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연: 나, 너, 그리고 우리 장르: 로맨스, TV프로그램, 실화기반 프로그램 특징: 흥미진진
회차
01
인장 경마님 세카 망공
당신은 죽음을 똑똑히 기억합니다. 몸이 차가워지는 순간의 온도를 기억합니다. 눈이 흐려지는 시야를 기억합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것은 전혀 억울하지도 슬프지도 않았습니다. 그것은 아주 이상적인, 자연스러운 죽음이었습니다. 영원한 침묵에 빠진 당신의 의식에, 누군가 노크합니다.
"미케일라, 돌아왔구나."
당신 발치에 만신창이가 있습니다. 초췌한 얼굴에 잉크 범벅이 된 손, 주변을 빼곡히 채운 더러운 양피지. 그리고 그것을 개의치 않는다는 듯 해맑게 웃으며 당신을 올려다보는 이는 피터입니다.
피터는 미케일라를 사후세계에서 다시 생환시켰습니다.
20201129
새벽이 밝는다.
w .파란모자
KPC 피터 달튼
PC 미케일라 S. 마티나
START
*
도입
최후를 맞이하는 순간은 드라마나 영화에서 보는 것 만큼 비참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의연했다고나 할까요.
미케일라의 주변을 가득 메워, 손을 잡고 슬퍼하는 그들이 보입니다.
목을 놓아 우는 소리가 시끄럽게 느껴지지 않은 것은 청각이 둔해졌기 때문일까요.
마지막이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직감할 수 있었습니다.
저승사자가 마중을 나온 것도 아니고, 여태까지의 인생이 주마등으로 영사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어쩐지 졸립니다.
아주 졸립니다….
졸린 눈을 깜빡이며 마지막으로 시야에 담은 것은 피터였습니다.
당신의 발치에서 그 어린시절처럼 울고 있는 피터.
나의 소꿉친구.
부디 그의 앞날에 빛과 희망이 있기를.
그에게 마지막 미소를 지어주고, 미케일라는 고개를 떨굽니다.
아주 긴 잠에 빠져들 때입니다.
아주 길고 오랜 잠에….
*
생환
두 발에 차가운 무언가가 닿습니다.
몸이 짓누르는, 몸을 짓누르는 무게가 느껴집니다.
어디선가 들어오는 얕은 공기의 흐름이 느껴집니다.
차가운 달빛이 몸을 감싸고 퀘퀘한 먼지냄새가 납니다.
마치 살아있는 것 처럼요.
당신은 죽었는데도 말이예요.
피터 달튼:미케일라…, 너 맞아?
익숙한 목소리가 들립니다. 부셔오는 눈을 찌푸렸다가 다시 뜨면, 아직 흐린 시야에 누군가의 인영이 보입니다.
피터 달튼:미케, 내 말 들려? 내가 누군지 알아보겠어?
다급한 재촉에, 시야를 정리하기 위해 눈을 몇 번이고 깜빡입니다.
그리고 그제서야 눈 앞에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 똑바로 보입니다.
미케일라 S. 마티나:...? (마지막 기억은 이게 아닐텐데. 꿈 속에서 꿈을 꾸는 것도 가능한가? 눈 앞의 인물을 가만히 보고있다.)
피터 달튼:미케, 정신 차려봐. 응? (위태로운 눈동자가, 떨리는 손이 널 흔들었다.) 나 알아보겠어?
미케일라 S. 마티나:.. 잠깐만, 잠깐. 흔들지 말아봐. 헷갈려.
피터 달튼, 오랜만에 보네. 죽고나서도 꿈을 꾸는게 가능할지는 몰랐어.
피터 달튼:(네가 이름을 불러주고나서야 얼굴 가득 안도감이 담겼다. 돌아왔다, 네가 돌아왔어. 웃음인지 울음인지 알 수 없는 소리가 입밖으로 새어나왔다.) 맞아, 나야... 나야, 피터.... 꿈이 아니야. 미케....
느껴질리 없는 감각과 있을 수 없는 상황에 혼란을 느낍니다.
여기는 사후세계일까요? 아닙니다.
그런건 없을겁니다.
이것은 현실입니다.
피터 주변을 나뒹구는 낡고 수상한 양피지들, 잉크 범벅이 된 피터의 손, 그리고 오랫동안 잠을 자지 못한 그의 안색까지….
이상하지 않은게 하나도 없습니다.
이건 마치…, 내가 살아 돌아오기라도 한 것 같잖아요, 피터 때문에.
미케일라 이성 판정
미케일라 S. 마티나:
SAN Roll
기준치:
70/35/14
굴림:
85
판정결과:
실패
미케일라 이성 -1
피터 달튼:성공했구나, 그럴 줄 알았어! 다행이다, 미케. 이제 됐어….
와락 껴안아오는 피터의 무게에 휘청거립니다.
이것은 분명히 현실입니다. 성공?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걸까요….
미케일라 S. 마티나:(성공했다면, 무엇을? 수상한 양피지며 지친 안색이 아무래도 마음에 걸리지만.. 어쩌면 그럴싸한 꿈이 아닐까. 그런 생각도 조금은 들어 네 어깨에 머리를 기댄다.)
설명 해 줄 생각은 없어? 피터.
피터 달튼:(네가 어깨에 기대자 잠시 움찔하다 이내 자신도 기대고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 너는 죽었어. 아니, 죽었었지. ... 그래서 내가 되살렸어. (다행이야, 정말로 다행이야... 그리 중얼거리며 훌쩍이다 문득 무언가 떠올랐는지 서둘러 입을 열었다.) 혹시 걱정할까봐 말하는데 위험한 짓은 절대 안 했어.
미케일라 S. 마티나:(신기한 꿈이네.. 죽은 사람이 되돌아올 수 있는게 될 리가 없는데도. 훌쩍이는 소리에 고개를 들어 너를 마주보았다.)
안 운다고 했었던건 기억 안나니? 울음을 그치는 방법을 아직 모르는건 아니면서.
피터 달튼:... 내가 어떻게 그래... (네가 고개를 들어 자신을 바라보자 시선을 내렸다. 눈물이 비가 내리듯 바닥으로 한방울, 두방울 떨어져내렸다.) ... 내가 오만했었을지도 몰라. 울지 않고 보내줄 수 있을 거라고... 하지만 미케, 너도 알잖아. 너는 내 삶의 많은 부분을 함께했어. 그런 널 잃었는데 내가 어떻게 울지 않을 수 있겠어...
미케일라 S. 마티나:(꿈이라기에는 지나치게 현실적이다. 이게 지나간 삶에 대한 처벌이라면 납득하겠지만.. 그래도 조금 쯤은 여기에 안주해도 괜찮겠지. 손을 뻗어 네 등을 느리게 도닥였다.) 네가 이럴 것 같아서 울지 말라고 했던거야. 너도 알듯, 내 삶에서도 너는 많은 부분을 함께 했으니까.
... 울지마. 피터 달튼.
피터 달튼:(울지 말라는 네 목소리가, 토닥이는 손길이 다정했다. 하지만 그래서인지 더 눈물을 멈출 수 없었다. 쉼없이 흐르는 눈물을 손등으로 대충 문질러 닦았다. 피로한 눈가가 붉게 물들었다.)
혼란스러운 와중에도 주위를 둘러봅니다.
이 곳은 확실히, 피터의 방이 맞는 것 같네요.
미케일라는 [자신의 몸], 책상 위의 [달력], 바닥에 떨어진 [양피지], 살펴볼 수 있습니다.
미케일라 S. 마티나:(.. 그래서, 되살렸다고? 시선을 내려서 제 몸을 훑어본다.)
미케일라의 몸
피터에게서 떨어져 자신을 내려다 봅니다.
평범한 미케일라의 몸입니다.
방금 살아나서 그런지 살짝 차갑기도 하지만, 제대로 옷도 입고 있고….
정말로 당신이 살아 돌아오기는 했나 봅니다.
하지만 이 모든걸 피터 '덕분'이라고 해도 괜찮은 걸까요?
위험한 짓은 안했다고 하더라도 이게 옳은 일이긴 한지….
미케일라 S. 마티나:(사람을 되살리는 주문 같은건 존재하지도 않았을텐데.. 뭐, 똑똑한 너라면 방법을 찾았을지도 모를까.)
안색이 영 나쁜데, 뚝 그치렴. 네 나이를 생각해서라도. (네 머리를 두어번 쓸어주고 몸을 일으켜 책상으로 향한다. 달력이 있다면 오늘은 언제의 몇월일까.)
피터 달튼:... 나 그렇게 안 늙었는데... (익숙한 투닥거림이 앞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는 것에 묘한 충족감이 들었다. 네가 몸을 일으키자 조금 걱정스러운 눈으로 널 바라봤다.)
달력
시간의 흐름을 확인해보기 위해, 달력을 확인합니다.
당신이 죽은지 딱 3주가 된 날 밤입니다.
이 3주동안 피터는 도대체….
미케일라 S. 마티나:늙은건 아니지만 10년전이랑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아서. (달력을 몇장 더 넘겨보다가 책상 위로 내려둔다.)
.. 전쟁은 언제 끝났어?
피터 달튼:... (네 말에 반박할 말은 없는지 눈동자만 데굴 굴렸다. 네가 넘겨본 달력에 시선을 주다가 네 물음에 다시 입을 열었다.) 네가 죽고... 며칠 지나지 않아서. ...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서 끝났지. (주먹을 쥔 손에 힘이 들어갔다. 조금만 더 있었으면 너도 다시 평범하게 살 수 있었을지 모르는데. 하지만 곧 고개를 들어올려 부드럽게 웃었다.) ... 이제 괜찮아. 다 끝났어.
미케일라 S. 마티나:이런 말 하면 너는 싫어할 것 같긴 한데.. 내가 죽은게 의미가 아주 없진 않았나보다. 네가 여기 있다는건 전쟁에서 이겼다는 뜻 같아서.
그게 전부 마무리 되고나서 나를 살렸어? 어떻게 한거야. 위험한 짓 안했다곤 해도 한번 쯤은 물어봐야겠어.
피터 달튼:... 싫어하는 거 알고 있으면 하지마. (그저 그리 말하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어지는 물음에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 그래, 마무리 되고방법을 찾았어. 생각보다 연구가 많았으니까 그리 어렵지 않았어... 정말이야. 방법이 뭐가 중요해. 네가 이렇게 살아 돌아왔는데.
미케일라 S. 마티나:부정하거나 넘어간다고 해서 있었던 일이 없어지진 않아, 피터 달튼. 사실이었잖니. (같이 남지는 못했어도 의미있는 죽음이라면 그것도 좋지. 네가 하지 말라 했으니 말은 안 하겠지만.)
(바닥에 떨어진 양피지를 몇장 주웠다. 죽은 사람을 살리는 방법이라.. 내용을 알아볼 수 있을까.)
양피지
바닥에 떨어져 있는 양피지를 살피려고 하면, 피터가 황급히 양피지를 정리합니다.
피터 달튼:너에게 보여줄만한 것들은 아니야.
당황한 눈치로 이상한 문서 더미를 치우기 시작하는 모습은 수상하기만 합니다.
분명 위험한 짓은 하나도 하지 않았다고 했지만요, 혹시 거짓말이라면?
미케일라 관찰 판정
미케일라 S. 마티나:
관찰력
기준치:
75/37/15
굴림:
49
판정결과:
보통 성공
밖을 바라보면, 어두컴컴한 밤입니다.
이 곳은 평범한 주택가이며, 이상하게도 하늘이 새카맣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시계를 보면 새벽 5시, 곧 동이 틀 시간.
창문 밖으로 살펴보면, 벌써부터 하루를 시작하는 사람들이 언뜻언뜻 보입니다.
피터는 미케일라의 창 밖을 향하는 그 시선을 눈치챘는지, 황급히 커튼을 칩니다.
그리고 피터가 항상 그러했듯, 여느 때와 같은…, 그리고 그 기저에 무언가 깔린 목소리로 말합니다.
피터 달튼:당분간은 우리 집에서 지내. 그니까…, 갑자기 죽었던 사람이 살아서 돌아온다고 하면 다들 놀랄테니까, 기간을 가지고 천천히 돌아가는게 좋지 않을까 싶어서….
미케일라 S. 마티나:내가 볼 만한게 아닌건 뭔데? 너무 박한거 아니니, 너.
(커튼이 내려온 창가를 한번, 너를 한번 번갈아 본다. 새벽 5시의 하늘이 저렇진 않을텐데.)
별 문제가 없다면 그냥 바로 가도 괜찮지 않아?
피터 달튼:... 그래도 네가 생각하기에도 죽었던 사람이 갑자기 살아났다고 하면... 어떤식으로 문제가 생길 것 같지 않아? ... 우선 믿을 수 있는 사람들한테 알리고... 천천히 돌아가자. 응? (널 붙잡듯 옷을 살짝 잡아당겼다. 곧 무언가 생각났는지 걸음을 옮겼다.)
피터가 서성이는가 싶더니, 옷장에서 옷가지를 꺼내 빌려줍니다.
편한 옷이랍시고 빌려준 것 같기도 하고….
피터는 자신의 침대를 내주며 씩 웃어보입니다.
피터 달튼:이러니까 꼭 우리 집에 놀러온 것 같다, 그치? 잘 자.
미케일라 S. 마티나:너..
(심리학 가능할까요?)
미케일라 심리학 판정
미케일라 S. 마티나:
심리학
기준치:
50/25/10
굴림:
80
판정결과:
실패
피터는 기뻐보입니다. 단지, 그뿐입니다.
피터 달튼:얼른자, 안 그래도 피곤할텐데. (잠시 무언가 생각하는듯 하다 웃으면서 말했다.) 인형이라도 줄까? 전에 선물 받은 거 있는데.
미케일라 S. 마티나:..... (피터 빤히 봄)
(어딘가의 찜찜함은 남았지만.. 그래도 되살려준 사람이 피터 달튼이라면 얌전히 말을 들을 용의도 충분했다. 네가 빌려준 옷가지들을 손에 들고 고개를 끄덕인다.)
그래, 빌려줘. 대신에 로먼 선생님한테 받은거면 그냥 네가 쓰고.
피터 달튼:선생님한테 받은 거 아니야. 그리고... 나, 인형 안고 안 자거든.... 학교 다닐 때 후플푸프 애들이랑 단체로 받은 고양이 인형이 있어. 눈색도, 털색도 다 나랑 똑같이 생겼어. (잠시 방 안을 서성이다 이내 찾았는지 꺼내 네게 안겨줬다.) 봐, 똑같지?
미케일라 S. 마티나:소원 성취했네, 고양이 인형 갖고싶어 했었잖아.
인형 안고 자는게 문제라도 있어? (픽 웃으면서 농담을 던지고 건네준 인형을 고쳐들었다.) 너랑 똑같이 생기긴 했다. 고마워.
피터 달튼:... 너, 그런 것도 기억해? 그 소원... 몇 살 때였더라... 아주 어릴 때 갖고 싶어했던 거잖아. 아니, 문제는 없는데... 네 눈빛에는 문제가 있는 것 같아서. (네가 인형을 고쳐들자 표정에 옅게 온기가 담겼다.) 나야말로 고마워. ... 이제 진짜 자. 잘자, 미케.
그 말을 마치고 피터는 자신의 방에서 나옵니다.
여전히 당황스러움은 남아있을 겁니다. 당신은 생환 했으니까요.
죽었다가 살아난 적이 있어야 말이지….
어쩐지 몸이 고단합니다.
부활에 대한 대가일까요? 오래 생각하는 것도 힘이 부칩니다.
미케일라 S. 마티나:살다보니 별 일을 다 겪네...
아아, 죽을 때 마치 이런 기분이었던 것 같은데….
미케일라 S. 마티나:(옷을 갈아입고 고양이 인형을 안고 누웠다. 자고 일어나면 머리가 제대로 돌아가겠지..)
잘 자. (혼잣말처럼 중얼거리고 눈을 감는다. 이게 꿈이라면 이쯤에서 끝날테니까.)
....
1 일
꿈도 꾸지 않고 눈을 뜹니다.
협탁의 시계를 보면 오후 8시, 피터가 친 커튼 너머의 밖은 이미 밤이 찾아와 어둑어둑합니다.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면 기분 나쁜 축축함이 몸 전체를 덮고 있다는 것을 뒤늦게 알아차릴 수 있었습니다.
무언가 비린내가 나서 침대 시트를 살펴보면…, 자신의 것으로 추정되는 피가 흥건히 묻어있습니다.
미케일라 이성 판정
미케일라 S. 마티나:
SAN Roll
기준치:
69/34/13
굴림:
98
판정결과:
실패
미케일라 이성 2 감소
미케일라 S. 마티나:눈 뜨자마자 이런 냄새를 맡는건 아무리 그래도 좀 그런데... (한숨을 푹 쉬고 근처를 둘러봅니다. 관찰 가능할까요?)
미케일라는 피비린내와 동시에 고름이 흐르는 피부의 썩은 내를 느낄 수 있을겁니다.
당황해 자신의 몸을 둘러본다면 '앞면은' 상처 하나 없이 깨끗합니다.
등이나 허벅지 뒷면 등 손이 닿는 곳을 만져보면 질척한 피가 묻어나와 어딘가 다쳤는지 알 수 없습니다.
거울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만….
미케일라 S. 마티나:이게 무슨 일이람..
(방 안을 둘러봅니다. 피터는 밖에 있을거고.. 거울이나, 거울을 대신할 뭔가는 없나?)
방 안에는 거울이 없습니다. 나가봐야 하는 걸까요?
미케일라 S. 마티나:(우..)
(피가 묻은 침대 시트를 걷어내서 적당히 개어두고 문을 열어봅니다. 열리나?)
문은 작은 소리를 내고 열립니다.
방 문을 열고 나가자 집 안은 한없이 고요합니다. 피터는 외출이라도 한 걸까요?
미케일라 S. 마티나:.. 피터, 있어?
(오래 잤으니까 잠깐 나갔어도 이상할 일은 없는데.. 일단 불러나 본다.)
조용한 공간에 당신의 목소리만 울립니다.
미케일라 S. 마티나:(없군. 여기 집의 구조는 어떻게 생겼을까?)
(욕실에 가면 거울이 있겠지...)
미케가 욕실로 향하면
세면대에 거울이 깨져 있는 것을 발견합니다.
유리조각은 정리한듯 보이지 않습니다.
미케일라 S. 마티나:이건 타이밍이 나쁘다고 봐야하나.
(거울이 있어야 할 빈 자리를 꼬라보다가 욕실 밖으로 나갑니다.)
때마침 현관문을 여는 도어락 소리가 들립니다.
피터입니다.
피가 흥건한 거실바닥을 바라보며 그가 외친 것은 미케일라의 이름이 아니었습니다.
그는 잠시동안의 침묵 후에 가방을 떨어트리고 황급히 집안을 둘러봅니다.
아마 미케일라를 찾고 있는 모양이겠지요.
눈이 마주친다면 빠른 걸음으로 다가와 와락 껴안습니다.
피터 달튼:이렇게 일찍 일어날 줄은 몰랐어, 미안해. 갑자기 혼자라서 깜짝 놀랐지.
미안해 하는 초점이 잘못되지 않았던가요?
미케일라 S. 마티나:아니, 혼자라서 놀란건 아닌데..
아무리 봐도 뭔가 문제가 생긴 것 같은데 거울이 없어서 확인을 못 했어.
그리고 너 그러고 있으면 피 묻을걸...
피터 달튼:괜찮아, 너 지금 멀쩡해. (그리 대답하고는 웃었다. 불안감이 담긴 눈동자는 여전히 상냥했다.) 피야 닦으면 되지... 옷 갈아 입어야겠다. ... 어디 아프거나 힘들거나 하지는 않아?
미케일라 S. 마티나:피가 이 정도로 나는거면 충분히 안 멀쩡한 것 같은데.. 너도 그걸 알고 있는 것 같고. 아니야? (너랑 본 세월이 있는데 눈빛 정도를 못 읽을까. 여상하게 네 쪽으로 시선을 고정했다.)
아픈 것 같지는 않아.
피터 달튼:살아 돌아왔잖아. 이정도는... 이정도는 당연한거지. 이이상 이상한 일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지만 일어난다고 해도... 이해할 수 있어. (네 시선을 눈치챘으나 자신이 할 수 있는거라고는 여느때처럼 웃는 것 밖에 없었다.) ... 다행이다. 우선 씻고... 옷 갈아입자. 나간 김에 네가 입을 옷을 사왔어. 어제는 내 옷이라서 불편했지?
미케일라 S. 마티나:이게 당연한거야? .. 죽었다 살아난게 처음이라서 난 모르겠어. 네가 찾은 방법에서는 이런 일도 예상하고 있었니. (이해할 수 있다, 라는 것은 그런 의미 같아서. 웃는 얼굴을 보는 시선과 표정은 여전했다.)
불편함을 느낄새도 없이 잠들었어서.. 옷 사다준것도 고마워, 피터. 근데 나는 일단 내 상태를 좀 확인해보고 싶거든.
피터 달튼:모든 걸 예상하려고 했어. 살리는 건 시작일 뿐이지 그 후를 살아가는 것도 중요하잖아. ... 놀라지 않았다면 거짓말이지만. (종이 가방을 열어 네 옷을 살펴보다가 말했다.) ...지금 상태를 확인해봤자 피투성이일 뿐이야. 씻고 나중에... 나중에 확인하자.
미케일라 S. 마티나:... 알았어. 살린건 너니까 나보다는 네가 더 잘 알겠지. (실제로 아는 것이 없으니까. 묘하게 답답한 기분이 들어 짧은 한숨을 내쉬고 네 등을 툭툭 친다.) 그럼 씻고 올테니까 놔 주렴.
피터는 당신을 놓아줍니다.
미심쩍은 부분이 한 두가지가 아니지만... 당장 답을 얻을 수는 없어 보입니다.
...
새벽 2시가 되어서야 늦은 저녁을 준비합니다.
모두 자신이 해주겠다며 의기양양하게 저녁식사를 준비하는 피터의 뒷모습은 참 오랜만인 것 같습니다.
생전에 일이 이렇게 되기 전에는 졸업 후에도 종종 함께 식사를 하기도 했었죠.
어쩐지 효도받는 기분을 떨칠 수 없습니다.
꽤나 먹음직스러워 보이는 요리입니다만, 이상하게도 허기가 지지 않습니다.
아무런 냄새도 나지 않습니다.
미케일라 S. 마티나:(저벅저벅.. 부엌으로 따라가서 구경해 본다. 냄새가 안 나는 것 같은데. 이것도 부작용일까?)
피터 달튼:(흘긋, 다가온 너를 바라보다 다시 요리로 시선을 옮겼다. 진수성찬까지는 시간이 시간인지라 어려웠다. 익숙한 요리가 이어졌다. 파스타와 샐러드, 호밀빵과 스프. 한참 말없이 요리를 하다 말했다.) 왜, 하고 싶은 말 있어?
미케일라 S. 마티나:어쩐지 효도 받는 기분이긴 한데.. 배가 고픈지도 모르겠고, 냄새도 안 나서.
감각이 돌아오려면 시간이 필요한거야?
피터 달튼:효도... (어색한 웃음을 흘렸다.) 그럴지도 모르겠네. 네가 나를 키웠다는 부분은.... 어느정도 인정하니까. (네 물음에 잠시 말이 없어졌다.) .... 감각이 아직 둔해? ... 그럼 시간이 필요할지도 모르겠네. ... 너도 알다시피 나도 죽은 사람을 살린 건 처음이거든.
미케일라 S. 마티나:웬일이라니, 전에 말 했을 때는 너 혼자 컸다고 했으면서. (실제로 키운건 아닌게 맞기도 하고. 어색한 웃음을 그저 지켜본다.)
둔한게 아니라 없는 쪽에 가깝긴 한데.. 일단은?
피터 달튼:그래서 어느정도라고 했잖아. 나도 이제 인정할 건 인정하기로 했거든. (음식을 접시로 옮겨담고 간단하게 뒷정리를 하며 말을 이었다.) ... 그럼 조금더 지켜보자. 점점 더 나아질거야. (식탁에 음식을 올려두고 네 어깨를 잡아 슬 밀었다. 의자까지 밀어 너를 앉히고 반대편에 앉았다.) 자, 먹자. 와인은 없는게 아쉽지만...
미케일라 S. 마티나:사실 나도 말은 그렇게 했지만 내가 널 키운건 아니라고 생각해서. 네 말대로 너는 스스로 하는 편이었잖아. 잘 우는 편이긴 했어도 말이지. (뒷정리를 도와줘볼까, 고민하는 새에 마무리가 되는 것을 보고 얌전히 자리에 앉았다. 오랜만이긴 하네, 이런 자리도.)
피터 달튼:그렇게 자라왔으니까... 이제는 익숙하고 이게 더 편해. (마찬가지로 식기를 들다가 네 말에 옅게 웃었다.) 너, 요리 잘했던가? 매번 내가 만들어서 먹였던 것 같아서... (기억을 되짚어 가다가) 오늘은 재료가 없어서... 내일은 간식도 만들어줄게. 너 내가 만들던 쿠키도 잘 먹었잖아.
미케일라 S. 마티나:그런 환경에서 자라지 않았다면 너도 좀 달라졌으려나.. (포크를 들어 샐러드를 집어먹었다. 냄새가 나지 않는다면 맛도 느껴지지 않을까.) 네 스스로 하는 편이라면 지금은 어때. 지금의 네가 살아가는 방식은 너를 위한거야?
요리라면 그닥.. 많이 해본 적도 없어서 사람을 부르거나 사서 먹는게 빠르더라고. 네가 해줘서 게을러진 것도 좀 있을걸.
네가 쿠키를 구워주기 전에 감각이 돌아오면 좋겠다.
피터 달튼:글쎄... 잘 상상이 안 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기억이지만 내 많은 것들이 그 환경을 통해 만들어졌다는 걸 부정할 수는 없거든. ... 그래서 그런 환경이 아니었으면하는 가정은 잘 안 떠올라. ... 옛날에는 그런 상상을 해도 뭐가 달라지나 싶어서 일부러 하지 않았지만. (눈을 느릿하게 감았다 떴다.) ... 그래, 나를 위해서야. 나는 새로운 것보다 익숙한 걸 좋아하니까. ... 그으럼, 그냥 내가 요리하는게 낫겠다. 요리는 취미로 배워봐. 나쁘지 않을거야.
미케일라가 샐러드를 먹으면 아무런 맛이 느껴지지 않습니다.
미케일라 S. 마티나:(역시 맛은 안 느껴지는구나. 하지만 이 자리에서 중요한 것은 식사보다는 눈 앞의 대상이다. 샐러드를 천천히 씹어 삼키고 몇가지 음식에 손을 뻗는다.)
하긴.. 떠올린다고해서 달라지는건 없긴 하지. 때에 따라서는 역으로 비참한 기분이 들 수도 있는거고. 하지만 지금은 다 자랐으니까 그냥 이야기 해 본거야. 지금 내 앞에 있는 사람은 길다란 망토를 끌면서 쫓아오던 피터 달튼이 아니잖니.
(감성적인 이야기일까? 마찬가지로 눈을 꾹 감았다가 뜬다.) 익숙한게 좋다면 여전히 누군가가 바라는대로 살아? 그건 아니었으면 했는데.
취미로 배우는게 괜찮은거면 한번 배워볼게. 네가 가르쳐주면 더 좋고.
피터 달튼:그래... 이제는 다 자랐으니까. (다 자랐다는 말을 하면서도 익숙해지지 않아 몇 번 입술을 달싹였다.) ... 너 정말 별 걸 다 기억하는구나. 그래, 이제는 아니지. 키도 많이 컸고.... 다른 환경이었다면... 좀 더 밝았을지도 모르지? 좋은 의미로 생각도 줄어들고. 하지만 지금이랑 거의 비슷했을거야. (네 말에는 그저 입꼬리만 끌어올렸다.) ... 나쁘지 않아. 그리고 그게 내가 바라는 삶이기도 하고. 누군가가 바라는 대로 산다는게 항상 나쁜 일은 아니잖아. ... 그럴래? 그럼 가르쳐 줄게.
음식을 섭취하더라도 아무런 맛도 나지 않고, 허기가 가신다는 느낌도 들지 않습니다.
애초에 허기라는 것이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일까요.
몸에 무언가 쌓이는 기분입니다.
미케일라 S. 마티나:꽤 새삼스러운 말이지 않니. 나는 아이가 자기 혼자서 앞가림을 할 줄 알게 되면 그때부터 어른이 된 거라고 생각하거든. 아이와 어른의 경계는 참 쉬우면서도 모호하지. 그런 의미에서 너는 오래전부터 어른이었어.
별걸 다 기억한다, 그런 말 가끔 듣긴 했었는데.. 나야 시야각이 워낙에 좁아서 그 안에 있다면 주의깊게 보거든. 지금이랑 비슷하지만 다른 피터 달튼이라면 떠올리는건 어렵지 않네. (아마도 지금처럼 타의에 의해서 살지는 않았겠지. 올라가는 입꼬리를 보며 작게 끄덕였다.)
네가 그러고 싶은 거라면 나쁜 일은 아니지. 그렇게 사는 것도 방법이고 그걸로 네가 행복하면 된거니까.
그래, 그럼 알려줘. 감각이 다 돌아오면 배워보는걸로.
피터 달튼:너무 이르게 어른이 된 건 아닐까 싶었는데. ... 좋아해야할지 말아야할지 잘 모르겠네. 네가 기억하는 것 대부분이 나에게는 흑역사여서 말이야... (끙, 하고 앓는 소리를 냈다.) 뭐, 너한테 잊어 달라고 해도 잊어줄 사람도 아니니까 굳이 더 말하지는 않겠지만... 떠올리는게 어렵지 않아? (하긴, 지금과 그리 다르지 않을거라고 말했으니. 행복하면 된다는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나는 지금 행복하다. 더없이 안정적이고... 이제 너도 돌아왔으니 이보다 더 완벽할 수는 없을 것이다. 알려달라는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잠시 무슨 말을 더할까 눈동자를 굴리다 이야기를 시작했다.) 전쟁이 끝나고 요즘은 복구 사업 때문에 정신이 없더라. 마법부에 있는 애들도 퇴사한다, 퇴사한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그래도 못 빠져나온 애들도 많은 것 같고....
미케일라 S. 마티나:이르게 어른이 된 편이긴 하지? 좋냐 나쁘냐를 따진다면.. 그건 나도 잘 모르겠지만. 흑역사라면 나나 너나 얼추 비슷할텐데 뭘 그러니. 너도 잊으라고 해도 안 잊을거면서. (앓는 소리에 픽 웃었다. 오래 본다는건 대개 그런거니까.)
크게 어렵지는 않은데. 아주 다른 사람이라면 어렵겠지만 지금에서 조금 다른거니까. 너도 그 정도는 떠올릴 수 있지 않아?
(그날로부터 3주. 오래 지난 것은 아니겠지만 체감상으로는 1년이 훌쩍 지난 기분인지라 네가 하는 말을 주의깊게 들었다.) 퇴사 실패는 좀 안타까운데.. 너는 그대로 조교 일을 해? 아니면 지금은 교수가 됐다거나.
피터 달튼:비슷해도 부끄러운 건 부끄러운 거잖아. ... 그리고 너는 내가 흑역사라고 생각하는 네 기억을 말해도 그래서 뭐, 하는 반응일 것 같고.... (언제나 내가 지는 기분이란 말이지. 그리 말을 덧붙였다. 떠올릴 수 있지 않겠냐는 말에 생각해보는지 눈동자만 데굴 굴렸다.) 그건 그렇지... 갑자기 떠오른건데 그런 의미에서 너는 잘 상상이 안되는 것 같아. (환경이 달라도 너는 그대로 너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뿐이었다. 안타깝다는 말에 작게 웃음을 흘리고) 그렇지? 나도 편지로만 소식을 들은거지만... 아, 나는 잠시 휴직계를 냈어. 조금 쉬고 싶어서. 교수는 아직 멀었지. 지금까지 온 길을 생각하면 얼마 안 남았다고 볼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 미케, 너는 곧 다시 자리를 잡고... 다른 사람 앞으로 나가게 되면 무슨 일이 하고 싶어?
미케일라 S. 마티나:솔직하게 말하자면 네가 부끄럽다고 하는 흑역사들이 뭔지 잘 모르겠는데. 곧잘 울었던거 말고 다른것도 있어? (몇가지 기억을 떠올려보다가 시선을 위로 향했다.) 썩 틀린 말은 아니긴 한데.. 나도 아주 없진 않거든. 미안했던 것도 있고.
그래? 상상이 잘 안 가는 편이라면 지금의 내 존재감이 크단 소리겠구나. (제멋대로의 해석을 늘어놓았다. 부러 농담을 섞은 것도 없지는 않았겠지.) 너 정도 되는 애가 아직 조교인걸 보면 교수 자리가 보통은 아닌게 맞나보네. 휴직계를 낸거면 충분히 쉬다가 복직하면 좋겠다. 최소한 얼굴에서 피곤함이 비치지는 말아야지.
자리를 다시 잡는다면.. 글쎄. 없던 내일이 생긴거니까 지금부터 다시 생각해 봐야겠지. 너는 내가 어떻게 했으면 좋겠니?
피터 달튼:... 말 안할래. 말하면 놀림거리 네 손에 쥐여주는 거랑 별반 다르지 않은 것 같으니까. (시선을 요리로 내리고 말을 이어나갔다.) 그래? 뭔지 궁금한데... 알려달라고 하면 알려줄거야? .... 그게 정답인 것 같네. 네 존재감이 커서 그런가봐. (칭찬을 하는 듯한 너의 말에 그저 작게 웃었다.) 확실히 보통은 아니지. 거기다 개인적으로 내가 누군가를 가르친다는 게 아직 걱정되서, 이런저런 공부도 더 해보고 싶기도 하고. 네 말대로 충분히 쉬다가 복직해야지. ... 내 얼굴 그렇게 피곤해보여? (제 뺨을 쓸다가) 나? 내 생각이 중요해? ..... 글쎄, 생각해보지 않았는데.... 나는 그냥 네가 살아돌아와준 것만으로도 충분히 기뻐서. ... 아, 그래도 이번처럼 위험한 일은 다신 안 했으면 좋겠어. .. .정말, 진심으로.
미케일라 S. 마티나:뭐야, 너는 말 안한다면서 나한테는 왜 물어봐. 정 궁금하면 너도 말 해주던가 해. 네가 말한걸 듣고 널 놀리거나 하는 일은 없을테니까.
존재감이 커서, 그래서 되살렸니. (무의식중에 툭 던진 질문이다.)
휴직의 사유에 다른 공부도 들어간다는 점이 상당히 경악스럽구나.. 여전히 선생님 만큼의 사람이 되어야 가르칠 자격이 된다고 생각해? (이전에도 한번 물은 이야기. 뺨을 쓸어내리는 것을 흘끔 보고) 네 얼굴에는 잠 못잔 사람의 얼굴이라고 써 있거든. 내가 눈 떴을 때부터 그랬어.
나도 너처럼 살아가는 부분들이 있으니까. 다른 사람이 바라는대로 움직이는거. 어쩌면 이게 너와 나의 공통점일수도 있을걸. (잠시 멈추었다가) 사실 그런걸 제외하고서도 되살려준게 너니까 물어보고 싶었어. 위험한 일이 싫으면 안 할게. 이번에는 정말이야.
피터 달튼:그렇게 말할 줄 알았다. ... 됐어, 말 안할거야. 너도 그냥 말하지 마. (작게 투덜거리던 입이 네 물음에 굳었다. 아무말도 하지 못하고 긴 침묵이 이어지다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 그래, 그래서 되살렸어. 그래야지 다시 예전처럼 지낼 수 있을 것 같아서. .... 경악스러울 정도야? 마냥 공부만 하려는 건 아니야. 여행을 가기에 그리 좋지 않은 시기지만... 그래도 잠시 여길 벗어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드니까 여행도 가볼거고. ... 선생님 만큼의 사람은 나는 될 수 없어. 그러니까 그냥...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최선을 다하기로 했어. 누군가에게 이정표는 되지 못해도 지식을 전달하는 건 할 수 있지 않을까. (공통점, 정말 그럴지도 모르겠다 싶었다. 식기를 내려놓고 마른입을 축였다.) ... 좋아. 아직도 널 전쟁터에서 마주쳤을 때 내가 얼마나 놀랐는지... 다시는 상상하고 싶지도 않아.
문득 시간이 흐름을 느껴 커튼이 걷힌 창 밖을 쳐다봅니다.
미케일라 관찰 판정
미케일라 S. 마티나:
관찰력
기준치:
75/37/15
굴림:
47
판정결과:
보통 성공
창 밖이 어제보다 더욱 어둡고, 먼 곳에 있는 집들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그렇게 시간을 흘러보내면 다시 새벽 5시, 동이 틀 쯤입니다.
피터는 다시 집 안에 있는 모든 창문의 커튼을 칩니다.
그리고 다시 미케일라를 침대로 안내합니다.
이제 자야 할 시간이야, 라고 말하듯.
미케일라 S. 마티나:일어난지 얼마 된 것 같지도 않은데.. 시간이 새벽이긴 하지만. 너는 제대로 자고 있는거 맞아?
피터 달튼:(커든을 제대로 닫았는지 확인하다가 네 물음에 고개를 돌렸다.) ... 내 얼굴이 그렇게 심했나....? 나 정말 괜찮아, 잘 자고 있고.... 밥도 잘 먹고 있으니까. 얼른자, 오늘도 수고 많았어.
미케일라 S. 마티나:.. 그래, 그럼 하나만 더 물어보자. 커튼은 왜 자꾸 쳐?
피터 달튼:햇살이라도 들어오면 잠 잘 때 불편하잖아. 안 그래? (무슨 당연한 이야기를 하냐는듯 가볍게 대꾸했다.)
미케일라 S. 마티나:햇살이 들어올 만큼의 시간이 아니지 않아? 밖이 어두운데 굳이 그럴 필요가 있니.
너 나한테 숨기는거 있어?
피터 달튼:지금은 아니지만 곧 그렇게 될거니까. 중간에 다시 방 안에 들어와서 닫는 것보다 미리 닫아두는게 낫잖아? 내가 왔다갔다 하면 너 잠도 깰거고... (숨기는 거 있냐는 말에 시선을 들어 널 바라봤다.) ... 없어. 정말로.
미케일라 S. 마티나:잘 때 불편해서 치는거라기에는 거실 커튼도 다 닫아놨잖아. 창문의 존재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니?
(마주보는 눈동자를 올려다본다. 네가 나한테 이런 적은 없었던 것 같은데. 알더라도 모른체 해 주기를 바라니?)
(심리학 가능할까요?)
미케일라 심리학 판정
미케일라 S. 마티나:
심리학
기준치:
50/25/10
굴림:
18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미케일라가 피터의 표정을 살펴보면 어쩐지 간절해보인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도대체 무엇을?
피터 달튼:불편해서 닫아놓은 것 뿐이야. 그이상 이유는 없어. (작게 한숨을 쉬고는 말했다.) ... 미케, 내가 너한테 해를 끼칠 일은 하지 않을 거란걸 알잖아. 모든 건 그냥... 더 나아지려고 노력하는 것 뿐이야...
미케일라 S. 마티나:... 알아. 네가 나한테 그럴 사람이 아니라는거. 하지만 사람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는 말이 있잖니. 궁금해서 물어본 것 뿐이야.
(더 나아지려는 노력.. 그게 어떤 노력인지도 묻고 싶지만, 지금은 네가 원하지 않는 것 같으니까. 그럼 모른척해줄게.)
네가 걱정할만한 짓 안하고 얌전히 잘게. 너도 잘 자, 피터.
피터는 잠시 무언가 생각하는지 표정이 굳어지다 이내 미케일라의 어깨를 가볍게 토닥이고는 방을 나갑니다.
... 밤이 깊었습니다. 잠에 들 시간입니다.
...
?일
며칠의 시간이 흐른걸까요? 또 아무런 꿈도 꾸지 않고, 잠에서 깨어났습니다.
시계를 살펴보면, 오늘은 평소보다 조금 이른 시간인 오후 7시에 깨어났습니다.
시간이 지날 수록 몸이 무겁고 속이 더부룩합니다.
여전히 침대는 피범벅입니다.
이상하게도 첫날부터 흘린 피가 멎지 않습니다.
더 이상한 점은, 이 피는 마르지 않습니다….
이제 침대는 피와 고름으로 푹 젖어있고, 피가 발목 언저리까지 고여 방 바닥까지 흥건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방 밖으로 나와도, 피터는 보이지 않습니다.
거울을 찾아본다면 여전히 보이지 않고, 물에 씻어본다면 피는 여전히 몸을 타고 흘러내립니다.
미케일라 자신이 보기에는 아주 멀쩡한데도 말이죠.
집 안을 둘러본다면, 부엌에 어제 먹다 남은 음식이 잘 보관되어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여전히 배는 고프지 않습니다.
아무런 식욕이 돌지도 않고요.
하지만 매번 음식을 준비해주고 죽기 전 자신이 좋아했던 간식을 꼬박꼬박 만들어 주는 피터가 떠오르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 같습니다.
적어도 살아 돌아온 이후로는 거르지 않고 밥을 먹기도 했으니 어쩐지 습관처럼 손이 가긴 합니다.
미케일라 S. 마티나:이거 어떻게 좀 하고 싶은데... (방 밖으로 나오면서 흐른 핏자국들을 내려다보며 한숨을 쉰다. 아무리 치우면 된다지만 사람 하나 제대로 고생시키는 기분인데.)
(상태를 볼 수도 없으니 어쩔 수 없나. 부엌에 보관된 음식들을 꺼내고 식탁 앞에 앉았다. 배가 고프지 않아도 적당히는 먹어두는게 낫겠지.)
(식사를 하기 전에 집 안을 한번 둘러보고 싶은데.. 관찰판정 가능할까요?)
미케일라 관찰 판정
미케일라 S. 마티나:
관찰력
기준치:
75/37/15
굴림:
69
판정결과:
보통 성공
집안은 전날과, 미케일라가 깨어난 직후와 비교해도 그다지 달라진 점은 없습니다.
다만 미케일라의 피가 흘러 있다는 점과 전에 흘렀던 피가 자국을 남겼다는 것 정도만 달라졌을 뿐입니다.
미케일라 S. 마티나:돌겠네 진짜....
(작게 쫑알거리다가 포기하고 포크를 들어 그릇에 담긴 음식을 입으로 가져간다. 여전히 별 맛은 못느낄까.)
한 입, 두 입씩 먹다 보면 어쩐지 몸이 더욱 무거워지며 토할 것 같은 기분을 참을 수 없습니다.
식욕이 돌지 않기 때문일까요? 그렇게 한 입을 더 먹다 보면, 목구멍이 막혀 더 이상 음식이 넘어가지 않습니다.
순간 참을 수 없는 구역질이 올라옵니다….
미케일라 S. 마티나:... (식탁 위로 포크를 내려두고 욕실로 간다. 살면서 이래 본 적이 있어야 참던가 할텐데.)
미케일라는 화장실로 가던 중 그만 바닥에 토사물을 흩뿌립니다.
하지만 어쩐지 기억하던 감각이 아닙니다.
몸에서 무언가 밀어나오는 것이 멈추지 않습니다.
정신 없이 구역질을 하면…
방금 입에 씹어 넣었던 음식부터, 어제 먹었던, 그저께 먹었던 것들이,
소화되지 못한 채로 상하고 썩어서 피바다에 철벅철벅 떨어집니다.
미케일라 S. 마티나:... ... 아.
(저 꼴을 보면 내가 멀쩡하다고는 말하기 힘든 것 같은데.. 어질한 감각에 한참을 멈춰서 있다가 몸을 일으킨다. 내가 저지른건 알아서 치워야지.)
토사물과 장기가 떨어진 피바다를 자세히 살펴보면, 미케일라 스스로의 인영이 보입니다.
분명 거울을 볼 수 없었으니 이렇게라도 반사된 자기 자신을 확인 할 수 있겠죠.
피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확인해보면, 그것은 자기 자신이 아닙니다.
얼굴이 반쯤 떨어져 나가고,
남아 있는 피부 마저도 썩은,
눈알이 녹아내린 시체.
아주 끔찍한 시체.
무언가 잘못된 것이 틀림 없습니다….
미케일라 이성 판정
미케일라 S. 마티나:
SAN Roll
기준치:
67/33/13
굴림:
15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미케일라 이성-1
미케일라 아이디어 판정
미케일라 S. 마티나:
지능
기준치:
50/25/10
굴림:
54
판정결과:
실패
생환 직후 피터가 급하게 양피지를 숨겼다는 사실이 기억납니다.
피터가 그것을 방 밖으로 가지고 나가지 않았다는 기억만 날 뿐입니다.
미케일라 S. 마티나:... 너 그래서 나한테 물어봤니. '내'가 맞냐고. (물어볼 사람은 눈 앞에 없지만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이래서 거울도 없앴구나. 밖에 나가지 말라고 한거고.)
(내가 자던 방에 있을 것 같지는 않고.. 다른 방에 있으려나. 집 안을 둘러봅니다. 피터가 쓰는 방은 있을까?)
피터가 쓰는 방이 눈에 들어옵니다.
미케일라 S. 마티나:(방으로 가 봅니다. 문은 잠겼을까?)
방문은 잠겨 있지 않습니다.
피터의 방 안을 이제야 자세히 둘러봅니다.
[창문]이 있는 작은 방입니다.
일반적인 다른 방들과 같이 침대와 협탁이 있고, 업무 또는 공부용 책상이 있습니다.
[책상]은 수납을 위한 [서랍장]이 몇 개 달려 있습니다.
미케일라 S. 마티나:(창문.. 은 그냥 둘까. 네가 그러지 말라고 했으니까. 책상 앞으로 가 봅니다. 올려둔 물건은 따로 없을까?)
책상
깔끔하게 정돈된 책상입니다.
책 몇 권이 책꽂이에 꽂혀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조사할 수 있는 것은 [앨범]과 [일기장] 입니다.
미케일라 S. 마티나:(앨범을 꺼내서 펼쳐본다. 미안하다, 피터 달튼. 그래도 네가 하지 말란건 안 했어.)
피터가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찍었던 사진이 비닐 파일 안에 꽂혀 있습니다.
아날로그 하지만, 유독 무언가 사라지는 것을 싫어하던 피터가 '이러면 적어도 데이터가 사라질 일은 없다' 라는 황당한 이유로 고집하던 방법입니다.
파일을 한 장 한 장 넘겨보면, 미케일라가 익숙히 아는 얼굴들이 많이 보입니다.
자신의 얼굴도요.
그리고 미케일라가 모르는 얼굴들도 꽤 많이 있습니다.
아마 피터만의 지인들이겠죠.
모든 사진들을 살펴보면, 마지막 장에는 미케일라와 피터 둘이 찍은 사진이 있습니다.
이 사진 속 피터는 행복해 보입니다.
당황하거나 두려운 것이 아니라.
미케일라 S. 마티나:.....
사진이란건 좋지. 추억을 그대로 남겨놓을 수 있는거니까..
(앨범을 닫아 본래 있던 곳에 올려두고, 일기장을 들어 펼쳐본다.)
익숙한 글씨체로 짤막한 일기들이 쓰여있습니다.
며칠은 빼먹기도 하고, 가끔 한탄하듯 긴 줄의 이야기가 쓰여있기도 합니다.
앞장부터 천천히 읽어본다면, 피터다운 이야기들이, 그의 속마음이 가득 쓰여 있습니다.
그 오랜 시간동안 같이 지낸 피터지만, 진정으로 깊은 곳에 있는 이야기들까지 들은 적이 있던가요.
그의 새로운 면을 찾은 것 같아 기분이 묘합니다.
맨 마지막 장으로 날짜를 넘겨 미케일라가 죽은 날의 일기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딱 한 줄만 적혀 있고, 그 뒤로는 모두 백지입니다.
피터 달튼:...나 혼자 두고 가면 어떡해.
그후로는 어떤 글도 남겨져 있지 않습니다.
미케일라 S. 마티나:... 나도 그러고 싶어서 그런게 아니야.
나도 살고 싶었어, 피터 달튼.
.....
(일기장을 덮었다. 읽지 말걸 그랬어.)
(책상에서 한걸음 멀어지다가, 서랍이 눈에 들어와 열었다. 이 안에는 내가 찾는게 있을까.)
서랍장
서랍장은 여러 칸으로 이루어져 있으나, 작은 틈으로 열린 것이 보이는 칸이 유독 눈에 띕니다.
미케일라 S. 마티나:(닫혀 있지 않다는건 네가 썼단 소리겠지. 여기에 있으면 좋겠다.)
(서랍을 열어봅니다.)
서랍장을 열면 피터가 숨겨두었던 양피지 뭉치가 보입니다.
미케일라 S. 마티나:(양피지 뭉치를 꺼내봅니다. 무슨 내용이 있길래 숨겼니.)
미케일라 자료조사 판정
미케일라 S. 마티나:
자료조사
기준치:
20/10/4
굴림:
16
판정결과:
보통 성공
이것은 세간에서 쉬이 찾을 수 없는 인간의 부활에 관한 자료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것은 매우 모독적이고 기이하며, 절대 정상적인 방법이 아님을 직감적으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미케일라 이성 판정
미케일라 S. 마티나:
SAN Roll
기준치:
66/33/13
굴림:
2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이성감소없음
미케일라 S. 마티나:(어떤 방법인지 자세히 살펴볼 수 있을까? 부활을 시키는 방법이나, 부작용이나. 행하는 사람에 대해서라던가.)
위험한 짓 안했다더니..
남겨두고 간 나도 잘못이 있지만 이건 아니지. 차라리 솔직하게 말이라도..
(됐어. 당사자도 없는데 뭘 더 말할까. 양피지 뭉치를 책상 위로 툭 던지고 방 밖으로 나갔다.)
조사가 끝나면, 꽤나 늦은 시간에도 피터가 돌아오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일이 생겨 늦는걸까요? 그렇게 생각하기에 최근 창문의 밖은 기이하기만 했습니다.
멀리서 언뜻 봐도 어두컴컴하고 괴상한 곳인데.
피터가 저 밖에 나가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알 수 없는 불안감이 듭니다.
미케일라 S. 마티나:(이 꼴로 밖에 나가는건.. 안될 것 같은데. 네 방으로 돌아가 창문 앞에 선다. 여기는 커튼이 내려와있지 않을까?)
창문은 커튼으로 닫혀있습니다.
열어볼까요?
미케일라 S. 마티나:(열어봅니다. 너도 나한테 숨기는게 있었으니까 이젠 나도 몰라.)
커튼을 걷어내고 창문 밖을 바라봅니다.
아직 저녁임에도 불구하고 하늘은 시커멓습니다.
별이나 인공위성, 심지어 달 따위의 반짝이는 것들 없이 칠흑같은 검은 색입니다.
밑을 내려다 보면 첫 날 보았던 평범한 주택가가 눈에 띄게 변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 어느 집 한 채도 불이 켜져 있지 않습니다.
먼 곳의 집이 보이지 않는 것은 그 때문만은 아닐 것입니다.
지근거리 너머의 공간은 누군가 잡아먹기라도 한 듯 검은 색으로 원근조차 가늠이 되지 않습니다.
바닥에 무언가 액체가 고여 있으나 어두워 그 색은 구분이 되지 않습니다.
밤새 비가 오지는 않은 것 같은데요.
미케일라 S. 마티나:(죽은자가 부활하면.. 거기를 중심으로 무너진다고 했지. 내일은 조금 더 난장판이 된 모습일까.)
(창문을 닫아두고 다시 방 밖으로 나갔다. 무너지는 원인이 나에게 있다면 밖으로 나가도.. 별 일은 없을 것 같은데.)
(아이디어 또는 행운판정 가능할까요?)
미케일라 아이디어 판정
미케일라 S. 마티나:
지능
기준치:
50/25/10
굴림:
11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지금 밖은 사람도 없고 어두운 시간이니 잠깐만이라면 나가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미케일라 S. 마티나:(문을 열고 밖으로 나갑니다. 미리미리 문을 잠가두지 않은 네 탓이란다.)
집 밖을 나가기 위해 현관문을 열면, 뭔가 묵직한 것에 걸려 문이 활짝 열리지 않습니다.
열린 문 틈새로 나가서 뭐가 있는지 확인해보면…,
웅크리고 있는 피터입니다.
열린 문에 놀란 듯 벌떡 일어나 당황합니다.
피터 달튼:아, 미케…. 빨리 들어가, 사람들이 보면 어쩌려고….
별 일이 없었다고 하기엔 눈과 코가 새빨갛게 헐어 있었습니다.
미케일라 S. 마티나:... 사람들이 보면, 어떻게 되는데?
피터 달튼:... 놀랄지도 모르잖아. 너, 여전히 피투성이이고... (시선을 마주하지 못하고 땅에 떨궜다.)
미케일라 S. 마티나:응, 놀랄지도 모르지. 시체가 걸어다니는걸 보고 안 놀랄 사람이 어디있겠니.
들어와, 피터.
나랑 할 이야기 있잖아. 안그래?
피터 달튼:(시체라는 말에 고개를 퍼득 들었다. 눈동자가 세차게 흔들리더니 이내 무언가 포기한듯 다시 시선을 아래로 내렸다.) ... 여기서 이야기 해도 돼. 어차피 아무도 듣는 사람 없어.
미케일라 S. 마티나:(아래로 내려가는 시선을 그대로 응시했다. 그러게 조금 더 치밀해지지 그랬니.)
넌 왜 거기에 있니. 나는 네가 나간줄은 알았지만 문 앞에 있을 줄은 몰랐어.
피터 달튼:... 갈 곳이 없어서. (네 말대로였다. 이제 갈곳이 없었다. 내가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정도는 알고 있다. 미치지 않았으니까. 널 살리고 수없이 많은 생각이 들었다. 처음에는 마냥 널 다시 보고 웃고 이야기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 기뻤는데 날이 갈 수록 너를 '이런 모습'으로 만들었다는 것에 대한 죄책감에 숨이 막혔다. 네가 음식을 먹지 못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먹였고 잘 필요가 없다는 걸 알면서도 재웠다. 그렇게하면 내가 알던 미케일라 마티나가 돌아올 것 같았다. 죽은 적 없는, 나의 친구말이다. 하지만 그건 망상이다. 세계는 무너지고 있다. 전부 나 때문에. 내가 또다시 내 슬픔을, 외로움을 이겨내지 못했기 때문에.) ... 다 나 때문이야....
미케일라 S. 마티나:... 너 때문인지 아닌지는 우리가 이야기를 더 해봐야 알 것 같은데, 피터.
밖에 있지 말고 들어와. 아무도 듣는 사람이 없다 해도 나는 마주보고 이야기 하고 싶어. 거리를 띄운다는건, 무언가를 가로막아 둔다는건 사람의 심리를 반영하기도 해.
나를 보고 있기가 힘들어서 그런거라면 더 말하지는 않겠지만.
피터 달튼:... 아니야, 그런거 난 그저... (고개를 들어올렸다. 무언가 더 말하려다가 이내 순순히 문을 닫고 들어왔다. 하지만 여전히 현관문 앞에서 서서 차마 집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널 바라봤다.) .... 무슨 이야기를 듣고 싶어?
미케일라 S. 마티나:(현관 문 안으로 들어온 너를 올려다본다. 무슨 이야기를 듣고싶을까, 나는. 한참을 멈추어 서 있다가 너를 데리고 안으로 들어와 식탁 앞에 앉히고, 저는 그 맞은편에 앉았다. 어제의 네가 그랬던 것처럼.)
네가 나한테 하고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그것부터.
피터 달튼:... (자리에 앉아 한참을 자신의 손을 꼼지락거렸다. 무엇부터 말하면 좋을까. 차라리 네가 화를 냈더라면 용서부터 구했을 것이다. 날 탓했더라면 인정하고 무릎을 꿇었을 것이다. 하지만 네 언제와 같은 그 잔잔함이 당혹스러웠다. 네 고요함 덕에 제 상처를 보이지 않고 넘어갈 수 있어 안도하던 시절도 존재했었는데. 눈을 느릿하게 감았다 떴다.) ... 난... 그냥... 네가 보고 싶었어. .... 나는 네게 내 상처를 이해시키고 싶지 않았다고 했잖아. 기억해? ... 나는 그 때 널 질투했어. 나는 타인에게서 내 상처를 평가 받기 원하지 않으면서 나는 멋대로 너의 삶을 평가했거든. 저정도면 완벽하지 않을까, 너정도면 부러울 것 하나 없는 삶을 살지 않을까 하고... 사람은 원래 자기가 없는 걸 부러워하게 되잖아? ... 그 시절은 나도 그랬어. 널 좋아하지만 동시에 네가 미웠고... 너한테 내 이야기를 하는 것자체가 고통스러웠어. ... 그래도 그날, 네게 내 이야기를 하고... 어쩐지 마음이 가벼워졌어. 지금까지는 쭉 목에 가시가 걸려 있는 것 같았는데...그걸 뱉어낸 기분이었어. ...그때야 알겠더라고 누군가 내 상처에 공감하고 슬퍼해주는 것만이 전부는 아니라고. 네가 했듯 그저 들어주고 이해할 수 없다면 이해할 수 없다고 두는 것도 어쩌면 위로가 될 수 있다고... 그래서 난... 네가 고마워. 아주 오래전부터 고마웠어. 네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너는 내 삶에 가장 많은 부분을 함께 했고, 내가 외로울때도 슬플 때도 곁에 있어줬던 사람이었어. 그날이후로는 말하지 않아도, 가벼운 대화를 나누는 것만으로 안정감을 느낄 수 있게 해주는 사람이 될 정도로... 나는 네가 소중했어. ... 전쟁터에 나갔을 때, 다 감수 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 친구였던 애들이 죽는 것도 다치는 것도 전쟁이니 어쩔 수 없다고 여길 줄 알았어. ... 그런데 너도 알지. 그게 아니란걸... 전쟁은 생각보다 더 잔혹하고 나는 잃는 것에 더 취약했어... .... 너가 죽고 아무리 울어도 해결되는 것도 없고 나아지는 것도 없었어. .... 나는 네가 보고 싶었어....
미케일라 S. 마티나:... 응, 기억하지. 너는나 해시키고 싶지 않고 내가 할 수 있는건 없다고 했었으니까. (눈을 감고 있는 너를 그대로 응시했다. 아주 오래 전의 이야기지만 잊어버릴 리는 없지. 너도 어리고 나도 어렸던 날의 그 대화는 기억에 오래 남을 일이었다. 그 시절에 들었다면 전혀 이해하지 못하거나, 혹은 무엇이 잘못이냐고 따져 물었을 이야기지만 지금은 충분히 들을 수 있었고 이해할 수 있다. 작았던 아이들은 이미 어른이 되었으니까. 나를 부러워했던 너와 그걸 이해하지 못했을 나.)
나는.. 그 때의 나는 눈 앞에 있는 것들을 보는데만 바빴어. 내가 가진 것들에 익숙했지. 그래서 네가 나한테 왜 그렇게 말하는건지 납득하기 어려웠어. 어느날 갑자기 밀어낸다, 라고 밖에 생각하지 못했거든.
내가 어제 그랬지. 너에게 미안한 것들이 있었다고. 그건 그 때의 일이야. 독촉하듯 말 하고, 네가 대답하지 않으면 그게 마지막일거라고 했던 거. 그 때는 '내가 이해할 수 없는 너'만 보였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전체가 보이더라. 정착할 곳을 찾는 피터 달튼, 고마운 사람의 뜻을 따라 전쟁터까지 나온 너. (나와는 다른 너. 오랫동안 함께했지만 전혀 다르게 살아오고, 또 살아갈 사람이었다.)
미케일라 S. 마티나:네가 질투를 했다 해도 거리를 띄우는 것은 네 최선이었다고 생각해. 조금 밀어냈다 하더라도 완전히 밀어내지 않았던 것도 지금은 알아. 걱정해주고 신경 써 준 것들까지도. 그랬기 때문에 나 또한 네가 고마웠어. 예전처럼 모든걸 말하지는 않더라도 내 친구로 남아줬기 때문에. 나는, 먼 미래에도 우리가 친구였으면 했었으니까. 더이상 옆집 창문을 통해 너를 부르지 못하더라도.
무슨 뜻인지 알아듣겠어? 피터.
미케일라 S. 마티나:너에게 내가, 나에게 내가 같은 무게를 가지고 있다는 뜻이야.
피터 달튼:... 나는.... (말문이 막혔다. 하고 싶은 말은 너무도 많았는데 그 모든 것이 입밖으로 나가지도 못하고 목구멍에서 죽어버렸다. 우리의 간극은 우리가 너무도 어렸기 때문에 생겼던 것일지도 모른다. 누군가를 받아들이기에는 보아온 세상이 너무도 협소해서 더이상 누군가를 들여놓을 자리가 없었던 걸지도 모른다 .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너는 고맙다고 말한다. 부족하고 상처밖에 보일 것이 없는 자신을 여전히 친구라고 이야기한다. 나는 너에게 준 것이 없는데, 줄 것도 없는 주제에 네게 죽음까지 빼앗아버렸다. 널 잡아두고 곁에 있어달라 고집을 부린다. 그 옛날 네 붉은 망토를 붙잡고 어째서 다른 기숙사냐고 투정을 부렸던 것처럼...) 미, 안해 할 필요 없어. 난 다 이해해. 정말로... (입이 바싹 타들어갔다. 쓴 맛이 혀에 감돌았다.) 나도, 그랬어. 나도... 고마웠어. 전부다... 네가 내 곁에 있어줘서 앞으로 있어줄 거라고, 네 미래에 내가 있을거라고 너무도 당연하게 말해줘서 고마웠어. 외로웠는데, 그래도 떠올릴 수 있는 사람으로 남아줘서 고마웠어. 나는... (널 다시 만났을 때처럼 눈물이 떨어졌다. 실컷 울었으니 이제 남은 눈물도 없을거라 여겼는데, 아니라는듯 눈물은 식탁 위로 계속해 떨어진다.) ... 아... 으... 미안해.... (무릎위에 올린 주먹에 힘이 들어갔다. 나 때문에 네가 저런 모습이 되었다. 나 때문에 세상이 망해가고, 어쩌면 네가 좋아했을 그 모든 것마저 무너지고 있다.) ... 널 살리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 알고 있었어. 하지만 전쟁처럼 이것도 내가 상상했던 것 이상으로 처참해... 아, 난 항상 왜 이러는지 모르겠어. 그냥, 다, 잘 해보고, 싶었던 것 뿐인데.... 매번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고... 결국 후회하고 자기가 싫어지고... ... 미안해, 정말로.... 미안해....
미케일라 S. 마티나:네가 미안해 할 필요가 없다곤 해도 내가 시간이 후회했었으니까. 그렇게 말하지 말 걸, 너에게 조금 더 시간을 줄 걸. 말하지 않는다고 심술 부리지 말 걸. 그런 생각들이 있었어. 하지만 딱히 너한테 이걸 말할 타이밍이 없었지. (조금은 쓸쓸한 웃음을 지었다. 전쟁이 끝나면 말 할까 했었는데 내가 그러지 못하게 된 거니까. 다 이해한다는 말에 자리에서 일어나 네 옆으로 갔다. 엉망진창의 시체 꼴이지만.)
.. 피터, 나는 완벽한 사람이 아니야. 내가 네게 고마운 사람이었다면 너도 나에게는 똑같아. 너는 나 때문에 상처 받았지만 너는 우리가 했던 약속을 그대로 가져갔잖아. 나는 그게 의외였어. 나를 밀어낸 사람이 다른 사람도 아닌 너라는 것도, 누군가가 나를 거절한다는 것도. (열 넷이라고는 해도 참 우습지. 제대로 된 거절을 마주해본 나이가 그때라니. 철 없던 나이였다고 다시금 생각했다.)
내가 그때 그랬었지. 말 하지 않는다고 불안하지 않은건 아니라고. 나는 너를 통해서 불안을 배웠고, 수용하는 방법도 알았어. 사람과 사람 사이의 거리에 대한 것들도. 한 발자국 멀어졌지만 그래도 너는 나를, 나는 너를 좋아했지. 서로의 미래에서 확신으로 남을 수 있다는건 쉬운 일이 아니었는데도.
미케일라 S. 마티나:.. 외로웠던 너에게, 내가 떠올릴 수 있는 사람이여서 다행이야. 내가 해줄 수 있는게 아주 없지는 않았던거구나. (지켜보는 것이 전부가 아니었으니까. 힘이 들어간 주먹 위로 제 손을 올렸다.) 처참한 결과가 나왔다곤 해도 사과할 필요 없어. 미안해 하지 마, 피터. 잘 해보려고 했다는거 알아. 그러니 너를 싫어하지는 말아주렴. 너는 사랑받는 사람이잖니. 나에게도, 다른 친구들에게도. 몰랐다면 지금부터 알아둬.
피터 달튼:(네 손이 올라오자 고개를 들었다. 여전히 눈물로 젖은 눈으로 널 바라보았다. 떨리는 손으로 네가 올린 손을 맞잡았다. 사랑 받고 싶었으면서 막상 누군가가 건네는 애정을 받는 것은 서툴렀다. 제대로 대가를 치루지 않은 보상 같았다. 빼앗길 것 같았고 빼앗길 바에는 그저 마음을 주지 않으면 될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너는 그 마음까지 알고 있다는 듯이 말한다. 위로의 말이 그 어떤 질책의 말보다 아팠다. 항상 느렸던 내가, 도망치는 것에만 빨랐던 내가. 결국 모든 걸 망쳤지만 너는 그래도 괜찮다고 말한다. 내가 외면했던 애정과 온기가 사무치게 다가왔다. 나는 그저 두려워서 눈을 감고 피하고 있었던 거다. 그들이 돌아설까 두려워하면서 내가 정당하게 사랑할 수 있는 것들만 찾아 헤맸다. 로먼 선생님도 그 일련의 과정 중 하나였을 것이다. 내가 그 길을 대신 걸었으니 이제 날 버리지 못하겠지 하는... 그런 마음이 아예 없었다고 과연 자신할 수 있나?) ... 너와 함께 살아가면서... 상처도 입고 괴롭기도 했지만...그래도 많은 걸 배울 수 있어서... 정말 기뻤어. ... 네가 나한테 너무 많은 것을 가르쳐줘서 네가 없이는 살아갈 수 없다고... 그렇게 변명하고 있었나봐 나는. ... 사실은 그렇지 않은데. 네 죽음이 슬프고 괴롭지만... 네가 아무것도 묻지 않고, 위로조차 하지 않고 그저 곁에 있어준 것처럼... 네 공백마저도 날 버틸 수 있는 버팀목이 되어줄 수 있었을지 모르는데... 너라는 사람 자체를 위로로 삼으려고 했나봐. ... 네 말처럼 우리는 완벽한 사람이 아니지. 여전히 우리는 어른이 되지 못한 걸지도 몰라. ... 하지만... (두 손을 뻗어 널 껴안았다.) ... 이제 어른이 되어야 해. 그렇지? (네게 답변을 구하듯, 그리 물었다.)
미케일라 S. 마티나:(나는 네 외로움의 깊이도, 있을 곳이 없어 정착하지 못하는 쓸쓸함도 모른다. 나에게는 당연하게 있어온 것들이니까. 그래서 너에게도 언젠가는 말 한적이 있었지. 네가 정착할 수 있는 곳이 생기면 좋겠다고. 그게 아니라면 네가 누군가의 정착지가 되어보라고. 그것은 네가 행복했으면 하는 마음에서 건넨 말이었다. 사랑받는 방법을 모르는 피터 달튼이 언젠가는 깨닫기를 바라면서. 맞잡은 손을 끌어당겨 너를 일으켰다.)
결국 우리는 서로에게 배워갔던거지. 너와 내가 모르던 것들을, 서로가 아니었으면 알지 못했던 것들을. (쓸쓸함을 걷어내고 작게 웃었다.) 다른 환경에서 자란 나는 떠올리기 어렵다고 했었지만.. 너를 만나지 못했다면 아마 나는 많이 달랐을걸. 타인을 이해하지 못하고, 이해할 생각도 없는 그런 사람으로 자랐을거야. 분명히. 네가 있었기 때문에 지금의 미케일라 마티나도 존재해. 피터 달튼은 그런 사람이야. (여느 때처럼 분명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네가 이 말을 기억하기를. 이후의 삶에 내가 없더라도 오랫동안 가지고 갔으면 해서.)
.. 응, 이제는 어른이 될 때긴 하지. (고개를 돌려 커튼이 내려진 창을 한참 보다가 다시 네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완벽하지는 않더라도. 버팀목이 없더라도, 당장의 죽음이 괴롭더라도. 그런 것들을 마주봐야 할 때라는걸 너도 알고 있지? 피터.
미케일라 S. 마티나:내가 없더라도 너는 살아갈 수 있어. 나는 확신해. 네가 너를 믿을 수 없다면 너에게 확신을 가지는 나를 믿어.
대화가 끝날 쯤에는 저 새카만 하늘 너머로 동이 트는 것이 느껴집니다.
피터는 여전히 울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울음이 더이상 슬픔만을 담고 있지 않다는 걸, 피터를 지켜봐온 미케일라는 알고 있을 겁니다.
우리는 어른이 되어야 합니다.
서로의 공백은 다른 형태로 서로에게 지지대로 남을 겁니다.
우리, 그렇게 믿기로 합시다.
피터 달튼:.... 널 믿을게. 내 소꿉친구인, 내 친구인, 너의 말을 믿을게.
피터는 이제 긴 작별을 할 시간임을 압니다.
미케일라의 손을 잡고 현관문을 나섭니다.
어릴적, 우리 손을 잡고 골목길을 거닐던 순간을 아직 기억하나요?
우리는 세상 밖으로 나옵니다.
오직 이 순간을 막기 위해서 어둠 속에 자신을 숨기던 피터는 이제 그저 미케일라의 손을 잡고 뜨는 해를 바라볼 뿐입니다.