렇게 할게. 잠들 때까지 있어달라고 하면 그렇게 하고 아예 오늘 밤 같이 있자고 해도... 그렇게 할게. 내가 어떻게 해줄까요? (나긋한 어조는 아이를 도닥이는 목소리처럼 다정하다)
 
미케일라 S. 마티나:.. 그 말은 내가 해야할 말일텐데.. (낮은 소리로 작게 중얼거렸다. 내가 지금 여기 있는 이유, 멀쩡하게 살아 있는 것. 그건 전부 너한테 있으니까. 손으로 닿은 체온은 지나간 과거를 부정하기라도 하듯 따뜻했다. 가능과 불가능을 따진다면 불가능이었을 일인데도. 너는 내게 환부가 되어 남고 싶다고 했지만 상처 따위가 아니었다. 무지했던 나의 후회였을 뿐. 그렇게 상념 속에 잠겨가던 와중에 침대 위로 안착했다.)
 
... 문은 안에서 잠가 둔거니까 나가고 싶으면 열고 나갈 수 있어. 지켜보는 사람이 있다고 해서 그런거야.
그렇게 묻는 너는 어떻게 하고 싶은데? 붙잡으면 붙잡혀주고, 있어주고.. 그런 것 보다는 네가 하고 싶은걸 듣고 싶어.
나는 네가 외롭지 않으면 그만이니까.
 
피터 달튼:(자신의 말이라고 하는 말에 그저 푸스스 웃어버렸다. 자신을 저주라 여기지 않는 것만으로도, 밀어내지 않는 것만으로도 너는 나에게 모든 것을 준 것과도 다름 없었는데. 이어지는 말에 고개를 들어 문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그냥 보내기 싫어서 잠군 거라고 하면 꽤 기뻤을 것 같은데... 밖에서 잠긴 거면 그걸 핑계로 되서 더 있어도 보고.
(다시 고개를 네게 돌렸다. 그러다 네 물음에 다시 입을 다물었다. 내가 하고 싶은 거? 나를 우선한다는 듯한 말에 목에 무언가 걸린듯 말이 나오지 않았다. 왜 그렇게 하지, 나를 위해서. 이제는 지나친 시기였지만 몸에 새겨진 것처럼 다른 감정보다 그런 생각이 먼저 들었다. 물끄러미 너를 내려다봤다) 같이... 있고 싶어. 적어도 잠드는 건 보고 가고 싶어요.
 
미케일라 S. 마티나:왜 그렇게 웃나요, 달튼. (드문드문 섞인 존대가 익숙치 않지만 약간의 오기가 생기라도 한 마냥 비슷하게 대꾸한다. 빈 말로도 좋은 성격이라곤 말 못하겠지. 네 중얼거림에 시선만 굴려 굳게 닫힌 문을 훑어보고) 네 의사를 우선시하고 싶으니까. 보내기 싫다고 가둬버릴 만큼 인간적이지 못한 사람은 아니고 싶었어.
 
(내려다보는 시선에 다시 눈을 마주친다. 네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진 몰라도.. 어쩌면 내가 이렇게 말 하는걸 이해하지 못할지도 모르지. 하지만 네가 나의 후회였다는건 그런거야. 철 없고 무지한 아가씨로 남을 수는 없잖니.) 그럼 방으로 돌아가지 말고 여기 있어.
 
피터 달튼:그냥... 고마워서? (존대에 다시 작게 웃음을 흘렸다. 이어지는 말에 느리게 눈을 깜빡였다) 나는 당신이 좋다고 하는 거라면 다 좋아할텐데도. 극악무도한 범죄도 말이야, 당신에게 해가 가는 게 아니라면 기꺼이 해줄지도 몰라. ... 그 끝이 당신이 망가지는 결과를 만들어내지만 않는다면, 네가 원한다면 좋아할 수 있을거야. ... 뭐, 이건 극단적인 예지만요. 나는 가진 것도 많고... 대귀족이고? 왕실과도 이어진 고귀한 핏줄인데, 그런 일을 저지를 순 없죠.
(다정하던 웃음이 순간 자조적으로 변했다. 하지만 얼마가지 못해 다시 온기를 담은 낯으로 변했다) ... 아무리 결혼할 사이라고 해도 외간 남자를 이렇게 방에 들여놔도 되나요. (자신이 원했으면서도 그리 말하는 건 우스갯소리에 가까웠다. 손을 뻗어 얼굴에 붙은 머리카락을 떼어주며 말했다) 당신이 원하기 전까지는 손끝 하나도 안 댈... 아, 이건 말하기도 전에 어겨버렸네. (멋쩍게 웃었다)
 
미케일라 S. 마티나:그러니까 그 말은 내가 해야한다니까. (마음에 안 들어. 잡은 손을 느리게 끌어당긴다. 별 것 없는 얕은 투정.) 극악무도한 범죄라.. 나를 위한 일이더라도 그런걸 원치 않는다면 재고 해줄 생각은 있나요? 대귀족인 만큼 극단적인 예시라는건 말하지 않아도 알고 있지만. (짧은 순간이지만 바뀌었던 표정을 말 없이 눈에 담았다. 사연이야 있겠지만.. 그런 표정을 지을 일이었니.)
그거라면 되는 편이죠, 그 말대로 결혼할 사이이기도 하고 달리 첨언할 사람도 없는데다.. 네가 그러고 싶다고 했으니까. (머리카락을 떼어주는 손을 보며 작게 웃는다. 너는 모르겠지만 나는 정말로 간절했단다. 다시 만나게 된다면 네가 나에게 책임을 구했으면 했어. 나를 미워했으면 했는데.. 그래, 이제는 내가 포기해야지.) 방에 들어오고부터 손 잡고 있었던 것 같은데. 내 착각이야?
 
피터 달튼:... 고민은 할 거에요. 더 나은 방향이 있으면 그 방향으로 가보고자 할 거고요. 내 단순한 생각이 어떤 사람에게는 큰 상처가 될 수도 있다는 걸... 너무 늦게 깨달았거든요. (고해라도 하는 듯 조용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 그래도, 내가 그런 선택을 할 때는 알아줬으면 좋겠어요. 나는... 정말 그 방법 밖에 없었다는 걸요. 예전에는 몰라도 지금은... 정말로, 그럴 수 밖에 없었다고... (또다시 이해를 바라고 네가 견뎌주길 바라는 것은 이기적인 걸까. 사실 그 답을 이미 나는 알고 있다. 숨을 한 번 크게 들이 쉬더니 조심스레 네 옆에 눕고는 잡은 손을 꼼지락거리며 말을 이었다) ... 미안.... 그래도 이이상을 하는 일은 없을거에요. 지금까지 했던 것도 당신이 바라지 않으면...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하지 않을 거에요. 그러니까 밀어내고 싶으면 밀어내도 좋아. ... 자, 이제 자요. 이러다 정말 같이 해 뜨는 걸 보겠어요.
 
미케일라 S. 마티나:그게 네가 생각하는 만큼 단순한 생각은 아니었을걸. 상처 받았다 해도 이해하려 했을거야. 정 이해하지 못한다면 단순한 수긍만이라도. (나는 그랬어. 아직도 완전히 네 결정을 이해할수는 없지만 그게 네 최선이었다고 생각하니까. 그렇기에 알아줬으면 좋겠다는 말에는 대답하지 않았으나,) 하지만 지금도 그런 선택을 할 것 같다면.. 그 때는 시간을 조금만 줘. 내가 공감할 수 없는 선택을 긍정할 수 있게. 오래 걸리지는 않을거야.
있잖아, 피터. 내가 조금 전에 했던 말이랑 같은건데. (침대 한 켠에 자리를 잡은 네 쪽으로 돌아누워 눈을 깜빡였다.) 밀어낼 생각 없어. 나는 네가 바라는 쪽으로 흘러갈 생각이거든. 네가 여전히 그 때와 같다고 한다면 나는 그에 맞는 답을 찾겠지. (잡은 손을 끌어와 손등에 짧게 입맞준다.)
 
.. 내가 하고 싶었던 말은 여기까지. 잘 자, 피터.
 
숨이 막혀오던 그 감각은 어느덧 잊혀지고,
 
기분 좋은 몽롱함이 밀려듭니다.
 
수마에 빠져가던 중, 당신 곁에 누운 그가 잘 자라고 속삭인 것 같습니다.
 
그 목소리가... 떨렸던 것 같습니다.
 
잠들기 전, 당신은 직감합니다.
 
누군가 당신과 피터를 감시하고 있습니다.
 
피터는 현재 자유로운 상태가 아닙니다.
 
그렇습니다. 이 3일은, 결혼식이 아닌 다른 무언가를 준비하는 3일입니다.
 
그렇다면 우리의 부활은? 도대체 누가 주도한 짓인가요?
 
어떻게 해야 상황을 정상 궤도로 돌려놓을 수 있죠?
 
의문과 불안감을 배제해보자면, 어쨌든 당신과 피터는 이곳에 살아 있습니다.
 
지금 맞닿아 있는 온기는 분명 산 자의 그것입니다. 살아 있었습니다…….
 
그 체온을 다시 한 번 곱씹은 것과 동시에 당신은 까무룩 잠이 듭니다.
 
T
 
Pan b. (GM):여어
 
경마:여어
 
가보자고
 
 
낮부터 이 오페라 하우스는 분주합니다.
 
오늘은 왕가에서 손님이 오는 날입니다.
 
왕가를 위한, 귀족만을 위한 공연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듣기로 공연은 이번이 초연이라고 합니다.
 
왕가와 연결된 거대한 귀족 가문의 결혼식을 축하하여 새로이 제작된 극이라나요.
 
겨울을 배경으로 하는, 이루어지지 못한 절절할 사랑 이야기….
 
라고만 들었습니다.
 
굉장히 유명한 극작가가 집필했다니 내용을 기대해봐도 좋겠는걸요.
 
하지만 하필이면 이루어지지 못한 사랑 이야기?
 
결혼식을 앞두고요?
 
어쩐지 아이러니한 일입니다.
 
미케일라 S. 마티나:(보통 결혼식에는.. 희망차고 밝은 그런거 해 주지 않나? 흐린 눈으로 오페라 하우스를 둘러봅니다.)
 
의문을 곱씹기도 전 피터가 당신에게 다가옵니다.
 
피터 달튼:(네 앞에 서서 부드러운 낯으로 웃었다. 다정하고 격식 있지만 그만큼 거리감이 느껴지는 얼굴. 나긋한 투로 입을 열었다) 좋은 아침입니다, 미케일라. 잠은 잘 주무셨나요?
 
아침 인사와 함께 웃으며 간밤 잘 잤냐는 안부를 전하는 태도는 어제 밤 제 방에 들이닥친 그 사람이 맞는지 의문스럽습니다.
 
미케일라 S. 마티나:(저 말투 진짜 적응 안되네... 물끄러미 올려보다가 짧게 끄덕인다.) 네, 덕분에. 달튼은 어떠셨을지 모르겠지만.
 
피터 달튼:저도 푹 쉬었답니다. (잠자리가 괜찮으셨던 것 같아 다행이라는 말을 덧붙였다. 그리고 뒤늦게 무언가 떠올랐다는 듯 눈을 크게 뜨고 말했다) 아, 그러고보니.. 혹, 오페라가 끝나고 제게 잠시 시간을 허락해주실 수 있을까요? 근처에 거닐기 좋은 해변가가 있다 들었습니다.
 
미케일라 S. 마티나:어제는 꽤 바빠보이던걸요. 결혼식의 당사자니 당연한 소리긴 하겠지만.. 이래저래 찾는 사람들이 많이 보여서. (발언이 제한적이라면 이것도 딱히 대답을 기대하는 질문은 아니지만.. 그래도 묻는게 부자연스럽지는 않으니까. 덧붙이는 말에는 고개를 살짝 기울이다가) 오페라 하우스에 도착했을 때 그런 풍경을 잠깐 보긴 했었죠. 어려운 부탁은 아니니 좋아요.
 
피터 달튼:준비할 것이 워낙 많으니까요. 미케일라도 웰컴 파티때 고생하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늦었지만 수고하셨어요. (짙게 웃었다. 손을 뻗어 이번에는 처음과 달리 네 손을 조금더 단단히 잡아 끌어올렸다. 손등에 문지르듯 입을 맞추고는 시선만 들어 너를 바라보았다) 그럼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부부가 될 몸이니까요.
 
보다 서로를 자세히 알아가면 좋겠죠.
 
그 밤을 함께 했어도 저 사람 좋은 미소와 매끄러운 말투는 어디서부터 진실이고 어디서부터가 거짓인지 가늠이 잡히지 않습니다다.
 
짧은 대화 후 피터는 제 가문원 사람들에게로 돌아갑니다.
 
이성 1 감소
 
찰나 당신에게 당신의 집안 사람이 찾아옵니다.
 
마티나 가문원: 달튼 씨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더구나. 어때, 그가 마음에 드나?
 
미케일라 S. 마티나:네에.. 뭐. 정략 결혼인데 제 마음에 들고 안 들고가 중요한 결혼식인지는 모르겠지만요. (주변 흘끔 보고 작게 종알거린다.)
 
마티나 가문원: 마음에 들어야지 이 결혼이 성사된다면 분명 우리 가문의 위상은 더 높아질테니 말이다. 네가 수고가 많다, 미케일라. 달튼 네 집안 쪽에서 혼담이 들어온 건 엄청난 행운이야. 이 기회를 놓치지 마라.
피터는 너를 굉장히 좋아했잖아? 예전부터 네 일이라면 껌뻑 죽었지. 그러니까 분명 일사천리일.... ...... 응? 내가 방금 뭐라고 했지?
 
미케일라 S. 마티나:... 그러게요, 방금 뭔가 말하신 것 같은데.
자세히 들어볼까요?
 
마티나 가문원: (어리둥절한 얼굴로 너를 바라보았다) 달튼 씨가 널 좋아한다고... 흠, 이상하군. 내가 달튼 씨를 이미 알고 있던가... 그럴리가 없는데...
 
미케일라 S. 마티나:이미 아는 사람처럼 말하신 것 같은데.. 벌써 노망이라도 나셨나요?
(심리학 굴리겠어요)
심리학
기준치: 50/25/10
굴림: 3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가문원을 살피면... 글쎄요, 정말로 어리둥절한 것 같습니다. 자신이 무슨 말을 했는지도요.
 
자신이 피터를 알던가? 그 의문점이 가득 찬 얼굴입니다.
 
마티나 가문원: 어찌됐든, 기회를 단단히 잡아야 한다. 그럼 공연이 시작될 때 다시 만나자꾸나. (그 말을 남기고는 걸음을 돌려 사라졌다)
 
그 말을 마지막으로 가문원은 사람들 무리로 사라집니다.
 
공연이 시작되기 전, 오페라 하우스의 2층과 3층을 조사할 수 있습니다.
 
미케일라 S. 마티나:(뭐가 있긴 있나본데.. 어떻게 기억하고 있지. 게다가 걔가 날 좋아했던건 왜 다 아는데? 어이 없어.)
(오페라 하우스 2층으로 이동합니다. 시작 전까지 둘러볼까.)
 
2층 홀은 넓고 텅 비어 있습니다.
 
2층 관객석으로 이어지는 콘서트홀 입구가 존재하며, 군데 군데 공연을 기대하는 목소리를 내는 귀족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지금은 공연이 시작되지 않았으므로 콘서트홀로 들어가지 못합니다.
 
3층으로 이어지는 계단 맞은편에는 그런 게스트를 위한 티 테이블이 존재합니다.
 
티 테이블 근처에는 손님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습니다.
 
당신은 티 테이블을 살피거나, 손님들에게 말을 걸어볼 수 있습니다.
 
미케일라 S. 마티나:(티 테이블이 있는 곳으로 가 봅니다. 어제처럼 피곤하게 구는 사람은 없으면 좋겠는데.)
 
테이블 위에 놓인 건 라벤더 티입니다.
 
불면증을 치료하기에 좋은 효능을 가지고 있습니다만….
 
공연 전에 마시기 합당한 걸까요?
 
문득 근처에 앉은 귀부인의 웃음 소리가 들립니다.
 
귀족 A:듣기로 피터 씨가 직접 온실에서 키운 걸 가져와 돌리고 있다던데. 그 집 가문원들에게도 모두 건넸대요. 특별한 레시피로 제작된 차라나요.
 
귀족 C:과연 맛이 달라요. 한 모금만 마셔도 기분이 아주 좋아지네요.
 
미케일라 S. 마티나:(불면증 치료라.. 이런 자리랑은 어쩐지 썩 어울리는 느낌은 아닌데. 바쁜 사람이 이런것까지 챙긴다는건 조금 신경 쓰이지만.)
(테이블 위에 놓인 라벤더 티를 한잔 집어들어 봅니다. 평범한 차일까?)
 
보기에 평범한 차 입니다. 은은한 향이 마음을 가라앉게 해주는 것 같습니다.
 
미케일라 S. 마티나:흠...
(한모금 홀짝)
 
...
 
라벤더 티를 마시면 기분이 묘해집니다.
 
미미하게 몽롱한 감각이 스며들고 생각이 편안해지며 무엇을 해도 괜찮겠다는 느낌이 듭니다.
 
이성 1 회복
 
미케일라 S. 마티나:(정원에 있던 히스 꽃이나 라벤더나 색은 비슷하던가.. 찻잔을 비워두고 테이블 위로 올려둡니다. 귀족들의 대화는 슬슬 끝났을까?)
 
이번 공연을 보러 온 귀족들입니다.
 
문화 생활에 조예가 있다는 사람들은 본 공연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습니다.
 
듣기 판정으로 엿들을 수도 있고, 다가가 대화를 나누며 정보를 얻을 수도 있습니다.
 
미케일라 S. 마티나:(모르는 사람이랑 이야기 하기 싫어. 홀을 둘러보는 척 근처에 서서 엿들어봅니다.)
 
듣기 판정
 
미케일라 S. 마티나:
듣기
기준치: 50/25/10
굴림: 55
판정결과: 실패
.....
(멀어서 안 들리는 것 같다.. 포기하고 귀족들이 모인 쪽으로 총총 가 봅니다.)
 
자리를 뜨려하니 문득 몇몇 손님들이 당신을 보고는 저들끼리 속닥댑니다.
 
내용을 알기 위해서는 듣기 어려움 성공 이상을 필요로 합니다.
 
듣기 판정
 
미케일라 S. 마티나:
듣기
기준치: 50/25/10
굴림: 32
판정결과: 보통 성공
기준치: 63/31/12
굴림: 72
판정결과: 실패
 
손님들의 목소리가 띄엄띄엄 들립니다.
 
손님: 어쩐지 피터 씨가... .... 소문... 이상한 일이에요.
 
... 잘 들리지 않습니다.
 
귀부인이 있는 쪽으로 걸음을 옮기자 여전히 가벼운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습니다. 지금은 오페라 하우스가 어떻게 꾸며졌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네요.
 
미케일라 S. 마티나:(면전에 대고 못할 말이니까 작게 하는거겠지만.. 좀 궁금한데. 속닥거리던 귀족에게 가까이가서 어깨를 툭 건드려봅니다.)
방금 하신 말씀에 흥미가 좀 있는데요.
다시 한번 해 줄래요? 제대로 듣지를 못해서.
매혹
기준치: 50/25/10
굴림: 64
판정결과: 실패
 
당신을 보고 당황하던 귀족이 서둘러 말을 꺼내 놓습니다.
 
손님: 무슨 이야기를 말씀하시는 건지 잘 모르겠습니다만...
 
미케일라 S. 마티나:방금 하신 말씀이라고 이야기 드렸는데.. 정말 몰라요?
위협
기준치: 35/17/7
굴림: 85
판정결과: 실패
 
귀족은 정말 모르겠다는 듯 뻔뻔한, 사람 좋은 얼굴로 웃어보입니다. ... 더 물어보긴 어렵겠어요.
 
미케일라 S. 마티나:(짜증나...)
(더 들어볼 만한 건 없나? 홀 쪽을 쭉 둘러봅니다.)
 
더 들어볼 만한 건 없을 것 같습니다.
 
미케일라 S. 마티나:(볼 일은 다 봤군. 3층으로 올라갑니다.)
 
3층 객석으로 이어지는 입구와, 사람들의 짐을 맡기는 캐비닛이 존재하는 홀입니다.
 
3층 홀은 1층과 2층에 비해 지나치게 사람이 없고 텅 비어 있습니다.
 
인적이 드물어 쓸쓸하다는 느낌이 들 정도입니다.
 
지금은 공연이 시작되지 않았으므로 콘서트홀로 들어가지 못합니다.
 
미케일라 S. 마티나:(사람 별로 없어서 쬠 개운해짐)
(캐비닛이 세워진 벽으로 가 봅니다. 콘서트 홀 앞이니까 관련한 도구들을 보관하고 있으려나.)
 
사람들의 짐이 맡겨진 캐비닛입니다.
 
대부분 개인용 열쇠로 잠겨 있으나, 자세히 보니 열려 있는 칸이 하나 존재합니다.
 
미케일라 S. 마티나:(냉큼 열어봅니다.)
 
열어보면 공연에 관련된 책자와 편지 봉투가 놓여 있습니다.
 
편지 봉투 겉면을 보니 피터의 가문원이 쓴 편지인 모양입니다.
 
미케일라 S. 마티나:아무나 열어봐도 되는 편지야? 이런데 두게. (답싹 집어서 편지를 뜯어봅니다. 뭐라고 쓰여 있을까나.)
 
받는 사람의 이름은 적혀 있지 않으나, 적혀 있는 주소가 묘합니다.
 
잉글랜드 세번 밸리.
 
브리체스터와 캠사이드?
 
여러 개의 주소가 나열되어 있습니다.
 
누군가에게 보내려는 편지가 맞긴 한가요?
 
편지 내용을 보려 하면 계단 위로 올라오는 누군가의 걸음 소리를 듣습니다.
 
미케일라 S. 마티나:(편지를 다시 봉투에 넣고 캐비닛 안으로 돌려놓습니다. 달튼 가의 사람이 보면 곤란하겠지.)
 
뜯어본 편지를 다시 서둘러 넣어 놓느라 내용을 확인하지 못했지만...
 
.. 무슨 주문이라고 적혀 있지 않았나요?
 
계단 위로 올라오는 소리가 조금씩 이어지고 곧 사용인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시종:아가씨, 여기 계셨군요. 곧 공연이 시작됩니다. 모시러 왔습니다.
 
미케일라 S. 마티나:잠시만 기다려. (달튼 가의 사람이 아니라면 상관 없지 않나? 캐비닛 안으로 돌려놓았던 편지를 다시 꺼내봅니다.)
(그러니까.. 무슨 주문?)
 
편지를 다시 확인하면... 그곳에는 '세뇌 주문'이 적혀 있습니다.
 
세뇌 주문은 흐릿한 기억에서 변형된 주문이며, 당신의 주변인들이 당한 그 주문입니다.
 
이성 판정
 
미케일라 S. 마티나:
SAN Roll
기준치: 67/33/13
굴림: 90
판정결과: 실패
 
이성 1 감소
 
세 차례의 정독을 통한 습득이 가능합니다.
 
지능 판정
 
미케일라 S. 마티나:
지능
기준치: 50/25/10
굴림: 10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집안 사람들이 피터에 대한 기억을 잊은 건 이 주문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합니다.
 
편지 발신자는 피터 가문의 사람이니 이 가문에서 꾸민 일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세뇌 주문을 습득합니다.
 
미케일라 S. 마티나:(그러니까 이걸 쓰면 기억이 날아간다.. 뭐 그런거지? 편지에 쓰여있는 주문을 여러번 훑어보고 다시 제자리에 돌려놓습니다.)
이제 됐어, 가자.
 
세뇌 주문이 있다면 세뇌를 푸는 주문 또한 어딘가에 존재한다는 의미일 것입니다.
 
그럼 그건 어디에 존재할까요.
 
이제부터 알 필요가 있을까요?
 
확실한 사실은 피터는 그 주문을 알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알았다면 진작 사용했을지도요.
 
걸음을 옮기며 사용인은 2층 5번 박스석이 당신의 자리라 말합니다. 피터도 동석한다는군요.
 
오페라 글라스를 챙겨들고 박스석으로 향하는 길목, 이미 입구에서 피터가 당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고요한 웃음과 함께 손을 내밉니다.
 
내부에서는 오케스트라단이 악기를 조율하는 듣기 좋은 불협화음이 들려옵니다.
 
T
 
공연 시작 전, 은은한 노래 소리가 콘서트 홀을 채웁니다.
 
왕가의 사람들은 맞은 편 박스석에 앉아있는 모양입니다.
 
호위병과 경찰이 단단하게 지키고 있는 걸 보니 아무래도 짐작이 맞는 듯합니다.
 
5번 박스석 안에는 당신과 피터만이 있습니다.
 
피터 달튼:... 저희 가문원들은 바로 옆 박스석이에요. (옅게 웃었다)
 
... 어쩐지 억지 웃음처럼 느껴집니다.
 
무대를 향해 고개를 돌리며 가라앉은 목소리로 그가 말합니다.
 
피터 달튼:언제 어디서나 저들의 소중한 양자를 지켜보고자 하죠...
 
아닌 게 아니라 과연 옆 박스석, 약간의 거리 너머에서 시선이 느껴집니다.
 
칸막이 건너편에서 오페라 글라스를 챙긴 몇몇의 사람들이 당신을 빤히 바라보다 눈이 마주치자 고개를 돌립니다.
 
어쩐지 미미한 불쾌감이 듭니다.
 
미케일라 S. 마티나:저런.. 너무 노골적인데요. 기색이라도 감추면 좋았을텐데.
지켜보고자 하는데는 이유가 있나요? 보호를 받을 만한 나이는 아닐텐데.
 
피터 달튼:나이를 얼마나 먹든지, 그건 아무런 의미가 없답니다. ... 제가 태생이 귀한 탓이죠. 죽는 순간마저 보호받게 될 겁니다. 저는. (어쩌면 죽은 후에도 말이에요. 말을 덧붙였다)
 
미케일라 S. 마티나:양자라고 한 것 치고는 지극정성이네요. 어떤 연유에서 양자로 들이게 된건지는 조금 궁금한데. 이런거 묻는건 실례인가? (옆 박스석을 흘끗 돌아봅니다. 아직 이쪽을 보는 사람이 있을까?)
 
피터 달튼:곧 결혼할 사이인 걸요. 감출 일도 아니고. ... 달튼 가는 대가 끊어지고 있어서요. 그걸 막기 위한 수단이라 들었습니다. 결혼도, 가족이 만들어지는 과정도... 이 지진한 시대에는 흔한 것이지요. (다리를 꼰 채로 손가락으로 제 무릎을 톡톡 두드렸다)
 
... 여전히 시선이 느껴집니다.
 
미케일라 S. 마티나:그래요, 흔하죠. 이쪽이나 저쪽이나 목적이 있는 정략결혼이고 이해관계가 합치되었기 때문에 우리는 여기에 있는거고. (무릎을 두드리는 모습을 물끄러미 보며) 그래서 결혼에 대한 소감은?
 
피터 달튼:... (네 물음에 손이 멈췄다. 곧 무대를 향해 있던 시선이 네게 향했다. 생경한 것을 보듯 너를 바라보던 눈이 깜빡였다. 곧 얼굴 가득 부드러운 미소를 걸치고는 말했다) ... 당신이라면 그것조차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어. 그래서 기뻐요.
 
그 말을 마지막으로 문득 극장의 불이 꺼지고 무대 위로 배우가 한 명 올라옵니다.
 
극을 시작하기에 앞서 부부가 될 이 결혼식의 주인공들을 위한 시 낭독이 있을 예정이라나요.
 
왕가의 손님을 위한 것이겠지만 맑은 목소리가 허공에 울려퍼지는 게 썩 듣기에는 좋습니다.
 
배우: 우연 또는 자연의 무상한 이치로 세상의 모든 아름다움은 때때로 시들지만, 그러나 그대의 영원한 여름만은 시들지 않으리
그대가 지닌 아름다움도 사라지지 않으리. 죽음조차 그대가 자신의 그림자 속에서 헤매인다고 자랑치 못하리다. 불멸의 시구 속에서 당신은 시간과 하나가 되는도다
 
셰익스피어의 소네트 18이로군요.
 
사랑의 시이니 부부가 될 사람의 앞날을 축복하기에는 모자람이 없겠죠.
 
낭송되는 시를 듣던 피터가 중얼거립니다.
 
피터 달튼:인간이 살아숨쉬고 두 눈이 볼 수 있는 동안, 이 시가 존재하는 한 당신은 영원히 살아있을 것이오.
 
그리 읊조리며 당신을 바라보는 낯은 한참이나 고요합니다.
 
마치 고백 내지 청혼처럼 느껴질 정도의 진중한 어조입니다.
 
눈을 마주하고 있으면 커튼이 올라갑니다.
 
극이 시작됩니다.
 
T
 
피터 달튼:El Tango de Roxanne
 
어두운 조명 아래 배우들이 나오고 무대 장치가 빛을 받아 제 모습을 드러냅니다.
 
극의 내용은 생각보다 어둡습니다.
 
사랑하는 이가 다른 사람과 결혼 하는 걸 지켜보던 주인공은 결혼 대상자의 집안이 이 세상에 재앙을 불러올 것을 깨닫고 사랑하는 이를 살리기 위해, 재앙을 막기 위해 고군분투 하다 제 목숨을 바칩니다.
 
안타까운 일입니다.
 
다른 이와 춤을 추는 모습을 먼 발치에서 바라보는 주인공은 결코 자신의 사랑과 닿지 못합니다.
 
그 와중에 세상을 좀먹는 재앙의 징조는 충실히 진행되고 있습니다.
 
외사랑이 될 수밖에 없는 감정을 끌어안고 그는 손에 피를 묻혀 이 세상을 지키려 합니다.
 
달빛이 비추는 꽃밭에서 주인공은 숨을 거두고, 그리고….
 
여기까지는 꽤나 익숙한 풍경입니다.
 
네, 그렇죠.
 
어딜 봐도 당신과 피터의 이야기네요.
 
그러나 다음 순간 극은 기묘하게 흘러갑니다.
 
주인공과 그가 사랑하는 이를 지켜보던 신이 개입한 것입니다.
 
신화를 바탕으로 한 이야기라 했던가요?
 
얼핏 보면 그 '신'은 꽤 너그러워 보입니다.
 
목숨을 바친 주인공을 살려준 것도 모자라 그가 사랑하는 이와 맺어질 수 있게끔 도왔으니까요.
 
그런데 무언가 이상합니다.
 
성대한 결혼식을 치루게 된 두 사람은 결혼식이 끝나자마자 '신'의 인도에 따라 어디론가 사라집니다.
 
빛이 그들을 둘러싸고, 하객들은 일제히 나와 축복을 외치며 춤을 춥니다.
 
하지만 그 춤과 노래에는 분명한 광기가 깃들어 있습니다.
 
하객들의 눈에는 기쁨보다는 환희가, 행복보다는 맹목이 존재합니다.
 
주인공은 연신 하객들을 뒤돌아보며 발걸음을 멈추지만 신은 정지를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두 사람이 완전히 '신'이 거주하는 곳으로 사라지고 나면 무대 위는 하객을 연기하는 무용수로 가득 찹니다.
 
현란한 바이올린 소리와 함께 무대 장치로 추정되는 눈이 내립니다.
 
조명이 어두워지고 무대 바닥에 묘지를 연상시키는 십자가 모양의 빛이 비춰지더니 극이 막을 내립니다.
 
…이게 끝이라고요?
 
이런 찝찝한 끝이 세상에 어디 있나요?
 
허나 관객석에서는 박수가 터져 나옵니다.
 
어찌 되었든 두 사람이 이어졌다는 사실에 해피 엔딩이라 치부한 거겠죠.
 
지능 판정
 
미케일라 S. 마티나:
지능
기준치: 50/25/10
굴림: 8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홀에 있는 명화를 떠올립니다.
 
연인을 자신의 세계로 인도하던 신…….
 
칸막이 너머의 피터의 가문원들은 커튼콜을 주시하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어쩐지 몽롱한 기색이기도 합니다.
 
다른 곳에 신경을 쓸 여력이 부족해 보입니다.
 
이 찰나를 노리듯 피터가 당신의 손을 잡고 이끕니다.
 
밤 바다로 나가자는 거겠죠.
 
그 눈은 굉장히 진중합니다.
 
T
 
 
바다로 나오면 미묘하게 피부를 찌르던 시선 같은 감각이 사라집니다.
 
피터는 당신의 손을 잡고 절벽 아래로 내려가 해안가를 따라 도망치듯 달립니다.
 
바닷 바람이 폭풍처럼 귓전을 때리고 오페라 하우스의 소란스러움이 멀게 느껴질 정도로 오래 이동했다 싶을 무렵, 피터가 당신을 끌어안습니다.
 
바다의 짠내가 공기 중에 서린 장소입니다.
 
날카롭게 깎인 절벽 아래, 파도는 발치 근처에서 거품을 쏟고 수평선 밑에 태양은 가라앉은 지 오래입니다.
 
수면 위로 무수히 많은 별이 수놓은 이곳에서 드디어 피터는 유지해온 여유로움을 내려놓았습니다.
 
피터 달튼:(달리느라 차오른 숨을 달래기도 전에 널 끌어 안았다. 한참을 그렇게 강한 힘으로 끌어 안고 있다가 조심스레 품에서 떼어내었다.네 손을 두 손으로 잡고 말했다) ... 미안해. ... 괜찮아? 기분은, 좀 어때? 몸은?
 
미케일라 S. 마티나:넌 왜 자꾸 미안하는 말을 하는거야.. 찝찝한 것들은 조금 있어도 기분은 나쁘지 않아. 몸도 이상 없고. 나한테 문제가 생길 만한 일이 있어? 피터. (손에 힘을 실어 붙잡았다.)
 
피터 달튼:그래도... 나 다시 만난 후부터 제대로 설명도 못해줬고 그리고.. 나 때문에 또 이상한 일을 겪는 것 같아서...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덧붙였다. 이제야 막힌 숨을 내뱉는 것처럼, 누가 막은 입을 여는 것처럼 말이 흘러나왔다.힘이 실린 손을 바라보던 시선을 들어올렸다. 하고 싶은 말은 많았으나 무엇부터 말해야할 지 알 수 없어 그저 입을 물고기 마냥 뻐끔거렸다. 그리고, 그러다가 겨우 뱉은 말은)
... 보고 싶었어. (그래, 딱 그 한 마디였다)
 
미케일라 S. 마티나:설명을 못 해준게 네 탓은 아니잖아. 너는 나한테 미안해 할 필요가 없는데.. 왜 넌 변하질 않았니. (목소리에서 느껴지는 떨림은 비단 절벽 아래로 달린 탓만은 아닐것이다. 수조 속을 헤엄치는 물고기처럼 소리 없이 움직이는 입을 따라 시선을 옮기다가 쓴 웃음을 지었다. 듣고 싶었지만 듣고 싶지 않았던 말이니까.)
 
우리는 항상 엇나갔었는데.. 이번에는 같은 마음인가봐.
나도 보고싶었다고 말 하면, 믿어줄거니?
 
피터 달튼:... 미안... 아니, 그.... (다시 사과해버리고 당황하다가 한숨을 쉬며 웃었다) 이것도 습관인가봐... 고쳐야지. (고칠 시간이 있을까. 끝난 줄 알았는데 다시 이렇게 무언가를 해야겠다 여길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생경했다. 그리고 가장 특별하고 믿을 수 없는 건 제 앞에서 웃고 있는 너다. 마주 쓴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 응, 믿을게. 애초에 내가 너를 믿지 않은 적은 없었어....
(짙은 웃음 끝에 시선을 들어 주위를 살폈다) ... 언제 그것의 시선이 이곳을 향할지 몰라서 모든 사정을 설명해줄 수는 없을 것 같아. ... 나는... 그때 죽은 게 맞아. 그리고 소멸되어야 했지. 그런데 이렇게 살아서 과거로 돌아왔어. ... 내가 선택한게 아니었지. (네 손을 잡아 자신쪽으로 끌었다) ... 날 부활 시킨 주체가, 널 원하고 있어. ... 아까 봤던 극처럼, 결혼식이 끝나는 즉시 너를 자신이 있는 곳으로 데려가려 할 거야. (거기까지 말하고 흠칫하더니 입을 다물었다)
 
미케일라 S. 마티나:... 됐어, 사과 받으려고 한 말 아니니까. 그래도 이제야 좀 피터 달튼 같네. (어색하지는 않았지만 존대를 쓰는 모습이 익숙해지기는 어려워서. 낮게 숨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인다.) 그래, 넌 항상 그랬지.
 
(마찬가지로 눈동자만 굴려 주변을 훑었다. 지금처럼 있을 수 있는 것도 잠깐이려나. 네가 이끄는대로 네 쪽으로 다가간다.) 다시 과거로 돌아온 대가가 나야? 제법 인기 많은걸, 나.
연극을 허투루 본건 아니니까 짐작 정도는 하고 있었어.
그런 결말이겠구나, 이건 우리 이야기구나 싶은 생각.
 
피터 달튼:... 이런 걸로 인기 많아봤자 뭐 해. 이건 사랑도 뭣도 아니잖아. (애초에 다른 사람한테 인기가 많아지는 걸 바라지도 않으면서 괜히 그리 말을 하다가 네 손을 조심스레 고쳐 깍지껴 잡았다) 그런 결말로 두지 않을 거야. 걱정 하지마. ... 무식한 방법이긴 하지만... (눈동자를 데굴 굴리다가...) .... 결혼식에서 도망치는 거, 한 번 해보고 싶지 않아?
 
미케일라 S. 마티나:사랑도 뭣도 아니지만 사실인걸 어떻게 해. (시답잖은 농담을 건네며 웃었다. 팔자 한번 제대로 꼬였지. 네 손등 위로 손가락을 톡톡, 피아노 건반이라도 두드리듯 움직여본다.) 무식한 방법이라.. 뭔지 들을 수 없다면 어쩔 수 없지만. 너는 도망치고 싶어?
 
피터 달튼:도망쳐야지 네가 사니까. (당연한 이야기를 하냐는 듯 너를 바라봤다. 그리고 무언가 더 할 말이 남았는지 잠시 말을 골랐다) 그리고... 너한테 억지로 이런 걸 강요하고 싶지 않아. 내 선택이 아닌 결과로 여기에 있다고는 하지만, 설령 네 안전에 문제가 없다고 한들 네 의지가 아닌 결혼을 강행하고 싶지는 않아...
 
미케일라 S. 마티나:두 번이나 나를 살려놓으려고? ... 그 뒷 감당은 누가 해. 또 네가 하니.
네 선택이 아닌 결과고, 내 안전에 문제가 생긴건 유감이지만,
로그
 
피터 달튼:(두 번이나, 너의 말에 쓴웃음을 지었다. 내가 멋대로 시작한 일이었는데 너는 죄책감이라도 느끼고 있는 걸까. 나는 네가 원하는 걸 해. 나의 목적은 곧 너이고 내가 하는 모든 것은 너를 너로서 있게 하기 위한 과정일 뿐이다. 내 호흡 하나, 손짓 하나, 눈짓 하나가 다 너를 위한 거야. 그리 말한다면 또다시 내가 죽기 전 너에게 멋대로 얹어버린 무게를 다시 되돌려주는 것밖에 되지 않는 걸까. 하지만 이 감정은 고여 썩어버린 물 같이 끔찍하고 더러웠던 과거와 조금 달라져 있었다. 내 감정의 가장 최초의 모습.
가장 처음의 것. 그래, 이것은 순애다. 연모다. 너를 사랑해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 고하는 사내의 고백이다. 사랑하는 법을 배우지 못해 사랑을 헌신이라 여겼다. 자신을 얼마나 내어줄 수 있는지로 계산했다. 그래서 전에는 내가 나를 내어주는 것 만큼 네가 너를 내어주지 않을 거란 걸 알아 서글펐다. 하지만 이제는 사랑하는 법은, 아주 조금은 배운 것 같았다. 너와 작별할 때, 나는 그제서야 사랑하는 법을 배웠고 그 사실에 슬퍼 울었다. 하지만 지금 나는 너와 함께 있다. 너로부터 배운 것을 되새기며 예전과 조금 다른... 어쩌면 더 서툴고 온전치 못한 채로 네 앞에 서 있다. 민낯의 얼굴이 낯뜨겁다.
내가 바라는 대로 하겠다. 말하는 너는 어두운 바다를 등지고 서있었다. 달빛이 유난히 밝다, 그 빛을 바라보고 있으면 바다의 짭쪼롬한 냄새보다 우리 헤어졌던 히스꽃의 향기가 나는 것 같다. 나는 또다시 사랑에 취한 듯, 몽롱한 기분에 사로잡히고 맹목과 연모 사이를 몇 번이고 넘어드는 욕망을 느낀다. 내가 무얼 원할 줄 알고 저런 말을 꺼내놓는 건지. 아니면 이미 다 알고 있는데 확인하듯 묻는 건지, 사랑에 눈 가려진 나는 알 길이 없구나. 화려한 달빛과 함께 잠든 왕자를 지켜보던 인어의 마음이 이러했을까. 황홀한 사랑아, 눈 부신 사람아. 나는 물에서 태어나 뭍의 사람을 가질 수 없구나. 차마 왕자를 가지지 못하고 물거품이 된 그 인어의 이야기처럼. 나도 너를 가지지 못하리란 걸 안다.
황홀한 미케일라, 눈부신 나의 소녀야. 나는 바닥에서 태어나 별로 태어난 너를 가질 수 없구나. 하지만 그리 슬프지 않았다. 체념을 한 것도 아니다. 이미 민낯인 나는 더이상 수치스러워할 것이 남아 있지 않아 홀가분하게 널 사랑할 수 있다. 너는 너의 사랑을 해, 나는 나의 사랑을 할게. 똑같은 온도가 아니더라도 그래도 사랑할 수 있단 걸 나는 이제 안다. 미소 짓는 널 바라보며 사그라질 듯한 얼굴로 웃었다. 다정하고, 어쩐지 조금은 편안해진 얼굴이다)
나는 네가 자유로웠으면 해. 이 지진한 세상에 잡혀 있지 말고, 결혼이고 가족이고 널 붙잡는 것 하나 없이. 떠나고 싶으면 떠나고 머무르고 싶으면 머물고, 언젠가... 곁에 있고 싶은 사람이 있으면 그 사람의 손을 잡고, 그렇게 사는 거야. 어느 소설가가 그러더라, 이 시대는 곧 마침표를 찍을거래. 먼 미래에는 가문이고, 작위고 그런 것 하나 없고 모두가 평등하게 살아갈 수 있대. 혈통도 그때에는 아무런 힘도 없는 우스갯소리가 될 거라고 그랬어. ... 비록 그 시대가 지금 오진 않았지만 나는 네가 그 시대를 사는 것처럼 살았으면 해.
(그 먼미래에 다시 태어나면 나는 또다시 너의 곁일까. 이번에는 어떤 형태로 너를 만날까. 네 손을 놓았다) 이게 내가 바라는 거야. 이게... 내가 바라는 전부야.
 
미케일라 S. 마티나:(지진한 세상에 잡혀 있지 않기를 바란다는 말에 네게 향해있던 시선을 바닥으로 떨어트린다. 나는 분명 이 결혼식의 한가운데에 있지만 잡혀 있는게 아니야. 내가 정말로 원하지 않았다면 나는 여기에 있지 않았겠지. 그럼에도 내가 여기에 온 까닭은 네 마지막 말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행복해지라고. 행복해 질 수 있을거라고.
 
하지만 피터, 너는 모르겠지. 나는 행복해 질 수도 없었으며 행복해질 생각도 없었어. 타인의 삶을 밟고 올라선 생이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이어지는건 너무나 불공평하니까. 묘비를 남기지도 못하게 지는 꽃처럼 사라져버린 생이 억울할테니까. 네가 그렇게 느끼지 못하더라도, 부정한다 하더라도.. 나는 그랬어. 피터 달튼의 세계는 잘못되었고 그 선택을 부정하고 싶었던 미케일라 마티나는 그랬어.
 
그러니 목적과 목적이 맞물리는 이 굴레에 직접 발을 들인건 나다. 행복과 멀어지기 위해 내가 직접 고른 길. 그러니 나는 그 어디에도 매여있는게 아니라는걸 네가 알면 좋을텐데. 시대의 마침표는 나에게 의미가 없다. 이 삶에 의미를 찾기 위해서는 지금 내 앞에 선 사람의 의사가 중요해. 비어버린 손 안으로 감겨드는 바닷바람에 얕은 한숨을 내쉰다.
 
 
미케일라 S. 마티나:있잖아, 피터. 동화 속의 왕자는 인어공주가 겨눈 칼을 기쁘게 받아들였을지도 몰라. 그런 결말은 비극이라 여겨지기에 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지만 적어도 내 이야기 속에서는 그래. 도망치듯 놓아버린 손을 재차 붙잡아 깍지를 끼고 네게 가까이 다가가 작게 속삭인다.)
 
 
머무르고 싶은 사람이 있으면 머무르고, 잡고 싶은 사람이 있으면 잡고. 그렇게 하라는거라면 나는 너를 잡을텐데. 이미 말 했잖니. 내 말을 이해하지 못한건지, 그게 아니라면 확인받고 싶은건지는 모르겠지만.. 시대나 가문은 나한테 아무 의미가 없어. 나를 여기까지 데려온건 너잖아.
 
바라는걸 다 해주겠다는데 왜 밀어내?
 
피터 달튼:(잡혀 있지 않은 것을 잡혀 있다고 여기게 되는 건 아마 그 무엇보다 그것에 얽매여 있는 것이 자신이기 때문일 것이다. 갈 곳도 없고 가질 수 있는 것도 없었다. 천한 태생은 그렇게 살아가게 만들어진다. 적당히 보고 있는 것에 만족하고 사랑하고 안온을 찾는 것 말이다. 그 외의 것에 욕심을 내 거나 이 주류에서 벗어나려 하면 기구한 삶을 살 게 된다고, 욕심이 화를 부른다고. 그런 말들 수도 없이 들어왔다. 사람이 제 각자의 천성을 가지게 되는 건 가장 처음 만나게 되는 타인으로 인한 것이라던데 나의 타인은 다정하지 못했고 나는 모든 것에 얽매인 인간으로 자라났다.
시대에 묶이고, 혈통에 묶이고, 가족에 묶이고, 이제는 사랑에 묶인 채 매달려 있다. 이것도 자기만족에 일환인 걸까? 내가 자유로워질 수 없다고 생각하니 내가 사랑하는 것을 자유롭게 만들어주고 싶다고 여기는 걸까. 아직은 알 수 없었다. 이제 막 걸음을 뗀 아이처럼 나도 세상을 배우고 있는 참이니 어쩔 수 없다. 공백을 메꾸듯 붙잡아 오는 손에도 시선을 네게서 뗄 수가 없었다. 못 박힌 것처럼 네가 이끄는 대로 손을 잡고 가만히 너를 바라보았다 민낯의 얼굴이 속삭였다)
... 나는 자신 없어. 나는 매번 네가 욕심이 나. 그런데 내 욕심이 널 망칠까 두려워. 내가 널 사랑한다는 이유로, 네가 먼저 바라는 걸 해주겠다는 명목으로 내가 또다시 너에게 감정을 강요할까 두려워. 너에게 상처를 내서라도 날 남기겠다는 생각은 더는 하지 않아. 하지만... 그렇다고 널 사랑하지 않는 게 아니야.
(숨을 골랐다) ... 나는 서툴러. 그러니까 나는 네가 날 밀어내줬으면 좋겠어. 네가 나에게 희생당하지 않을 거리감을 알려줬으면 좋겠어.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기 전에 말이야... (끔찍한 실수다. 나를 위한다는 이유로, 너를 사랑한다는 마음으로 서로를 희생시키는 일은 더는 하고 싶지 않았다. 너의 안전을 위해서라면 몇 번이고 자신을 내던지겠지만 이건 다른 문제임을 안다.
나는 널 꼭 이곳에서 빼내어 평온한 일상으로 돌려보낼 것이고 네가 말하는 건 그 일상에서 남겨질 우리의 이야기다. 어쩌면 누군가를 죽이고, 나를 죽여야 한다던 고민이 평화로워 보일 지경이었다. 손을 떼어내야 하나, 잠시 고민하지만 쓸때 없는 고민이라는 걸 알았다. 내가 먼저 잡은 것도 아닌, 네가 잡은 손을 내가 떨칠 수 있을 리 없었다)
 
미케일라 S. 마티나:(시선을 피하지 않는다는 것은 나를 거절하기 어렵다는 뜻이겠지. 네가 변하지 않았음을 안타까워했지만 너를 붙잡고 있는 지금에와서는 안도감으로 번졌다. 나는 끝까지 네게 좋은 사람은 될 수 없을 것이다. 네가 여전히 나를 사랑한다는 것은 내게 있어 너를 설득할 수 있는 이유가 될 것이며 미케일라 마티나는 이를 허투루 지나치지 않을테니까. 바보 같은 피터 달튼. 나 같은 사람을 사랑해서 맞이하는 결말은 이런거야. 그래서 내가 말했잖아. 왜 하필 나였냐고. 이미 답을 알고 있는 질문을 머릿속으로 재차 되뇐다.)
 
자신이 없다는건 해본 적이 없기 때문이겠지. 두려운 것도 결과를 알 수 없으니 그런거야. 내 말이 틀렸다면 부정해도 좋지만.. (숨을 고르는 것을 기다렸다가 맞잡은 네 손등에 입맞춘다. 지난 밤, 잠들기 전에 그랬던 것처럼.) 내가 망쳐도 좋다고 말 한다면? 네 사랑을 내가 긍정하는것도 싫으니.
 
좀 더 직관적으로 말 해볼까, 피터. 난 네가 나한테 어떻게 하더라도 상관 없어. 네가 이어붙인 삶을 네가 가져가는데 문제가 있을까. 너는 내가 네 욕심의 희생자라고 생각하겠지만 나는 달라. 내 입장에서는 나로 인해 네가 망가진거야. 나는 그걸 알면서도 모른척했었지. 그래서 넌 나에게 상처가 아니라 후회로 남았어. 이걸 기회라 부를 수 있을진 모르겠지만 네가 다시 내 앞에 존재하게 된 이상, ... 나는 확고해.
 
 
미케일라 S. 마티나:밀어낼 생각은 조금도 없단다. 나는 네가 지금보다는 훨씬 이기적이었으면 좋겠어. 너만을 위한 선택, 네가 외롭지 않을 방법을 골라. 그 때와 같은 일을 여러번 반복해도 상관 없으니까. 나는 이 생에 큰 미련이 없거든. 아무리 정략 결혼이라고 해도 식장에 검은 옷을 입고 오는 정신나간 신부는 없잖아. (빛이 들지 않는 바닥처럼 검은색. 떠나간 이를 기억하고 애도하기 위함이었다. 미친 여자라고 손가락질 하더라도 내가 알 바는 아니지.)
 
내가 하는 말들을 이해해?
 
... 못 하더라도 어쩔 수 없어. 이게 내 방식의 사랑이야. 여전히 너와의 무게는, 온도는 맞지 않겠지만. (네가 먼저 손을 놓지 않을 것을 알기에 가느스름하게 웃는다.)
 
피터 달튼:(몇 번이고 말한다. 내 도피로를 보여달라고. 하지만 너는 보여주지 않겠다 한다. 언제나 제멋대로이고 결국 자신을 어디에도 갈 수 없게 만든다. 알아, 거짓말이야. 네가 갈 수 없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내가 변명이 필요한 것이다. 네가 날 봐주지 않아서, 네가 날 이렇게 붙잡아서 어디로도 가지 못하고 너의 곁에 남게 되었다는 변명 말이다.
어째서 너 같은 사람에게 사랑에 빠졌냐는 물음은 이제 아무런 의미도 가지지 못한다. 현재만 남겨두고자 한다. 나는 너를 사랑한다. 나는 너의 지울 수 없는, 버릴 수 없는, 소중한 무언가가 되고 싶다. 널 가지고 싶고, 삼키고 싶다. 조금씩, 천천히. 네가 입 맞춘 손등이 불이 붙은 듯 뜨거웠다. 사실 네가 나를 만질 때마다 그 모든 곳에 심장이 달린 것처럼 두근거렸다. 간질거리는 소양감은 말할 필요도 없다. 내 몸을 이루는 모든 것이 너를 원한다고 소리친다.
이게 내 방식의 사랑이다. 그러니 내가 외롭지 않을 방법은 단 한 가지 뿐이다) 네가 너의 생에 미련이 없는 만큼, 내가 그 미련을 가질 거야. 이기적으로 굴되 네가 행복해질 방법을 먼저 생각할 거야. 언젠가는 네가 무언가 욕심낼 수 있도록 가장 값지고 찬란한 걸 주고자 노력할 거야.
(그러니까, 내가 그렇게 할 수 있도록, 말을 덧붙이고 흔들리는 눈동자로 너를 보았다) 널 사랑하게 해 줘. 내 곁에 있어 줘. 내 사랑을 긍정하고 받아들여 줘. 네 방식대로 날 사랑해줘. (잡은 손을 위로 끌어올려 제 품에 품듯 붙였다)
... 입, 맞춰도 돼? (열에 들뜬 풋내기처럼 물었다. 어둠이 차라리 고마웠다. 아니었으면 귀까지 붉어진 제 얼굴이 네게 고스란히 보이게 됐을 테니까. 아니, 이미 달빛이 조명이 되어주었으려나. 입술을 꾹 다물고 네 손을 매달리듯 꽉 잡았다)
 
미케일라 S. 마티나:(내 사랑과 네 사랑이 판이하게 다르다는 것을 안다. 나는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 있는 사람이기에, 그 때와 같이.. 네가 그러하듯 애절하고 순애적인 사랑은 모른다. 주어지지 않은 것을 흉내내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이게 내 최선이야. 네가 나를 사랑하지 않기를 바라던 만큼 나는 너를 사랑할 수 있기를 바랐으니까.
 
그러니 피터, 너는 나의 최선을 외면하지 말아줘. 이기적이고 망가진 애정이라 하더라도 나는 너를 위하고 있잖아. 나는 나보다 네 삶이 완성되기를 원해. 나도 네가 선택한 최선을 받아들였으니까 네가 이어붙인 삶을 부득부득 살아왔잖아. 네가 살려둔 숨이었기 때문에 의미도 없는 길을 걸어왔단다. 나에게 있어 무가치와 무의미는 네가 어렵사리 지켜낸 삶도 손쉽게 버릴 수 있는거였어. 하지만 그러지 않았지. 네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들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내가 욕심 낼 수 있도록 노력 해볼 생각이 있다면 네가 한번 가르쳐봐. 어릴 적에 나에게 춤을 가르쳤던 것처럼.. 미케일라 마티나가 피터 달튼을 올바르게 사랑하는 방법을. 잘 배우는 편이었잖아, 나.
 
 
미케일라 S. 마티나:(달빛에 반사된 바다의 표면은 네 눈동자에 어리었다. 고민하고 흔들리더라도 너는 내가 원하는 답을 줄 것이라 여겼기에 잡은 손에 힘을 싣는다. 말 없이 풀어낸 반대편 손으로 네 턱을 받쳐올리고 시선을 마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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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엉망진창의 사랑이라도 네가 원한다면 얼마든지.
 
피터 달튼:(마치 그림으로 그린 듯하지 않나. 오페라 하우스를 가득 채웠던 그 명화보다 지금, 이 순간이 더 찬란할 것이다. 완벽한 이해만이 사랑은 아니다. 이해할 수 없는 것을 이해하고 싶어 안간힘 쓰는 것이 사랑이고 그래도 이해할 수 없다면 그 차이마저 품겠다 선언하는 것이 사랑이다. 우리는 서로를 사랑하지만, 전혀 다른 온도를 지닌 사람이다. 내가 여름을 닮았다면 너는 겨울을 닮았다. 한끝도 닿지 않고 섞일 수도 없는 그런 계절을 닮은 사람들이다.
하지만 우리는 살아 있는 사람이니까, 현재도 미래도 살아갈 생이 남은 이들이니까. 그렇다면 충분히 바꿀 수 있지 않을까. 네가 원하는 대로 나를 바꾸고 내가 원하는 대로 너를 바꾸는 것이 아니라 내가 나로서, 네가 너로서도 사랑할 수 있다고 온전히 그리 생각할 수 있지 않을까. 나부터가 이미 그런걸. 나는 널 사랑한 나머지 너의 사랑의 방식도 사랑하게 되었다.
가르쳐 보라는 말에 여전히 얼굴을 붉힌 채 매혹당한 사람처럼 너를 응시했다. 끝내는 웃음을 흘렸다) 내가... 꽤 좋은 선생님이었지, 그치? 너도 꽤 좋은 제자였고. 가르쳐줄게. 몇 년이 걸려도 좋고, 내 두 번째 생을 다 쓰게 되어도 좋아. ... 이제 어떡해, 미케일라? 너 이제 못 도망가. 안 보내줄 건데...
(숨이 닿을 거리, 메마른 입술이 애써 우스갯소리를 뱉으며 달싹였다. 그마저도 네 올곧은 시선에 사그라지고 말았지만. 네 물음에 파르르, 속눈썹이 떨렸다. 느릿하게 눈을 깜빡이다가 풀린 손을 뻗어 팔로 네 허리를 감싸 안아 끌어안듯 하고는 고개를 살짝 틀어 고개를 숙였다. 입술이 맞붙기 전, 속살거렸다) 나는 네가 주는 거라면 전부 안달 나는데... 물어볼 필요도 없지.
(갈라진 입술이 네게 닿았다. 가벼운 입맞춤이 곧 깊어지더니 숨이 차오르는 키스로 변했다. 숨을 쉬기 위해 틈이 생기면 곧 그 틈도 아쉽다는 듯 입술이 내려앉았다. 얼마간 서로 숨이 오가더니 떨어졌다)
 
이성 1 감소
 
피터 달튼:(너를 물끄러미 바라보다 이내 조금 민망한 얼굴로 꽉 끌어안았다) ... 얼굴 식히고 들어가자.
 
미케일라 S. 마티나:(네 사랑은 네게 있어 재앙이다. 그럼에도 네가 바란다면, 여전히 나를 사랑한다면 나는 그에 응할거야. 닿지도 섞이지도 못하더라도 그게 네 외로움을 채워줄 수 있다면 그게 내가 찾은 정답이니까.
 
다만 미케일라 마티나는 한가지에 희망을 건다. 사랑을 납득하지 못하던 내가 흉내나마 낼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은 변화의 시작이며 그 시작점은 너에게 있다는 것. 서로가 다르기 때문에 지금은 섞여들 수 없더라도 시간이 지난다면. 네가 내게, 내가 너에게 녹아든다면 조금은 더 나아갈 수 있지 않을까. 나는 내가 아닌 너에게 미래를 걸었다.)
 
... 응, 나도 좋은 제자였지. 그러니 내 남은 삶은 네가 가져가. 욕심 내도 좋으니 네 손에 쥐고 있어. 첫 번째 생보다 더 지독해도 상관 없으니 네 손에 잡혀줄게. 네가 말 했던 것처럼 어려운 일 아니잖아. (정원에서 짧은 춤을 이어갔을 때처럼 가깝게 다가온 거리에서 미소짓는다. 허리를 감싸안는 손에 기대어 고개를 틀고 맞붙는 온기에 눈을 감았다. 너는 이 쪽을 좋아할 것 같으니까.)
 
 
미케일라 S. 마티나:(가볍게 시작한 입맞춤이 숨을 막을 것처럼 깊어진다. 턱을 받치고 있던 손은 뺨을 감싸 다독였고 네가 떨어져나간 이후에야 달아오른 숨을 내쉬었다. 이어 네 눈을 바라보던 것도 잠시, 끌어안는 품에 머리를 기대어 눈을 감고) ... 그래, 조금만 더 있다가.
 
피터 달튼:(첫키스를 한 풋내기도 아니고 이보다 더한 일도 해봤으면서 심장은 빠르게 뛰고 얼굴은 홧홧하게 달아올랐다. 분명 제 품에 머리를 기댄 너에게는 제 고동소리가 들릴 것이다. 아, 부끄러워... 네 어깨에 얼굴을 묻었다. 잠시간 그러고 있다가 퍼득 고개를 들어올렸다) ... 아, 너 옷이 너무 얇아. 어서 숙소로 돌아가자. 데려다줄게. ... 가문원들한테는 내가 적당히 둘러댈테니까 너는 들어가서 쉬어. 어제도 내가 들이닥쳐서 늦게 잠들었잖아.
 
미케일라 S. 마티나:(가까이 닿아 있어 들리는 고동소리에 말없이 네 등을 토닥였다. 껍데기 뿐인 텅 빈 사랑이라도 네가 채워준다면 괜찮지 않을까.. 아니, 괜찮을 것 같아. 네가 고개를 들 즈음에야 옅은 웃음을 띄운다.) 피터 달튼의 말 잘듣는 아가씨가 되어 볼 예정이니까.. 그래. 데려다 주렴. 대신 너도 너무 늦게까지 잡혀다니지는 말아. 내키면 내 방으로 와도 좋고.
 
피터 달튼:(웃는 얼굴에 가볍게 네 뺨을 쓸다가 품에서 벗어나 네 손을 잡고 이끌었다) 걱정 마, 적당히 상대해주다 돌아갈테니까... 나 원래 그런 거 잘하잖아. (작은 웃음을 흘렸다. 네 방에 와도 좋다는 말에 눈을 끔뻑이다 한박자 늦게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
 
당신은 숙소로 돌아갑니다.
 
당신이 들어간 것을 확인한 피터가 시야에서 사라지고, 방 문을 열면 아침과 똑같은 풍경이 당신을 반깁니다.
 
당신은 어떤 심경인가요?
 
복잡할 수도, 이 부활을 기회라 여길 수도 있습니다.
 
방 안쪽으로 들어가면 티 테이블 위에 라벤더 차가 놓여 있습니다.
 
푹 자라는 피터의 배려겠죠. 작은 쪽지도 함께 존재합니다.
 
미케일라 S. 마티나:(기회라면 기회일 수 있지만 내 생각과는 반대일지도 모르지. 이름 모를 신이 의도하는게 있다면. 라벤더 찻잔을 집어들어 한모금 넘기고 쪽지를 펴 봅니다.)
 
이 모든 것은 일종의 연극일지도 모릅니다.
 
우리는 누군가가 적은 시나리오대로 움직이고 있는 걸까요?
 
아니면 그때처럼 그 시나리오를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치고 있는 걸까요.
 
의문 속에 라벤더의 짙은 향기만이 맴돕니다.
 
T
 
 
라벤더 티 덕분인가, 아니면 간밤에 바다 바람을 쐬어서인가.
 
당신은 평소보다 맑은 정신으로 잠에서 깨어납니다.
 
내일은 드디어 당신의 결혼식 날입니다.
 
네, 결코 멀쩡한 결혼식의 형태는 아니겠지만 말입니다.
 
당최 그 신은 누구며 누가 부활을 이루었고 과거에 당신과 피터를 데려다 놓았는지 알 수가 없지만, 어쨌든 이 결혼식이 정상적으로 끝까지 이루어져서는 안 된다는 사실 하나만은 확실합니다.
 
그러나 그런 당신의 마음과 전혀 상관 없이 오페라 하우스는 저녁에 있을 피로연을 위해 분주합니다.
 
숙소에서 나와 마주치는 사람들은 모조리 당신에게 결혼 축하한다는 말을 한 마디씩 건네지 못해 안달이 나 있습니다.
 
그래도 뭐, 결혼 대상이 생판 남인 것보다야 피터인게 나은 걸지도요.
 
조식은 방으로 배달된 브런치를 먹었다지만, 점심 식사는 피터와 함께 합니다.
 
피터의 집안 사람들과 대면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니까요.
 
당신은 오페라 하우스 1층에 위치한 식당으로 향합니다.
 
식당 안으로 들어가자 긴 테이블이 당신을 반깁니다.
 
피터가 벌써 자리에 앉아 당신에게 인사하고 있습니다.
 
피터의 가문원들도 몇 보이고, 당신의 집안 사람들도 몇 착석한 상태네요.
 
당신의 자리는 피터의 맞은편입니다.
 
식사를 시작하기 전 식당 내부를 둘러봄이 가능합니다.
 
조사 가능 장소는 창문, 부엌입니다.
 
미케일라 S. 마티나:(식사 테이블의 자리를 확인해두고 부엌으로 가 봅니다. 문을 열려 있을까?)
 
부엌 입구를 지나가다 보면 내부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대화 소리가 들립니다.
 
듣기 판정
 
미케일라 S. 마티나:
듣기
기준치: 50/25/10
굴림: 37
판정결과: 보통 성공
 
사용인A: 그러고보니 달튼 가에서 이번 결혼에 공을 엄청나게 들이고 있다지?
 
사용인B: 식이 끝나자마자 바로 부부 된 사람들을 데리고 어디에 간다 들었는데. 그래서 뒷풀이 파티는 하객들끼리 진행된다나.
 
사용인A: 그러고보면 이번 결혼식의 주인공들, 꽤 묘하단 말이야. 달튼, 그 사람. 난 한 번도 들은 기억이 없거든. 그리고 그 가문… 원래부터 이렇게 대단한 가문이었나……?
 
사용인B: 원래는 린튼 가가 저 정도의 명성을 독차지 하지 않았어? 그런데 그 집안은 어쩌다 망한 건지……
 
미케일라 S. 마티나:(그 연극대로라면 아마 결혼식이 끝나는게 우리 이야기도 끝일텐데. 도망가려면 언제가 좋으려나. 린튼 가의 자리를 달튼이 차지한거라면 납득이 가.)
(더 들려오는 소리가 없다면 창문 쪽으로 갑니다.)
 
창밖을 내다보면 오페라 하우스가 위치한 바닷가 절벽 위에 핀 꽃이 보입니다.
 
데이지와 에리카네요.
 
한 데 모아 꽃다발이라도 만들면 예쁘겠는 걸요.
 
그러고보니 부케는 무슨 꽃이면 좋을까요?
 
그 너머에는 바다가 펼쳐져 있습니다.
 
첫날 밤 이 창밖의 바다에서부터 불쾌하고 집요한 시선이 달라붙었었습니다.
 
당신은 오페라 하우스에서의 첫날 밤부터 꾸준히 느껴지던 시선이 더 이상 느껴지지 않음을 깨닫습니다.
 
정확히는 희미합니다.
 
창문에서 고개를 돌리는 순간, 창가를 기어가는 흰 거미를 발견합니다.
 
저도 모르게 소름이 돋습니다.
 
저 거미, 어디선가 본 적이…….
 
다시 확인하기도 전에 음식이 나오는 소리가 들립니다. 이제 자리로 돌아가야겠어요.


테이블 위에 각종 로스트 비프와 요크셔 푸딩, 비프 웰링턴 등 결코 모자람 없는 화려한 식단이 테이블을 가득 채웁니다.
 
묘한 점은, 전부터 만나기만 하면 당신을 향해 지대한 관심을 보이던 피터의 가문원들이 이번에는 어쩐지 평범한 태도를 취한다는 사실입니다.
 
미케일라 S. 마티나:(이전에 마주쳤던 가문원도 이 자리에 있을까? 테이블을 한번 둘러봅니다.)
 
그저 평범하게 웃으며 내일부터 제 집안의 일원이 되는 것을 축하한다, 잘 부탁한다 등의 인사를 건넵니다.
 
이전에 마주쳤던 가문원도 있습니다. 다만 당신에게 별관심이 없어 보입니다.
 
미케일라 S. 마티나:(귀찮게 안하면 나야 좋긴 한데 아무래도 찝찝하거든. 가문원들의 안색도 한번 살펴봅니다. 이전처럼.. 그러니까, 린튼가의 사람들이랑 비슷할까?)
 
마찬가지입니다. 조금 더 들뜬 것뿐 별다르진 않은 것 같습니다.
 
미케일라 S. 마티나:(... 정말로?)
관찰력
기준치: 75/37/15
굴림: 96
판정결과: 실패
 
정말로.
 
지나치게 당신에게 향하던 관심이 사그라진 모습니다.
 
한참 식사를 하던 가운데 당신의 친척 되는 사람이 손뼉을 치며 말합니다.
 
가문원: 오페라 하우스 근처 시내에 나가보지 않으시겠습니까? 피로연이 곧이니 쇼핑을 해도 괜찮을 것 같은데요. 날씨도 이리 좋으니 분명 기분 좋은 외출이 될 거예요.
 
미케일라 S. 마티나:뭐어.. 그럼 다녀들 오시는건. (여러모로 신경 쓰이는게 많은데 갑자기 외출이라면.. 그다지. 피터 쪽을 돌아봅니다. 너는 갈거니?)
 
피터 달튼:(잠시 눈을 깜빡이다 웃으며 말했다) 미케일라 씨도 같이 가시죠. 에스코트 하겠습니다.
 
미케일라 S. 마티나:.... .... 그러시죠. (그래, 가자. 포크로 애먼 음식만 쿡쿡 눌러보다가 테이블 위에 내려놓는다.)
 
기다렸다는 듯이 피터는 자리에서 일어나고
 
그걸 시작으로 가문원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외출 준비를 위해 저마다의 방으로 흩어집니다.
 
T
 
따스한 햇살 아래 마차를 타고 시내로 나옵니다.
 
오페라 하우스에서 어느 정도 이동하면 나오는 거리입니다.
 
광장에는 커다란 분수대가 존재하며 꽃나무가 곳곳에 자리해 있습니다.
 
꽃잎이 떨어지는 모습을 보아하니, 어느 새 겨울이 지나고 봄이 왔군요.
 
시내 내부에는 [기념품 가게]와 [액세서리 가게[, [꽃집]이 있습니다.
 
피터 달튼:(좋은 시간 보내라며 자신들을 놔준 가문원들이 떠나자 어깨에 들어간 힘이 빠졌다. 봄날에 맞춰 옷은 가볍고 날은 따스했다. 잠시 눈을 깜빡이다 널 보며 웃었다) 그래서 아가씨. 어디부터 가고 싶으신가요?
 
미케일라 S. 마티나:(가문원들이 멀어지는 것을 가느다란 눈으로 째려보다가 네 쪽으로 돌아선다. 어째 계절도 잊고 사나 싶었는데. 따뜻한 바람에 머리카락 끝을 쓸어내리다가 손을 내민다.) 글쎄요, 이쪽 아가씨는 달튼을 졸졸 따라갈 생각으로 왔는데.
 
피터 달튼:(네가 날선 눈으로 가문원들을 바라보는 것을 보고 자신도 모르게 풉, 하고 가벼운 웃음을 흘렸다. 곧 입가를 가리고 표정을 갈무리하며 말했다) 정말? 가고 싶은 곳 없어?
 
미케일라 S. 마티나:네가 그런식으로 웃는거 오랜만에 보는 것 같아. (작게나마 터져나온 웃음소리에 미미하게 입꼬리가 올라간다.) 가고 싶은 곳.. 사실 외출 일정은 생각 안 해봐서. 뭐가 좋으려나. (손 잡아줘, 짧게 덧붙이고 꽃집의 간판 쪽을 눈짓한다.) 저기는 어때.
 
피터 달튼:... 이렇게 웃는 게 더 예뻐? (널 물끄러미 보는 낯이 제법 뻔뻔했다. 그래도 네가 예쁘다하면 그렇게 웃으려고 노력할 셈이었다. 네가 잡아 달라 말한 손을 조심스레 감싸듯 잡고는 살짝 잡아 당겼다) 좋아, 가자. ... 꽃집은 오랜만이네.
 
꽃집으로 들어가는 순간, 꽃향기가 밀려옵니다.
 
강한 꽃향기는 불쾌하다기 보다는 마음을 들뜨게 합니다.
 
꽃집에는 온갖 종류의 꽃이 있네요.
 
데이지, 수국, 에리카...
 
피터 달튼:(잠시 꽃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손을 깍지껴 잡고는 말했다) ... 부케꽃, 골라볼래?
 
미케일라 S. 마티나:진짜로 몰라서 묻는건데.. 너 진심으로 나한테 예쁘게 보이고 싶어? (정말로? 순수하게 의아한지라 너를 올려다보며 눈을 꿈뻑인다.) 부케를 결혼할 사람들이 직접 만드는건줄은 몰랐는데. 너는 어떤 색이 좋아? 피터.
 
피터 달튼:... 너 예쁜 거 좋아하잖아? (사실 예쁜 걸 안 좋아하는 이가 어디있겠냐만은, 예쁘면 더 예뻐해주고 싶고 마음이 가지 않던가. 하지만 제가 말하기에도 제법 멋쩍었는지 그이상 말하지 않고 꽃들을 바라봤다) 가문 사람들이 만드는 것보다는 낫지 않아? ... 글쎄, 분홍색.. ? 사실 꽃 색보다 담은 의미가 예쁘면 좋겠어. 예를 들면, 로즈마리, 리시안셔스... 물망초 같은 거.
 
미케일라 S. 마티나:.. 그건 나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러지 않아? 일단은 너도 그렇잖아. (나 말하는거야. 눈 하나 깜짝않고 빈 손으로 제 쪽을 가리킨다.) 아. 가문 사람들 이야기를 들으니까 확실히 직접 고르는게 낫겠다 싶네. 뜻이 예쁜 거라면 나한테는 조금 어려울지도 모르겠지만. 네가 도와줄래?
 
피터 달튼:... 다른 사람한테 관심 없어. 너한테만 예쁘게 보이면 돼. 예쁘게 보이면... 예뻐해주잖아, 네가. (멋쩍게 목덜미를 감싸고 먼곳으로 시선을 돌리다가 이내 붉어진 귀끝을 숨기고 고개를 끄덕였다) 아, 응. 도와줄게. (어떤게 좋을까, 꽃집을 훑다가 눈에 들어온 꽃에 널 바라보았다) ... 안개꽃, 안개꽃은 어때? 사랑의 성공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잖아. (장난스레 웃었다) 나, 성공한 것 같은데.
 
미케일라 S. 마티나:사실 그런거 별로 신경 안 쓰는 편인데.. 외모라던가 하는 것들. 애초에 너랑 친구가 된 것도 그냥 네가 거기 있었기 때문이고. (사랑은.. 글쎄. 아직도 잘 모르겠지만 그것도 네가 먼저 시작한거니까. 붉어진 귀 끝을 빤히 보다가 발 끝을 살짝 들어서 네 뺨에 입술을 꾹 누르듯 붙였다가 떨어진다. 이것도 너한테 배웠다면 배운게 되려나.)
 
안개꽃의 꽃말에 네 성공을 담는거라면 그것도 나쁘지 않은데, 뭐랄까.. 안개꽃은 꾸며주는 역할로 주로 쓰이던걸.
 
피터 달튼:그래도, 네 곁에 있는 사람이 뭐라도 뛰어나면 좋잖아. (제 외모에 자신이 있는 듯한 발언이었으나 반대로 말하면 외모 말고는 딱히 자신 있는 것이 없다는 것과 같은 맥락이었다. 자신을 미워하는 건 그만두자 다짐했어도 습관처럼 밀려오는 자기 혐오는 어쩔 수 없었다.
그 감정에서 허우적거리고 있으려니 제 뺨에 무언가 뜨근한 것이 닿았다 사라졌다. 놀란 시선이 널 향했다. 닿은 곳을 매만지는 것조차 하지 못하고 어안이 벙벙한 얼굴로 널 빤히 바라보다 잡은 손은 풀지 않고 빈 손의 팔로 얼굴을 가렸다) 자, 잠깐만. 나 보지 말아봐...
(꿈인가. 쿵쿵 뛰는 심장소리를 들어보면 아닌 것 같은데. 귀는 물론이고 얼굴도 붉게 물들었다. 시선을 피해 얼굴을 식히려 노력하다 헛기침과 함께 말했다) 크흠... 그래도, 주인공이 되어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서. ... 안개꽃이 조연이라면, 날 닮은 것 같기도 하고. ... 조연이었는데 어쩌다보니 주인공이 된 나처럼. 이번에는 안개꽃이 중심이어도 좋지 않을까.... (네 눈치를 봤다) ... 아, 다른 꽃도 볼까? 장미도 예쁠텐데.
 
미케일라 S. 마티나:그런게 뛰어나면 좋아? ...이런저런 뛰어난 사람들은 많이 마주친적 있지만 별 생각 안 들던걸. 나는 평범한 피터 달튼이 좋단다. (물론 미형의 외모라는 것은 알고 있지만 다르게 생겼다고 하더라도 지금과 크게 다를 것 같지는 않아서. 도로 발 끝을 내리자 구두 굽이 바닥과 맞닿는 소리가 난다.) ... 왜? 아까는 얼굴에 자신 있는 것처럼 말하더니.
 
(네가 자주 그러길래 비슷하게 따라해 본 건데. 그래도 반응 자체는 나쁘지 않다 싶어 고개를 살짝 돌려 매대에 진열된 꽃을 둘러본다.) 네 인생에서는 네가 주연이었을텐데 날 만나서 조연처럼 되어버린게 아닐까. 이제는 주연이 될 생각이 있다면 안개꽃을 메인으로 써도 괜찮아.
장미도 나쁘진 않은데.. 그러고보니까 너, 파티 때 라일락 차를 준비했었잖아. 그건 무슨 뜻이 있어?
 
피터 달튼:그래? 네가 좋으면 상관 없어. (담백한 대답. 하지만 진심이었다. 어차피 자신이 잘 보일 상대도 예뻐보이고 싶은 상대도 너밖에 없으니까. 네 말에 별다른 대꾸를 하지 못하고 입술만 한 번 꾹 다물었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내 인생은... 애초에 연극처럼 거창한게 아니야. 나는 늘 무대 뒤편에 있는 사람이거든. 그러다가... 네가 있어서 무대 위로 올라온 거야. 나는 주연 자체에는 관심 없어. 너와 함께 있는 주연을 원하는 거지.
(라일락? 눈을 깜빡이다가 아, 하는 소리와 함께 말했다) 맛있었어? 안정하는 효과가 있다고 해서... ... 그럼 꽃은 안개꽃으로 해도 되지?
 
미케일라 S. 마티나:뭐야.. 그렇게 말 해버리면 네 가치를 결정하는게 나인것처럼 되어버리잖니. (그러기 힘든 삶을 살았다는건 알지만 조금 쯤은 스스로를 높게 평가해도 좋을텐데. 입을 꾹 다물고 잠잠해진 모습을 보며 작게 웃는다. 그런대로 잘 배우는 편이지, 나.) 내 인생도 마찬가지인걸. 무대 비슷한건 종종 만들어지지만 그런 거창한건 싫어. 원해서 만들어진 무대가 아니니까. 적당히 둘러만 보다가 무대 뒤로 내려와서 거기 있는 애랑 놀러가는게 나은데.. 하지만 이번에는 그 애가 무대로 올라온거니까 커튼이 내려가기 전까지는 머무르고 있을까 싶네.
 
응, 꽃집 오니까 생각나더라. 차는 맛있었어. 안정에 도움을 받기도 했고. (네 질문에 병에 꽂혀있던 안개꽃을 적당량 골라내 비어있는 매대 위로 올려둔다.) 그럼 꾸며주는 역할로 사용할 꽃을 잘 골라야겠네.
 
피터 달튼:... 막이 완전히 내려버리기 전에 도망쳐야지. 그래야, 우리의 이야기가 더 오래 이어지지 않겠어. 진짜 삶은 무대 밖에 있는 거니까. (꾸며주는 역할, 잠시 고민하는 듯하다가 말했다) 마가렛은 어때? ... 이번에는 너랑 어울리는 뜻일 것 같아서. ... 자유라는 뜻을 가졌어. 어때, 어울릴까?
 
미케일라 S. 마티나:응, 알고 있어. 막이 완전히 내려가기 전에 가야한다는거. 네가 그러고 싶다면 그럴거니까. (나야 누군가가 쓴 시나리오처럼 그대로 끝나도 크게 상관은 없었지만. 잔소리라도 들을까 싶어 입 밖으로 내지는 않고 얌전히 끄덕인다.) 음.. 모처럼 골라준거니까 그걸로 할까. 너한테도 필요한 의미를 담고 있으니까. 이렇게 두가지라면 하얗고 노란 부케가 되겠네.
 
피터 달튼:(네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고 그저 상기 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새하얗고, 노랗고. 제법 어울리는 조합이라고 생각했다. 사실 네가 들고 있으면 어떤 꽃이든 좋을 거라는 막연한 생각이 들긴 하지만 말이다. 익숙하게 제 가문의 이름으로 값을 치루고 꽃을 받아들어 밖으로 나왔다. 네 품에 부케를 안겨주고는 말했다) ... 봄날의 신부가 될 기분은 어때?
 
미케일라 S. 마티나:(네가 안겨준 부케를 손에 들고 이리저리 돌려본다. 사랑의 성공, 자유.. 정말로 그게 우리가 맞이할 결말이라면 좋을텐데. 소감이 어떻냐는 질문에는 눈동자만 데굴데굴 굴리다가 네 손에 부케를 다시 쥐어주고) ... 거기서 잠시만 기다려봐.
 
(꽃집으로 되돌아가나 싶더니 물기를 머금은 보라색 수국을 한송이 들고 나온다.) 이번에는 피터 달튼이 결혼하지 말라고 말리지 않아서 조금 어색한 기분.
 
오후의 거리는 얼마나 고즈넉한지 모릅니다.
 
당신과 피터는 감시 당하는 위치인데도, 결혼식이 끝나면 어떻게 될지 모르는데도 이 평화로움에 취해 있자면 평범한 일상이 가능할 것만 같습니다.
 
꽃나무에서 꽃잎이 무수히 떨어집니다.
 
수국을 바라보던 피터가 당신을 바라봅니다.
 
피터 달튼:(수국을 든 손을 감싸 잡았다. 결혼하지 말라고, 처절하게 매달렸던 그 때가 떠올랐다. 정말 그때는 널 말릴 수만 있다면, 그래서 그 결혼을 없었던 일로 만들 수만 있다면 모든지 할 수 있었다. 그리고 나는 정말 모든 일을 했다. 죽이고, 죽었다. 그때 느꼈던 감정이 마치 염증처럼 심장을 찔러왔다. 고개를 숙여 네 이마와 제 이마를 맞대고는 속삭였다) ... 나는 네가 필요했어. 나는 너만 필요했어. 그건 지금도 똑같아. ... 이번에는 말리지 않아, 네가 선택한 거니까. 네가 나한테 잡히기로 선택했어. 그러니까 놓치지 않아. 내가 그랬잖아, 이제 너 큰일났다고.
(남은 팔로 네 허리를 감싸고 제 몸쪽으로 붙여 안았다. 그리고 자수정을 닮은 눈동자로 네 눈동자를 응시했다. 그 순간 느꼈던 감정이 제 안에서 소용돌이 치는데, 현재는 이다지도 행복해서. 그 괴리감 속에서 울 것 같은 마음이 들다가 미친듯이 기뻐졌다가. 마음이 요동쳤다.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목소리에는 열감이 담겨 있었다) ... 나 키스하고 싶어. 키스해도 돼?
 
미케일라 S. 마티나:(파티장에서 몰래 빠져나와 춤을 추던 날의 밤처럼, 이마를 맞대는 네 눈을 들여다본다. 그 때는 몰랐어. 나는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무디고 서투르니까. 그렇지 않은 것처럼 보였을 뿐이지.) 응, 내가 선택한거지. 나는 내가 싫어하는건 안 하는 사람이잖아. 네가 놓지 않는다고 해서 그게 큰 일이 난 건지도 잘 모르겠는걸. (소리 없이 웃으며 수국 꽃을 네 품에 붙이듯 가까이 댄다.) 보라색 수국은 진심이라는 뜻이라더라. 내가 너한테 주고 싶은 것, 줄 수 있기를 바라는거야.
 
(내가 너였다면 마냥 기쁘지는 않을 것 같았다. 동등한 무게를 받을 수 없다는 것은 그런거니까. 네가 나를 살리기 위해 너를 버렸을 때 내가 느꼈던 공허라면 그와 비슷한 감정이겠지. 그래도 나로인해 네가 외롭지 않다면, 조금 쯤은 기쁘다면.. 나는 그걸로 만족해. 열기가 담긴 목소리가 닿자 눈을 접어올리며 웃었다.) 싫다고 하면 안 하게? ... 내가 그랬잖아, 네가 뭘 해도 괜찮다고.
 
피터 달튼:... 네 진심을 다 달라는 욕심은 이제 부리지 않아. ... 우리는 사랑하는 방식이 다른 거니까. 나는 그걸 인정하기로 했어. 너는 날 사랑하지는 못하더라도 날 아낄 거잖아? 나는 네 사랑하는 방식조차 사랑하기로 했고. ... 이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성장이야.
(진심, 사실 진심이 아니여도 상관 없지만. 그걸 말하는 것은 네 노력을, 간절함을 무시하는 것과 다름 없었다. 우리는 서로가 다른 간절함으로 서로를 붙잡고 있다. 그래, 그것으로 되었다. 다 사랑할 수 있다. 마치 그러기 위해 태어난 사람처럼, 나는 그럴 수 밖에 없다) ... 싫다고 하면 안 해. 네 허락이 있어야 할 거야. 네가 뭘 해도 괜찮다고 생각한다고 해도... 그렇다고 내 마음대로 밀어붙이고 싶진 않아.
그러니까, 허락해줄래?
 
미케일라 S. 마티나:네가 욕심 내지 않는다곤 해도 나는 주고 싶은걸. 그 전에도 주는 방법을 몰라서 거절했던거니까. (상처받을 사람은 너라고 생각했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 또한 오만이었겠지. 저 역시도 감정에 휩쓸리고 상처받을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몰랐어서.) 응, 네 말대로 나는 내 방식의 사랑을 하겠지. 나는 나대로 너를 아끼고 소중하게 여길거야.그게 남들과는 다르더라도.
 
(여전히 어렵다. 너는 나를 알면서도, 보답받지 못할수도 있음을 다 알면서도 수용하겠다 한다. 하지만 이 마저도 변화의 일부라고 생각한다면 괜찮을까. 너는 한발자국 물러났고 나는 네가 물러난 만큼 나아간 셈이니까.) 그렇게까지 조심스러워서야.. 달튼, 저는 유리세공품이 아니랍니다. (약간의 장난기를 섞은 대답 끝에는 여전히 웃음기가 묻어있었다. 허락을 구하는 목소리에 담긴 열기에 들뜨기라도 한 마냥 나른하게.) 응, 키스해줘.
 
피터 달튼:(차라리 유리세공품이 더 제 마음에 든든해 보였을 것이다. 너는 강한 사람이지만 동시에 무너진다면 쉽게 무너질 수 있으리란 걸 안다. 자신처럼 모래성이 무너지듯 모든것이 무너진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무력으로 인해 존재가 소멸 되는 것, 상상도 하지 못하는 아득한 존재로 인해 이용당하는 것. 너는 언제나 그들의 시선 아래 있었다. 그러니 나는 늘 불안하고, 초조하고, 네 안전에 조금이라도 해를 끼칠까 싶으면 아예 그 존재를 짓눌러 없애버리고 싶었다)
(하지만 그래도 네가 그렇게 웃으면, 다정한 목소리로 제게 속삭이면 그런 감정은 제 모습음 감추고 사라졌다. 네 허락이 떨어지자 더이상 망설이지 않고 네 허리를 감은 팔에 힘을 준채로 입술을 붙여왔다. 아이가 장난 치듯, 가벼운 버드키스를 퍼붓자 쪽쪽 거리는 간지러운 소리가 들려왔다. 곧 가볍던 입맞춤은 널 파고드는 깊은 키스가 되고 무엇이 그리 아쉬운지 떨어질 새 없이 입술을 붙여왔다. 얼마간 시간이 지나고 고개를 들었다. 조금 벅찬 숨을 몰아쉬며 말갛게 웃었다)
 
이제 곧 오페라 하우스로 돌아가야 합니다.
 
피로연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이 밤이 지나면 두 사람은 결혼을 하게 됩니다.
 
무엇을 위한 결혼인지는 모르겠으나, 이 식을 끝내서는 안 되지만, 어쨌든 이 웨딩 로드 위 당신의 곁에 있을 사람은 피터입니다.
 
이런 아이러니가 어디에 존재할까요.
 
T
 
밤이 찾아왔습니다.
 
밤하늘을 수놓는 불꽃들이 이 성대한 결혼식의 피로연이 시작되었음을 알립니다.
 
오페라 하우스 내부의 조명의 색이 바뀝니다.
 
이번 피로연의 컨셉은 가장 무도회라 했던가요?
 
가면을 쓴 사람들, 가면을 쓰지 않은 사람들이 너나 할 것 없이 모두 웃고 떠들며 잔뜩 들뜬 얼굴로 오페라 하우스에 입장합니다.
 
입이 떡 벌어질 정도로 화려한 풍경입니다.
 
악단이 음악을 연주하고 가수가 노래를 부르고, 저마다 꾸민 옷차림의 사람들이 춤을 춥니다.
 
거대한 홀은 완전한 축제 분위기로 꾸며졌습니다.
 
정숙함은 완벽하게 소거된 이 호화로운 파티 안에서 당신은 1층 홀 계단에 단 한 사람이 내려오는 것을 목도합니다.
 
맨 얼굴의 피터는 피로연을 위한 연회복 차림으로 한껏 가꾼 채 당신과 시선을 마주합니다.
 
결혼식의 주인공들이 서로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저들끼리 떠들던 사람들이 일제히 두 사람을 주시합니다.
 
이 무수한 시선에는 감시의 목적이 섞여있음을 압니다.
 
두 사람의 미래는 불확실합니다.
 
행복을 위한 결혼도 아닙니다.
 
하지만, 지금 그가 당신에게 다가와 손을 내밀잖아요.
 
피터 달튼:당신의 첫 춤을 함께할 영광을 주시겠어요.
 
어찌 되었든 두 사람이 공식적인 부부가 되는 일은 현재로서는 없을 겁니다.
 
그러나 이 빛나는 불빛 사이, 만인의 축복을 가장한 주목 가운데, 황홀한 음악이 울려퍼지고 모두가 결혼을 축하한다 말한다면 꼭, 정말, 부부의 연을 맺게 될 듯한 착각이 들어서…….
 
아주 지독하게 얽힐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것입니다.
 
저 손을 잡으면.
 
미케일라 S. 마티나:(얽히냐 마냐의 문제는 이미 오래전에 지난 것 같은데.. 내 인생을 가지라고 준 셈이니까. 내밀어진 손을 망설임 없이 잡는다.)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겨볼까요, 달튼.
 
피터 달튼:네가 있으면 어떤 곳도 잊지 못할 추억이 될텐데요, 마티나. (잡은 손을 이끌고 제 쪽으로 바짝 붙였다. 주위 시선은 하나도 신경 쓰지 않는 듯, 눈동자는 너만을 향해 있었다. 맹목적이나 예전처럼 날카롭지 않고 다정하지만 슬프지 않았다)
 
이 피로연의 주인공들이 홀로 나가 춤을 추는 건 당연한 일이죠.
 
타인의 온기가 이토록 뜨겁게 느껴질 일인가 모르겠습니다.
 
피터와 당신은 홀 정가운데에서 춤을 춥니다.
 
음악에 맞추어 몸을 움직이면 이 세상에 두 사람만이 남은 듯한 기분이 듭니다.
 
아닌 게 아니라 홀에서 춤을 추는 사람은 단 둘 뿐인 걸요.
 
모든 이들이 숨을 죽여 당신들을 구경합니다.
 
어두운 오페라 하우스의 홀 정가운데, 빛을 받고 있는 이는 두 사람밖에 없습니다.
 
분명 음악이 흐르는데도 서로의 숨소리가 더 크게 느껴집니다.
 
피터의 시선은 집요할 만큼 당신에게 고정되어 있습니다.
 
달밤의 정원에서 춤을 추었던 기억이 스쳐 지나갑니다.
 
그렇죠, 사람들의 눈을 피해 남몰래 춤을 추어야 했던 그 때 말입니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전혀 다릅니다.
 
세간의 주목을 온몸으로 받고도 그 누구보다 당당하게 주인공이 될 수 있습니다.
 
피터 달튼:(곡이 끝이 나고 멈춰선 홀 가운데에서 널 마주했다. 찬란한 조명과 근사한 복장. 그건 하나도 중요하지 않아. 너만 있으면 돼. 그럼 나는 언제든 주연이 될 수 있어. 내가 바라는 완벽한 극본의 주연 말이야)
... 사랑해. (말은 머리를 거치지 않고 입으로 새어나갔다. 널 보며 계속 생각하던 감정이니 자연스레 흘러나갈 수 밖에. 뒤늦게 자신이 뱉은 말을 깨닫고 푸스스 웃으며 제 두손으로 네 두손을 끌어올려 네 손끝에 입술을 부볐다)
 
피터가 입맞춰올 때마다 느껴지던 정신이 개운해지는 감각이 이번에는 들지 않습니다.
 
일종의 보호막이 덧입혀지는 듯한 안정적인 감각도, 들지 않습니다.
 
이건 그 어떤 이유나 명목이 붙은 입맞춤이 아닙니다.
 
피터의 눈동자 아래에 깔린 지독한 열망.
 
그곳에서 파생된,
 
당신이 그 감정을 짐작하기 전 피터는 다시 한 번 당신의 손등에 입을 맞추며 정중히 인사합니다.
 
그리고 자연스러운 태도로 가문원들의 부름에 따라 그 틈으로 사라집니다.
 
문득 고개를 돌려 당신을 바라본 눈길은 지독하리만치 고요했습니다.
 
두 사람만의 춤이 끝나면, 새 음악이 흘러나오며 다른 사람들이 다시금 춤을 추기 시작합니다.
 
게스트 중 한 명이 당신에게 아는 체를 합니다.
 
이번 결혼식에 초대된 당신 집안의 친척입니다.
 
오랜만에 본다는 간단한 인사와 함께 멀리에 있는 피터를 바라봅니다.
 
친척: 저 자가 당신에게 큰 호감을 표하고 있다지요? 그런데도 결혼식을 성사시키지 않으려는 움직임이 가끔 보인다는 유언비어가 돌더군요. 관리에 힘쓰셔야겠습니다.
하지만 뭐, 걱정할 게 있겠습니까? 이 성대한 피로연도, 어제의 공연도, 3일간의 결혼식 축하 기간도 모두 달튼 쪽에서 계획했다는데요. 규모를 보세요. 돈을 대체 얼마나 쓴 걸까요?
결혼식을 위한 웨딩복은 보셨습니까? 주문 제작을 했다는데 아주 어마어마해요.
단 한 사람을 위해 이렇게까지 하다니. 이건 단 세 경우에만 성립 가능한 일입니다.
사랑이거나, 미쳤거나, 혹은 둘다거나.
 
그리 말하고는 게스트는 웃으며 파티를 즐기라는 말과 함께 자리를 뜹니다.
 
찰나에, 당신은 다시금 시선을 느낍니다.
 
그래요.
 
오페라 하우스에 올 때부터 느낀 그 집요한 시선입니다.
 
미케일라 S. 마티나:(익숙하면서도 불쾌한 시선. 낮에는 익숙한 하얀 거미도 있었던걸 생각하면.. 이 시선이 어디서 오는지부터 파악하는게 좋을까?)
(지능 혹은 관찰판정 가능할까요?)
 
시선이 느껴지는 곳으로 고개를 돌리면 구석진 자리 어둠이 내리깔린 곳에서 누군가 눈을 형형히 빛내며 당신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그러고는 대뜸 다가옵니다.
 
당신의 손목을 자국이 남을 만큼 강하게 쥐고 속삭이는 목소리는 기이할 정도로 빨랐고 모독적인 주문처럼 느껴질 지경이었습니다.
 
???: 나와 함께 지하 동굴로 가자. 나의 거래자가 되어라. 나의 강림을 맞이할 새로운 아이호트의 숙주가 되어라!
아, 그 빌어먹을 것이 내 눈에서 빠져나가려, 도망치려 하고 있어.
그 빌어먹을 것이 너를 내게서 빼내려 하고 있어.
무슨 수작을 부린 거지? 무슨 수작을 부리고 있는 거야?
소용 없다, 소용 없어!
 
상대를 바라보니 피터의 가문원입니다.
 
눈을 희번뜩 뜨며 무어라무어라 속삭이던 가문원은 곧 인형처럼 그 자리에 정지해있다가 삐걱거리며 걸음을 옮깁니다.
 
이성 판정
 
미케일라 S. 마티나:
SAN Roll
기준치: 64/32/12
굴림: 97
판정결과: 실패
 
이성 1 감소
 
가문원을 따라갈 수 있습니다.
 
... 따라갈까요?
 
미케일라 S. 마티나:(그러니까.. 예전의 린튼 가 사람들 같은거지. 다시 기어나오진 못할거라고 들었는데 아니었구나. 가문원을 뒤따라 가 봅니다. 지하에 뭔가 있구나.)
 
그의 뒷모습을 따라 걸음을 옮기는 그 즉시, 사방에서 시선이 꽂힙니다.
 
어둠 속에 표정을 감춘 피터의 가문원들입니다.
 
일제히 당신을 응시합니다.
 
정신력 판정
 
미케일라 S. 마티나:
정신
기준치: 70/35/14
굴림: 81
판정결과: 실패
 
그들의 시선 뒤 창문 너머 바닷가에서 당신을 부르는 목소리를 듣습니다.
 
제게로 오라고.
 
자신의 지하 동굴로.
 
가문원은 한 복도로 이어지는 코너를 돌아 사라집니다.
 
미케일라 S. 마티나:(지하동굴로 이끄는 목소리는 발걸음을 재촉한다. 이 지겨운 굴레에서 빠져나가려면 가만히 앉아 있는걸로는 안될 것 같아. 마찬가지로 코너를 돌아 뒤따라갑니다. 놓치면 곤란한데.)
 
함께 그쪽을 따라가면 어디로 증발했는지 흔적도 보이지 않습니다.
 
복도 전체에 관찰 판정이 가능합니다.
 
미케일라 S. 마티나:(복도에서 바로 사라질만한 구간이 있던가?)
관찰력
기준치: 75/37/15
굴림: 32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복도에 길게 늘어진 카펫 아래에 무언가 떨어져 깔려 있음을 발견합니다.
 
미케일라 S. 마티나:(...!)
(바닥에 늘어진 카펫을 치워봅니다. 아래로 이어지는 뭔가가 있을까?)
 
쪽지 외에 별다른 건 없습니다.
 
서둘러 가던 중 그가 흘린 것 같습니다.
 
미케일라 S. 마티나:(쪽지를 집어들어 펼쳐봅니다.)
 
두 번 접힌 종이 쪽지네요.
 
종이 쪽지에 적힌 것은 다음과 같습니다.
 
지능 판정
 
미케일라 S. 마티나:
지능
기준치: 50/25/10
굴림: 70
판정결과: 실패
 
안개가 낀 듯 생각이 띄엄띄엄 이어집니다. 세뇌를 푸는 주문, 이걸 어떻게 쓰란 거죠?
 
지능 판정
 
미케일라 S. 마티나:
지능
기준치: 50/25/10
굴림: 43
판정결과: 보통 성공
 
세뇌 주문은 피터를 아는 집안 전체에 걸려 있는 것 같았습니다.
 
그들의 세뇌를 모두 풀기에 하나 하나 찾아가기에는 분명 무리가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결혼식 당일에는요? 모두가 모여 있는 결혼식장에서 이 주문을 사용한다면……?
 
욱신거리는 손목의 통증을 느끼다보면 문득 발목도 함께 부었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춤을 추다 너무 긴장한 나머지 삐끗했나봐요. 휴게실에 들어간 사람은 없는 듯 하니 그곳에서 쉬면 되겠네요.
 
아, 이게 대체 무슨 일일까요. 내일 아침은 결혼식 날입니다. 이 결혼식의 끝은…….
 
T
 
휴게실은 텅 비어 있습니다. 한 구석에서는 잔잔한 음악이 틀어진 상태입니다. [푹신한 소파]와 [티 테이블], [턴 테이블]이 눈에 들어옵니다.
 
미케일라 S. 마티나:(턴테이블 쪽으로 가 봅니다. 레코드판은 돌아가고 있을 것 같은데..)
 
LP판이 돌아가는 턴 테이블입니다.
 
관찰 판정
 
미케일라 S. 마티나:
관찰력
기준치: 75/37/15
굴림: 80
판정결과: 실패
 
특별한 점은 없는 것 같네요.
 
미케일라 S. 마티나:(별 거 없나.. 턴 테이블을 정지시켜 음악을 꺼버리고 티 테이블로 갑니다. 이번에도 라일락 차가 있으려나.)
 
티 테이블 위에는 다 마신 찻잔과 티포트가 놓여 있습니다.
 
옆에는 누군가 읽다 만 동화책이 존재합니다.
 
미케일라 S. 마티나:(동화책을 집어들어봅니다. 누가 보고 간 책인지는 몰라도.. 제목은 뭘까.)
 
동화책을 읽을 시, 다음과 같은 내용을 접합니다.
 
미케일라 S. 마티나:(책을 끝까지 넘겨봅니다. 이 외에 다른건 없을까.)
 
마지막 장은 어째서인가 찢어져 보이지 않습니다.
 
미케일라 S. 마티나:(찢어졌다면 어딘가에서 찾을 수 있으려나. 책은 덮어 원래 있었던 자리에 돌려두고 소파로 가 봅니다.)
 
푹신한 소파입니다. 앞서 누군가 왔다 간 듯한 자국이 남아있습니다.
 
관찰 판정
 
미케일라 S. 마티나:
관찰력
기준치: 75/37/15
굴림: 14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소파 틈새에 끼어 있는 종이 쪽지를 발견합니다.
 
미케일라 S. 마티나:(소파 틈에 끼워져 있는 종이를 홀랑 빼 봅니다. 책의 마지막 장일까?)
 
누군가 급하게 휘갈긴 듯한 쪽지입니다. 읽는다면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미케일라 S. 마티나:그으래... 방해한게 마음에 안 들었다 이거구나. (쪽지를 반으로 접어 손바닥 안에 구겨넣고 턴 테이블 쪽으로 되돌아갑니다.)
 
관찰 판정
 
미케일라 S. 마티나:
관찰력
기준치: 75/37/15
굴림: 93
판정결과: 실패
(쪽지 내용 때문에 기분이 나빠서인지 컨디션이 별로인지는 모르겠지만.. 눈이 좀 침침한가.)
기준치: 63/31/12
굴림: 27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관찰력
기준치: 75/37/15
굴림: 47
판정결과: 보통 성공
 
동화책에서 찢겨져 나온 듯한 종이가 턴 테이블 아래에 깔린 것을 발견합니다.
 
조사를 마치고 나면 휴게실 문이 벌컥 열립니다.
 
황급히 문을 닫고 당신에게 다가오는 이는 피터입니다.
 
피터 달튼:미케...! (성큼성큼 너에게 다가갔다. 너를 살피듯 이리저리 바라보다가 말했다) .... 아까 봤어. 널 붙잡은 사람... 괜찮아? 다친 곳은 없어?
 
미케일라 S. 마티나:... 아, 심각하게 다친데는 없어. 춤 추다가 발목을 삔 것 같긴 한데.. 걱정하지 마. (손을 뻗어서 양 뺨을 붙잡고 똑바로 마주본다.)
결혼식에서 도망치자고 한거, 어떻게 해야할지는 조금 알 것 같아.
 
피터 달튼:(네게 양 뺨을 붙잡힌 채로 눈을 깜빡였다) 뭔가 알아냈어? (네 손을 잡아내리다가 발목을 눈치채고 인상을 찌푸렸다) ... 너, 발목.... 안되겠다. 일단 숙소로 돌아가자. 자세한 이야기는 거기서 들을게.
 
미케일라 S. 마티나:응, 머리 굴리는건 네가 조금 더 도와줘야 할지도 모르지만.. 너무 인상 쓰지 마. (잡은 손으로 뺨을 꾹 눌러버린다.) 올라가면 바로 숙소잖아. 갈 수 있어.
 
둘은 숙소로 돌아갑니다.
 
T
 
제 방으로 당신을 데려온 피터는 당신의 신발과 양말을 벗긴 후 따뜻한 물에 적신 수건으로 발목을 닦아줍니다.
 
조심스럽게 닦으면 고통이 조금 덜어지는 것 같습니다.
 
잠시 그 노곤함에 취해있으면 발등에 무언가 내려 앉는 감촉이 느껴집니다.
 
시선을 내리면 당신의 발등에 입을 맞춘 피터가 보입니다.
 
고개를 들고 당신을 보고 웃는 낯은 그저 부드럽습니다.
 
이성 1 감소
 
피터 달튼:(자리에서 일어나 네 옆에 걸터 앉고는 입을 열었다) ... 너도 알겠다고 했지. 우리가 내일 해야할 일. 이제... 감시도 풀린 것 같으니까. 제대로 설명해줄게.
내가 너에게 입을 맞춘 건... 보호 주문을 위해서였어. 입을 맞추는 것으로 발동되는 주문이었거든. 너한테 보호 주문을 걸어 아이호트의 눈에서 벗어나게 만들고 결혼식장에서 도망치게 하려고 했어.
도망친 이후에... 아이호트가 우리를 망각할 때까지 다른 곳에 자리를 잡을 거야. 그동안은... 숨어 있어야겠지만... (표정이 살짝 일그러졌다) 미안해, 미케. 더 좋은 방법이 있었으면 좋았을텐데...
 
미케일라 S. 마티나:주문이었구나. 네가 그럴 때마다 바깥의 시선에서부터 벗어나는 느낌이 들었었지. 하긴 내가 알던 너라면 의사를 먼저 묻지 네 마음대로 그러진 않으니까.. 이상하다 싶긴 했어.
이후의 방안이라면.. 있는 것 같아. 세뇌를 푸는 주문, 거는 주문을 찾았거든. 결혼식에서 전자를 쓴다면 우리를 감시하는 사람들을 떼낼 수 있을거야. 후자는 그러고도 따라붙는게 있다면 그때 쓰는걸로. 좀 괜찮은 생각이니?
 
피터 달튼:... 아. (놀란 눈을 깜빡였다. 그 주문을 어떻게 찾았지, 하는 놀라움이 담긴 시선은 곧 가벼운 웃음으로 변했다) 응, 정말 좋은 생각이야. 나를 망각한 이들의 기억이 돌아오고 세뇌가 풀린다면... 그의 계획이 완전히 물거품으로 돌아가니까 우리는.... 우리는 자유로워질 수 있을 거야.
(아이처럼 연신 웃음을 흘렸다) ... 평생 쓸 운을 여기다 다 써버렸나? ... 다행이다, 꼭 자유로워졌으면 했거든. 이런 곳에 갇히지 말고. 내가 만든 곳에도 갇히지 말고...
(중얼거리는 목소리는 피로감이 담겨있었다. 그동안 긴장하고 앞으로의 일을 생각하느라 쌓였던 것들이 밀려오는 것 같았다. 잠시 시선을 들어 네 눈치를 보다가 두 손을 뻗어 네 허리를 감싸 안아 자신에게 끌어당겼다. 얼굴은 네 어깨에 묻었다) .... 미케....
 
미케일라 S. 마티나:.. 나 잘 했지? 그래도 운이 아주 나쁘진 않나봐. (따뜻한 수건이 지나간 덕분에 통증은 조금 가라앉고, 무언가 행복한 일이라도 맞이한 아이처럼 웃는 네 얼굴을 눈에 담는다. 이렇게도 웃을 줄 알았구나. 네가 너무 빨리 어른이 되어버린 탓에 마주칠 틈이 없었던것 뿐이었어.) 네 말대로 평생치 운을 털어넣었다고 해도 손색이 없을지도 모르겠어. 네가 골라준 꽃말처럼 되겠다. 너도, 나도 자유로워지는 쪽으로. (네가 만든 곳에도 갇히지 말라는 말은.. 글쎄. 난 자의로 그럴 생각이었대도. 네가 하고 싶은대로 하라는 말에도 눈치를 보는 모습은 한참을 더 보게 되겠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 ... 응, 듣고 있어.
 
피터 달튼:응, 잘 했어. 엄청 잘했어. (배시시 웃었다. 아이를 칭찬하듯 말을 흘렸다. 어쩐지 우리 둘다 어린 시절, 그때로 돌아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둘다 작고 나는 지금보다 더 여렸던 시절. 버림 받느니 먼저 버리겠다는 각오조차 제게는 너무 어려워 어떻게든 버림받지 않으려 매달렸던 날들)
(듣고 있다는 대답이 돌아온다. 무언가 말했을 때, 대꾸해주는 음성이 있다는 것은 묘한 기분을 불러일으켰다. 그 대답을 해주는게 너라는 점이 특히 그랬다. 네 어깨에 볼을 부비다 살짝 고개를 들었다. 네 눈동자, 코, 뺨, 입술... 그 모든걸 천천히 훑어가다가 말했다)
... 미케. (그저 이름을 불렀다. 그것만으로도 마음은 다정한 색으로 덧칠해지고 있었다. 눈을 느리게 감았다 떴다) ... 네가 좋아. 정말로. 좋았어. 좋아했어. 사랑도 했어. ... 사랑하지 않으려고 했던 순간마저 사랑했어.
널 보면 늘 고백하고 싶었어. 널 보면 다른 건 다 생각 안 나는데, 사랑한다는 말만 자꾸 떠올랐거든. ... 사랑한다고, 늘 말하고 싶었어. 지금도, 앞으로도 그러겠지. ... 내 고백이 질린다면 미안해. 하지만 내 말 한마디 한마디는 전부다 진심이야. 부정 당하고, 잘라내려 했지만 죽지 않고 견뎌낸 마음이야. 그것만은 알아줘.
(다시 널 끌어안고 앓는 소리를 내다가 힘을 주어 털썩, 뒤로 누웠다. 어째 끌어안고 드러누운 모습이 되었는데도 그저 즐거운지 작게 웃음을 흘렸다) 우리 이러고 잘까?
 
미케일라 S. 마티나:그래? ... 이번엔 나도 할 수 있는게 있네. 그 때는 네가 전부 짊어지고 있었잖아. 난 그게 싫었어. 잘 했으니까 좀 더 칭찬해주렴. (그런 보상이 필요할 나이는 아니지만서도. 네 손을 끌어와 제 머리 위로 올려둔다. 그래도 조금 쯤은 같이 해낸 게 있는거잖아. 나도 너에게, 너도 나에게.)
 
(알고 지낸 시간이 모르고 지낸 시간보다 훨씬 길었을텐데. 적정 선을 넘고나서야 보이는 일면은 이따금 저를 머뭇거리게 했다. 타인과 교류하되 적정 선을 지키는 모습, 혹은 침묵으로 일관하여 밀어내는 것만 볼 수 있었으니까. 너를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건 철회해야겠어. 따뜻한 체온이 볼에 어깨에 닿고 애정어린 시선이 쏟아지는 것에 작게 웃는다.)
 
응, 피터.. 듣고 있어. (깜빡, ... 느리게 감았다 뜨는 시선을 들여다본다. 너는 지금 행복할까, 피터. 내가 네게 그런 감정을 줄 수 있느냐 묻는다면 자신 없으니까. 뭐든지 할 수 있을거라고 생각하며 살아왔는데 아닌 것도 있더라.) 사랑 고백이라면 다른데서도 들어본 적 있긴 해. 귀족집 아가씨에게는 크게 어렵거나 드문 일이 아니니까. (허리를 감싸안은 팔에 기대어 네 목에 팔을 둘렀다. 이건 너도 알 만한 이야기지.) 하지만 그런 사랑한다는 말에 무게를 두는건 네가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거야. 이제는 부정하거나 잘라내지 않아도 괜찮으니까.
 
 
미케일라 S. 마티나:나는.. 너한테 뭔가를 주고 싶었어. 너는 나한테 언제나 중요한 사람이었지만 이따금 무슨 생각을 하는건지 모를 때가 많았거든. 위태로워 보이기도 했고. (많이도 돌아온 길이 아닐까. 서로를 알면서 몰랐기 때문에, 그래서. 고개를 숙여 너와 얼굴을 가까이 마주했다.) 진심이라는거 알아. 기억할테니까 나를 기다려줘. 같은 온도로 너를 사랑할 수 있을 때 까지만.. 그 때까지만.
 
(네 품에 안긴 채 침대 위로 털썩 눕자 마찬가지로 키득거리는 웃음소리를 낸다. 나도 이렇게 웃는건 참 오랜만일텐데. 결국 내 생은 너로 이어지는구나. 살아도 산 게 아니던 삶이 생으로 가는 길.) 처음엔 어색하게 손만 꼼지락거리고 있더니 많이 뻔뻔해졌어, 너.
 
피터 달튼:... 나는 내가 어딘가 결여된 인간이라고 생각했어. 그러니까 부모가 날 버린거라고 생각했거든. (누운 채로 조용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나는 내가 망가진 채 태어났다 생각했고 그 이유를 찾으려고 몇 번이고 스스로를 되짚어 봤지만... 이유를 찾지 못했어. ... 그런데 그거 알아 미케? 답을 찾지 못하면 내 잘못이 아니라 여겨야 하는데... 아주 약하고, 제대로 사랑 받은 기억이 없는 사람은 결국... 자기 자신 전부가 이상한 거라고 결론을 내버려. (내가 그랬다. 아무리 찾아도 답이 없어서. 그럼 왜 나는 버려지고 사랑 받지 못하는가, 왜 동정 받고 구걸하고, 조아려야 하는 입장으로 남는가. 그 답을 구할 곳은 어디에도 없었다. 화살끝은 자연스레 나에게 돌아갔다. 날 버린 부모를 저주한다하면서도 가장 저주하는 것은 자기자신이었다)
(사랑하는 법을 모른다. 하지만 사랑받고 싶다는 욕망은 다른 이들보다 짙고 뚜렷했다. 비극은 이 괴리감에 출발하게 된다. 그리고 마침내 사랑 받고 싶다는 욕망이 단 한사람이 주체가 되면 지금의 내가 되는 것이다. 맹목적인, 할 수 있는 거라곤 화차에 올라타 쉼없이 사랑을 고백하는 바보 같은 작고, 나약한 인간) ... 나는 내 이야기를 하고 싶지 않아. 나는 저열한 인간이었거든. ... 나는 가장 바닥인 감정들만 가지고 살아왔고, 이걸 다 버리려면 시간이 아주 오래 걸릴 거야. 널... 다시 상처 입힐지도 몰라.
하지만... 나는, 더이상 그런 감정을 원동력 삼아 살아가지 않아도 내가 나로서 온전히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이제는 알아. 시간이 아주 오래 걸렸지만... 나를 사랑하는 건 더 많은 시간이 걸리겠지만, 나는 해낼 거야 미케. 너에게 아무것도 받지 못해도 말이야... .... 너는 이미 다 줬어. 정말로, 모든 걸 줬어.
(고마워, 잘했어. 고마워. 똑같은 말들이 똑같은 온도로 네게 속삭였다. 느리게 고개를 끄덕였다) ... 기다릴 거야. 평생. 그러니 조급해 하지마. 나는 네가 아무것도 돌려주지 않아도, 끝내 같은 온도가 되지 않아도 괜찮아. ... 우리는 이제 함께 있잖아. 내 손을 네가 잡아주잖아... (뻔뻔해졌다는 말에 능글스럽게 웃었다)
난 원래 이랬어. 순하고 착하게 있었던 것 뿐이지...
 
내일은 두 사람의 결혼식 날입니다.
 
무엇을 위한 결혼식인지는 정말 아무도 알지 못하나, 적어도 웨딩 로드의 곁에 서 있는 이는 당신과 피터일 테고…….
 
그 끝에 존재하는 건 완벽한 행복이 되지 못하리란 사실을 압니다.
 
그러나 당신은 자유로워질 준비가 되었잖아요.
 
그러니,그러니…….
 
창밖으로부터 파도 소리가 들립니다.
 
차가운 바다는 가져올 봄을 안고, 절벽 위에 핀 꽃들은 달빛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어두운 방 안 피터와의 시선이 마주치고 당신은 그 눈빛이 무엇을 위한 맹목을 띠는 지를 압니다.
 
그래요.
 
그는 당신을 사랑합니다.
 
사랑해서 미쳤습니다.
 
이만한 맹목에는 세 가지 이유밖에 없으니까.
 
사랑이거나, 미쳤거나, 둘다거나…….
 
밤이 깊어옵니다.
 
곧, 새벽이 찾아올겁니다.
 
T
 
결국 도래한 아침입니다.
 
일찍부터 모든 사람들이 분주합니다.
 
당신을 향유로 씻기고 몸단장을 해주는 사용인들은 예식복을 가지고 옵니다.
 
장인의 손에 손수 주문 제작되었다는 예식복은 과연 아름다움의 극치를 달립니다.
 
가족들은 연달아 당신의 방을 방문해 결혼을 축하한다 말하고, 인사를 합니다.
 
축하.
 
축하라…….
 
어제 성대한 피로연이 열렸던 오페라 하우스의 1층 홀은 어느 새 결혼식이 진행될 식장으로 장식되었습니다.
 
대기실이 된 휴게실에서 사용인들의 돌봄을 받으며 앉아 있으면 저도 모르게 심장 박동 소리가 귓가에 울립니다.
 
쿵, 쿵, 하고.
 
이 결혼식이 끝나면….
 
당신은 어떻게 되는 걸까요.
 
사용인들이 휴게실을 나가고 나면 문득 숙소로 이어지는 계단을 통해 누군가 내려옵니다.
 
피터입니다.
 
원칙 상 식이 시작되기 전까지 두 사람은 만날 수 없으나, 부득이하게 당신을 찾아왔음이 드러나는 얼굴입니다.
 
피터는 긴장한 낯으로 어제 이야기 나눈 탈출 계획을 한 번더 말해줍니다.
 
긴급한 대화 이후 휴게실의 문을 두드리는 노크 소리가 들립니다.
 
피터 달튼:(그냥 지금 이대로 도망가고 싶었다. 영영 숨어 다녀도 좋으니, 널 조금이라도 위험에 노출 시키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그럼 우리는 결코 자유로워질 수 없겠지. 손을 뻗어 네 두 뺨을 조심스레 감쌌다. 곧 동의를 구하듯 잠시 기다리다, 네 입술에 그 어느때보다 조심스럽고, 애처롭게 입 맞췄다) ... 이게 마지막이야.
 
이성 1 감소
 
문을 나서며 피터가 마지막으로 당신을 바라봅니다.
 
시선이 짧게 와닿고, 곧 스쳐지나가 사라졌습니다.
 
들러리가 다가와 곧 웨딩 로드를 걸어야 한다 속삭입니다.
 
축복과 환희와, 행복이 가득해야 할 결혼식…….
 
당신과 피터의 결혼식입니다.
 
나갈까요?
 
미케일라 S. 마티나:(짧게 머물렀던 시선이 지나갔음에도 네가 나간 문 밖을 잠시간 바라본다. 조심스럽게 닿았던 온기를 남겨 손에 쥐어내기라도 하듯 손등 위로 손을 포개었다가 문 밖으로 향한다. 그래, 그랬었지.. 한 사람을 위해 이렇게까지 하는건 세가지 뿐이라고. 사랑이거나, 미쳤거나. 아니면 둘 다인 경우.)
 
그렇게 웨딩 로드를 한 발자국 밟으면, 그곳에는 무수히 많은 시선이 존재했습니다.
 
피부가 따가울 만큼 쏟아지는 관심 사이 하객석을 향해 관찰 판정을 합니다.
 
관찰 판정
 
미케일라 S. 마티나:
관찰력
기준치: 75/37/15
굴림: 37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끄트머리에 앉아 있는 피터의 가문원들을 발견합니다.
 
그들은 모두 당신을 잡아 먹을 듯이 응시하고 있습니다.
 
허공으로 꽃잎이 휘날립니다.
 
활짝 웃는 시동들이 당신의 앞길에 꽃잎을 수놓습니다.
 
마냥 이 모든 것을 즐길 수 없음을 압니다.
 
계획이 틀어진다면, 탈출에 실패한다면 당신은 이곳이 아닌 전혀 다른 장소로 이끌릴 게 분명합니다.
 
웨딩 로드의 끝에서 피터가 당신을 바라보았습니다.
 
죽음에서 돌아온 우리.
 
지독한 위기에 여러 번 처하고 마는 우리.
 
가엾은 우리, 가엾지 않은 우리…….
 
오로지 당신만이 필요했다는 절절한 편지를 기억하나요, 그건 과연 하나의 고백이었을지도 모릅니다.
 
피터의 곁에 다가오면 주례가 시작됩니다.
 
평범한 결혼식의 절차에 따라 그가 당신의 손에 반지를 끼워주고, 당신도 그의 손에 반지를 끼워줍니다.
 
주례의 내용은 사실 하나도 들리지 않습니다.
 
피터가 당신을 바라봅니다.
 
손에 든 안개꽃과 마가렛 부케가 미약하게 흔들리고,
 
?: …영원히 사랑할 것을 맹세합니까?
 
물음에 떨리는 목소리로 피터가 대답합니다.
 
피터 달튼:맹세합니다.
 
미케일라 S. 마티나:... 맹세합니다.
 
이 하나의 서약이 끝나면 피터가 입모양으로 속삭입니다.
 
피터 달튼:'지금이야.'
 
그가 당신의 손을 잡았습니다.
 
그리고 주례사의 목소리가 울려퍼집니다.
 
?: 이 시간부로 미케일라와 피터는 부부가 되었음을 선언합니다.
 
그리하여 직후에 일어난 일은 이 모든 무대를 뒤집어버릴 사건입니다.
 
T
 
주례사의 문장이 끝나기 무섭게 피터가 당신을 이끌고 웨딩 로드를 달립니다.
 
허공에 부케가 흩날리고 방금까지 웃던 하객들이 상황을 파악하지 못한 표정을 짓습니다.
 
맞잡은 피터의 손은 단단합니다.
 
절대 놓지 않겠다는 듯이.
 
일련의 장면이 슬로우 모션처럼 펼쳐지는 듯한 기분입니다.
 
하객석 구석에 앉아 있던 피터의 집안 사람들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는 것이 보입니다.
 
그들이 쫓아오고 있습니다.
 
정신 지배를 받고 있는 이들이 당신을 잡으려, 그 존재에게 당신과 피터를 바치려 움직입니다.
 
여기에서 당신은 세뇌를 해제하는 주문을 걸 수 있습니다.
 
미케일라, 어떻게 하나요?
 
미케일라 S. 마티나:(지금이 기회라면 망설일 이유가 없다. 우리는 여기서 벗어날 것이며, 아무도 기억하지 못하도록 깨끗하게 지워버리고 닿지 못할 곳으로 가버릴테니까.)
데이지, 바다, 폭풍. (세 가지 단어를 반복하여 두번 읊었다. 장내의 모든 사람들이 들을 수 있도록 꺼낸 단어는 외침에 가까웠을지도 모른다.)
 
세뇌를 푸는 주문을 사용합니다.
 
마력 1 감소, 이성 1d3 감소
 
미케일라 S. 마티나:
rolling 1d3
 
(
3
 
)
 
 
=
3
 
이성 3 감소
 
주문을 외우는 순간, 두 사람을 쫓아오던 무리는 두 사람이 오페라 하우스 입구를 통과하기 무섭게 행동을 멈춥니다.
 
또한 피터를 잊고 있던 당신의 집안 사람들이 일제히 꿈에서 깨어난 표정을 짓는 것을 발견합니다.
 
두 사람은 멈추지 않고 절벽을 거쳐 달립니다.
 
시간은 환한 대낮, 작열하는 태양빛을 등에 이고 당신은 그와 함께 들판을 가로질렀습니다.
 
절벽 위에 핀 히스 꽃과 들풀이 바람에 휘날리고 꽃내음이 코끝을 지배합니다.
 
절벽 아래로 내려와 해안가를 지납니다.
 
파도가 발치에서 넘실댑니다.
 
신발을 벗어 던져도 괜찮습니다.
 
당신들은 자유에 가까워지는 중입니다.
 
나부끼는 머리카락이 시야에 잡힙니다.
 
한참을 달리던 피터가 당신을 돌아봅니다.
 
이 기이한 현실, 이 기이한 고통, 이 기이한 헌신, 이 기이한….
 
기이한 환희…….
 
피터 달튼:(그 얼굴은 곧 울음을 터트릴 것 같이 일그러지다가도 웃음을 흘리고 고통스러워 보이다가도 환희에 차 있었다. 뭐라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이 온몸에서 요동쳤다. 이건 기쁨일까, 안도일까, 허무감일까. 아니면... 그게 아니라면)
(너의 흔들리는 머리카락을, 뛰어오느라 가빠진 숨을, 상기 된 볼을 시선에 담았다. 무엇하나도 놓치지 않을 것처럼, 마지막인 것처럼. 너는 나에게 몇 번이고 말했다. 자신을 주겠다고. 울 것 같은 얼굴로 너를 보았다. 목소리가 한없이 떨렸다)
... 나는, 의심하는 법 밖에 몰라. 그러지 않으면 이미 상처 받아 곪고 있는 온 몸을 후벼파는 고통을 다시 느껴야 했으니까.
그래서... 그래서 있지, 미케. 허락도, 눈치를 보는 것도 다 나를 위해서야. ... 네 확신을, 선택을. 몇 번이고 네가 입에 담아도 몇 번이고 다시 확인하고 싶어져. 그러니까... 그러니까, 미케일라.
 
피터가 묻습니다.
 
피터 달튼:나랑 같이 도망칠 수 있어?
마지막 순간까지 나와, 함께할 수 있어?
나는 네가 필요했으니까.
나는 너만 필요했으니까…….
 
죽음을 너머 육지에 왔으니 우리는 저 수평선으로 향할 겁니다.
 
그 끝에 당신이 원하던 형태의 영원이 있기를 바랄까요.
 
당신은, 그에게 해줄 답을 이미 알고 있을 겁니다.
 
미케일라 S. 마티나:(이전에도 너와 함께 달려 내려왔던 절벽, 발 밑으로 밀려오는 파도. 아직은 완벽한 도피도 자유도 아니었지만 홀가분해진 기분이었다. 표정으로는 읽어내기 힘든 네 심중은 금세 네 목소리를 타고 내게 닿았다. 의심하지 않고 믿는 방법을 모르는 너, 사랑 받는 방법을 모르는 너. 우리는 참 다르면서도 닮아있구나. 사랑하는 방법은 알지만 받을줄 모르는 너와 사랑 받을 줄은 알지만 할 줄은 모르는 나. 이 때문에 나는 우리가 다시 만날 수 없을거라 여겼다. 하지만 돌고 도는 궤도는 교차점을 만들었고 우리는 여기에 있다.)
 
너를 위해서라면.. 그래도 괜찮아. 몇 번이고 다시 물어도 돼. 나도 너에게 물었잖아. 너는 내가 확신을 가져도 될 사람이냐고. (잡은 손을 당겨 너를 끌어온다. 너를 보는 시선에 복잡한 감정의 덩어리는 없었다. 답을 찾지 못해 망설이던 침묵도, 이제는.)
 
나는 네 확신이 될 거야. 같이 도망칠 수 있어. 마지막 순간까지 네 옆에 있을 수 있어. 나도 네가 필요해.
 
 
미케일라 S. 마티나:.. 그러니까 피터, 같이 도망치자. 여기에 남은 것들은 다 지워버리고, 먼 곳으로.
 
그 말에 피터는 울 것 같은 눈을 한 채로 웃습니다.
 
아주 오래, 너무도 오래
 
그 말을 기다려온 것처럼.
 
사랑하는 법을 모르는 서로
 
우리는 참 오랜 시간 손을 잡고도 평행선 마냥 살아왔습니다.
 
파도가 발치에서 넘실댑니다.
 
우리는 비로서 자유에 가까워지는 중입니다.
 
사랑을 마주하는 중입니다.
 
T
 
그 날 밤 세간에는 본인들의 결혼식장에서 도망친 두 연인의 이야기가 1면에 실렸습니다.
 
일말의 소동이 있었으나 곧 약간의 해프닝이자 이벤트로 무마된 이 특별한 결혼식은 피터의 가문원들의 '마치 누군가에게 세뇌 당하고 있는 듯한 감각이었다'는 발언과
 
당신의 가문원들의 '피터를 까맣게 잊고 있었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라는 발언을 토대로 불가사의한 사건으로 분류되었습니다.
 
다시금 돌아온 생을 거머쥡니다.
 
에리카 꽃이 가득 피어있는 정원, 달이 밝게 비추는 밤에 나가면 그곳에는 피터가 깨끗한 낯으로 당신을 맞이하며 웃고 있습니다.
 
그 모습이, 우리가 작별했던 그 날을 떠올리게 합니다.
 
지나간 모든 일들을 망각하는 일은 결코 허락되지 못할 테지만 피터는 맹세하였습니다.
 
영원히 사랑할 것을 맹세합니까?
 
피터 달튼:맹세합니다.
우연 또는 자연의 무상한 이치로 세상의 모든 아름다움은 때때로 시들지만,
그러나 그대의 영원한 여름만은 시들지 않으리
그대가 지닌 아름다움도 사라지지 않으리
죽음조차 그대가 자신의 그림자 속에서 헤매인다고 자랑치 못하리다
불멸의 시구 속에서 당신은 시간과 하나가 되는도다
 
피터 달튼:인간이 살아숨쉬고 두 눈이 볼 수 있는 동안, 이 시가 존재하는 한
당신은 영원히 살아있을 것이오.
 
END 4. In the middle of eternal
 
피터 생환
 
미케일라 생환
 
보상 이성치 1d5+1
 
두 사람은 완전히 자유의 몸으로 다시금 생을 살아갑니다.
 
T
 
미케일라 S. 마티나:
rolling 1d5+1
 
(
2
 
)
+1
 
 
=
3




 

 

 

 

 

타이만 [COC 7th] 워더링 하우스 [피터&미케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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